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전남으로, 남도홀릭으로 다시 태어나다

매력 포인트 콕콕 집은 남도 2주 여행 코스 두번째 이야기


  창녕 - 생명으로 가득찬 신비로운 우포늪



저 물밑에는 수천만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부식층이 있다고 한다. 살아있는 자연사박물관, 우포늪


언젠가 한국의 아름다운 여행지 100선을 보다가 단번에 나를 사로 잡은 사진 한장이 있었다. 개구리밥이 가득한 호수위에 고즈넉하게 떠있는 배 한척. 그리고 그 위에 기다란 노를 든 채 서있는 어부. 사진의 분위기가 어딘지 너무나 신비롭게 느껴져서 한참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저 가느다란 노로 안개낀 호수 위를 천천히 저어 가면 어느샌가 이승이 아닌 또 다른 세계에 도착해 있는 것은 아닐까. 모자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어부는 얼굴이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백지처럼 없는 건 아닐까.

그 몽환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던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경남 창녕에 있는 우포늪이라고 했다. 



차량과 이륜차 등이 통제되어 있는 우포늪 주변에는 수풀이 무성해서 신비로운 느낌을 더한다


그런데, 그렇게 나에겐 임팩트가 있는 사진이었음에도 우포늪이란 단어는 재빠르게 내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리고 말았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기 전까지.

2주간 남해안을 돌려고 대략적인 루트를 구상하느라 지도를 보고 있었는데, 번뜩 창녕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 왔다. 그와 함께 떠오르는 우포늪의 신비로운 풍경. 머릿속에 온통 그 풍경이 꽉 차면서 더 고민할 것도 없이 우포늪을 일정으로 끼워 넣었다. 



남도의 바닷가만 따라 돌려고 했는데, 동선이 약간 틀어졌지만 아쉽지 않을만큼 우포늪은 아름다왔다. 호주 다윈 근처에서 보았던 늪지대들이 떠올랐는데, 악어가 없다는 것이 살짝 다르다 ^^;

일부 구간은 자전거도 허용이 되서 우리 양파(자가용)가 낑낑대고 짊어지고 온 자전거로 더운날 여행에 기동력을 더했다. (현지 대여도 가능)


다만...

기대하던 어부가 조각배타고 다니는 풍경은 우리가 출발했던 생태관 쪽이 아니라 늪의 북쪽인 마을로 가야 볼 수 있다고. ( 엉엉. )

이곳은 보존 지역이라 아무나 물고기와 우렁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허가를 받은 마을 주민 몇명만 이곳에서 어업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마을에 살고 있다. ( 당연하지, 어부가 생태관에 살리가 없잖아! -_-; ) 

우리는 네비에 우포늪이라고 찍었더니 생태관쪽 주자장을 가르쳐 줘서 아무생각없이 따라 갔는데, 늪이 생각보다 넓고 ( 우포늪 보호구역은 우포늪 뿐만 아니라 그 주변 목포, 사지포, 쪽지벌까지 모두 포함), 자전거 통제구간이 있어서 늪을 한바퀴 돌아 보려면 걷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날이 이미 너무 더웠고, 우리는 간식거리를 준비하지 않아서 (늪이 이렇게 큰줄 몰라서 휙 돌아보고 나오려고...) 어부가 배타는 풍경은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만 했다. -_-;


.



  삼천포 - 엄한 곳의 대명사, 삼천포의 엄하지 않은 풍경



우포늪 다음 여행지는 남해였다. 원래 계획대로 남도의 남쪽 해안선을 따라 가려고 창녕에서 쭉쭉 내려왔더니 진주, 사천을 거쳐 삼천포로 빠지게 되었다. 

엄한길로 들거나 이야기가 산으로 갈 때 자주 언급되는 삼천포. 표현 속에나 나오는 줄 알았던 삼천포가 진짜 존재하는 지명이었다니. 몇달 전 이웃 블로거 Raycat님이 삼천포 대교 사진을 올리셨는데, 그게 이쁘기도 했지만 그 지명을 가진 동네가 진짜 있다는게 놀라와서 한번 쯤 가보 싶었다. 


(삼천포로 빠진다는게 무슨 사자성어나 중국 설화 같은 것에서 유래된 표현인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근대에 사용하게된 표현이었다. 조선시대, 일제시대, 60년대 등등 민간 어원설이 다양해서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모두 다른 곳을 가려다가 길을 잘못 들어 엄하게 삼천포에 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첫날은 너무 늦게 도착해서 대충 찾은 오묘한 분위기의 모텔에서 잠 자기에 바빴고, 아쉽게도 다음 날은 안개가 잔뜩 끼고, 비가 부슬 부슬내려서 삼천포 대교가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대로 새로 생긴 듯한 풍차공원에 올라 뿌우연 삼천포 앞바다를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풍차공원과 삼천포 앞바다에 버려진 듯한 선박들, 등대, 바다 위에 떠있는 작은 섬 몇개, 소소하지만 삼천포는 실수로 도착하는 곳이라는 오명과 달리 비오는 날도 나름 운치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남해 - 뜬금없이 공룡? 가인리 공룡발자국



삼천포 대교 건너 모개섬 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해 풍경. 아쉽다, 하늘이, 물빛이...


삼천포에서 남해로 넘어가는 길은 세개의 섬, 모개섬, 초양도, 늑도를 연결하는 네개의 다리다. 모양이 제각각인 네개의 다리를 건너면서 섬들도 지나가게 되는데, 그 섬들은 현재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공원을 조성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래 이 날은 그 섬들을 가볍게 구경하려고 했는데...영 하늘이 찌뿌드 하고, 흐린 것이 도무지 여행할 맛이 나지 않았다. 슾도 높은 공기는 무겁고, 안개낀 대기는 불투명해서 시야도 좁고, 푸르러야 할 남쪽 바다가 회색빛으로 뒤덮혔고...

낡이 맑았더라면 더없이 매력적인 여행지였겠지만 오늘은 그냥 곧장 남해로 가기로 했다. 내일은 밝은 해가 뜨기를 기대하면서...



그렇게 남해로 건너오니 숙소로 바로 가기엔 시간이 너무 이르다. 여행을 왔는데, 이거 그냥 숙소에서 숙소로만 이동하기에는 좀 아까운 것 같네?

그래서 눈에 띄는 갈색 표지판(갈색 표지판은 관광지 표시판이다)을 하나 무작정 따라가기로 했다. 첫번째 눈에 들어온 것은 가인리 공룡발자국.

남해에도 공룡이 살았구나. 뭔가 생뚱맞은 느낌이 들었으나 우리는 홀린 듯 이 표지판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안내 표지판이 끝나는 지점에 도착했으나 발자국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잠시 헤메이다가 드디어 갯바위 위에 선명하게 찍힌 단풍잎 모양 발자국을 발견했다. 이 외에도 코끼리 발자국 같은 것도 콩콩 찍혀있고, 여러 종류의 공룡들이 지나간 흔적들이 돌 위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기도 하지. 대체 이걸 보고 공룡 발자국이라는 걸 누가 처음 눈치 채서 연구를 했을까.



  남해 - 당케 슈니츨! 독일(오스트리아) 가정식 백반, 슈니츨의 매력에 빠져봐



남해의 오래된 농촌주택을 수리하여 재탄생한 당케 슈니츨


이날 숙소는 창선도의 모상개해수욕장 근처로 잡으려 했건만 전화를 해보니 펜션 주인께서 오늘 어디 갈 일이 있으셔서 펜션문을 닫으셨단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신 분일세... 알려지지 않아 인적이 드문 해수욕장이라기에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도 늦어가고, 그 앞의 유일한 펜션은 오늘만 휴업이래고. 오늘은 어째 여행운이 따라주질 않는다. 에라이 밥이나 먹자.


숙소를 독일마을로 변경하고 가는 길목에 음식점을 검색했더니 가정식 슈니츨을 만드는 집이 있다고 한다. 오래된 시골집을 수리한 곳으로 테이블이 네개밖에 없는 작은 레스토랑인데, 젊은 부부가 운영을 하고 있다. 



이것이 바삭, 깔끔했던 슈니츨


오랜세월 오스트리아에서 살았던 아내분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동부 등지에서 많이 먹는 슈니츨을 요리하시고, 상냥함이 뚝뚝 떨어지는 남편분이 서빙을 하신다. 굉장히 양질의 기름기 없는 부드러운 고기로, 튀김임에도 느끼하지 않은 맛과 바삭한 식감이 일품이었고, 거기에 주인장님의 상냥함과 아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더해져 삽질만 연속인 하루를 포근하게 다독여 주는 느낌을 받았다.



  남해 - 이 계절에 피는 모든 꽃이 한자리에, 원예예술촌



원예예술촌 내 작은 상점


전날은 남해의 푸른 산과 아름다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펜션에 머물렀다. 며칠째 모텔의 콤콤한 담배냄새와 함께 잠을 자다가 간만에 깔끔한 펜션의 상쾌한 분위기 속에서 깨어 났더니 창문열고 디즈니 공주처럼 양쪽으로 팔벌리고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공주삘 받은 김에 아예 꽃밭으로 가서 춤도 추기로 했다. 



독일마을 옆 원예예술촌에서라면 진짜 공주 드레스를 입고 돌아 다닌다 하더라도 이상해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유럽 풍의 집들 사이사이에 이 계절에 피는 꽃이란 꽃은 전부 모아 놓은 듯.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거대한 정원에서 공주병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곳이다. 

그나저나 이 마을 안에는 카페나 레스토랑도 있지만 일반 가정집 같은 곳도 있던데, 이렇게 내 집 주변에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사진을 찍어대면 불편하지 않을까.



  남해 - 독일마을에서 더듬어 보는 독일의 맛!



독일마을에 왔는데, 독일식 소세지와 맥주한잔을 빼놓을 수 없지. 그러나 냉동 패티와 양배추가 안습이었던 햄버거는 다음엔 빼 놓기로 한다.

진짜 독일이나 그 주변의 나라들에서는 소세지를 주문하면 맛난 빵도 서너게 딸려 나오는데, 여기서는 후진 식감의 모닝롤 하나만 달랑 주어져서 빵도 없어 소세지 네개를 먹느라 짜고, 느끼해서 그리 독일 분위기가 나지는 않았다. 대신 정말이지 사방으로 확~트인 남해의 전망만은 지구 최강이라 시원한 맥주 한잔에 전망을 위해서라면 열번이고 되돌아 갈 것 같다.



  남해 - 초등학교의 변신은 무죄, 해오름예술촌



유럽 숲속의 고성을 떠올리게 하는 여기는 어디일까?

놀랍게도 이곳은 오래된 초등학교이다. 폐교된 이후 여러 예술가들의 손길을 거쳐 지금같은 모습에 이르렀다.



실내에는 골동품이나 도자기, 그림, 현대미술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체험도 해 볼 수 있다. 이층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는 방패와 투구, 갑옷 등이 있어 입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근데, 남자인 오이군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내가 갑옷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내친김에 근육을 좀 키워봐야 할까봐. -_-;



  남해 - 한번쯤은 럭셔리 하게, 남해 힐튼 리조트



아하하하하. 꺄르르.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 숙소로 들어서는 순간.


올해 초에 호텔조인이라는 사이트에서 이벤트로 남해힐튼리조트의 제일 작은 객실을 2인 조식포함 15만원에 판매한 적이 있다. 뭐 웬만한 펜션 숙박비에 호텔조식까지 포함이라는데 혹하지 않을리가 없지 않은가. 성수기엔 그렇게 비싸도 자리가 없어서 못들어 간다는 바로 그 리조트. 다만 몇개월 뒤의 머나먼 날짜의 여행을 미리 예약하게 되는거라 그때 이곳에 갈 여건이 되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됐지만 일단 싼맛(?)에 불쑥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우리 이곳에 두 발을 디뎠다.



그런데, 리조트가 바닷가에 있어서 인피니풀 (수영장 경계선이 바다와 맡닿아서 마치 바다에서 수영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수영장) 같은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수영장에서는 바다가 거의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아직 비수기라 그런지 수영장옆 바에서 칵테일을 주문했더니 칵테일이 30분이 걸려서 본관 건물에서 배달이 오질 않나, 칵테일이나 스낵 등은 수영장 주변에 놓인 비치의자에서 마실 수 없다지를 않나 리조트 수영장 분위기가 전혀 나질 않네...


아쉬운 마음에 수영장은 포기하고, 본관 건물에 있는 레스토랑 테라스로 갔다. 다행히 여기에서는 기대하던 환상적인 바다 풍경과 일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기분이 업된 우리는 오후부터 해질 때 까지 이곳에서 3시간 정도를 빈둥거리며 사진을 찍고, 칵테일을 홀짝였다.

가끔은...아무것도 안해서 더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는 곳도 있다.



객실은 가장 작은 원룸 객실이라고는 하지만 크기가 35평이나 됐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보다도 큰 원룸이라닛. 이불도 어찌나 포근한지 아침에 오이군이 둘둘 말고, 가져가겠다고 앙탈을 부려서 잠시 당황 ^^;

야외수영장이 조금 아쉬운 것 빼고는 객실, 산책로, 음식 그 무엇하나 흠잡을 곳 없는 훌륭한 리조트였다. 



  남해 - 다랭이 마을...의 흔적 -_-;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오늘은 남해의 하이라이트를 구경하는 날이었다.

힐튼 리조트에서 포근한 아침을 맞이하고, 남해의 절경을 가슴에 담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차서 남해를 벗어나는 일정.

그 첫번째로 남해의 얼굴마담, 다랭이 마을을 찾았다.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른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그러 현실은...



다랭이논밭 사이를 걸으며 만난 풍경


안개가 가득껴서 저편에 바다가 있는 건지, 내가 하늘에 붕 떠 있는 건지 알수가 없었다.

어제 그렇게 맑던 하늘이 오늘은 구름뒤로 숨어 좀처럼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구름이 왜 점점 땅으로 내려오나. 

실망에 가득차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논 사이를 걸어 다녔는데, 이게 나름 분위기가 좋구나. 그러나 전체적인 풍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 주기에는 2% 부족했다.

특히 오이군에게 보라! 이 멋진 대한민국을! 하며 자랑하고 싶었는데, 전망대에 도착하는 순간 그가 이게 뭔대? 하는 표정을 지어서 마음이 산산조각이 났다. ㅠ_ㅠ

꼭 다시 돌아와 오늘의 뿌연 기억을 리셋해 주리라!



  남해 - 구름속의 산책, 금산과 보리암



금산 정상. 원래는 오이군 앞으로 푸르른 남해바다와 한려수도해상공원의 멋드러진 섬들이 툭툭 펼쳐져야 한다


두번째 하이라이트는 금산과 보리암이었다.

그러나 안개 자욱한 날 산꼭대기에 있는 보리암이 바다보다 전망이 좋을 리가 없었다. 

알면서 왜 그랬을까...

안개때문에 전망이 없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무언가에 홀린 듯 금산으로 향했다. 당연히 꼭대기는 마치 구름속을 산책하는 듯 온 세상이 원근감 없는 흰색으로 가득했다. 남해 제일의 비경이라는 금산의 전망도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ㅠ_ㅠ



금산 정상보다 살짝 낮은 보리암에서는 그나마 안개가 흘러다녀서 맞은편 산인지, 바다 건너 섬인지가 보여서 아쉬움을 달래줬다. 이러니 금산이 그리 높은 산이 아닌데, 마치 중국 설화속에 나오는 산봉우리를 걷는 신선된 것 같아서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애써 위로해 보았다.



  남해 - 금빛(?) 상주 은모래 해변



세번째 남해의 하이라이트는 상주은모래해변.

모래가 햇살에 희게 빛난다는 드넓은 해변인데, 시간이 늦어서 노을로 붉게 물들어 은모래라기보다는 금모래라는 표현이 맞을 듯 ^^

그래도 진작 여기로 와서 수영이나 하고 놀껄 싶도록 물이 잔잔하고 맑았다. 어쩜 바다에 이렇게 파도가 전혀 없을 수가 있는거지? 바람없는 날의 호수처럼 잔잔하고, 얕아서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좋은 해수욕장인 듯 하다.



당황했나보다. 양 집게발을 고이 접고, 눈만 빼꼼히 뜬채 움직이지도 않는다. 사진 몇방 찍고 바닥에 내려놨더니 빛의 속도로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해가 거의 져서 좀 쌀쌀하기에 수영은 접어두고, 모래를 가득 메운 꼬마게들과 놀다가 남해의 여행을 마무리했다. 


아...그러나 남해여행은 아쉬워, 아쉬워. 뭔가 너무 아쉬워.

언젠가 꼭 돌아오고 말겠어!



  남해 - 밤에 피는 장미, 남해대교



원래는 이날 하동에서 자려고 했는데, 아쉬워서 결국 남해를 떠나지 못하고, 남해와 하동의 경계선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남해대교 근처에는 모텔이 많은데, 웬만하면 모두 창밖으로 화려한 남해대교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근처에는 이순신 장군이 3개월간 모셔져 있었던 충렬사와 실제 크기로 복원해 놓은 거북선이 있다.



  남해 - 남해의 기상, 충렬사



아침에 눈을 떴더니 새파란 하늘이 되돌아 왔다. 반갑구나. 그런데, 하루만 일찍 오지 그랬니?

잠시 금산과 다랭이 마을에 다시 갔다 올까하는 유혹이 손을 내밀었으나 멋진 다음 여행지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 정말 아쉽지만 남해는 이쯤에서 떠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충렬사만 보고.

충렬사는 통영에도 있는데, 모두 이순신 장군을 모신 곳이다. 특히 남해 충렬사는 이순신 장군이 3개월간 안치되어 있었던 가묘가 남아 있어 그 의의가 깊다.



  순천 - 순천만에서 남도의 밥상을 엿보다



마지못해 남해를 벗어나 순천에 도착했다.

순천만을 보러 왔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특히 이날같이 햇살이 전투적으로 내리 쬘 때는 든든히 먹어주지 않으면 감자와 오이 사이에 야채전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상다리 휘어지기로 소문난 전라도에서 밥한끼를 먹어 주지 아니 할 수 있겠는가.


멀리가긴 귀찮아서 순천만 앞에 있는 남도밥상집에 갔는데, 반찬이 많고, 적음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라는 걸 이곳에서 깨달았다. 간장게장, 매운게장, 게볶음, 벌교꼬막, 코다리가 있어서 나에게는 진수 성찬이었으나 오이군은 위 열거한 그 어느것도 반찬으로 쳐주지 않으므로 먹을 것은 된장국과 나물, 부침개가 전부라며 남도 밥상이 푸짐하다는 건 유언비어라고 했다. ^^;; 보쌈도 나왔는데, 오이군은 수육도 기름기 없는 살코기만 먹어서 오동통한 비계가 두툼하게 붙어 있었던 삼겹살은 고기가 아니랜다. 날씬한 애들은 다 이유가 있다니까...



  순천 - 거대한 자연앞에 작아지는 나, 순천만



순천만.

정원 박람회를 할 때부터 오고 싶었는데, 거리도 시간도 여의치를 않았다. 

입맛만 쩝쩝 다시며 인터넷에서 보아왔던 수많은 사진들. 사진들...

기대를 잔뜩 품고 오면 실망하기 마련인데, 여긴 놀랍게도 기대 이상의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다. 특히 규모가 크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방대할 줄이야. 거대한 자연 앞에 하염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고찰하게 되는 곳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둥근 지형을 만들며 자라나는 갈대들. 어찌나 넓은지 한 프레임안에 이곳의 웅장함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점심 먹고나서부터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순천만의 그 아름답다 소문이 자자한 붉은 노을이 물 건너 가 버렸다.

용산 전망대 위에서 바람을 느끼며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뿌우연 하늘위로 어슴프레 지는 노을을 보며 아쉬워 하는 사진사들의 한숨 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온다. 서울에서 이거 찍으려고 어렵사리 월차를 내고 오셨다며 혀를 끌끌 차시는 분도 있었다. 자주 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보니 그 아쉬운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간다. 나 역시 이곳의 그 멋지다 소문난 노을을 언제 볼 수 있을 지 기약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선명한 노을이 없더라도 순천만은 충분히 감동의 탄성의 내지르게 할 만한 멋진 곳임이 틀림없다.



  순천 - 낙안읍성에서 악성 오이군으로 다시 태어나다 



포스만은 무형문화재


이틑날 아침 우리는 순천의 또다른 명소, 낙안읍성으로 향했다. 

낙안읍성은 삼한시대부터 이름만 바뀌어가며 유지되어 왔던 마을로 현재까지 조선시대 성터가 부서진 곳 없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곳은 서민들이 실제로 거주해 왔으나 현재에는 상점이나 음식점, 전통문화 체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는 가야금, 서예 등 몇가지 문화 체험을 하였는데, 오이군이 가야금 소리에 푸욱 빠져 가야금을 사달라고 졸라서 매우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격은 둘째치고, 두달마다 이사다니는 삶에 가야금이라니. 우리의 조그만 애마, 양파(차종이 레이)가 이삿짐 + 자전거 두대에 가야금까지 실으면 파업선언할까 두렵다.

언젠가 한곳에 정착하게 되면 오이군은 가야금을, 나는 하프를 구비하고, 마당에는 유기견, 유기묘를 잔뜩 풀어 놓아 키우자며 다독여 주었는데...그 정착해서 사는 때는 대체 언제가 되려나?



성위에 오르면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 온다. 

으시대던 양반들의 마을이 아니라 평범한 서민들이 모여 살던 초가집 마을이라 더욱 정감이 간다.



  보성 - 싱그러운 녹색 물결의 향연, 보성녹차밭



 숙소 테라스에서 본 풍경. 왼쪽 구석에 감자 있음


낙안읍성이 땡볕이라 오븐구이 감자와 바짝말린 오이가 되어서 숙소를 물색했다. 어디가 되었든 에어콘이 빵빵하기만 하면 된다 했는데, 어쩌다보니 에어콘 없이도 닭살이 쫙쫙 돋게 시원한 숙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초록잎이펼쳐지는 세상이라는 보성에 있는 민박집인데, 산비탈의 녹차밭 위에 있어서 숙소쪽으로 돌아서는 순간 엄청나게 맑은 느낌의 바람이 전신에 닭살을 선사했다. 어떻게 이렇게 공기가 다를 수 있는거지?

숙소 자체는 사실 그렇게 깨끗하지 않았고, 시설이 낙후한 편이었는데, 전망이 챔피언 급에다가 상쾌한 녹차밭의 공기와 투숙객에게 제공되는 양질의 무료 녹차가 이곳을 생각하면 엄치를 척 치켜 올리게 해 주었다.



이곳은 바베큐장이 숙소 방문앞 테라스인데, 이곳에 투숙하면서 바베큐를 하지 않는다면 왕만두를 사서 속을 다 빼내고 먹는 것과 다름없다. 가슴 탁트이는 풍경을 반참삼아 녹차밭의 상큼한 공기와 바베큐의 구수한 향기가 섞이는 그 아름다운 순간을 꼭 경험해 보시기를 바란다. 밤새 먹어도 상쾌해서 배안부를 것 같은 느낌 ^^



  완도 - 눈을 크게 뜨고! 명사십리해변



터덜 터덜 걷던 오이군이 갑자기 초집중해서 무언가를 보기 시작했다


기나긴 여행의 (포스팅의) 끝이 보인다.

2주간의 남도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는 완도였다. 완도도 볼거리가 한가득이지만 이번에는 가볍게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이나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내일은 안동, 원주, 통영에 이어 대망의 네번째 머무르기 여행지로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이날 다시 먹구름이 우리를 따라와 깨끗한 여행의 마무리(자연 세차)를 해주겠다며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물에 들어가면 젖으니 부슬비 따위야 해수욕의 장애물이 아니었지만 구름끼니 기온이 떨어져 영 물에 들어 갈 맛이 나질 않네...이번 여행에서 해수욕은 어째 연이 닿지 않는 듯 하다.

그래도 숙소에서만 데굴거리기는 너무 아까와서 잠시 비가 멈춘 틈을 타서 해변을 산책 했는데, 시큰둥 하던 오이군이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오이군의 이목을 끈 비키니 여인네들


그것은 바로 여자! 그것도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

무슨 촬영중인 듯 했다. 드론이 날라다니고, 여인네들은 날도 쌀쌀한데, 저 차림으로 해변을 끊임없이 달려다녔다. 줌으로 당겨보니 여자분들이 키가 전부 작은 것이 수퍼모델이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아닌 것 같고, 광고인가? 갸우뚱 하고 있는 사이에 오이군은 이미 저만치 가있네. 마누라 눈치 슬금 슬금 보며 불나방처럼 자꾸만 촬영장 쪽으로 간다. -_-;

어쨌든 덕분에 나름 인상적인 여행의 마무리가 되었다. ^^


이로서 2주간의 떠돌이 라이프를 멈추고 내일은 다시 2개월간 멈춰살 곳으로 떠난다.

겨우 두달 살거라 온전히 우리 집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매일 잘 곳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생긴다니 집으로 돌아가는 듯 설레이는 기분이 들었다. 여행이라는 건 떠날 때도 좋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도 좋은 거니까.



하트를 꾹 눌러 집없는 커플의 전국일주를 응원해 주세요 ^^

신고

©

모든 사진과 게시글 내용은 포스팅 URL 링크 공유만 가능합니다. 스크랩, 복제, 배포, 전시, 공연 및 공중송신 (포맷 변경도 포함) 등 어떤 형태로도 토종감자 수입오이의 세계여행 블로그 소유자, 심상은에게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용허가 신청방법은 다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용허가신청방법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