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만난 봄날의 제주
하늘에서 바라본 한라산의 위엄
제주도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봄이 최고가 아닌가 싶다. 어릴적에 어른들이 제주도의 유채꽃밭이 그렇게 아름답다고들 칭찬을 해 놔서, 내 머릿속엔 은근히 봄 제주도에 대한 로망이 자리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따라서 꼭 한번쯤은 봄에 가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총 4번의 제주도 여행을 전부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하게 되었다. 따라서 싱그러운 봄빛 제주도는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공간. 그건 오이군 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온 뒤로 제주도가 멋지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정작 5년전 그가 본 제주도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안올때는 엄청난 습도로 한걸음만 내딛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디어 올해 말로만 듣던 봄날 제주도의 진면목을 볼 기회가 생겼다. 원투고에서 진행했던 제주 항공권+숙박권 이벤트에 당첨이 된 것. 이게 웬 횡재냐. 감사한 마음으로, 그러나 무진장 급작스럽게 우리는 4월의 마지막 주, 봄햇살 가득한 제주도를 향해 훌쩍 날아올랐다. 사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공항에 가느라고, 몸은 흐느적 거리고 있었지만, 뭐 마음만은 훌쩍이었다. ^^
그리고, 처음으로 도착 첫날 날씨가 맑아 눈부신 제주의 모습을 하늘에서 구경할 수 있었다. 내게도 오이군에게도 처음 보는 한라산의 모습이다. 매번 구름에 가려있어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한라산의 웅장한 모습을 이렇게 보게 되다니, 이번 여행, 느낌이 좋다.
제주여행, 일단 용두암 먼저 보고 가실게요
용연 옆 용두암, 용머리를 닮았다네
일단 줄서서 먹는다는 자매국수에서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카약을 타기 위해 용연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제주답게 말도 보인다. 등치는 이미 우리집 뚱땡이 까비의 7-8배는 돼 보이지만, 얼굴에 아기 태가 가득해서 귀엽기 그지없다.
용연 구름다리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어떤 집 앞에 백년초가 먹음직 스럽게 열려있다. 제주도 답게 화단에서 백년초가 자라는구나.
요즘에는 용연이 오전에 썰물이기 때문에 10시쯤에나 카약을 할만큼 용연에 물이 들어 온다고 한다. 아침 7시 반에 제주 공항에 도착했더니 아침을 먹고 여유롭게 왔음에도 예약시간까지는 많이 남아 버렸다. 그럼 일단 그 옆에 용두암이나 한번 볼까? 사실 제주도에 올 때마다 찾아온 곳이지만 생각해보니 단 한번도 맑은 날 용두암을 본 적이 없다.
용연에서 용두암으로 가는 길목에 횟집이 있었는데, 전복 뒷모습이 이렇게 생겼는줄 몰랐다. ^^; 뽀뽀하자며 달려들어 유리창에 꾸욱 누른 입술같이 생긴게 뭔가 우스우면서 살짝 징그럽기도 하네. 알프스 산사람 오이군은 이런 못생긴 바다 생물들을 먹는다는 사실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옆에서 으으으...소리를 내고 있을 걸 보니.
드디어 용두암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보니 느낌이 또 다르네. 푸른 바다와 기괴스러운 현무암 바위들 사이에서 승천하는 용같았는데, 아쉽게도 바다를 배경으로 찍으면 뒷쪽에 못생긴 라마다 호텔 건물이 나와서 이 각도로 밖에 찍을 수 없었다. 자세히 보면 눈 부분에는 구멍도 뚫려 있다. 단추구명 눈을 가진 용이구나 ^^;
용두암 산책로에는 해녀들이 천막을 쳐 놓고, 채취한 해산물을 판매한다. 간이 테이블들이 놓여 있어서 바로 잡은 싱싱한 전복과 소라 등을 그자리에서 회로 먹을 수도 있다. 오이군이 해산물을 조금만 좋아했더라면 우리도 앉아 막걸리한잔 걸치는 건데...아쉽지만 혼자먹긴 뭐하니 사진이나 찍고 가자.
벌써 초여름의 기운이 듬뿍 느껴지는 제주도의 싱그러운 아침.
용두암의 늠름한 모습으로 난생처음 제주 여행을 화창하게 시작했다. 이제 물빛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용연에서 카약 타러 Gogo!
우주를 날아가는 배, 용연 카약 이야기 to be continued
201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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