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 한들 남망산 조각공원 산책

통영 시민들의 사랑방


싱싱한 활어들이 펄떡거리는 통영중앙시장 옆에는 푸른 바다와 알록달록한 통영 시내를 배경으로 15점의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산이 하나 있다. 이 산의 이름은 남망산인데, 옛날 이 지역 방언으로 은 봉우리를 뜻했고, 통영 시내 남쪽에 있어서 남망이라 불리다가 후대에 자가 추가되었다고 전해진다. 사실 높이가 72m정도로 산이라기보다는 언덕이라는 게 더 어울릴 정도로 작고 낮지만,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확트인 시야와 구석 구석 숨어있는 예술작품들로 통영 시민들에게 일상속의 쉼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숲 사이 사이에 여러 예술작품들이 숨어 있어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정식 입구는 지도상의 왼쪽 끝, 통영시민문화회관으로 오르는 길이지만 차를 가지고 왔다면 이를 지나쳐서 계속 해안쪽 도로를 따라 조각번호 3, 4번까지 간다. 이곳에 커다란 주차장이 있어 차를 대고 공원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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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공원으로 오르는 길



공원으로 오는 시간이 점심시간과 맞물려 근처 횟집에서 점심을 먹으려는 인파로 엄청 복잡했는데,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주변이 고요해졌다. 와이셔츠 차림에 답답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메고,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도 있는 걸 보니 근처에 직장을 둔 사람들은 도시락을 들고와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잠시 여유를 찾는 듯 했다.

우리도 공원 테이블 벤치에 앉아 가볍게 편의점 도시락으로 요기를 떼우고, 공원 산책에 나섰다.

(공원안에 편의점이나 매점은 없으니 근처에서 사가지고 와야 한다.)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


출산 Birth. 앤토니 곰리 Antony Gormley. 영국 England


오솔길을 걷다보니 불쑥 이상하게 생긴 조각상 하나가 나타났다. 선인장 위에 앉아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영국 작가 작품으로 인체와 소우주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제목은 출산. 


은유 - 출항지 Metaphor - The port, 심문섭 Shim Moon Seup, 한국 Korea


산위로 조금 더 올라가면 나타는 이것은 출항지라는 작품으로 만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을 여정을 표현했다. 바다와 배의 이미지에 음과 양, 무한과 유한 등의 동양 윤회 사상을 접목 시켰다고 한다. 


지극히 일반인의 눈이라 작품들을 보며 그런 심오함을 해석해낼 능력은 없었지만 어쨌든 푸른 잔디위에 멋지게 놓여있는 작품들 사이를 산책하니 기분만은 봄빛을 잔뜩 담고, 한껏 밝아졌다.


작품 사이에 우아하게 자리잡은 은행나무 한그루. 은행나무는 가을에 노랗게 물든 모습도 아름답지만 봄철 연한 연두빛으로 새 잎이 날 때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4개의 움직이는 풍경 Motion Pictures of 4 landscapes. 이토 가카미치 Ito Takamichi. 일본 Japan


거울처럼 반짝이는 스테인레스 판들이 회전하며 사계절 다른 모습,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마치 사차원으로 가는 문이라도 열려 공간이 왜곡되어 보이는 것처럼 착시현상이 생기는 작품이라 한참을 이리 저리 쳐다보게 했다. 왼쪽에 있던 오이군이 저쪽 반대편에 가있는 듯 보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헤수스 라파엘 소토 Jesus Rafael Soto. 베네수엘라 Venezuela


앗! 스파게티다!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이것이 오이군이 남긴 이 작품에 대한 첫인상이다. 게다가 나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키타에서 직접 만들어 봤던 이나니와 우동 건조장이 떠오르지 않았다고는 절대 말 못할테니까. (증거 : 이나니와 우동만들기 )



이 작품은 관객이 직접 사이를 돌아다니며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체험하는 곳이라고 한다. 작가의 의도에 부응하기위해 우리도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다녀 보았다. 같은 시간에 있어도 다른 공간에 있는 듯, 바로 옆에서 오이군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그 모습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한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을까? 하긴. 내가 이 공간에 있다고 해서 내가 온전히 이 시간에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마음은 언제나 콩밭에.

그나저나 이거 작가 이름이 지저스, 예수님이네. ^^;;


허공의 중심 The central point in the air. 김영원 Kim young won. 한국 Korea


오이군이 이건 보지마! 라고 외쳐서 돌아보게 되었던 작품.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강하게 하지말라고 외치는 건 꼭 하라는 소리 아닐까? ^^;

삶과 죽음, 정신과 물질 등 이원론적 사고의 대립과 분열을 극복하는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자연 그대로의 인간이 정신세계와 물질세계를 포용하는 순수한 생명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였다고. 인체를 놀랍도록 정교하게 재현하여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들도 감탄할 정도. 그런데 왜 맨 마지막 동상은 머리가 없는거지? 미스테리다.


통영에 가로수로 많이 심어진 종려나무


무제 No title. 자연 Nature


이건 자연이 만든 작품. ^^

통영에 도착했을 때 첫인상이 매우 이국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이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있는 종려나무 때문이었다. 제주도에서 많이 가져와 조경을 위해 심었다고 한다.

남망산 조각공원내에도 종려나무가 많이 있는데, 요즘이 꽃필철이었던가보다. 몽글 몽글 꽃잎은 없고, 수술만 있는 꽃들이 나무마다 탐스럽게 피어있어 이목을 끌었다. 종려나무꽃은 외국에서만 볼 수 있는 줄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꽃을 피우며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니. 이 나무 몇그루가 통영을 더욱 독특하게 만드는 듯 했다. 


 보너스 : 마누라 Wife. 수입오이 Imported cucumber. 스위스 Switzerland


이 사진은 오이군 작품. 

우연작인지 의도작인지 묻지는 않았지만 그냥 마음에 들어서 작품으로 승격. ^^


공원에는 총 15점의 작품이 곳곳에 있는데, 숲길 사이사이에서 보물찾기처럼 만나게 되어 즐거움을 더해준다.


산의 반대쪽 전망. 미륵도에있는 마리나리조트와 국제음악당 그리고 그 뒤로 한산도가 보인다


숲길을 걷고 있다 싶으면 어느새 푸르른 바다전망을 가진 잔디밭이 모습을 드러낸다. 숲길과 잔디밭, 바다 풍경에 예술 작품까지 작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남망산 조각공원에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통영에 오면 꼬옥 들렀다 가야할 필수 포인트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여유로운 신선놀음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들러볼 만 하다.



  감자, 오이의 통영 통영 라이프 : 어느날 점심시간

짦막한 생존보고


벌써 통영에서의 시간이 한달이나 흘렀다.

작지만 있을 것 다 있고, 늘 활기가 넘치며,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으로 우리의 눈을 사로 잡은 도시, 통영. 집 앞에 발만 내딛으면 감탄사를 내 뱉게하는 이곳에서의 시간은 평소보다 빠르게 흐르는 듯 하다. 그냥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오후가 훌쩍훌쩍 지나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매일 창밖을 바라보느라 블로그가 뜸 했던 것은 아니다.

그간 근처 이곳 저곳 구경도 다녔고, 손님도 왔다 갔고, 사이판, 교토 팸투어도 댕겨오고, 원고도 몇개 제출하며 나름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블로그에 늘 마음은 잔뜩 가있지만 슬프게도 손가락 하나 대지 못했다. 


편의점에서 점심메뉴 고를 때면 오이군이 외국인이었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된다. 나는 무조건 쌀밥 도시락과 생수, 오이군은 샌드위치, 피자, 삶은 계란이랑 콜라 ^^;;


이곳 저곳 구경다닌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오늘은 통영에서의 일상의 단편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바로 하루 일과 중 퇴근 시간과 더불어 가장 기다리게 되는 점심시간. 뭐 우리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정상적인(?) 하루의 리듬을 유지하기위해 일하는 시간은 8시 30분 - 19시, 점심시간은 12시 - 14시로 암묵적인 합의를 보고 있다.


풍경 감상하느라 밥은 뭘 먹었는지도 기억이 잘...


점심시간을 두시간이나 잡아 놓은 이유는 바로 이렇게 동네 마실을 다니기 위해서 이다.

우리의 잦은 이사를 전국일주라고 거창하게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주 5일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매일 조금씩이라도 구경하지 않으면 서울살며 주말에 여행다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



햇살 좋은 어느 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업어들고, 통영 여객선 터미널 근처에 있는 남망산 조각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는 시민회관을 마주보고 오른쪽으로 MBC 남부지역본부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 주변에는 이런 테이블과 벤치가 여러개 마련되어 있어 통영 시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이런 이국적인 풍경이라니. 

오이군의 콜라를 뺏어마시며 감탄하고 있는데, 오이군이 포켓피자 하나를 다 해치우고, 샌드위치를 입에 물며 말했다. 

여긴 여지껏 보아왔던 한국이랑 많이 다른데? 남부 유럽어딘가가 떠올라.

그제서야 우리는 통영을 아시아의 나폴라라고 부른다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나폴리 가본적은 없지만 그런거 같네. ^^


당보충하고, 풍경감상하니 자연스래 표정이 저리 되는 듯


이 배경에서는 딱 포카리스웨트나 사이다 같은 걸 마셔줘야 어울릴 것 같은데, 오이군은 남자의 음료라며 검은 패키지의 제로 콜라만 산다. ^^;


그러니까...

우리는 통영에서 증발하지 않았고, 점심도 열심히 먹으며 잘 살아 있다는 뭐 그런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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