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청정 갯벌위의 맛있는 주말

신선한 해산물, 없는거 빼고 다있습니다

태안 국립 공원에 속한 안면도는 주변에 공장이 없어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해변을 가지고 있다. 드넓은 모래사장과 바위해변까지 다양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여름철 물놀이는 물론, 갯벌체험을 통해 사계절 다양하고, 신선한 해산물을 직접 잡을 수도 있다. 갯벌 체험이라고는 하나 검은 진흙이 아닌 모래가 대부분인 갯벌인지라, 발이 푹푹 빠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그 중에서 오늘은 우리에게 맛있는 주말을 선사했던 해변리스트를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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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포해변

게, 성게, 해삼이 기다립니다

방포해변은 안면도의 상징, 꽃지 해수욕장과 방포수산을 사이에 두고 위치하고 있다. 꽃지의 모래사장이 전부 인줄 알았던 나에게 방포해변은 안면도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 준 곳이다.


꽃지 바로 옆인데도 모래사장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고, 마치 외계 행성을 옮겨다 놓은 듯, 특이한 모양의 바위 해변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해산물 채집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시는 어머니의 배려로 모두 방수 바지와 장화가 하나로 붙은 채집용 바지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멀리서 보면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분위기가 나지만, 아직은 해루질 새내기 ^^;


서해는 항상 검은 갯벌때문에 물이 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안면도는 대부분이 모래나 바위로 되어 있어 투명한 바닷물을 자랑한다. 폼나는 바지에 어울리게 맛난 것을 잔뜩 잡아야 할텐데 ^^;


▲ 사진질에 심취해 있는 동안 해루질에 몰입한 가족들이 거둔 성과


바위 아래를 들춰 보면 작은 게들이 잔뜩 숨어 있다. 요 작은 게로 게장을 담가도 맛있지만, 프라이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소금을 뿌려 바삭하게 볶아 먹어도 고소하니 맛이 좋다. 튀김옷을 얇게 입힌 통게 튀김도 빼 놓을 수 없다. 물이 많이 빠졌을 때 물가의 바위아래를 보면 성게들도 심심히 않게 붙어 있다. 가을에는 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때 (보름달이나 그믐달이 뜨는 날) 가면, 손바닥만한 박하지도 나온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는 꽃게보다 통통하게 먹을 것이 많은 박하지를 더 쳐준다고 한다.


▲ 영국 근위병 따라잡기


성게는 알만 꺼내 참기름과 간장을 넣고 밥에 비벼 먹으면, 모르는 새 혼자 밥 한 솥을 다 먹게 된다는 밥도둑의 멤버이다.


그러나 이곳의 가장 별미는 해삼이 아닌가 싶다. 근처에 해삼 양식장이 있는데, 떠내려온 작은 해삼들이 안면도 곳곳에서 자라, 한달에 두번, 사리때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기쁨을 안겨준다. 이렇게 바위 해변에서는 물이 빠질 때 따라 나가며 바위 아래에 팔을 넣어 더듬어 잡는다고 한다. 이때는 사리가 아니었는데, 운좋게 한녀석을 발견, 식탁위의 잔잔한 기쁨이 되어주었다. ^^




병술만

개불을 잡으며 몸짱이 되어 보자

병술만은 안면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인데, 어딘지 황량하면서 독특한 풍경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의욕에 넘치시는 어머니는 늘 선두에 서서 씩씩하게 물을 따라 나가신다. 이렇게 채집복까지 갖춰 입고, 당당하게 갯벌위를 걸으면, 모두 해루질 전문가인 줄 알고, 여기서 뭘 잡을 수 있냐 묻는다. 그러나 우리의 대답은 늘 한결 같이 잘 몰라요. 거짓말이 아니라 이때는 정말 몰랐다. ^^; 


일단 바닥에 비단고둥이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알겠는데, 먹기 귀찮아서 패스.


바위가 드러난 곳에 혹시나 게으른 해삼이 날 잡아 가라며 기다려 줄까 싶어, 열심히 걷다가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삽질하시는 어떤 분의 양동이에 하나 가득 들어 있는 개불이 바로 그 것. 사람 기준으로 볼 때 참 못생긴 생물이지만, 횟집에서 빠질 수 없는 감초 같은 존재. 이 녀석들이 여기 이렇게 많이 있단 말이지?


개불을 잡던 분들은 동네 주민으로 전문적으로 개불을 잡아 판매하신다고 했다. 이곳은 조개 양식장이라서 조개는 채집이 금지 되어 있지만, 개불은 양식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잡아가도 상관이 없다. 집념의 어머니께서 개불 잡는 분들을 조심스레 따라다니며 중요한 정보를 알아내셨다. 바로 개불 구멍의 모양. 땅속에 U 자형 구멍을 파고 사는 개불은 화산처럼 불쑥 솟아오르는 구멍을 만들기 때문에 알아보기가 매우 쉽다. 또 이렇게 주변에 배설물들이 귀엽게(?) 늘어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구멍을 알아냈다고 해서, 처음부터 저렇게 양동이에 한가득 개불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끝이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중형 삽으로 개불이 땅속 깊숙히 숨기 전에 재빨리 파 내려가야하는데, 우리가 가진 삽은 끝이 둥그랬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가 영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기껏 찾아낸 개불도 구멍 주변을 제대로 파지 못하면, 삽으로 푹 찔러 흙과 섞여 자취를 감춰 버리기 일쑤.


온가족이 병술만 일대를 전부다 갈아 엎고서야 드디어 이렇게 온전한 모양새의 통통한 개불 한마리를 꺼낼 수 있었다. 그런데, 역시나 모양은 참...

그나저나 사진 찍느라 개불을 모래 위에 올려 놓고 처음 안 사실은 개불이 흙파기의 선수라는 것이다. 맨날 횟집 어항에서 꾸물럭 거리는 것만 봐서, 딱히 할 줄 아는게 없는 생물인 줄 알았는데, 사진을 찍는 사이 후다닥 땅을 파고 몸 절반을 숨기는 것이 아닌가. 역시 굼뱅이가 구르는 재주가 있듯, 개불도 땅파는 재주가 있었다. 누구든 섯불리 그 능력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으며, 열심히 도망가는 녀석을 와락 잡아 당겨 텅빈 바구니에 고이 고이 모셔놓았다. 

어떻게 잡은 너인데, 이렇게 보낼 순 없단다.


개불을 잡느라 여기저기 땅을 파 놓으면 좋아하는 녀석들이 있는데, 바로 갈매기들이다. 땅속에 있던 작은 지렁이들이 노출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힘들이지 않고 만찬을 즐길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자리를 옮기기가 무섭게 슬금 슬금 날아드는 갈매기 떼.


드디어 가족 모두 통통한 개불을 한마리씩을 사이좋게 잡고는 아픈 허리를 두드리며 집으로 향했다. 사실 적합한 삽만 있다면, 개불 잡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개불을 잡기에 적합한 삽은 손잡이가 60센티쯤 되는 끝이 뾰족한 중형 삽이다. 가벼울 수록 땅을 빨리 팔 수 있으므로 좋고, 팔 힘으로만 파려면 힘들기 때문데 삽 뒤를 발로 밟을 수 있어야한다. 꽃삽이나 호미를 들고 오신다면 NG.


깨끗이 씻어서 썰어 놓으니 드디어 횟집에서 보던 먹음직 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그런데, 개불을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는 걸까? 

오이군은 이 왕벌레를 먹으면, 한달동안 같은 침대 쓸 생각 하지도 말라며 성화다. 그래서 이 개불 사냥은 지난봄 오이군과 5주간 떨어져 있을 때를 공략했다. ^^;




바람아래 해수욕장

왕소라, 맛조개, 빛조개, 개불, 해삼, 굴  그리고 골뱅이까지

안면도의 전천후 해변, 바람아래 해수욕장.

끝없이 펼쳐진 넓은 해변을 가지고 있고, 은은한 물빛이 예뻐서 꼭 갯벌체험이 아니더라도 여행오기 너무 좋은 곳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덕에 주위에 유흥 시설이 전혀 없어, 자연미가 철철 넘쳐 흐른다. 메인 도로에서 4km쯤 안쪽으로 들어와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사람도 거의 없어서 늘 한적하기까지 하다. 사실 너무 좋아서 계속해서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살짝 있지만, 좋은 것은 나누라는 부모님 가르침에 부응하고자, 눈물을 머금고 소개해 본다 ^^:


이곳은 단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넓은 모래사장 덕에 각종 해산물이 즐비하다. 

오늘도 의욕에 발걸음이 바쁘신 우리 어머니.


이곳 역시 개불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보다 더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 것은 바로 맛조개와 빛조개들이었다. 바지락은 이곳 역시 양식이라고 하니 잡지 말고, 맛있고, 잡기도 쉬운 맛조개를 노려보자. 맛조개는 타원형 또는 마름모형 구멍속에 살고 있다. 여기에 보통 맛소금을 살살 뿌려 조개가 쑤욱 올라올 때 부드럽게 잡아 당겨 잡는 것이 정석이나, 신기하게도 안면도 근처에는 맛조개들이 모래밖으로 몸을 1/3쯤 빼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따라서, 별 도구 없이 그냥 쑤욱 뽑아 올리면 게임 끝. 뭔가 거저 먹는, 죄송한 기분이 든다. ^^; 단, 껍질이 매우 약하므로 부서지지 않는 강도로 잘 잡아 빼는 것이 관건이다. 깨진 조개는 해캄(모래빼기)이 되지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 조개를 캐다가 깨어지거든 갈매기라도 먹으라고 놓아주고 오자. 맛조개는 모래가 거의 들어있지 않아, 4-5시간정도 바닷물에 담가 두면 깔끔하게 해캄이 된다.


갈색의 납작하고 예쁜 빛조개들은 한곳에 집단 서식을 해서, 한번 구멍을 파면 20마리쯤 잡는 것은 거뜬하다. 단, 해캄시간이 3-4일로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다지 인기있는 품목은 아니다.


보통 주말에 안면도로 여행을 가면, 3일동안 해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빛조개는 구이용으로는 추천하지 않지만, 아침에 국물 내는 용으로는 손색이 없으니 조금만 가져오도로 하자. 라면을 끓일 때도 몇개 넣어주면, 갑자기 라면 국물 맛이 엄청나게 고급스러워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이 빠졌을 때 모래 사장 끝까지 나아가면 바위가 드러나 있다. 이곳에는 홍합과 굴이 잔뜩 붙어 있고, 사리때는 해삼과 커다란 소라도 군데 군데 늘어져 있다. 해삼은 모래 바닥에도 살기 때문에 드넓은 모래사장을 물따라 나가며, 해삼을 줏어 올리는 맛이 쏠쏠하다. 참고로 낮보다는 밤시간에 해삼이 더 많다고.


모래사장에는 골뱅이(큰구슬우렁)도 있는데, 4-6 월달 쯤 모래사장에 잔뜩 기어다닌다고 한다. 단, 골뱅이는 야행성이므로 밤중에 머리에 랜턴을 달고, 가서 줏어야 한다. 이때, 물이 다 빠지고 가면 이미 늦고, 물이 절반쯤 빠졌을 때, 물라인을 따라가야만 골뱅이를 잡을 수 있다.


▲ 겨울철에 빼 놓을 수 없는, 즉석에서 캔 신선한 생굴


멋진 풍경과 물놀이에 해루질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매력넘치는 안면도, 이번 주말 신선한 먹방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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