매일 밤 오로라를 쫓는 사람들

오로라 헌팅 투어의 좋은 점 : 반전있는 삶


  에구, 나이는 못속여



낯동안에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옐로우나이프를 로잔나 도시&숲해설사님과 함께 구석 구석 돌아 봤더니 몸이 욱씬욱씬 쑤셔온다. 

이거 나이는 못속이겠구만, 그 비 조금 맞았다고...허허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객실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며 오후를 보냈다. 이날 밤은 대망에 오로라 구경을 가는 날이기 때문. 그런데, 호텔 객실 창밖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니 오늘 정말 오로라가 보일지 의심이 간다. 오로라 라는 것이 대기층 상층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보니 구름이 낀 날은 그 위에서 오로라가 아무리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어도 지상에서는 그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냥 구름만 낀 정도가 아니라 비가 주륵 주륵 퍼 붓고 있어서 마음은 이미 잘 준비 완료! 일찍 자고 시차적응이나 해서 내일 즐겁게 여행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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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만난 오로라


응? 그런데, 저녁무렵 투어가 취소 되었다는 전화가 올거라는 예상과 달리 투어차량 픽업시간이 다 되었건만 아무 반응이 없다.

이거 정말 가는거야? 비오는데? 구름 두껍게 막 꼈는데?


아주 미심적은 표정으로 반쯤 잠에 취해 픽업 차량에 올랐다. 시차적응이 아직 안돼서 저녁 먹고 나니 잠이 쏟아져 침대에 누워 스마트 폰을 든채 잠이 들었던 마당이었다. 픽업 차량에 올라 타면서도 이미 마음을 접은 상태였기 때문에 예의상 카메라는 들고 나왔지만 창밖을 보는 대신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쿨쿨 잠이 들어버렸다. 한참 꿈나라에서 맛있는 버팔로 햄버거를 먹으며 들판을 내달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어어어? 하는 소리가 들려 눈이 떠졌다. 눈을 부스스 뜨고, 꿈뻑거리며 상황파악을 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같은 차에 탄 사람들이 웅성거리더니 부산하게 카메라를 챙겨들고 차에서 뛰어 내린다.

뭐야? 뭔대? 뭐 보여? 


창밖에 기다란 구름이 있는 것 말고는 딱히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 왜들 저러지?


 북두칠성 옆으로 피어오른 오로라. 5-10초 정도의 노출로 찍은 사진이다. 눈으로 볼 때는 색이 저것보다 좀 더 옅어서 기다란 구름인 것 같았다. 


일단 사람들을 따라 나도 삼각대와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겨들고 내렸는데...

어어라, 이게 뭐래?


차안에서 봤던 그 희멀건 기인 구름이 흐느적 흐느적 움직이는 거다. 구름이 흘러가는 것과는 움직임이 전혀 다르고, 천천히 흐르는 물에 나부끼는 긴 수초 같달까?


 북쪽에서 피어오른 긴 구름 모양으로 구불 구불 변하기도 하고, 흐느적 흐느적 좌우로 움직이기도 한다


색깔도 처음엔 그냥 뿌연 구름 색으로 보였는데, 계속 보다보니 옅은 연두색으로 보인다. 어릴적 천정에 붙여 놓은 야광별 같이 흐린 연두색.


줄모양에서 넓게 펴지며 하늘을 뒤덮어 버리는 오로라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마치 저어 멀리 땅에 불이 나서 연기가 막 피어 오르 듯 그 연두색 구름이 마구 피어 오르며 하늘 전체를 뒤덮어 버린다. 색도 점점 짙어져서 밝은 연두색으로 환하게 빛난다.

우워어어....이게 바로 오로라구나! 이렇게 오묘할 수가!



  하늘에서 오로라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사실 이날 오로라를 보기 전까지는 나는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지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 사진은 여기 저기서 본 적이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번쩍 나타나는 것인지, 가만히 구름같이 떠 있는 것인지, 색은 초록색인지 파란색인지 보라색인지, 한번 나타나면 밤새 그 색인건지, 동서남북 아무대나 떠오르는 것인지.


북쪽과 남쪽으로 이어지며 하늘에 넓게 퍼져있는 오로라. 옆에 하얀 구름과는 퍼진 모양이 확연히 다르다


그날 실제로 본 오로라는 이랬다. 

북쪽에서 연기처럼 피어 올라 남쪽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하늘에 긴 구름처럼 나타나기도 하고, 구불 구불한 모양으로 하늘 전체에 퍼지기도 한다. 북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여러 가닥의 굵은 리본일 때도 있고, 넓은 커튼처럼 펼쳐지기도 한다. 가장 신기한 것은 이것이 막 리드미컬하게 움직인 다는 것. 옅게 피어오를 때는 색도 희멀게서 구름이랑 구분이 잘 안가고, 움직임도 매우 느리다. 아주 아주 느리게 물살따라 흐느적 거리는 수초같달까?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 확 세지면서 색도 밝은 연두색 내지는 초록색으로 빛나고, 중간 중간 줄무늬로 핑크색을 동반한다. 그게 더 세지면 핑크색과 연두색이 겹치는 부분이 약간 노란색 내지는 오렌지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때는 움직임도 매우 격렬해서 헤엄쳐가는 뱀장어 같이 스르륵 흘러가기도 하고, 전기가 주르륵 주르륵 흐르는 것 처럼 오로라 줄기를 타고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는 펄스 같은 것이 보인다. 


이때 오로라는 아직 있었는데, 구름이 흘러와 오로라를 가려버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에서 오로라가 사아악 사라져 버린다. 

그러면 우리는 또 다른 포인트를 향해 차를 몰고 이동했다. 

우리는 그렇게 밤새 오로라를 쫓았다.



  오로라 닌자 포토 투어


체이싱(헌팅) 투어는 이렇게 차량으로 이동하며 오로라가 잘 보이는 곳으로 따라다닌다


이날 우리가 했던 오로라 투어는 보통 헌팅 투어 또는 체이싱 투어라고 부른다.

보통 옐로우나이프 오로라라고 하면 대부분 티피를 떠올리며 그 앞에서 의자 놓고 앉아 구경하는 것을 생각하는데, 사실 오로라는 한곳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어 방법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크게 정리하면 네가지로 다음과 같다.


1. 오로라 빌리지 같이 도시 외곽의 어두운 곳에 관측 베이스를 두고 티피나 오두막 같은 곳에서 대기하다가 오로라가 나타나면 나가 보는 것 (장점 : 따뜻하고, 편하게 대기한다. / 단점 : 관측 베이스 부근에 구름이 꼈으면 그날은 허탕이다.)


2. 차량을 타고 도시 외곽의 어둡고 하늘이 뻥 뚫린 포인트를 찾아 다니는 것 (장점 : 구름이 낀 날은 하늘에 구름이 없는 지역을 찾아 다니므로 관측 확률이 조금 더 높다. / 단점 : 차량으로 계속 이동하거나 대기 장소가 차량 또는 바깥이므로 체력적으로 조금 더 힘들다. 특히 추운 한겨울에.)


3. 렌트카로 셀프 투어 (장점 : 보고 싶은 만큼 시간 제한 없이 볼 수 있고, 사람들과 우르르 몰려다니지 않아도 된다. / 단점 : 주변지리를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겨울에는 영하 40도씩 내려가므로 차량을 얼게 하지 않는 특별 관리 같은 것이 필요해서 추천하지 않는다.)


4. 외딴 호숫가의 낚시 롯지에 묵으면서 집앞에서 보기 (장점 : 이런 롯지들은 반경 몇십킬로미터 이내에 다른 집이 전혀 없으므로 밤에 엄청나게 어두워 환상적인 밤하늘을 자랑한다. 하늘이 맑으면 평생 기억에 남을 풍경을 볼 수 있다. / 단점 : 가격이 비싸다.)


오로라를 구경하고 있는데, 구름이 스물 스물 몰려오면 다른 포인트로 이동한다. 헌팅투어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


그 중에서 우리는 2번째 방법인 헌팅 투어를 갔던 것인데, 오늘같이 흐린 날엔 최선의 선택이었다. 베이스가 정해져 있는 곳은 이렇게 흐린 날이면 딱히 뾰족수가 없기 때문이다. 헌팅 투어들은 하늘을 봐서 구름이 적은 곳을 찾아 돌아다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확률이 조금 더 높다. 이날도 날씨가 워낙 안좋아서 평소보다 조금 더 먼 곳까지 이동을 했다고 한다.


마지막 포인트는 옐로우나이프 주변의 수많은 호수 중 한곳. 가을에는 얼지 않은 수면위로 오로라의 반영이 찬란하게 빛난다


헌팅투어도 여러 업체가 있는데, 우리가 이용했던 곳은 오로라 닌자 포토 투어였다. 이름이 좀 유치해서 (^^;) 뭔가 미심적었건만 막상 가보니 꽤나 만족스럽더라. 성격 좋은 대만 아저씨가 운영하는 투어로 본인이 사진 홀릭이신지라 이름도 포토 투어이다. 투어에 온 사람은 약 15명 정도로 차량 두대가 이동했는데, 전부 사진이 목적이라 한줄로 촤좌작 늘어서 사진찍느라 분위기가 무지 진지하다. 투어 사장님도 고급 사진 촬영 장비와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함께 다니는데, 중간 중간 춥다고, 닭죽도 주고, 뜨거운 커피와 핫초코도 준다. 생각치도 못하게 맛난 닭죽을 얻어 먹어서 더 좋게 느껴졌는지도 ^^; 

게다가 오로라 촬영은 별 촬영과 마찬가지여서 삼각대가 필수인데, 다른 투어들은 삼각대도 유료로 대여해 주건만 이 아저씨는 내가 카메라 하나는 영상용으로 다른 하나는 사진용으로 설치하고 싶다고 중얼거리자 선뜻 여분의 삼각대를 하나 내어주었다. 



이날은 총 세곳의 포인트를 돌아다녔는데, 마지막 포인트에서 내 평생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 

수면위로 오로라가 화려하게 빛나는 것만으로도 심장 떨리도록 감동이었는데, 여기서 아까 말한 그 전기 뱀장어 같이 지나가는 거센 오로라 스톰을 본 것이다.


저런 짙은 줄모양 오로라가 좌우로 구불 구불 춤을 추며 남쪽으로 빠르게 흘러간다


오로라가 세게 나타나는 것을 보고 오로라 스톰이라는 표현을 쓴다. 오로라는 태양풍에 의해 떠밀려온 대전입자들이 대기층 상층부에 부딛히며 타오를 때 나오는 빛으로 태양풍이 세면 오로라도 세진다. 태양풍이 스톰처럼 세게 불면 오로라도 스톰이 되는 것이다.


이때가 약 새벽 1시를 넘어서고 있었는데, 갑자기 북쪽에서 색이 짙은 오로라 줄기가 올라오더니 빠른 속도로 머리위를 날아 남쪽으로 이어지는 빛이 구불 구불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흥많은 닌자 투어 아저씨는 오로라가 춤을 춘다며 자기도 춤을 추기 시작했고, 나는 난생 처음 보는 순간에 사진을 찍어야 할지 타임랩스를 돌려야 할지 갈팡 질팡 하다가 이도 저도 제대로 못찍고 그냥 멍하니 서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 눈으로나마 잘 남겨 둬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이거 진짜 목이 메이고, 눈물이 날 것 같네. 누가 전에 격렬한 오로라를 처음 보면 감동으로 눈물이 다 난다고 해서 피식 웃었는데, 그게 나 일줄이야. 펑펑 운건 아니지만 목이 턱 메여서 침을 꿀꺽 삼키고, 눈을 껌뻑 껌뻑 하게 하는 감동이 있더라.


그날 나의 어릴 적 꿈 하나가 이렇게 이루어 졌다.

요정들의 나라에나 있는 줄 알았던 그 오로라가 나의 현실이 되었다.

Dreams come tr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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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끝.발. 원정대 자격으로 작성된 포스팅 입니다

| 여행날짜 | 2016.09.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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