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초록 숲, 긴긴 백사장 그리고 향기로운 꽃

이 여름 무얼 더 바랄까?


꼭두 아침부터 하치노헤 아침시장에서 회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아오모리의 메인 포인트인 대자연을 감상하러 나섰다. 

아오모리의 동쪽에는 태평양과 맞닿은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길게 이어진 미치노쿠 트레일이라는 트레킹로가 나있다. 이 트레일은 아오모리현, 이화테현, 미야기현 세개의 현을 커버하는 긴긴 길로 무려 700km나 된다고 한다. 다 걸으려면 매일 15km씩 부지런히 걷는다 쳐도 한달 반이나 걸리는 대장정이 된다.

우리는 그 중 아오모리현에 속한 트레일의 일부인 타네사시 해안을 걸어 보기로 했다. 아침부터 회는 못먹는다며 내숭떨다 결국 폭식한 죄책감도 트레킹으로 살짝 덜어 버릴 겸 해서 말이다.


 관련글  아침부터 회가 들어가냐고요? 일단 사진을 함 봐 보시라니깐요 ^^;


미치노쿠 트레일 중 아오모리현에 해당되는 지역은 산리쿠 부흥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립공원이므로 허가증이 있는 사람을 제외한 모든 채집활동이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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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네사시 해변 인포메이션 센터



걷기에 앞서 일단 타네사시 해안에 대한 정도보 얻고, 길도 확인할 겸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렸다.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목조 건물에서 은은한 나무 향이 베어나와 들어서는 순간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타네사시 해안에 대한 정보는 물론 가이드와 함께 트레일을 걷는 투어를 신청할 수도 있고, 인포메이션 센터 앞에 드넓게 펼쳐진 해안가 잔디밭 캠핑장에 관련된 예약도 받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조개껍질 공예에 참여해 봐도 좋겠다.


인포메이션 센터의 해안쪽 벽면은 넓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는데, 그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하루종일 앉아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곳에는 타네사시 해안의 생태와 주민들의 삶에 대해 전시해 두었는데, 바닷가이다보니 당연히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 나무 도구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물 아래를 들여다 보고 성게를 잡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이 도구를 이용해 성게잡이 체험을 할 수 있는 투어도 있다.


성게의 내부를 설명해 놓은 대형 인형. 너무 자세해서 인형인데도 외계인 같고 좀 징그러운 듯 ^^;


| 타네사시 해안 인포메이션 센터 투어 프로그램

홈페이지 | http://tanesashi.info (일본어) 구글 자동번역 페이지 링크
운영시간 | 9:00~17:00(4-11월) / 9:00~16:00(12-3월) / 12월 29일 – 1월 3일까지 신년연휴 휴무
주소 | 아오모리 하치노헤 사메마치 타나쿠보 14-167 
전화 | +81-178-51-8500

가이드와 트래킹 2시간 코스 : 500엔 ( + 버스비 100엔)
조개껍질 공예 : 100엔
캠핑장에서의 야외 조식 : 3,000엔
성게잡기체험 + 해산물 점심식사 : 3,000엔
성게잡기체험 + 트레킹 : 4,000엔
캠핑장 해산물 바베큐 야외 석식 + 캠프파이어 : 4,000엔



  말들이 뛰놀던 타네사시 천연 잔디밭



트레킹의 시작은 인포메이션 센터 앞의 드넓은 잔디밭에서 시작되었다.

이렇게 넓은 잔디밭은 당연히(?)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천연 잔디밭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말을 방목했었다고.



현재는 유유히 풀을 뜯는 말 대신 유유자적 앉아 노는 갈매기들을 볼 수 있다.

아니 그런데, 이 검은 덩어리들은 뭐지?

생김새로 추측하여 당연히(?) 동물의 배설물일 줄 알았는데, 이것은 두더쥐들의 흔적이라고 한다. 여기 저기서 땅을 뚫고 올라와 흙더미를 쌓아놓고, 굴속으로 도망간다고.^^; 자연이 살아있는 타네사시의 해안의 풍경이다.



푸른 하늘을 기대했으나 오늘은 날이 흐렸다.

그러나 그 흐린 날씨도 타네사시 해안의 아름다움을 가릴 수는 없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떤 조건에도 빛이 나는 법이다.



잔디밭에는 캠핑장이 있는데,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조식과 요가를 즐길 수 있는 코스도 있고, 석식 해산물 바베큐와 캠프파이어를 즐긴 후 별관찰을 하는 코스도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바다와 야생화가 있는 숲길



해안 산책로 인데, 길은 숲속으로 이어져 있다. 따라서 한쪽은 태평양 바다가, 한쪽은 야생화가 가득한 숲이 보인다. 숲속은 여름인데도 바람막이 점퍼를 찾을 만큼 선선하다. 아오모리가 북쪽인 것도 있지만 아오모리현의 중간에 커다란 산이 하나 있는데, 이를 기점으로 동쪽은 날씨가 한여름에도 온화하다고 한다. 태백산맥을 경계로 우리나라도 동쪽과 서쪽의 기후가 다른 것과 비슷한 이유.



키가 큰 소나무 숲을 걸으며 숲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니 풀 하나 하나에도 의미가 생긴다. 작은 풀 하나도 가만히 살펴보니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신비로운지.

온몸으로 사랑을 부르짖는 듯 잎사귀가 하트모양인 것들도 있고, 잎 한가운데서 열매가 맺히는 독특한 식물들도 있다.



이 나무는 수령이 오륙백년 정도 된 나무라 사람들이 지나며 손을 얹고 기를 받거나 소원을 빈다고 했다.

그러자 우르르 몰려들어 너도 나도 기를 받는 순박한 우리 일행들.

이 나무 여자 넷에게 기를 다 뺐겨서 내일 아침 시드는 건 아닌지 ^^;



한참 숲길이 이어지더니 어느새 시야가 확 트인 바위길로 풍경이 바뀌었다. 바위 사이사이엔 나팔꽃이 방글 방글 미소짓고 있었다.

해변에는 다양한 해초가 밀려 올라와 있었는데, 할아버지 두분이서 해초를 줍고 계셨다. 일본 어른들도 우리나라 어른들 처럼 채집활동을 좋아 하시나 보다.

그런데, 사실 이곳은 국립공원이라 허가증이 있는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채집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아마 저분들은 주민들이시겠지. 오늘 저녁 식사거리가 아니라면 맨손에 해초 한뿌리씩 들고 터벅 터벅 돌아갈 리가 없지 않은가.



숲속으로는 JR 노선이 지나가는 기찻길도 놓여있다. 

기차를 타고, 바라보는 타네사시 해안은 또다른 아름다움을 전해줄 것 같다.



이곳엔 꽃이 참 많다. 

숲에도, 들판에도, 바위틈에도.

맛이 느껴질 만큼 달콤한 꽃향기가 은은한 바다냄새에 섞여 코끝을 간질였다. 부드러운 바람, 파도 소리...

길을 걷는 내내 인간의 가진 모든 감각이 팔랑 팔랑 나비처럼 춤을 추는 듯 했다.



이 길에는 명물 바위가 하나 있는데, 백암이라 불리는 저 둥근 바위가 바로 그것이다.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 사이에 놓여있는 하얀 바위. 색감이 아름다워서 기념사진 포인트로 유명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 하얀색은 바로 가마우지의 똥 때문이다. 매번 저 위에 올라 앉아 있던 녀석들의 배설물이 바위를 저렇게 하얗게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소매물도에 가면 그 앞에도 다섯개의 손가락 같은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도 같은 이유로 이런 하얀 색을 띤다. 그러고 보니 길도 어딘지 소매물도길과 많이 닮아있다.


야생 쪽파의 일종. 파 꽃이 이렇게 예쁘다


예전엔 꽃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카메라를 둘러메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부터 새삼 꽃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것같다. 어릴 적엔 누군가가 꽃다발을 건네주면 허영과 낭비가 둔갑한 거라며 질색했는데, 이제는 꽃을 받으면 전해준 그 사람의 인간성도 꽃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

그러나 꽃은 역시 이렇게 들판에 피어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꽃구경에 심취해 있는데, 갑자기 정적을 깨고, 저편에서 깔깔 거리는 밝은 소리가 들린다. 그러더니 순식같에 우리앞에 나타난 파란 무리. 소풍나온 학생들이 사진을 찍자 갑자기 더욱 씩씩한 척 걷는다. 피식. 귀여운 녀석들. 우리가 한켠으로 서서 기다려주자 한명 한명 지나가며 실례합니다 하고 인사를 한다. 예의가 바르니 더욱 귀엽게 느껴진다.



  그리고 바다. 바다!



숲길과 바위길이 끝나고 작은 선착장이 나왔다.

그곳에서는 세월을 낚는 낚시꾼 둘과 인생길을 걷듯 진지한 표정으로 트레킹을 하던 사람을 마주쳤다.

모두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었는데, 그들은 이 풍경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내가 그들의 나이가 되었을 즈음 이곳에 다시 돌아온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덥다. 붙지마아~ 

넓은 공간 놔두고 다닥다닥 붙어 사는 녀석들. 어딘지 대도시에 사는 우리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우리가 그렇듯 넓은 공간 다 놔두고 옹기종기 몰려 살아야 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


다른 곳에서 옮겨온 폭이 20미터 쯤 되는 바위 위엔 소나무도 자라고 있다


이길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 평지에 가깝다는 점이다. 언덕 처럼 약간의 높낮이가 있기는 하지만 해안선을 따라 나 있다보니 전반적으로 평평해서 별로 힘들이지않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특히나 길이 평평하고, 포장까지 되어 있는 곳이 나타났다. 여지껏은 자갈길이나 흙길이었는데, 갑자기 왜 포장을 해 놓았지 싶었는데, 이유는 바로 저 앞에 있는 거대한 바위를 운반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바위를 운반한다고?

그렇다. 저편에있는 거대한 바위는 이곳에 파도가 하도 들이쳐 방파제 역할을 하게 하기 위해 다른 쪽에 있던 것을 옮겨다 놓은 것이라고 한다. 길이가 이십미터는 되보이는 엄청난 바위 덩어리를 원통을 이용해 미끄러지듯 옮겨오느라 평평한 길이 필요했다고.

자연 환경과 인위적인 구조물과의 조화를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정성은 생각보다 더 대단하다. 우리는 그냥 생뚱맞더라도 테트라 포트 쌓아놓고 말았을텐데,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생각해서 저 어마어마한 바위를 찾아다 옮겨 놓은 것이다. 설명이 없었더라면 원래부터 있었다 하더라도 전혀 알 수 없었을 완벽히 같은 종류의 바위였다. 환경과 풍경이 파괴되지 않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얼마전 제주의 용두암에 낙석때문에 산책로를 이용할 수 없게되자 주변의 검은 돌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하얀색의 시멘트 철골 다리를 놔서 흉물스럽다고 개탄하는 글을 봤는데, 이 방파제 생각이 났다. 자연을 개척해야하는 것이 불가피 하다면 그래도 조화라는 것을 조금 고려해주면 좋으련만...


두시간이 20분 같이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길


이 바위 상어의 머리를 닮았다? 그런데, 왜 상어바위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은걸까. 딱 백상어 얼굴인데...


위령비. 누군가의 혼을 위로하는 걸까. 그러나 결국 이런건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일 뿐



드디어 오늘의 종착점인 시라하마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탁트인 풍경에 저절로 심호흡과 감탄사가 터져나왔는데, 그에 맞춰 마침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었다. 뭐라 형용 불가하게 입벌어지게 하는 풍광이다.

이 해변은 무려 4km나 이어지는데, 덕분에 물놀이를 하기에는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아 더없이 좋다고 한다. 대신 트레일을 걷는 사람들은 처음엔 모래사장을 걷는다고 신나하다가 1km쯤 되면 너무 힘들어서 투덜거리게 된다고 ^^;



우리는 투덜거리기 전에 이곳에서 트레킹을 마쳤다.

이곳의 모래는 굵은 입자에 검은 모래가 많이 섞여 있었는데, 전부 사철이라고 한다. 자석을 가져와 모래를 휘저으면 사철이 자석에 붙는다고 한다.


사철이 가장자리로 밀려와 검은 띠를 형성하기도 한다


아오모리에 올 때는 초록 숲을 보고, 사과를 실컷 먹게되리라 상상하며 왔는데, 이런 멋진 해안길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너무나 감동적인 풍경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700km나 되는 미치노쿠 트레일을 전부 걸어 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일단 한국 동해안길 먼저 다 걸어보고, 할만 하면 여기도 도전해 봐야겠다. 그럼 다이어트는 맡아놓은 당상! ^^


여행날짜 |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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