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오이, 자전거 타러 가자.

오이  진짜? 눈이 안녹아서 미끄러 질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어디로 갈까?

감자  나, 바다를 보며 자전거를 타야겠어.

오이  헉... 바닷바람에 얼굴에 동상걸리겠다. T_T

감자  남쪽은 좀 덜 춥지 않을까? 눈도 녹았을꺼야. 남쪽으로 가자.



우리는 별 고민없이 군산 선유도로 향했다. 참 단순한 이유로 여행지가 결정되었다. 덜 추울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남쪽을 향했고, 여름에 한번 가 본적이 있어 길을 안다는 이유로 군산을 정했으며, 그중에 안가본 곳을 가야한다며 선유도를 지목했다. 자전거 하나 타러 조금 멀리가는 감이 있었지만 어쨌든 여행갈 명분이 생겼다. 룰루 랄라, 그렇게 매섭고, 얄밉던 겨울 바람이 콧속에 들어오는 느낌도 여행갈 때는 다르구나~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날씨가 살짝 애매하다. 해가 떴다, 비가 왔다, 구름이 끼었다, 바람이 불었다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주며 우리에게 자랑이라도 하고 있는 듯 하다. 비오면 자전거는 고사하고, 선유도로 가는 배가 뜨기는 하는 걸까? 신나게 내려가고 있는 중간에 예약해 놓은 배편이 결항됐다고 문자오는건 아닐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군산 새만금 유람선 선착장으로 향했다.



볼때 마다 그 규모에 새삼 놀라게 되는 새만금 방조제를 지나 군산 유람선 선착장 도착. 다행히 날씨란 녀석이 이번에는 햇살 비추기 기술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오예~' 를 외치며 오이군과 발랄하게 선착장으로~

유람선은 군도 주변을 유람하는 A코스, 군도를 둘러보고, 선유도에 1시간 머무를 수 있는 B코스, 군도유람+선유도 4시간 머무르는 C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너무 늦지 않게 서울로 돌아오려고 B코스를 예약했다. 코스는 두 회사, 새만금 유람선과 군산 유람선 모두 동일하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즐기고 있는 건지 괴로와 하는건지 알수 없는 표정으로 이곳에 늘어져 있었던 오이군이 오늘은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평소 사진을 잘 찍지 않는데, 본인의 스마트 폰으로 열심히 사진도 찍고, 콧노래도 흥얼 흥얼~ 덩달아 감자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오이군과는 달리 여름에는 활기가 넘쳐 흘러 보였던 선착장이 오늘은 뭔가 쓸쓸한 느낌이다. 그것이 바로 이 겨울바다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고즈넉한 쓸쓸함. 겨울이야 말로 관광객에게 시달리지 않고, 이 넓은 바다가 전부 나 혼자만의 것인양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드디어 빨강, 파랑, 노랑의 알록 달록한  유람선이 경쾌한 기적소리를 한번 울리고 출발했다.




고군산도

섬사이로 빛나는 햇살의 유희



고군산도 유람이 시작되니 구름에 가려져 있던 해가 싱그럽게 바다위로 빛나기 시작했다. 배 가장자리에 앉아 상쾌한 바람과 기분좋은 바다내음을 만끽하던 우리의 발등위로 떨어지는 햇살. 역시오길 잘했다. 찌뿌둥한 날씨에 망설였었는데...

여행이란 것은 미루면 안된다. 내가 떠나고 싶은 바로 그 순간이 여행을 떠나기에 최고의 순간이다. 떠나서 무엇을 보게되든지, 내가 가고 싶다고 느낀 그 순간에는 마음이 최고로 열려 그 모든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소중히 느껴줄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설사 비가 주룩 주룩 온다 하더라도, 내가 떠나고 싶었던 그 날의 비는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여건이 되는 때를 기다린답시고, 차일 피일 미루면 못떠나기가 십상이고, 떠난다 하더라도 처음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그 순간의 이유는 이미 사라져 있기가 보통이다. 게다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서 떠난 여행 중에 맞닥들인 비는 오랜기간 준비한 보람없이 여행을 망치는 얄미운 비가 되버리는 것이다.






섬 주변은 모두 김 양식장으로 하얀 공들이 푸른 바다에 점점히 떠 있어 특이한 풍경을 자아낸다. 이곳은 경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보면, 새만금과 함께 멋진 풍경을 자아낼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군산 비행장을 이용하는 경비행기 투어가 진짜 있는 모양이다. 음, 또한가지 할일이 늘었군...

양식장 사이에 배를 타고 이동하며 열심히 작업을 하고 계신 어부 네분이 섬 을 배경으로 한폭의 그림이 되어 주셨다.




작은 섬하나를 차지하고있는 공업용 설비인듯 한데,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이 생각나더라. ^^;





길게 늘어진 섬 한가운데, 마치 문같이 생긴 동굴이 있어 사진을 찍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유람선 선장님께서 이곳이 선유도 남문이라 불리는 곳이라 설명을 해 주신다.

이곳에서는 카약 투어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섬사이를 항해하고, 동굴아래를 지나보면 섬이 더 신비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지난번에 캐나다 벤쿠버 아일랜드 북쪽에서 일주일간 씨카약 캠핑투어를 한 적이 있는데, 지형이 이곳과 비슷해서,  문득이곳에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개인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있어도 투어를 진행하는 회사는 없는 것 같다. 그럼 카약을 사야한다는 소린가? 주, 주머니가...내일부터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선유도 인어 등대. 이곳도 사이렌의 전설처럼 고운 노랫소리에 홀려 가까이 다가가면 소용돌이에 휘말려 침몰하나 싶었지만, 그건 아닌것 같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가 매우 가까이 돈다.




이 섬은 보는 순간 감자양을 앗! 하게 만들었는데, 선장님의 설명도 없고, 오이군에게 말해보았지만 호응을 안해준다. 저 섬, 코끼리가 코를 앞으로 주욱 늘어뜨리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오이군, 안그래? 응? 응?

침묵하는 오이군. (-_-)







남국에서의 자전거 여행

따뜻함이 그리운 어느날



드디어 선유도에 도착, 배에서 내리니 이런 귀여운 투어카트가 올망졸망모여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단체로 이용할 경우 인당 오천원이고, 카트 한대를 대여하면 한시간에 3-5만원 선이라고 하는데, 귀엽게 생긴 녀석들의 외관에 혹해서 자칫 오늘의 목표를 잊을 뻔 했다.  자전거, 자전거. 정신을 집중하고, 섬에 하나밖에 없는 대여소를 향했다.




대여소로 가는 중에 신기한 선착장이 눈에 띄었다. 환타지 영화처럼 길이 물속으로 나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예술작품처럼 일부러 길을 이리 많들었나 싶어 어떻게 건너가야 할까 잠시 고민해 보았으나, 가만히 보니 여름에 태풍등으로 길이 뒤틀린 듯 했다. 




배에서 내려 마을쪽으로 이백미터쯤 걸으면 이렇게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자전거는 일인용과 탠덤이 있는데,  우리는 각자의 개성이 강해 탠덤을 타면 중간에 의가 상할 확률이 다분한 관계로 각각 한대씩 자전거를 맡았다. 대여료는 한시간에 3천원, 하루종일 만원.




아아~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자전거 투어가 시작됐다. 내 마음대로 갈 수 없었던 버스와 배에서 풀려나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되니 마음도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섬 이곳 저곳을 뛰놀기 시작했다. 기대한 대로 바닷가임에도 불구하고 기온이 서울보다 온화한 듯했다. 아니면 기분이 좋아져서 모든것이 부드럽게 느껴졌을까? 사진찍느라 지체하는 동안 오이군은 이미 뒷모습이 점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자기야, 같이가~ 로맨스 몰라? 로맨스?

겨울이라 시들어버린 야채밭사이를 감자와 오이가 신이나게 달린다.





지금 내가 섬위에 있는것인지, 바다위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물위로 난 길을 달렸다. 두 봉우리가 우뚝 솟은 망주봉은 나른하게 햇살을 쪼이고 있는 고양이의 귀 같아 보인다. 이번엔 오이군도 동의 ^^







섬에 있는 내내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이 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바닷가를 따라 평평하게 난 기분좋은 길은 몇시간을 달려 이곳까지 내려온 것이 가치있는 일이었다고 속삭이는 듯 했다. 오르막 길이라고는 바로 위 사진의 작은 언덕이 전부. 





이곳은 선유 팔경의 하나인 명사십리 해수욕장이다. 지금은 물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물이 빠지면 유리알 같은 모래가 넓게 펼쳐친다고 한다. 남국의 해변에서 보던  야자수 잎으로 만들어진 파라솔까지 설치되어 있어 분위기를 더한다. 이번 여름에 일박 이일로 휴가를 와서 자전거로 섬 구석 구석을 둘러보고, 저 해변에서 해수욕까지 하면 좋을 듯.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이곳을 가득 메울테지만 말이다. ^^




섬에는 수도물이 아니라 해수를 담수로 정화해서 거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었다. 작년 여름 여수 엑스포에서 해수담수화시설을 이용해 정수한 물을 맛본적이 있었는데,  깨끗하고, 달콤한 물맛이 아주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 기술로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도 담수를 공급해주고 있다니 인류가 개발해 낸 기술 중 전기의 이용 만큼이나 위대한 기술이 아닌가 싶다. 어서 더 많은 담수화 시설이 아프리카 곳곳에 생겨 더이상 그들이 선택할 수 없었던 자연환경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는 불공평함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선유도는 해수욕장을 사이로 두고 두 쪽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우리는 지도에서 오른쪽 아래로 이어지는 쪽에 있는 선유도 선착장에서 부터 해변을 따라 올라가, 명사십리(선유도 해수욕장)를 지나서 장자대교까지 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사진도 마음껏 찍고, 여유롭게 구경하면, 왕복 한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다. 여유가 되면 섬들이 모두 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 대장도, 장자도, 무녀도중 몇곳을 둘러봐도 좋겠다. 60년전 까지만 해도 천해의 요새인 항구 덕분에 태풍등의 자연재해를 피하기 좋은 장자도가 가장 풍요로운 섬이었다고 한다. 선유팔경중 하나인 장자어화는 장자도가 풍요롭던 시절 섬 주변에서 밤에 불을 켜고 고기잡이를 하던 모습을 일컷는다고 하는데, 이제는 볼 수 없어서 아쉽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중간에 오이 군이 사라졌다. 전화를 하니 걱정말고 계속 가라고 한다. 감자양은 중간 중간 사진을 찍는 관계로 전진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오이군이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 믿고 갔는데, 오분이 넘어도 나타나지를 않는 거다. 잠시 멈춰서서 오이군을 기다리는 사이 지나가던 기러기때.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운 V자를 열심히 찍고 났는데도, 여전히 오이군은 깜깜 무소식. 다시 전화를 해보니 다급하게 끊으라고 한다. '뭐지?' 뭐냐고 계속 물으니 '배터리이~' 하더니 전화가 끊어졌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감자를 따라잡은 오이군, 사라졌던 이유가 황당하다.

멋진 풍경이 나타나서 사진이 찍고 싶은데, 스마트폰 배터리가 떨어져서 아쉬워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길가 전신주에 이유는 모르겠으나 전선과 플러그가 밖으로 나와있었고, 오이군은 길에 멈춰서서 전화를 충전했다. 5분뒤 사진한장 찍고, 인터넷에 올릴만한 전력이 충전되었을거라 판단하여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걱정이된 감자양이 전화를 하였다. 설명을 하자니 길어져 배터리가 방전될것 같아 급히 끊으라 하였으나 걱정된 감자양은 전화를 끊어주지 않았다. 결국 인터넷은 고사하고, 사진도 찍기전에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었다. 이 설명을 하며 감자양을 째려보는 오이군.

감자의 스마트 폰 배터리는 90%가 채워져 있었고, 찍어서 사진을 바로 핸드폰으로 옮길 수 있는 와이파이장착 카메라도 있었는데, 구태여 길에서서 본인의 전화기를 충천을 하고 싶었던 오이군의 의도는 미스테리지만, 오이군, 어쨌든 미안. ^^;




선유도의 노을

감자, 오이, 충전 완료!



돌아오는 길, 구름이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어서 하늘을 가득 채운 끝없는 구름이 얼마나 웅장하던지. 서울로 돌아온 뒤 잊고 살았던, 수평선이 이 보이는 넓은 하늘이다.




해수욕장 길에는 작은 무대도 있어서 여름이면 작은 공연들이 열리는 듯 했다. 지금은 텅 비어있지만 한여름밤의 열기와 즐거움이 곳곳에 묻어있는 듯 하다.




긴 해수욕장을 따라 바람이 쌓아놓은 모래 언덕. 그 어떤 인공물도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조형물이다.







이렇게 선유도는 가는 순간까지 아름다운 노을로 우리를 환송해 주었고, 우리는 하얀 파도를 힘차게 뿜으며,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어 기분좋게 서울로 돌아왔다.




TRAVEL INFORMATION


군산 정보  

tour.gunsan.go.kr


선유도 정보  

www.sunyoudo.com


새만금 유람선 

Tel. 063-464-1919

www.ariul-tour.com


군산 유람선  

Tel. 063-442-8845, 2788


월명 유람선  

Tel. 063-445-5735

www.wmmarine.com/


각 회사별로 계절마다 운항시간이 다르므로, 미리 홈페이지에서 시간표를 확인해서 가자. 승선권은 온라인으로 예매가 가능하다. 가격은 회사마다 동일.


A코스 고군산도 유람, 15,000원

B코스 고군산도 유람+선유도 1시간, 20,000원

C코스 고군산도 유람+선유도 4시간, 30,000원




※ 여행일자 : 201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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