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없이 치악산 숲길 따라서

언제라도 아름다운 국립공원의 오후


 멀리서 바라본 상고대가 신비롭게 맺힌 치악산


아니, 아직까지 치악산을 안가봤다는게 말이 되냐고오~


원주에 머무른지 한달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원주의 주요 관광거리인 치악산을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중얼거린 말이다. 처음에는 산에 눈이 안온다는 핑계로, 나중에는 날이 너무 춥다는 핑계로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한달이 후울~쩍 넘도록 치악산을 가보지 않았던 것이다. 



 치악산 등산코스 중 구룡사부터 세렴폭포까지는 가볍게 산책하듯 걷기 좋은 코스다


그런데 어느날 이런 생각이 불쑥 들었다. 

산 정상까지 가지말고, 가볍게 중간코스까지만 걸어 볼까?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편해졌다. 산이라는게 정상에 올라야만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는게 아닌데, 괜시리 끝까지 가야만 한다는 욕심에 마음만 버거워 발걸음을 못떼고 있었던가보다. 

상쾌한 공기를 느끼면서 가볍게 산책하다 와야지~ ^^


정보를 찾아보니 구룡사 탐방로부터 세렴폭포까지의 3km남짓한 거리가 걷기도 좋으면서 치악산의 아름다움을 흠뻑 느끼기 좋다고 한다. 게다가 구룡사는 원주 8경의 제 1경으로 천 삼백년이 훌쩍 넘은 대사찰이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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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마리 용의 전설이 깃든 사찰


국립공원 사무소와 자동차 야영장을 지나 구룡사로 향하는 산책로에 들어섰다. 길 이름이 금강송길인데, 탐방로 양옆으로 시원하게 뻗은 소나무들이 우아하게 늘어서 있다.

그리고 계곡을 건너려는데, 험상궂은 용의 얼굴이 다리 옆에서 불쑥 그 모습을 드러냈다. 

헉, 깜짝이야.

웬 용 동상이 이렇게 크게 세워져 있나 했더니 구룡사에는 아홉마리 용에 관한 전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아주 옛날, 한 고승이 치악산으로 가다가 지금 구룡사가 있는 이 자리를 보게 되었다. 풍수지리로 보나 경치로 보나 너무나 완벽한 곳이라 사찰을 세워야 겠는데, 대웅전 지을자리에 큰 연못이 있었다. 그러나 그냥 연못을 메워버리기에는 연못에서 사는 아홉마리의 용이 걱정이었다. 그 불편한 분위기를 느낀 용들이 대사에게 대결을 요청했다. 대결에서 지는 쪽이 이 자리를 뜨자는 것이었다. 

먼저 용들의 차례.

그들은 하늘에서 폭우를 보내 산을 모두 물에 잠겨버리게 했다. 훗, 이쯤이면 대사도 산과 함께 물에 잠겨버렸겠지? 용들은 의기양양하게 폭우를 멈추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대사가 유유자적 치악산 산봉우리 두개에 배를 묶어놓고, 그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게 아닌가. 

이번에는 대사의 차례가 되었다.

그가 부적을 적어 연못에 던져넣자 연못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너무 너무 뜨거워 참지 못한 용들은 구룡사 앞산에 8개의 골을 만들며 동해바다로 도망갔다고 한다. 골이 여덟개인 이유는 한마리가 눈이 멀어서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조금 떨어진 연못, 구룡소로 숨어들었다. 그 용은 왜정때까지 이곳에 살다 승천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그러면 사찰 이름의 구가 아홉구(九)자여야하나 지금은 거북구(龜)자를 쓰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조시대에 치악산의 산나물이 궁중에서 쓰이게 되어 구룡사 주지스님이 공납을 책임지게 되었다. 스님의 판단으로 나물의 품질이 판가름되어 궁중으로 가게되었는데, 이리되자 나물을 납품하는 사람들이 더 높게 가격 책정을 받기위해 주지스님이게 뇌물을 주기 시작했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권력이 사람을 망친다고, 주지스님의 마음에 물욕과 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덕분에 사찰은 물질적으로 부유해졌으나 사람들의 마음에서는 멀어져 더이상 정신적인 중심을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지나던 고승이 이 사찰이 몰락해가는 이유는 입구에 있는 거북바위의 기가 너무 세서 그런 것이니 이를 둘로 쪼개면 좋아질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를 믿고, 거북바위를 쪼갰으나 웬걸, 사찰의 신도수가 더 줄어 급기야는 문을 닿아야 할 지경에 이르르게 된다. 

이때 또 다른 고승이 앞을 지나다가 보고는 누가 거북바위를 쪼갰냐며, 그가 바로 사찰을 지켜주고 있었는데, 이렇게 혈맥이 끊겨 사찰도 운을 다하는 것이라는게 아닌가. 그럼 어찌해야하냐고 묻자 사찰 이름의 구자를 거북구자로 바꾸어 거북바위의 기운을 살려줘야한다고 했다. 그리하여 지금 사찰 현판에는 아홉구가 아닌 거북구자를 쓰게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치악산 탐방로 입구에는 용과 거북이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데, 거북이 입에서 나오는 약수는 더이상 마실 수 없다고 한다. 대장균이 검출되었다고...-_-;



잠시후 온화한 오후 햇살에 은은하게 빛나는 원통문이라는 이름의 일주문이 등장했다.

일주문은 사찰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으로 우리가 사는 중생의 세계와 부처님의 세계를 구분 짓는 곳이라고 한다. 일주문은 일직선의 기둥 위에 맞배 지붕을 가지고 있는데, 이 직선 기둥이 일심을 상징한다. 청정한 세계로 발을 딛기 전 세속의 번뇌를 씻어버리고 일심이 되어야 한다는 깊은 뜻이 있다고 한다. (참고 : 문화콘텐츠닷컴) 



일주문을 지나자 옛날 도력이 높았던 스님들을 모셔둔 부도군이 나왔다.

부도는 공력이 높은 스님들의 사리를 보관한 탑이다. 원래는 팔각형으로 많이 만들어 졌으나 조선시대에 들어 불교 탄압이 너무 심해서 재정적 문제로 이런 둥근 모양의 석종형이나 비석모양의 부도가 많이 세워졌다고 한다.




드디어 구룡사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소문은 익히 들었는데, 그 규모가 기대이상으로 크다.

큰사찰 입구에는 항상 사천왕문이 있는데, 어릴적엔 이 사천왕이 너무 무서워서 절 안에 들어가지 못했었다. 어머니께서 그 앞에서서 사진한번 찍자고 혼자 세워 두셨는데, 도망도 못가고 무서워서 찔끔찔끔 울었던 기억이 난다. ^^;;



사찰 바깥쪽 사천왕문 옆에는 커다란 미륵불이 자리하고 있다



사천왕문을 지나 구도의 계단을 오르면 보광루 아래를 지나게 된다. 그러면 비로소 강원도 유형문화제 24호로 지정된 대웅전을 마주할 수 있다



대웅전을 등지고 사찰 마당을 바라보면 종각과 그 뒤로 평화롭게 펼펴지는 치악산을 감상할 수 있다



대웅전 옆으로는 작은 계곡의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는데, 얼음이 옅은 하늘빛으로 얼어있어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어딘지 알프스의 빙하가 떠올랐다.



음...같은 사물을 봐도 감상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다. 오이군은 내가 빙하 빛깔이라는 물줄기를 보자 미끄럼타기 딱 좋게 생겼다며 내려가서 투명 보드 타는 중.

가끔 이러다가 정말 제대로 엉덩방아를 찧기도 한다. 올겨울에 벌써 두번이나 만화에서 처럼 두다리가 번쩍 들어올려지게 넘어진 적도 있으나 절대 굴하지 않고 빙판만 보면 달려든다. ^^;





구룡사 앞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는데, 캔커피같은 것을 판매하는 모양이다. 저 앞에 앉아 커피한잔 하면서 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음미하며 봄맞이를 하면 딱 좋을 것 같다.


INFORMATION

구룡사

www.guryongsa.or.kr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구룡사로 500

033-732-4800



용이 살던 연못, 구룡소


기념품 가게 앞 다리를 건너 산책을 이어간다. 건너가면 다리가 살짝 흔들리는데, 이에 또 신이 난 오이군이 산타모자를 팔랑거리며 폴짝 폴짝 뛰어갔다. 위험을 즐기는 남자.



그리고, 황량한 겨울 산에 어색한 포토샵 작품처럼 이질적으로 혼자만 하얗게 빛나고 있는 구룡소에 다다랗다. 위의 아홉마리 용 설화에서 눈이 멀어 동해바다로 도망가지 못했던 그 한마리가 바로 이 연못에서 살다가 승천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그 앞을 지키고 있는 단풍나무에 아직도 마른 잎사귀가 붙어있는 것을 보니 가을에 저 나뭇잎이 붉고 싱싱했을 때는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선녀탕 등의 계곡을 만날 수 있고, 야영장이나 자연학습장같은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산 위쪽에는 아직 눈이 많이 남아있고, 이제부터는 아이젠을 착용하라는 플랜카드가 붙어 있었다. 우리는 아이젠을 준비해 가지 않아서 살짝 걱정을 했으나 걸어보니 세렴폭포까지는 아이젠 없이도 크게 지장이 없을 듯 하다.



구룡사 탐방로의 얼굴마담, 세렴폭포


구룡사 탐방로 매표소에서부터 약 1.5km 정도 걸으면 구룡사, 비로봉 정상과 함께 치악산의 얼굴마담격인 세렴폭포를 만날 수 있다. 이단으로 된 자그마한 폭포인데, 수량이 풍부해서 여름철 시원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고 한다.



2단으로 되어 시원하게 흘...렀을 것 같은 세렴 폭포. 꽁꽁 얼어 있어서 소문으로 듣던 수량을 판가름하기는 어려웠다 ^^;



폭포는 아래로 흘러 계곡과 이어지는데, 오늘은 계곡물도 꽁꽁 얼어 있다. 나는 딱히 미끄러지며 엉덩이에 훈장을 달고 싶지 않아서 바위 끝에 앉아 신나게 뛰어다니는 오이군을 감상했다. ^^;



김연아 따라잡기...?



폭포는 흐르다가 굳어버린 용암같은 패턴을 만들며 얼어 있었다. 얼핏보고, 시원하게 흐르는 모습을 모습을 못봐서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보다보니 꽁꽁 얼어있는 상태에서도 물줄기가 내 앞으로 덮쳐올 것 같은 역동적인 느낌이 들었다.



한참 계곡위에서 스케이팅 자세를 취하더니 힘든지 풍경 구경하며 샌드위치로 요기 중 ^^;



치악산은 높고, 험한 산이라는 소문에 선뜻 가기가 망설여 졌는데, 구룡사 - 세렴폭포 구간은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책에 가까운 길이었다.

중간에 자연학습장도 있어서 1-2주 뒤면 예쁜 야생화들도 감상할 수 있을 듯 하니, 봄맞이 나들이로 떠나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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