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진도의 매력에 풍덩 빠져봐

여기 정말 한국 맞아?!

두 섬이 신비로운 하얀 모래사장 길로 연결된 비진도


통영, 거제쪽으로 오면서 가장 설레였던 것은 통영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주변에 아름답기로 소문난 섬들이 많이 있다는 거였다. 소매물도, 지심도, 내도, 외도, 해금강, 한산도, 욕지도 등등 이름만 들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실 소문난 명소들이 이 주변에 몰려 있다. 


매일 놀러만 다닐 수도 없고...한주에 한섬만 들어가도 통영에 머물기로한 두달이 확 가버릴텐데 어딜 먼저 가지? 

통영은 물론이고 다리로 연결된 미륵도도 구석 구석 볼거리가 많은데, 행복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다 못가게 될 것을 염려해 인터넷을 뒤적이며 여행계획을 짜는데, 어떤 눈부신 열대 해변 사진이 자꾸 검색에 걸린다. 

통영 근처 섬 나오라는데, 왜 자꾸 이곳 사진이...쯧. 검색이 이렇게 후져서야...

투덜 투덜 어딘지나 보자며 사진을 클릭했는데, 어라? 이름이 비진도다. 이름이 참 한국스러운데?

그래서 읽어보니 이 아름다운 물빛의 그림같은 모래사장을 가진 섬은 비진도라는 통영 근처의 섬이 맞다는 것이다. 아니 이렇게 멋드러진 곳을 왜 여지껏 못들어 봤을까나.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런 곳이라면 저 멀리 울릉도 옆에 있다하더라도 시간내서 한번 가볼만 하겠다.

4월의 화창한 어느 날 아침, 통영 여객선 선착장으로 가기 위해 자전거 위에 올랐다. 그런데, 오이군의 자전거 뒷바퀴가 납작하게 바람이 빠져있는게 아닌가. 겨우 2km떨어져 있는 선착장에 차를 몰고 가야하나 잠시 고민하다 그냥 내 자전거에 둘이 올라타기로 했다.


자전거야, 미안해. -_-;

나보다 다리가 쬐에끔엄청많이 길다는 이유로 오이군이 자전거를 몰고, 나는 뒤에 앉아 바닷 바람을 즐겼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자전거는 앞자리보다 뒷자리가 훨씬 불편하다. 바퀴에 발이 끼거나 바닥에 닿지 않게 조심하며 살짝 걸트리고, 내 배낭에 오이군 배낭까지 맨 채 떨어지지 않게 뱃심으로 버티느라 2km가 20km로 느껴졌다. 


그래도 뒤에서 바라보는 우리 신랑 등짝. 넓다란게 든든하네. 므흣... 

음...? 아닌가? 머리가 작은 건가? -_-ㅋ



뒷자리는 앞자리와 달리 길바닥이 울퉁 불퉁하면 살짝 일어나 충격을 피하는 것도 불가능해서 통영 도로의 고르지 못함을 한탄하며 선착장에 도착했다. 나는 나대로 뻐근한 엉덩이를 문지르며 자전거에서 도망치듯 뛰어 내렸는데, 오이군은 오이군대로 긴 다리로 사이즈 작은 자전거 페달을 밝으려니 (그것도 마누라까지 싣고!) 무릎이 아팠던지 한숨을 몰아쉬며 내려왔다. ^^;


통영에서 비진도로 들어가는 배편은 하루에 3번, 7시, 11시, 14시 30분에 있는데, 우리는 게으르게느긋하게 11시 배를 타기로 했다. 티켓은 왕복으로 구입했다. 원래 돌아오는 배는 오후 1시 50분과 5시에 있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5시 밖에 없다고 한다. 돌아오는 배편은 그날 상황에 따라 바뀐다고.

항구도 내항과 외항 두곳이 있는데, 17시는 외항에서 배가 서는 시간이니 내항에서 타려면 알아서 대략 계산해서 기다리라고 한다. ^^;; 돌아오는 배는 외항-내항 순으로 서는데, 두 항구 사이의 이동시간이 5분이 채 걸리지 않으니 놓치고 싶지 않으면 그냥 확실하게 내항에서 타더라도 17시 전에 가서 대기하는게 좋겠다.


비진도 배편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포스팅 맨 아래를 참고해주세요.



따뜻한 바닷 바람이 귓가에서 노래를 하고, 통영항의 하얀 건물들은 파란 바다와 대비되어 더욱 희게 빛나며 눈을 황홀하게 했다.

아. 매일 매일 새롭게 반하는 통영. 어쩜 이렇게 기분 좋은 분위기를 풍기는 걸까.

.



내가 이렇게 배 주변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열광하고있을 때 오이군은 춥다고 꽁꽁 싸매고 앉아 스맛폰과 놀고 있었다.

아놔, 자연을 좀 보라고 자연을~

어릴적 내게 부모님이 하셨던 소리를 오이군에게 늘어 놓자 힐끗 눈을 들어 대충 둘러보고 영혼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오.오 진짜 멋지다.

로봇인줄 알았네. -_-; 안으로 들어갈까?

응!

-_-;;;;


배는 하루 세편 중에 11시 것만 사이즈가 큰 것으로 실내에 좌석이 있다. 오전 7시, 오후 2시에 출발하는 배는 소형 여객선으로 실내가 온돌식이다.


알록달록 경쾌하게 칠해진 내항마을과 햇살에 반짝이는 남해의 바다


약 40여분쯤 되자 비진도에 거의 다 왔다는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비진도에는 내항과 외항, 두개의 선착장이 있는데, 배는 내항에 먼저 서고, 외항을 거쳐 매물도로 간다. 우리는 내항마을에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하려고, 첫번째 항구인 내항에서 하선하기로 했다.



항구에 도착하니 봄빛 어린잎이 가득한 산과 남해의 푸른 바다가 자그마한 내항마을을 포옥 감싸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평일이라 이곳에서 내리는 사람은 5명이 전부. 커다란 카메라를 둘러멘 청년이 경쾌한 셔터소리를 메아리처럼 달고는 배에서 내렸다. 알록달록 등산복 차림의 중년 부부가 다정하게 팔장을 낀채 앞서고, 감자와 오이가 심호흡을 하며 배를 떠나자 여객선은 힘찬 모터소리를 흩뿌리며 그새 항구에서 멀어져 갔다.


푸른바다색과 너무 잘 어울리는 내항마을 선착장의 새빨간 등대


고요함.

뱃소리가 사라지자 주변이 놀라울만치 고요해졌다. 이렇게 조용한 곳에 있어본지가 얼마만이던가.

그리고 잠시 후 정적에 익숙해지자 사실 이곳은 다른 종류의 소리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잔잔한 파도소리, 부드러운 봄바람소리, 꾀꼬리의 낭랑한 울음소리.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한 내항승선장 / 마을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맞아주는 내항선박출입항신고소




항구앞 구멍가게. 배 기다리는 동안 캔커피하나, 어떠세요?


내항마을은 작고, 평범한 어촌일거라 상상했는데, 생각보다 관광객의 입김이 많이 닿은 모양이다. 상상하던 그 작고 평범한 어촌에 알록달록 색동옷이 입혀져 있었다. 건물들이 빨강, 파랑, 노랑 원색으로 칠해져 있어 사진속에서 봤던 남미의 어떤 골목이 떠올랐다. 가본적도 없는 남미가 왜 이순간에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기분 좋은 느낌의 마을을 조금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느긋하게 11시 배를 탄 댓가로 서둘러서 해수욕장이 있는 외항마을로 향했다.



내항마을에서 외항마을로 가는 길은 약 1.2km의 바닷가를 따라난 언덕이다. 은근한 오르막이지만 차도 다닐 수 있게 잘 닦여있어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특히 가면서 만나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사극에서나 들어봤던 꾀꼬리 소리가 가깝게 들려 힘든 줄 모르고 걷게 된다. 


사랑밖에 난 몰라! 하트가 쏱아져 내리는 듯한 덩굴식물



하늘을 올려다 보면 푸른 하늘과 연두빛 숲 풍경에 나도 모르게 아아아~~ 소리를 내고 있다. 한해 중 숲이 가장 예쁠 때가 4-5월이 아닐까 싶다. 온통 밝은 연두빛으로 가득한 봄 숲.


내항마을은 깨끗하게 정돈된 느낌의 작은 어촌이다


이때가 4월 중순이었는데, 통영시내는 이미 지고 없는 벚꽃이 이곳에서 한창이었다. 섬이라 바람이 많이 불어 기온이 살짝 낮은걸까?


※ 혐오 곤충사진 경고. 아래 사진은 취향에 따라 기겁하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참 풍경에 취해 걷다가 길 한가운데서 무서운 것을 발견했다. 어릴 때 어머니 따라 경동시장(서울에 있는 약재시장)에 갔다가 상점 앞에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기겁했던 지네가 있는게 아닌가. 이녀석은 밤에 기어나왔다 변사를 당해 길에서 마른 듯 한데, 야생에서는 처음봐서 징그럽지만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내가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구경하다 사진까지 찍었더니 오이군이 도무지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다며 고개를 설레 설레 저으며 가버렸다. 

흐익, 같이가, 자기야. 쟤가 갑자기 살아나서 나 물면 어떻게 해!



가는 길 내내 오른쪽으로 충복도라는 작은 섬이 보인다. 푸른바다위에 독야청청 있는 작은 무인도라 오염도 없고, 소음도 없고. 씨알 좋은 물고기가 많이 있을 것 같다. 말보다 낚시를 먼저 배웠다는 풍문을 들으며 자랐을 만큼 낚시를 너무나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딸이다보니 저런 곳을 보면 자연스레 아버지와 낚시가 떠오른다. 정작 현실은 여전히 꿈틀거리는 미끼도 못끼우고 기겁하지만. ^^;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비진도 해수욕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가는 모래길이 밀물과 썰물에 잠기지도 않고, 항상 열려있는거지? 게다가 한국에 저런 새하얀 빛깔의 모래사장이 있다니.

명소에서 좀처럼 기념사진 같은 것을 안찍는 편인데, 여기는 너무 멋져서 흥분하다 나도 모르게 오이군에게 카메라를 안기고 포즈를 취하게 됐다. 

자기야, 배경 다 필요없고, 나만 이쁘게 찍으면 된다. (음...?)




발걸음도 가벼워 룰루랄라 걷다보니 그새 외항마을 입구에 도착하게 되었다. 마을 입구에는 노오란 유채가 한들 한들 방문객을 맞이했는데, 사람들이 유채때문에 섬 반대편 숲으로 자꾸 들어가는 모양이다. 이쪽은 등산로와 길이 없다는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이쪽이 마을길. 내항마을보다 외항마을이 조금 더 큰 듯 하다. 그래봐야 두 마을을 합쳐서 인구가 2백명 전후라고



어느 담벼락에 난 창문. 그 창 밖에는 돌고래가 하늘을 날고 있다. 그걸보는 내마음도 두둥실 함께 날아 가는 듯





외항마을도 내항마을과 마찬가지로 색색깔로 단장하고 있어서 밝고 경쾌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아직은 휴가철이 아닌 평일이라 한적하지만 여름이 되면 피서객들의 웃음소리로 곳곳이 매워질 것 같다. 오래된 것에 예술적인 감각들이 결합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 각도와 포즈만 잘 잡는다면 인생샷을 하나 건져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오이군의 바다를 향해 내달리는 발걸음이 워낙 바빠서 따라가기만도 벅찼다. ^^;



마을은 동쪽부터 서쪽까지 가로지르는데 2-3분도 걸리지 않는다.

골목 사이로 보이는 푸르른 바다.

저곳만 지나면.



짜잔.

이런 희고 고운 모래가 드넓게 펼쳐진 해변이 나타난다.

여름에도 좋겠지만 햇살좋은 봄에도 좋은 듯. 사람이 없어서 이 넓은 해변이 다 내것인양 즐길 수 있으니까.



금강산도 식후경.

그래서 그렇게 빨리 걸었던거야?

일단 가방속의 짐도 줄일 겸, 가벼운 샌드위치로 우리만의 세레모니를 했다.

섬에도 작은 음식점들이 있지만 해산물이 주류라서 오이군은 해산물을 아예 안먹고, 나도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미리 샌드위치, 김밥, 계란등을 챙겨왔다. 



무지 차가왔는데, 사진찍겠다는 일념하나로 버텼다. 엄청난 정신력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


드디어 샌드위치 세레모니가 끝나고, 비진도의 투명한 바닷물을 느껴볼 시간이다.

끄아아하....

엄청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느끼는 시간은 1분이 채 안되었다. 4월의 남해물은 스위스 빙하녹은 물이 만든 시내에 발을 담갔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물에 닿는 순간 발끝에 전기가 오르는 듯 하고, 금새 발까락이 브론즈 동상처럼 굳어 버리며, 몸통은 닭으로 변신한다. 엄청나게 차갑다는 이야기. ^^;


 참고사진 : 알프스에는 봄에 눈과 빙하가 녹은 물들이 산아래 시내를 이루는데,  들어가서 이 포즈 잡고, 빛의 속도로 달려나왔다. 표정관리따위 할 시간 없었으나 바닥에 얼어붙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느껴졌음 (2009년 다보스 근처)




서울에 사는 동안 자연스레 서해를 많이 찾게 되어서 오이군에겐 한국의 바다=황해의 공식이 성립하는 모양인지 새삼스럽게 한국의 바다도 이렇게 이쁘다며 놀라와 했다. (울진에서 다이빙도 하고, 제주도 우도도 댕겨왔음에도 거긴 외국같이 느껴지는 모양...)

하긴, 나조차도 여기는 한국이 아닌 것 같다며 신기해 했으니까.

섬이 워낙 작아서 성수기에 사람이 몰리면 좀 복잡할 것도 같지만 여름에 꼭 다시 와서 저 물에 시원하게 첨벙 첨벙 담궈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변은 약 550m 정도로 긴 편이다. 해변의 서쪽은 모래사장, 동쪽은 자갈밭이라 물놀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채집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일행으로 섞여있어도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기대 이상으로 좋을 줄 알았으면 졸려도 7시 배 타고 오는 건데...^^;


해변부터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비진도 가는 법]

요금  왕복 15,000원 (2016년 5월 기준, 성수기에 10% 추가)

문의  055-645-3717

예매  한솔해운 hshaewoon.co.kr

시간표  

평일 | 통영 - 비진도  7시, 11시, 14시 30분 / 비진도 - 통영  9:30, 13:50, 17:00 

주말 | 통영 - 비진도  7시, 9시, 11시 10분, 13시 5분, 15시 5분 / 비진도 - 통영  9시 30분, 9시 50분, 12시, 14시, 16시 

통영에는 배타는 곳이 두곳 있습니다. 비진도행은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입니다. 마리나리조트가 있는 유람선 터미널이 아니라 서호시장 앞의 여객선터미널로 가셔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위와 같은데, 통영으로 돌아오는 배편은 그날 그날 바다 상황에따라 시간이 조금씩 바뀌거나 횟수가 줄기도 합니다. 저희는 돌아오는 배가 17시 밖에 없었습니다. 미리 여객선 터미널에 전화하셔서 그날의 배편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비진도까지는 약 40분이 걸립니다만 그날의 상황에따라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연결 교통편의 일정을 여유롭게 잡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비진도에는 내항과 외항 두개의 항구가 있습니다. 내항이든 외항이든 티켓 가격은 동일합니다. 해수욕장과 전망대만 가시려거든 외항에서 내리시면 됩니다.

티켓은 통영항에서 처음부터 왕복으로 구입할 수도 있고, 편도로 구입했다가 돌아오는 표는 배안에서 구입하셔도 됩니다만 좌석확보를 위해 미리 구매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여행날짜 | 2016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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