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숲속 계곡, 오이라세계류를 따라서

여기에서 요정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체 이 세상 그 어디에서?


이번 아오모리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오이라세계류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숲속의 신비로운 계곡 오이라세계류. 경사도가 있는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평평한 평지위를 흘러가서 계곡이 아니라 계류라 부른다. 덕분에 힘든 등산 없이도 은은한 하늘 빛의 신비로운 시내를 마음 껏 구경할 수 있다.



계류는 도와다코 호수에서 부터 호텔까지 총 14km나 이어지는데, 호텔들이 모여있는 곳 옆의 계류도 아름답지만 진짜 매력적인 포인트들은 조금 더 숲 안쪽으로 들어가야 볼 수 있다. 때문에 장거리 트레킹이 목적이 아니라면 호텔에서 운영하는 셔틀 버스를 이용해 원하는 포인트까지 이동한다.


우리가 머물렀던 호시노 리조트 오이라세계류 호텔에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간 투숙객들에게 무료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그 중 물 흐름의 모양이 가장 아름답다는 아슈라노 나가레(4번 포인트)에서 하차해 약 1km를 걸어 구모이노타키 폭포(5번 포인트)를 구경한 후에 이곳에서 호텔로 되돌아 오는 셔틀을 이용하기로 했다.


 호텔셔틀 노선도와 트레킹 루트 소개 (오이라세계류 호텔 제공 PDF 파일) 



그리고, 그냥 산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에서 신청하여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트레킹을 하는 이끼산책을 하기로 했다.(유료) 이끼산책이라 함은 이 숲속에는 수많은 종류의 이끼들이 자라고 있는데, 가이드와 함께 숲이야기도 들으며 돋보기를 들고, 이 이끼들을 관찰하며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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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와 함께 계류옆 숲길을 걸으며 숲의 이야기를 들었다. 혼자 트레킹 할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계류는 기대 이상으로 신비로운 느낌을 풍겼는데, 그 이유는 계류 옆으로 난 도로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자연 상태로 유지하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풀한포기, 흙 한주먹도 꺾거나 훼손해서는 안된다. 사진을 찍으려고, 물로 뛰어들거나 물 위에 쓰러진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것도 안된다. 오로지 옆에 난 길 위에서만 감상해야 하는 것. 저 신비로운 물 안에 발을 담궈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니, 내 욕심쯤 살짝 내려 놓아 본다.


울퉁 불퉁 정령이 깃들어 있을 것만 같은 거대한 나무. 양팔로 다 안을 수 없었던 엄청난 크기


물 중간 중간 쓰러진 통나무나 나뭇가지들이 많다


자연 그대로 유지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므로 물가의 나무가 썪어 물 위로 쓰러지거나 사방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나도 어떤 것도 정리 하지 않은 채 그냥 그 상태로 내버려 둔다고 한다. 그러면 그런 장애물들 때문에 물의 높낮이가 바뀌면서 또 다른 종류의 식물이 자라나고, 물고기들과 곤충들이 모여들고, 그 곤충들을 먹으려고 새들이 모여들어 결국 생태계가 풍부해 진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 인간이 돕지 않아도 자연은 그대로 잘 자라나는데, 자연을 돕는 답시고 괜시리 건드려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봐 왔다. 자연을 정리하는 것이 사실 자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이기적인 것들이었음을 이곳을 보며 새삼 깨닫는다. 


열심히 이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가이드


왼쪽이 그냥 눈으로 봤을 때의 이끼 모습이고, 오른쪽이 돋보기를 이용해 보았을 때 이끼 모습이다


혼자 걸었더라면 그냥 무심코 지나쳤을 이끼들을 오늘은 숲가이드와 함께 쪼그리고 앉아 돋보기로 하나 하나 천천히 살펴 보았다. 

세상에. 한낱 이끼따위가 이렇게 아름다왔을 줄이야! 

그렇게 그날 우리는 신세계를 발견했다. 10배로 사물을 확대해 주는 조그만 돋보기였는데, 분무기로 물을 칙칙 뿌려 그걸로 쳐다보면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던 놀라운 세계가 펼쳐진다.


이것이 오이라세계류 호텔 테라스 조식을 먹을때 의자에 깔려 있었던 이끼 방석의 모티브가 된 이끼이다. 일행이 포근한 이끼를 만찍하고 있는 중


손톱보다 작은 꽃도 자세히 보면 이렇게 예쁘다. 어떤 이끼는 자세히 보면 뱀가죽 같이 생겼는데 손으로 문지르면 기분좋은 민트향이 난다. 나무 껍질위의 이끼도 신기하게 생겼다


이날 트레킹은 약 1시간 정도 걷고 마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가이드 말로는 보통 돋보기를 손에 들려주면 다들 이것 저것 듣보기로 살펴 보느라 잘 따라오지 않기 때문에 사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피식 웃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우리도 산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돋보기로 보고 있더라는. ^^;; 


별 잡다한 것을 다 천천히 돋보기로 보느라 일행들이 뒤쳐지자 저만치서 싱긋 웃으며 우리를 기다리는 가이드. 초과 근무를 시켜서 좀 미안해 했더니 원래 누굴 데려와도 늘 이렇다며 걱정 말라고 ^^;;


안개같은 꽃도 자세히 보면 이렇게 섬세하고, 청순하게 생겼다



게중에 가장 신기했던 것은 눈으로는 잘 식별도 되지 않던 작은 버섯들이었다. 손톱만한 버섯들이라 평소 같았으면 존재도 못느끼고 그냥 지나갔을텐데, 돋보기로 볼거리가 없나 두리번 거렸더니 바로 눈에 띄더라. 이 이쁜 버섯은 이름도 앙증맞게, 작은새의 우산이다.


이건 2센티 가량 되었던 일반 버섯인데, 돋보기로 작은 것들만 보다 얘를 보니 어찌나 커 보이던지. 이건 일반 카메라로 찍어 크롭한 것


돋보기 이끼산책이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집에 가자마자 나도 작은 돋보기 하나를 구입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한국에 가서도 사방 팔방 돋보기로 보고 다니리라! 돋보기는 시계같이 마이크로 세공품 만들 때 이용하는 고성능 소형 돋보기 였는데,  반경이 약 2cm이므로 일반 카메라 보다는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 딱 붙여 대고 찍어야 촛점 맞추기도 수월하고, 주변부에 테두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 물 아래가 도로였단 말이지? 겨우 17년 전 일인데, 숲과 계곡이 어찌나 울창한지 그 물 아래 도로가 있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가이드가 있어서 알 수 있었던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물을 가만히 보다보면 중간에 도로 표지판 같은 것이 하나 들어 있다. 이것은 물길을 가르켜 주는 것이 아니라 17년 전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그 녹은 물 때문에 주변이 붕괴되어 물길이 바뀐적이 있다고 한다. 이때 도로가 전부 침수되었는데, 구 도로가 있던 곳이 현재의 물길이 되어 표지판이 그대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도로는 이때 물에 잠긴 도로를 포기하고, 새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길을 걷다보면 나무들이 커져서 갑자기 숲의 높이가 확 높아지는 경계가 나타나는데(사진 왼쪽), 이것 역시 17년전 눈녹은 홍수로 숲이 붕괴되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붕괴된쪽 나무들은 모두 쓰러져서 사라지는 바람에 17년 전 부터 새로 자라 작은 나무들이 되었고, 참사를 면한 나무들은 계속해서 자라나 상대적으로 키가 커진 것이다.


또 이 숲에는 흙이 별로 없어서 씨들이 자랄 곳이 없자 바위 위 이끼에 싹을 틔우고 자라 나무들이 되었다. 그래서 신기하게 절벽에서 나무들이 잔뜩 자라고 있다.(사진 오른쪽) 흙이 없다면 별로 영양분도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커다란 나무들이 바위위에 떨어지지도 않고, 잘 자라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



바닥에서 자라는 식물들도 17년 전 무너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경계로 달라진다. 무너진 쪽엔 나무들이 작으니 햇살이 잘 들어 머위같은 양지식물들이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도 짱아찌 담궈 먹거나 들깨죽 끓여먹는 머위. 누가 슬쩍 다 캐서 먹지 않을까 싶은데, 다들 숲을 보호하는데 동참하는지 아무도 캐가지 않는 모양이다. 온 숲을 머위가 뒤덮었다고 느낄 정도로 많았다. 



그러다 갑자기 나무들이 커진 쪽으로 들어서자 바닥에 자라고 있는 풀들이 싸악 바뀌었다. 빛이 별로 들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고사리들이 가득. 고사리 역시 봄철에 싹을 잘라다가 말려 나물해먹으면 맛있는데...전부 먹을 것으로 보이는구나. ^^;;



길가에 서서만 보면 아쉬우니 가끔 벤치도 준비되어 있다. 푸르른 숲에 앉아 오묘한 빛깔의 계곡물이 흐르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어찌나 마음이 평화로와 지는지. 쓰레기 한점 떨어지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 꺽어지지 않은 아름다운 숲. 우리도 이렇게 모두가 숲을 아끼며 살았으면 좋겠는데.


계류를 따라 걷다보면 이렇게 크고 작은 폭포를 14개 만날 수 있다



이끼를 비롯해 열심히 작고 아름다운 것들이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오늘 우리의 목적지인 구모이노타키 폭포에 도착했다. 수량이 꽤나 많은 폭포라 시원한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겨울에는 사진 속 처럼 꽁꽁 얼어 또 다른 매력을 뽑낸다고


▲ 폭포수는 시내를 이루며 흘러 계류와 만나게 된다. 폭포 앞에 쓰러진 나무위에서 기념샷 한컷



돌아오는 길이 너무 아쉬워 셔틀버스 뒤를 돌아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천천히 숲길을 걷고 있다. 길이 이렇게 잘 닦여 있다보니 자전거로 지나는 이도 많다. 가을 단풍이 가득 물들 때 즈음 다시 돌아와 저 아름다운 길 14km를 모두 천천히 음미하며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이라세계류를 빼놓고는 아오모리를 이야기 할 수 없다 싶을만큼 감동적인 숲 아모모리. 푸른(아오이) 숲(모리)이라는 뜻의 아오모리의 매력을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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