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아닙니다, 북해도도 아닙니다, 대한민국 원주입니다

그 어느나라 부럽지 않은 설경을 만나다


원주에서의 두달살기도 이제 일주일이면 끝이 난다.

살아보기 여행을 시작하니 어째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짐 풀고, 한숨 돌리면 다시 싸야하는 날짜가 와버리는 듯. -_-;


강원도는 사실 다른 것 보다 눈이 보고 싶어서 찾아왔었다.

그런데, 도착 후 첫 3주는 따뜻해서 꽃이 필 지경이었고, 그 다음 3주는 엄청난 한파가 우리를 방구석으로 몰아 넣었다. 별로 뭐 한 것도 없이 두달이 거의 다 지나갔네. 난생 처음 해보는 전원생활이 인상적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허전하구나...라고 느낄려고 하는데, 원주가 비장의 카드를 흔들었다.

내 평생 한국에서 본 것 중 손가락에 꼽히는 폭설로 멋지게 마무리를 한 것이다.

정말 한치 앞이 안보이는 함박눈이 하루 온종을 쉴틈없이 내려냈다.


토요일 아침 올해들어 가장 많이 눈이 왔다는 포스팅을 올렸는데, 바로 다음날 했던말을 번복하게 되었다.

일요일은 토요일과는 비교불가능한 엄청난 눈이 내렸다. 오이군은 한국에서 본 가장많은 눈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나도 어릴적에나 몇번 본 듯한 그런 엄청난 눈이라 뭔지모르게 설레였다.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니 저 편으로 보여야 할 백운산이 사라졌다. 어찌나 눈이 퍼붓던지 시야가 20미터도 안되는 듯. 이거 무슨 스쿠버다이빙도 아니고...


.



새들도 눈을 피하는 것도 잊은채 넋을 놓고 있다. 그냥 눈을 펑펑 맞으며 맞으며 전깃줄에 앉아 될대로 되라는 듯 ^^;



올해는 눈이 와도 그치고나면 바람에 날리고, 햇살에 녹아서 나무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꽃을 보기가 어려웠는데, 오늘은 원없이 볼 수 있을 듯 하다.



한시간 조금 지나서 테라스를 보니 올겨울 바베큐로 전원생활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 주었던 테이블이 눈에 파묻혀 있다.

아직 한번 더 쓸 숯이 남아서 이번주 굿바이 바베큐를 할려고 했더니 저대로라면 조금 힘들지도...



그런데, 이렇게 앞도 안보이게 눈이 퍼붓는데, 우리는 차를 몰고 밖으로 나왔다.

이게 웬 객기 인가. 밖에 있다가도 집에 들어가야 할 마당에...

시속 10km도 너무 빠르다며 굼뱅이같은 속도로 기어 우리는 어디로 갔을까?

영화관으로 향했다. ^^;;

예매표 취소하자니까 오이군이 극구 가고 싶다고 해서...


집 밖에 나오니 옆집 삽살이가 멀뚱히 서서 눈구경을 하고 있다. 이녀석 발랄하고, 귀여운데, 저집 사람들은 이 녀석을 많이 아껴주지 않는 것 같아서 늘 마음이 아프다. ㅠ_ㅠ 친구라도 한마리 같이 묶어주지.



사진좀 찍으려고 잠시 창문을 열었더니 30초도 안돼서 앞좌석에 눈이 수북히 쌓여버렸다. 

구도 잡을 여유도 없이 그냥 대충 찍은 동네 풍경. ^^;



그냥 막찍은 동네풍경 2.



보통 요즘은 눈이 와도 도로는 금방 금방 녹고, 치워서 별 문제 없을 줄 알았는데, 도로에도 눈이 잔뜩 쌓여있었다. 덕분에 보통 10분도 안걸려 도착할 원주 시내에 30분이 걸려 도착했다. 

도로 중간에 그냥 차를 세워 놓고, 체인을 감는 사람들도 있었고, 고가도로 진입로의 경사를 오르지 못한 차량이 그냥 서 있는 바람에 뒷차들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풍경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우리 가는 길은 굼벵이 같을 지언정 계속 움직여서 무사히 영화관에 도착했다.



우리가 원주 외곽 산기슭에 살아서 원주가 무슨 청학동같은 분위기로 비춰지는데, 사실 원주의 메인 파트인 시내는 꽤나 크고, 번화하다. 

이런 날은 도심이 더욱 복잡해 지는데, 원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차와 눈과 사람이 범벅이 되어 얽혀있는 느낌.



그래도 오랜만에 제대로 내리는 눈 덕분에 거리를 지나는 이들의 말투에서 약간의 설레임과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왔더니 눈이 그쳐있었다. 그래서 눈도 많이 녹았을거라 예상했는데, 웬걸. 이번 눈은 녹지 않고, 머무를 기세. 뽀송한 눈 아래 살짝 녹았던 것들이 얼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오호...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짜잔~

그 내일이 오늘인데 (무슨말이야...)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눈이 고대로 쌓여 온세상이 새하얀, 그야말로 겨울왕국이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동네 산책. 


이 사진은 스위스가 아니다.

캐나다도 아니다.

북해도도 아니다. 

대한민국 원주의 백운산 휴양림 입구에 있는 서곡전원마을 단지다.

그림같이 예쁜 집들이 백운산에 포옥 안겨 있는데, 정말 예쁜 집들이 많다. 모던하고 멋진 집도 많고...

언젠가 우리 가족이 각자 다 이런 그림 같은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초등학생같이 일기에 써 본다. ㅎㅎ



그동네도 묶여 있는 개들이 많은데, 그래도 얘는 똑같이 생긴 녀석이랑 나란히 묶여있어서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자연 파라솔 아래서. ^^



영화든 소설이든 여행이든 뭐든 마지막 마무리의 임팩트가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원주의 마무리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이런 해외에서나 볼 법한 그림같은 설경을 선물해 줬으니 말이다.

하마터면 오이군에게 강원도가 눈 많이 온다고 거짓말한 양치기 소녀가 될 뻔 했는데, 나의 신뢰도를 유지해 줘서 고맙다, 원주!

아아. 이제 미련없이 이삿짐을 쌀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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