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목욕재계는 왕의 온천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용출 온천


목욕재계로 지난해의 묵은 때를 벗어 버리고, 새마음 새각오로 한해를 맞이하리라!


새해 첫날은 많은 사람들이 목욕을 한다고 한다. 뭔가 깨끗하게 새시작을 하는 의식같은 개념인데, 올해 우리도 목욕재계로 한해를 시작하기로 했다. 기왕이면 특별한 날이니 상쾌한 바깥공기를 마실 수 있는 노천온천에서. 

사실 겨울에 소복히 눈이 쌓여 운치가 펑펑 쏟아지는 노천온천은 옆나라 일본이 제일이겠으나 지금 명색이 국내일주 중인데, 옆나라에서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이 탐탁치 않았다. 그래서 이때 머물던 안동에서 가장 가까운 국내 노천온천을 물색했더니 수안보가 딱 떨어지더라. 왕의 온천. 예로부터 왕들이 건강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해서 왕의 온천이라 불리는데, 새해 시작으로 적절한 선택인 것 같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새해 첫날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그 이야기는 뒤에 하기로 하고, 일단 우리가 묶었던 수안보파크호텔의 이모저모를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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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보는 고려사에도 그 내용이 거론되는 유서깊은 온천지역이다. 조선시대에는 태조 이성계가 피부염 치료를 위해서, 숙종이 요양을 위해서 이곳을 찾았다는 내용이 있다. 그래서 왕의 온천이라 불리는데, 70년대에는 신혼여행의 대명사였고, 80년대에는 가족여행으로 인기 몰이를 했다고 한다. 나도 어릴적에는 우리나라에 온천은 수안보 밖에 없는 줄 알았었으니까.


그러나 다른 말로 오래된 온천은 시설도 오래되었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수안보에 있는 온천들은 요즘 새로 나오는 호텔이나 스파들처럼 화려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는 않는 듯 하다. 한화리조트와 한국 도자기에서 운영하는 수안보파크호텔이 그 중 제일 큰 편인데, 둘다 리뷰를 보니 시설이 오래되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 중에서 우리는 수안보파크호텔이 조석식이 포함된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어서 선택했는데, 그 유명세에 비해 호텔은 정말 평범하다. 모텔에 가까운 느낌. 이불이라도 하얗고 푹신한 것을 구비해 두었더라면 조금 더 호텔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았을까.



우리는 트윈룸이 산쪽으로 더 아름다운 전망을 갖고 있다고 해서 트윈룸을 선택했다. 9년 넘게 남편이랑 같이 살고 있는데, 뭐 하루쯤 같은 침대에서 자지 않는다고 큰일날 것도 아니니 ^^;

객실은 인테리어도 평범, 욕실도 평범. 청결도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베란다가 꽤 마음에 들었다.

넓직한 공간에 벽돌로 만들어졌는데, 저 멀리 산을 배경으로 일출을 구경할 수 있다.



작은 테이블 하나와 의자를 구비해 두었더라면 여름에는 차 한잔 하며 여유를 즐기는 멋진 장소로 활용될 듯 하다.

아니면 옆 객실과 분리하는 벽을 더 높이고, 노천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욕조를 비치한다면 더 고급 온천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베란다가 엄청 넓어서 공간은 충분히 있는데 말이다.



베란다에서 본 2016년 1월 1일 일출. 아쉽게 구름이 껴서 선명한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상쾌한 전망을 가지고 있다



지붕 기와 위에 맺힌 성애가 아침 햇살에 보석처럼 빛났다. 올해도 이처럼 빛나는 한해가 되기를!



호텔 시설로는 온천장과 레스토랑, 카페, 편의점 그리고 한국 도자기 매장이 있다. 도자기에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쌓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실내수영장도 있는데, 여름철에만 운영한다고.



조식과 석식이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제공이 된다. 원래는 한쪽이 더 힐 레스토랑, 맞은편이 테라스 나인 카페라는데, 그냥 아무대나 가서 앉으면 된다. 카페쪽이 창이 바깥으로 나 있어서 전망이 더 좋다.

원래 조식은 해장국과 서양조식 중 고를 수 있는데, 이날은 1월 1일 특별 이벤트로 조식 부페가 제공 되었다.

그러나...음식 퀄리티가 많이 부족해서 차라리 단품 메뉴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수안보 파크호텔 카페. 조, 석식이 이곳에서 제공된다



패키지에 포함된 석식.

메뉴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한식과 양식 리스트 중 아무거나 고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불고기버섯전골을 골랐는데, 음식이 상당히 평범한 편이다. 반찬은 조금 싱겁고, 딱히 신선한 느낌도 들지 않아서 조금 실망. 서빙된 그릇도 약간 청결도가 떨어져서 컵은 교환을 요청해야 했다.

석식으로 먹은 버섯전골과 조식 부페만을 놓고 보면 음식은 기대에 못미치는 것 같다. 

대신, 카페 테라스 나인의 분위기와 전망은 좋아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하며 담소를 나누기에는 괜찮다. 호텔이 숲속에 위치하고 있어서 날이 따뜻할 때 테라스 바깥 쪽에 앉으면 힐링여행으로 그만일 것 같다.



 수안보파크호텔 노천탕 전경 (사진 출처 : 충주시청)


이 호텔의 메인은 온천 아니겠는가. 수안보 온천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 용출온천으로 53℃이고, 약알칼리성을 띈다. 여러 미네랄이 많아서 피부병과 부인병, 위장병, 신경통 등에 효과적이고, 바로 용출된 물은 마실수도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안보 온천수는 중앙집중관리를 하고 있어서, 충주시에서 직접 물을 뽑아 수질관리를 하고, 호텔과 대중탕에 제공한다고 한다 하니, 수질도 믿을만 한 것 같다.

 

이용객이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관계로 충주시청에서 제공한 사진을 가져왔다. 

노천온천이 있다는 것 하나 보고 이 호텔을 선택했는데, 생김새는 위의 사진과 동일하다. 전망도 벌떡 일어서면 감상할 수 있겠으나 목욕중인 관계로 너무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것은 삼가했다. 온천장은 2층에 있는데, 바로 아랫쪽에는 사람들이 막 돌아다니는 곳이기 때문.

실내 온천장은 그냥 아주 평범한 목욕탕이고, 청결도는 별로였다. 구석 구석 물때도 많고, 비누가 녹아 흩어져 있었으며, 머리카락도 많아서 그렇게 상쾌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얼른 목욕을 마치고 오늘의 메인 노천 온천으로 옮겨갔는데...

이곳에서 내 평생 가장 쇼킹한 새해 세레모니를 하게 될 줄이야.



  내 생에 최고로 강렬했던 온천의 기억

새해 액땜? X물에서 목욕재계한 사건

내가 맞이 하고 싶었던 새해는 그랬다.

조용한 노천온천에서 시원한 겨울 바람을 얼굴에 느끼면서 뜨끈한 물속에 앉아 지난해의 묵은 때를 벗어 버리고 싶었다. 차분히 명상하듯 한해를 준비하며, 개운해진 몸과 마음으로 신나게 올해 여행을 이어가리라.

뭐 그런데, 사실 한국 온천에서 이런 차분한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조금 어렵다. 온천이라고 해도 목욕탕과 다를 바 없어서 전반적으로 어수선 하기 마련. 깔끔떠는 일본인들과 성향도 달라서, 목욕탕에 의자와 바가지가 자로 잰듯 각맞춰 놓여있는 일본 목욕탕과 달리, 한국은 바가지 날아다니고, 물 사방으로 튀고, 애들 뛰고, 아주머니들 큰소리로 수다 떠시고...남탕에서는 막 나체로 윗몸일으키기에 팔굽혀펴기, 점핑잭까지 하면서 운동하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오이군이 손가락에 꼽은 한국 컬쳐쇼크 중 하나. 목욕탕에서 나체로 운동하는 아저씨들. ^^;


어쨌든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니 뭐 그런 점은 그러려니 한다. 게중에 목욕탕이 좀 깨끗하게 관리된 곳이 있는데, 이 호텔은 별로 그렇지는 못해서 아쉬웠지만 어쨌든 오늘의 목표는 노천온천에 앉아 하늘을 보며 쉬는 것 아닌가. 실내 목욕탕 컨디션이 아무려면 어떠랴.

깨끗이 실내에서 샤워를 마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노천탕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신년 휴일이다보니 이용객이 많았는데, 그래도 나 하나 끼어 앉을 자리는 남아 있기에 종종 걸음으로 물속에 발을 딛었다. 

어매 뜨거운거. 

차가운 공기에 오싹해 졌던 피부가 뜨거운 물이 닿으니 잠시 추운지 더운지 정신을 못차리다가 그새 안정이 되어 마음이 푸근해 진다. 

아~조쿠나아. ^^

뜨거운 욕탕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하는 나이가 됐다는게 새삼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는 절대 아주머니들이 사우나 좋아하는 걸 이해 못할 줄 알았는데, 쑥쓰러워서 찜질방도 못가던 내가 제발로 온천을 찾아 왔다. 게다가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오다니...기대하던 산 풍경이 안보여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하늘이 시원하게 보여서 기분이 한없이 좋아졌다. 옆에 앉은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어느동네 집 값이 뛰니 그쪽에 분양을 받아야 하네 어쩌네 등의 소재를 놓고, 이야기 꽃을 피우셨지만 잠시 후 그 소리도 저어 편으로 멀어 지는 듯 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시원한 겨울 공기를 느끼며 사색에 잠겼다.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내가 물속에 있는건지. 공중에 떠 있는건지.

눈을 감았더니 감각이 아득해 지며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그래. 이게 바로 원하던 새해의 첫날이지.

근데, 그때 갑자기 맨살이 팔에 슥 닿는 느낌이 든다. 흐익. 정말 이지 소름 쫙 돋는 기분나쁜 느낌에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어떤 4-5살 되어보이는 꼬마애가 물이 뜨겁다며 호들갑을 떠느라 이사람 저사람 부딛히고 난리가 났다. 아. 애구나. 뭐 그럴 수도 있지. 너그럽게 그 애에게 자리를 좀 만들어주고,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사색에 잠겼다. 다른 여자아이가 하나 더 들어와 아까 걔랑 물 가운데서 첨벙거리고 노는 바람에 훨씬 더 산만해졌지만 그것도 마음을 너그럽게 먹으니 별로 거슬리지 않더라. 

저런건 부모가 주의 좀 줘야 자기 애가 어디가서 이쁨 받는건데...애들도 놀러와서 좋은가부지 뭐. 저들의 인생이니 신경 끄고 나는 나의 세계로.

다시 눈을 감고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데, 이번엔 조금 하이톤의 어떤 아줌마가 내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 이게 뭐야?

그말에 옆에 있는 아주머니가 호응하는 소리가 들린다. 

응? 저게 뭐지?


뭐. 신경쓰지 말자. 나는 나의 세계로...

그냥 눈을 감은 채 여유를 즐기려고 애쓰는데 주변에서 웅성 웅성 하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뭐야. 진짜 이게 방금전까지 없었는데, 갑자기 떠올랐어.

저 애기들 중 누가 하나가 그런거 같은데?

에이씨. 그거야 아니야.

나갈까?


뭐...뭐지?

이쯤되면 나도 궁금해져서 눈을 뜰 법도 한데, 오늘은 웬지 끝까지 그냥 나만의 힐링을 즐기고 싶었다. 그냥 눈을 감고 끝까지 신경쓰지 않으려 하는데, 갑자기 옆에서 촤라락 소리가 나며 아주머니가 벌떡 일어나는 느낌이 난다.

에이. 찝찝해. 나가자.

그 소리와 함께 우르르르 탕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에이, 진짜. 뭐냐고오!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해 눈을 떠 봤더니 문으로 우르르 들어가는 아주머니들의 뒷모습이 보이네? 잠시 어리둥절 하다가 뭔가 섬짓해져서 물 가운데를 봤는데, 미심적은 물체가 물살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게 보였다. 아직 상황판단이 잘 되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물 밖으로 뒷걸음질 치며 나왔는데, 그때 관리인 아주머니가 뜰채로 물체를 떠내며 투덜 투덜 하신다. 

여러명이 쓰는 공간에서 이러면 어떻게해! 아이 참. 이거 물 갈아야 되겠네. 쯧...

그렇다...그것은 바로 아이들 중 하나가 까불며 장난치다 근육 조절을 잘못해서 방출해낸 물체였던 것이다. 

이아아악.


충격에 휩싸인 나는 급하게 목욕탕으로 들어가 비누칠을 두번이나 해서 열심히 몸을 씼어냈다. 

건강에 좋은 온천수를 피부에 좀 남겨 놓으라는데,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씻고 또 씻고.


2016년 병신년을 나는 X물 목욕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올해는 이름도 심상치 않은데, 한해가 아주 버라이어티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수안보파크호텔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탑골1길 36
043-846-2331

| 패키지 가격

온천1회+숙박+조식 : 주중 119,000 / 주말 149,000
온천1회+숙박+조식+석식 : 주중 145,000 / 주말 175,000
온천무제한+숙박+조식+석식 : 주중 157,000 / 187,000

| 여행날짜 | 201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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