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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angwon | 강원도
알프스 소년, 용평스키장과 처음 만난 날
2009. 1. 2. 10:14

 

           

알프스 소년,

용평 스키장에 가다

 

 

"감자, 한국의 스키장은 어때? 눈이 많이 안오는데, 눈이 없어도 스키장을 열어? "

 

알프스 소년, 오이군의 순진한 질문이다. 눈이 많이 와서 겨울에는 동네 뒷산에서도 스키를 탈 수 있는 스위스에서온 오이군으로서는 당연히 한국 스키장은 인공눈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모른다. 인공눈으로도 충분히 신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말에 잔뜩 호기심에 찬 오이를 위해 스키장행 급 결정, 장소는 슬로프가 길면서 과하게 멀지 않은 용평으로 낙찰.

원래는 당일치기를 결심했으나 간김에 아기자기한 펜션에서 둘만의오붓한 바베큐 파티도 열기로 했다.

'최대한 간소하게 살자'를 삶의 모토로 두고 있는 오이군 덕분에 뚜벅이 커플인 오이와 감자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용평에 갔는데, 가격도 부담없고, 맘먹으면 당일치기도 할 수 있게 운영되고 있어서 꽤나 편리하다. 대신 탑승인원이 많지 않은 곳은 보통 새벽 5시-6시가 출발 시간이므로 감자와 오이도 본의아니게 아침형 야채로 일일전향. 해도 안뜬 어두운 겨울 아침, 꾸벅꾸벅 졸며 버스를 기다렸다. 

 

 

 

 

 

 

           

알프스 소년에게

빌려줄 부츠는 없습니다

 

뜨끈한 셔틀 버스에 올라타 정신없이 자다보니 어느새 용평이라며 내리라고 한다. 아침 잠 많은 오이군도 눈위를 날아갈 생각을 하니 설레였는지 총알같이 일어나 장비 대여소로 갔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오이군이 한국에서는 신발을 살 수 없는 '대(大)발'이라는 사실을 깜빡한 것이다. 유럽 사이즈로 47, 우리 식으로 환산하면 약 300mm 정도로 신발타고 뱃놀이 가도 될 정도의 사이즈인것이다. 그러다보니 장비대여소에 그런 신발이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보드 부츠 찾아 여기저기 헤메이다 겨우 살짝 사이즈가 작은 부츠에 발을 꾸역꾸역 밀어넣고 리프트에 앉았을 땐 해가 저어만치 떠올라 있었다.

 

얼굴을 때리는 찬바람과 발이 횡한 높이에 심장을 졸이며 리프트를 타고 있는 나에게, 오기군은 '한국은 왜 이렇게 리프트가 느리냐'며 조급해한다. 그러고 보니 스위스는 한국보다 리프트 속도가 빨라 안전벨트에 집착하는 나에게는 롤러코스터보다 무서운 존재이다.

 

 

그에 비해 손잡이도 안잡고, 하트 만들었다가 손 흔들었다가 난리법석인 오이군. 맞은편에서 조마조마 바라보는 감자의 심장 소리가 발 아래 스키 타는 사람에게도 들렸을 것 같다. 

 

 

 

 

           

스위스 산타,

한국의 태백산맥에서 날아오르다 

 

드디어 정상. 겨울산은 시끌벅적한 스키장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이런 평화로운 풍경으로 우리를 맞이 했다.

 

아름다운 풍경앞에 한없이 행복해지는 나.

스키나 보드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 타지도 못하는 나는 정상 풍경에 몰두 한다.

 

 

그러나 오이군은 눈탈 생각에 풍경은 안중에 없는 듯. 오늘의 컨셉인 '산타 보더', 준비 완료. 5살때부터 거의 모든 어린이들이 스키캠프에가기 때문에 일단 대부분의 스위스 사람들은 스키나 보드를 탈줄 아는데다가 오이군은 여름에 여름잠자고, 겨울에 깨어나는 겨울형 야채, 눈밭에 던져지면 에너지가 두배로 부스트되는 듯, 보드위에 얹어지자마자 신기루 처럼 사라졌다. 

 

 

최고급 코스도 동네 집 앞 걸어가듯 자연스럽게 훌쩍 내려가는 오이군. 오늘은 그다지 눈밭에서 구르고 싶지가 않아서, 이렇게 곤돌라에서 도촬중인 나에게도 쌩쌩 내려가는 스위스 산타가 보는 것 만으로도 신이 났다. 꼭 손가락 움직임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는 남편이어서가 아니라, 팔랑팔랑 빨간 산타 모자가 멀리서도 잘 보이니 수많은 사람 속에서도 찾아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랄까.

 

 

 

 

 

 

           

겨울 태백산맥의 매력

 

그러나 감자는 정상적인 야채로 겨울에 겨울잠을 잔다. 특히 눈밭에 던져지면 동작이 거의 정지 한다. 리프트는 1회권만 끊어서 정상 구경용으로만 이용하고, 오이군의 개인 사진기사로서의 임무를 다한 후 조용히 따뜻한 차 한잔과 겨울 태백산맥 감상모드에 돌입했다. 아침이라 구름이 아직 올라가지 않고 봉우리 사이 사이 걸려 있어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스키장을 꼭 스키를 타러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산 꼭대기의 절경을 힘든 등산과정을 거치지 않고 구경할 수 있지 않은가. 물론 등산도 좋지만 가끔 게으른 여유를 부리고 싶을 때, 곤돌라 1회권을 이용하여 산 정상에올라 커피한잔과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내려올때는 산을 타고 내려올 수도 있고, 하루 편안하게 여유를 즐기고 싶으면 그냥 타고온 곤돌라를 그대로 타고 내려가면 된다.

 

 

저어 멀리까지 산 그리고 또 산.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말, 이렇게 보니 정말이었구나~

 

 

풍력발전용 풍차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마치 작은 바람개비가 팔랑 팔랑 손을 혼드는 듯,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기분좋게 돌아간다.

 

 

 

 

           

서비스 강국, 

대한민국

 

 

실컷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를 부리다가, 이제 혼자 보드타던 오이군이 슬슬 지칠 무렵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약속도 없이 마주친 우리, 싱글족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마치 이산가족 상봉처럼 요란한 랑데뷰에 성공했다. 이제 펜션으로 가서 바베큐를 구울 시간!

 

 

이것이 바로 오이군이 제일 궁금해하던 눈 뿌리는 모습. 이 넓은 스키장을 채울만큼 눈을 만든다는 것에 너무나 신기해 한다. 나는 거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을 옆에서 이리 신기해 하니 나도 새삼 다시보게 되더라. 그래, 자연의 한계를 극복해내는 사실 엄청나게 멋진 기술이었어! 갑자기 한국이 자랑스럽다. ^^;

 

플랫폼에 마련된 보드나 스키틈에 끼인 눈을 청소하는 압축공기 호스를 보고도 감동하는 오이군.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인데, 생각해보니 스위스에서도 뉴질랜드에서도 스키장에서 이 압축공기 청소 호수를 본 적이 없다. 역시 우리나라, 서비스의 천국. 이 모든 당연하게 느꼈던 소소한 서비스들이 살 때는 전혀 몰랐는데, 해외에 나가서 없으니 격하게 그립더라. 스위스에서는 다 털리지 않은 눈이 녹아 트렁크를 적시며 집에 가곤 했으니 말이다.

 

인공눈 보딩에 대한 오이군의 소감을 한마다로 요약하자면 '꽤 괜찮았다. ' 였다. 물론 막 내린 포근 포근한 자연눈같지는 않지만, 살짝 다져진 자연눈과 텍스쳐가 비슷했다고. 스위스에서도 눈이 오는날이나 온 직후 스키장에 가지 않으면 대부분 이와 비슷한 조건이므로 스위스 소년, 한국 스키장 만족. 슬로프도 생각보다 길어서 재미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오이군의 한국 스키장 탐방을 마치고 우리는 오늘의 '로맨스'파트, 자작나무 펜션으로 향했다. 

 

 

 

 

 

 

           

로맨틱한 밤,

자작나무 펜션

 

용평 스키장 근처의 픽업서비스를 해 주는 펜션을 고르느라 우연히 발견한 자작나무 펜션. 친절하고, 매우 예의바른 주인아저씨가 밝게 웃으며 픽업을 해주셔서 첫인상이 좋았는데, 도착 후 펜션을 보고 바로 사랑에 빠진 야채들은 이곳을 단골 리스트 첫번째에 올릴 수 밖에 없었다. 픽업과 드롭 서비스는 용평스키장 뿐만 아니라 알펜시아, 횡계터미널에서도 받을 수 있다.

 

 

방 이름이 색이름으로 되어있는데, 그 색에 맞춰 데코레이션이 되어있다.

우리가 머물렀던 오렌지룸은 원형 으로 된 방에 아기자기한 데코레이션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감동적이었던 것은 여지껏 갔던 그 어느 펜션보다도 깨끗했다는 것. 그 어느 고급 호텔보다도 깨끗하고, 산뜻한 방은 물론 욕실 바닥에까지 난방이 되는데, 털이 복슬 복슬한 카펫까지 깔려 있어서 욕조에서 우아하게 와인과 핑거푸드를 놓고, 영화속의 한장면을 연출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원룸임에도 침대가 있는 부분은 분리가 되어 있어 더욱 아늑한 느낌을 준다. 특히 베게가 너무 폭신하고 편안해서 아침에 침대를 떠나는 일이 다이어트 하는 것 만큼 어려웠다.

 

 

오이군도 한국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어느곳에서도 본적이 없다며 감동하고 또 감동. 차를 즐겨마시는 야채들은 차 한통을 들고 갔는데, 녹차와 홍차, 쿠키는 무제한으로 리필해줘서 들고갈 필요가 없었다.

 

 

 

 

           

자작나무 펜션 200% 즐기기

 

 

01  /바베큐 파티

 

 

당연히 펜션의 매력은 야외에서 즐기는 바베큐파티. 우리도 미리 준비해온 고기와 소세지, 아스파라거스를 들고 바베큐 장으로 갔다. 겨울에는 춥지 않도록 실내 바베큐장을 마련해 놓는데, 바쁘지 않으신지 주인아저씨가 직접 고기를 구워주셔서 너무 황송했다. 고기를 예약할 때 미리 예기하면 준비해 주시는데, 예약을 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살 수는 없는 모양이다. 우리도 가져간 고기가 모자라서 여쭤봤으나 주문이 없어서 준비해 놓으신게 없으시다고. 아쉽지만 오늘은 소식하고, 건강하게 살기로 했다.

 

 

02  /영화같은 화보 찍기

 

 

펜션의 밤은 크리스마스 불빛으로 유럽의 어느 크리스마스 마켓에 와 있는 듯 했다. 우리는 황홀한 풍경에 취해 추운줄도 모르고, 몇시간을 눈밭에서 구르며 사진도 찍고, 벤치형 그네를 타며 시간을 보냈다.

 

아쉬운건 이 아름다운 풍경에서 우리를 한컷에 담을 방법이 없었다는 것. 간편히 오느라 삼각대도 없었고, 눈밭에 카메라를 놓기도 뭐해서 결국은 고민끝에 찾아낸 방법으로 완성한 커플샷.

눈썰미 있으신 분들은 이미 눈치 채셨 듯이 원래는 아래와 같은 사진이다.

 

 

각자 찍어 합성하기. 열악한 장비덕에 화보같은 사진은 찍을 수 없었지만 그 나름의 낭만이 묻어나는 사진이 남았다. 정원이 어느 곳에서 찍어도 영화같이 나올만큼 센스있는 소품들로 가득차 있어서 밝은 낮에는 누구나 멋진 사진을 가득 남겨갈 수 있을것 같다.

 

 

03  /얼음썰매 타기

 

펜션앞엔 냇물이 흐르는데, 겨울에는 이곳이 꽁꽁 얼어붙어 조금만 걸어 물이 넓어지는 곳으로 가면 얼음 썰매를 탈 수가 있다. 우리도 이튿날 아침, 어렵사리 포근한 침대에서 빠져나와 얼음 썰매를 즐기러 갔다.

 

 

감자도 오이도 처음 타보는 얼음 썰매. 생각보다 쉽지 않았으나 일단 손에 익으니 한시간 대여가 짧게 느껴질 만큼 재밌더라. 가격은 시간당 2천원. 이날은 감자양의 가족도 도착해서 함께 신나게 얼음썰매를 즐겼다.

 

 

 

용평스키장 셔틀버스 예약
ski.purplebus.co.kr/busYp/

자작나무펜션
jajaknamoop.com

※ 여행일자 : 20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