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로 떠나는 느릿 느릿 주말여행

Slow Trip


요즘은 '느림'이 대세다. 걷기여행, 슬로우 푸드, 느림의 미학, 슬로우 시티 등 여러 분야에서 여유를 가지니 좋더라고, 당신도 느리게 한번 살아보라고, 조용히 외치는 곳이 많아졌다. 빨리 빨리라는 말이 더이상 미덕이 아닌 그런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그 여파로 여행도 예전에는 짧은 기간안에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이제는 한곳을 보더라도 천천히 제대로 음미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런 슬로우 여행에 딱 맞는 곳이 우리나라에 있다. 바로 느림의 대명사, 충청도가 그 주인공이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나의 친정집이 되어버린 안면도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어머니는 늘 그녀가 자란 충청도 어딘가로 돌아가고 싶어 하셨던것 같다. 늘 늬들이 다 크면 나는 시골로 이사가서 너희들이 쉬고 싶을 때 조용히 쉴 곳을 마련해 주고 싶다는 말씀을 입에 달고 사셨으니까.


말이 시가 된다고 한다. 

어릴때 부터 세상 모든곳을 돌아다니며 그곳의 현지식을 다 맛보고 싶다했던 나는 어느샌가부터 내 고향이 어디인지 잊어버릴만큼 쉴틈없이 돌아다니게 되었으며, 입버릇처럼 시골로 돌아가고 싶다던 어머니는 올 여름 정말 시골로 가시게 된것이다.


그래서 올해부터 나의 친정집은 안면도가 되었다. 덕분에 2년전 귀국하면서 친정집 가기 좋은 위치에 거처를 마련한건 쓸모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낚시를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텃밭에 뭘 자꾸 심고 싶어하셨던 어머니에게 딱 맞는 곳으로 가시게 된것 같아서 내심 기쁜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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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y 1 

안면도 가는 길

느긋한 토요일 아침


안면도는 충청남도 태안군에 있다. 충청도라는 그것도 남도라는 이름이 저어 멀리 남쪽 어디인듯해서 멀게만 느껴졌는데, 사실 서울에서 두시간 남짓한 거리. 여유롭게 휴게소에서 늑장을 부리며 내려가도 세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어느 햇살좋은 가을 아침, 우리는 안면도로 향했다. 부드러운 가을 햇살아래 한들거리는 길가의 꽃들을 감상하며 안면도에 도착. 예전에도 가끔 친구들과 놀러가곤 했던 곳인데, 부모님이 사시는 곳이 되니 이곳이 웬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안면도에 도착하니 그새 현지 사람이 다되서 구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주시는 부모님. 친정이라지만 처음 가보는 집이라 역으로 마중을 나오셨다. 


우리 아빠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스위스 사위랑 대체 무슨 이야기를 저렇게 열심히 하실까? 아빠에로부터 한가지 꼭 물려받고 싶었지만 전혀 받지 못한것이 바로 저 넉살이다. 세상 어디에 떨어져도 주변사람들과 더불 더불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법한 저 넉살. 스위스에 처음 오셔서도 강가에 낚시하는 사람과 아빠는 한국말로, 그 사람은 불어로 한참동안 대화를 하시더라. 나는 누가 먼저 말을 걸었을 때 대답하는것조차 쑥스러운데, 아버지는 외국인에게도 무조건 다가가 마구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여행을 하다가 가끔 나도 아빠처럼 아무에게나 쉽게 말을 걸 수 있으면 싶을때가 있다. 그러면 여행이 조금더 흥미로와 질텐데.


일단 처음 안면도에 온 오이군과 주변을 느긋하게 둘러보기로 했다. 코스는 엄마, 아빠가 국산딸과 수입아들 온다고, 미리 둘러보시고 추천해준 곳으로 정했다. 




 Destination 1 

기지포 해수욕장

끝없는 모래사장의 한적함 속으로


안면도라고 하면 단연 꽃지 해수욕장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할매, 할배 바위를 배경으로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꽃지 해변. 그러나 사실 안면도에는 서쪽 해안을 따라 총 15개가 넘는 해수욕장이 있다. 그중에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곳은 바로 기지포 해수욕장이었다.



안면대교를 건너 약 5km정도 들어오면 도착하게되는 기지포 해수욕장. 

이곳에 도착한 우리는 넓은 모래사장과 그 아름다움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늘 뿌연 황색 바닷물에 검은 뻘로만 기억되던 서해바다인데, 이렇게 넓은 모래사장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는 곳이 있다니.






가을이라 이미 해수욕철이 지나서 한적하기도 하거니와 관광객들은 보통 꽃지로만 가기때문에 이곳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드넓은 모래사장 사이로 시내처럼 흐르는 바닷물, 사람의 발자국이 하나도 없는 모래사장, 그 위에 쓸쓸하게 놓여있는 조개껍질들. 

넓은 모래사장에 우리만 있는 듯, 아니 정말 우리밖에 없었다. 저 멀리 갈매기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당연히 관광객의 발길이 적으니 쓰레기도 거의 없다. 


엄마가 입버릇처럼 너희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고 싶댔는데, 목표달성 하신듯 하다. 

이곳은 정말 제대로된 쉴 곳 이었다.




한 때 이곳은 무분별한 자동차의 난입과 해안식물의 채취로 모래사장이 거의 자취를 감추는 위기에 쳐했었다. 5년넘게 차량을 통제하고, 자연복구에 힘쓴결과 다시 이렇게 넓은 모래사장과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끔 너구리나 고라니도 발견될 정도라고하니 거의 예전의 자연상태로 회복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안면도도 걷기 열풍에 힘입어 섬 구석 구석을 돌아볼 수 있도록 6개의 걷기 코스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은 제 5코스, 노을길에 속한다.




 Destination 2 

대하철엔 방포수산으로

바야흐로 대하의 계절


생각해보면 나는 안면도를 여름보다 가을에 더 많이 왔었던것 같다. 이유는 단 하나. 가을은 바로 대하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오이군도 새우는 좋아하기 때문에 모래사장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다가 배가 출출해질 무렵 방포수산시장으로 향했다.




방포수산시장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가격이 이주변에서 가장 저렴한것 같다. 이곳에서 1kg에 15,000원하던 대하가 인근 수산시장에선 3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크기도 거의 같고, 같은 국내 자연산인데도 말이다. 크기가 매우 큰 자연산 대하는 1kg에 4만5천원이었다. 그다지 저렴하진 않았지만, 대단히 싱싱해서 별로 손해본 느낌은 들지 않는다. 방포수산은 당일 판매 분량이 빨리 마감되는 편이므로 너무 늦은 저녁에 가면 새우수염만 남아있는 빈 소쿠리를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꽃게도 사려했건만, 도착했을 때 이미 다 팔리고 떨어진 다리 몇개만 남아있었다.




방포수산은 방포항에 있는데, 이곳에 오면 알록달록한 어선들과 다리 넘어로 멋진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방포 수산 옆에 방포 회타운이 위치하고 있어서, 직접 요리하지 않는 완벽한 휴식이 이번 안면도 여행의 목표라면, 요리사의 손을 거친 감칠맛나는 해산물을 맛볼 수도 있다.




 Destination 3 

꽃지 해수욕장

안면도의 얼굴마담


이곳은 더이상 말이 필요 없지 않나 싶다.

할배, 할매 바위사이로 지는 해를 보러, 계절과 관계없이 수많은 이들이 몰려오는 곳, 안면도를 검색하면 일번으로 뜨는 사진이 바로 이 꽃지해수욕장이다.



이 바위가 할배, 할매바위로 불리는 이유는 통일신라시대에 금술 좋은 부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먼곳으로 원정을 나가게 되었는데,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을 해변가에서 기다리던 아내가 죽어 바위가 되자 사람들은 이를 할매 바위라 불렀고, 그 옆에 솟아난 다른 하나의 바위는 자연스래 할배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꽃지해수욕장은 방포수산 바로 옆에 있으므로 우리도 기울어가는 해를 보려 이곳으로 향했다. 사실 나는 벌써 여러번 본 꽃지의 일몰이었지만 우이 오이군은 이곳이 처음이니 차분히 않아 질때까지 보려고 했으나...

아직 해가 지려면 먼 것 같다고, 배고프니 어서 가서 밥이나 먹자는 오이군.

네, 서방님.

먹자할 때만 말 잘듣는 감자양.





꽃지해변은 기지포처럼 그렇게 모래가 가늘지도 모래사장이 넓지도 않다. 대신 관광지로 개발이 되어 있어 주변에 편의 시설이 많고, 주차장이 넓으며, 좀더 화기 애애한 분위기이다. 안타깝게도 해변에 쓰레기가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한적한 기지포가 훨씬 마음에 들었으나, 이곳의 일몰을 아직 본 적이 없다면 한번쯤은 봐줘야할 멋진 풍경이다.




저녁에는 대하를 구워보아요~

드디어 먹방


저녁에는 이곳의 특산물, 대하를 구워먹어야 안면도 여행의 완성이 이루어지 않겠는가.

여지껏은 펜션에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구웠던 대하, 오늘은 에서 굽게 되었다. 안면도에 집이라는 개념을 가진 곳이 생기다니.



일단 남정네들은 부모님이 키우시는 진돗개 두마리를 산책 시키기로 하고, 엄마와 나는 바베큐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어무이. 엄마다운 의견을 제시하셨다. 


마당에서 텐트 치고 굽자, 얘들아. 모기도 안물고, 덜 춥고, 운치도 있잖니~

엉? 그...그래 ^^


나는 어릴 적부터 엄마말은 대략 잘 들었다. 그냥 무조건 오케이.




그리하여,

멀쩡한 집놔두고, 

마당에 텐트를 치고, 

살림살이를 바리 바리 꺼내와서,

좁은 텐트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대하를 굽게 되었다.

해산물만 먹으면 뱃속이 허하니까 쇠고기도 같이 구웠다.

숯불에 구우시겠다는 엄마를 텐트에 불난다며 다같이 열심히 말려, 가스 버너에 구웠다.




우리 아부지, 대체 왜 집놔누고 이러는 거냐며 어이없어 하시면서도, 선선히 따라와 같이 앉아서 즐거워하신다. 

맨날 퉁명스럽게 구박해도 결국은 다 따라와 주신다. 투덜 투덜 하시는게 아마 아빠의 오케이 표현이리라.

구박할거 다 해놓고, 나중에 제일 즐거워하시는 것도 아빠다.




엄마의 생신은 감자가 호주에 있어서 못챙겨 드렸고, 감자의 생일엔 부모님이 바쁘셔서 같이 밥을 못먹었고, 오이군의 생일에는 우리가 안면도에 내려올 수가 없어서 같이 못 챙긴관계로, 오늘 합동 생일 촛불을 켰다. 돌림노래, 불협화음, 각자 다른 언어로 즐겁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껐다. 동생이 있었더라면 조금더 완벽했을텐데, 열심히 알바하느라 불참. 내일 대하 사다가 서울 올라가서 조금 구워줘야지.





조용한 시골에 야채가족의 웃음소리로 정적이 깨지며 그렇게 밤이 저물었다.




 Day 2 

아침, 차한잔의 여유

즐거운 하루를 위한 준비


느긋한 휴식을 위한 여행이었으므로 아침에도 느지막히 일어나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차 한잔을 마셨다. 

언젠가 부터 오이군과 나는 아침에 꼭 차를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차를 마시며 조용히 그날 할일도 생각하고, 차분하게 깨어나는 과정을 갖는다. 그러면 그날은 하루종일 컨디션도 좋고 일에 능률도 오른다. 그러나 간혹 바쁘게 깨어나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해버리면 계속 바쁘긴한데, 이룬것 없는 하루가 되기 십상이다. 사실 차를 마시는 동안에도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바빠지도 하지만, 애써 꾹꾹 마음을 진정시키며 차를 끝까지 마시고 나면, 어느새 차분한 기분이 되어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곤 기분좋게 손붙잡고 나와 시골길을 걸었다. 마구잡이로 피어난 들꽃들이 한들 한들, 잘 꾸며놓은 정원부럽지 않게 아름답다.





 Destination 4 

안면암

바닷가의 사찰


오늘은 안면암을 둘러보기로 했다.

사찰은 보통 산속에 꼭꼭 숨겨져있기 마련이거늘, 안면암은 바닷가 절벽위에 위치하고 있다.




건물들은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하고, 어딘지 현대적인 느낌이 들어서 고즈넉한 사찰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야채들의 취향은 아니었지만, 천수만쪽으로 멋진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시골에 전망이 멋진 모든 곳에는 사찰이 있다고 누가 그러던데, 정말 그런것 같다. 보통 산과 마을이 보이는 다른 사찰들과 달리 바다와 갯뻘이 보이는 색다른 전망이 바로 이 안면암의 매력인듯 하다.





그리고, 이곳의 또다른 매력 포인트는 바로 이 물위에 뜨는 길인데, 물이 빠지면 그 끝까지 걸어가 저편에 보이는 섬까지 갈 수가 있다. 섬 뒤쪽으로는 이 다리처럼 물에 뜨는 작은 탑이 하나 있으니 방문하시거든 찾아보시기를. 


가는 중간에 수상 카페도 하나 있다. 차를 파는 곳인데, 물이 빠졌을 때 보다 물이 들어와 있을 때 더 운치가 있으니 썰물때 도착했다면 일단 카페를 지나 섬으로 가시기를 추천한다.

뻘에는 작은 망둥이들과 게들이 빽빽히 들어차 관광객들의 눈을 바쁘게 해주는데, 양식장인지라 채집은 금지되어 있다.




섬은 이렇게 바위섬으로, 안쪽에는 빽빽하게 나무가 들어차 있어 올라갈 수 없지만 바닷가로  뻩어있는 바위에 앉아 경치감상도 하고, 도시락을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도시락을 먹는다면 오이군이 질색 팔색하는 쓰레기는 꼭 가방에 넣어 가지고 나와주면 좋겠다. 예전엔 잘 몰랐는데, 오이군이 하도 질색을 하다보니 나도 민감해져 무진장 신경쓰이더라. 그리고 조금만 신경쓰고 보면 시골에 쓰레기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멋진 자연을 가진 우리나란데...


둘이 바위에 걸터 앉아 망둥이 뛰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데, 슬금 슬금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잠시 물마신다고 늑장을 부린사이에 물이 발끝에까지 들어와버린 것이다. 어이없게 섬에 갇혀 12시간뒤에 올 썰물을 기다리거나, 조금 썰렁한 기온에 수영을 해서 나가야 할까봐 서둘러서 걷기 시작했다.




사찰로 돌아오는 동안 이미 물속으로 잠겨버린 섬으로 가는 길. 


이번 주말의 여행 컨셉은 휴식이었으므로 오랜만에 여유롭고 한적한 주말을 보냈다. 그럼 안면도가 이렇게 차분하고 조용하기만 한 곳이냐고? 그렇지 않다. 다음번 포스팅엔 액티비티의 천국으로 변모하는 안면도를 보여드리겠으니 기다려 주시기를 ^^


※ 여행일자 : 2013.09.07_08




INFORMATION


방포수산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1317-19

041-673-3311


안면암

www.anmyeonam.org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정당리 178-7

041-673-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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