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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America | 북미/East Canada | 캐나다 동부
몬트리올 Day 5. 한밤의 로맨스 몬트리올 뷰포트(구항구) 산책
2013. 9. 18. 14:38

야행성 야채들
Nocturnal Vegetables

 


큰 지도에서 Old port 보기

 

 

다들 지난 세개의 몬트리올 포스팅을 읽으며 ‘대체 얘들은 왜 굳이 캐나다 까지 가서 구질구질 한 아파트에서 머물며, 슈퍼마켓으로 투어를 다니는 걸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정말 돈 들여 고생을 사는 걸까?’ 라고 생각 하신다면 그것은 오해. 우리도 일반 관광객들처럼 슈퍼마켓 이외의 곳에도 관광을 다닌다.

 

그러나 우리의 여행은 조금 남다른 구석이 있다. 일명 뱀파이어 여행. 이유인 즉 오이군이 낮에는 일을 하기 때문에 주말 이외에는 낮에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 따라서 평일에는 저녁 시간에만 관광을 다니다보니 삶이 조금 뱀파이어같이 되었는데, 어차피  몬트리올의 6월이 한국과 비슷하게 덥고, 조금 더 습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낮에는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더라.

 

게다가 비도 자주 오락 가락 했다. 비올 때는 25-28도에 달하던 기온이 갑자기 5-7도로 거침없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곳 역시 스위스에서처럼 우산과 썬글라스, 긴소매 겉옷을 다 같이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적어도 스위스는 해 뜰 때 습하지는 않은데, 이곳은 습하기까지 해서 스위스보다 날씨가 더 정신나간 느낌 -_-; 

 

어쨌거나 오늘은 낮에 내내 해가 쨍쨍 내리쬐었고, 습도가 높아 숨막히게 덥긴했지만 우리는 용감하게 저녁 관광을 감행하였다. 게다가 지하철을 탈 수도 있었지만 쿨한 관광객의 자세를 고수하기 위해 이 더운 날에 오늘의 목적지인 구 항구까지 걸어가기로 하였다.

 

문 밖에 나오자마자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폭삭 시들어 버리는 스위스 오이를 질질 끌고, 구 항구로 무겁게 걷고 있는 용기에 하늘도 감동하였는지 보상이 뚝 떨어졌다. 아니다, 쪼르르 달려갔다고 해야 하나?

 

 

"끼얏, 다람쥐다! " >o<

 

내가 내지른 소리이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가 다람쥐를 봤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시키기 위해 가능한 크게 내질렀다. 오이군도 내게 소리쳤다.

 

"카메라, 카메라! "

 

다람쥐가 놀랍게 재빨랐기 때문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나로서는 선명하고, 가깝게 찍힌 사진을 하나도 건질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카메라 메모리에 다람쥐 사진이 담겼다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푸짐하게 벅차 올랐다. 근데, 왜 아무도 신기해하며 달려오지 않지?

음...보아하니 여기에 다람쥐가 꽤나 흔한 것 같다.  차들이 씽씽 다니는 도심 한가운데, 잔디가 쬐끔 깔렸다는 이유만으로 다람쥐가 막 돌아다니는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걸 보니 말이다.

아니면 내가 지른 소리가 너무 미약했나? 다음 번엔 좀 더 분명하게 또박또박 소리쳐 봐야겠다.

 

성당 위 조각상들. 몬트리올엔 태풍 안부나...? 잘 붙여 놨겠지만 그래도 강력 태풍 오면 끝장일 것 같은데...아슬아슬...
가로수나 나무가 쬐끔 있는 소형 공원에도 가지에 새집에 종종 매달려 있었다.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 ^^

 

이곳은 도시조경이 참 독특하다. 중세시대 느낌의 건물과 스파이더맨에서 보던 1900년대 전 후의 미국식 건물, 통 유리로 지어진 초 현대식 건물이 마구 섞여 있기 때문이다. 30초 전엔 중세 유럽을 여행하고 있었는데, 금새 미래도시로 주변이 바뀐다.

 

일반 건물 위에 중국식 정자가? 이건 또 무슨 조화?

 

그런데, 이 도시는 우리에게 이 독특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잘 구경하고 있었는데, 하늘색이 점점 이상해지더니 갑자기 돌풍이 불어 주변의 쓰레기(몬트리올 길바닥에 쓰레기 진짜 많다)와 신문지를 마구 휘날려 시야를 방해하다가 금새 검은 구름으로 뒤덮혀 버렸다. 음...습도가 심히 올라가고 더워서 소나기가 내릴 것 같긴 했는데, 왜 하필 딱 우리가 나오자 마자... 게다가 맨날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데, 하필 오늘따라 우산을 고이 재워두고 나와 버렸네... 된장!@(#&!@&*$

결국 하는 수 없이 쿨한 관광객 되기를 포기하고, 제일 가까운 지하철 입구로 냅다 달려들어갔다. 

 

 

 

 

 

 

파리보다 더 파리 같은 몬트리올 구 시가
Vieux Montreal

 

작고, 지저분하며 매우 우울하게 생긴 낡은 지하철로 한정거장을 이동하여 플라스 다름 Place d’arme 이라는 곳에 다다랐다. 군용 거리? 정도로 해석이 되는데, 보통 옛날 병사들이 집합하던 장소를 이렇게 부른다.

 

우리가 윗 세상으로 다시 나왔을 때는 비가 거의 땅바닥을 뚫고, 지구 반대편까지 가볼 기세로 내리고 있더라. 쩝...내 무거운 3단 우산이 이렇게 그리울 수가. 오이한테 무거운 거 들고 여행 간다고 엄청 구박 먹으면서 넣은 건데...이럴 때 보란 듯이 척 펴 주어야 하는데...

궁시렁 거리며 커다란 몬트리올 지하 도시와 연결된 Place d'arme 역에서 배회하다 보니 어느새 비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지상에서 처음 우리를 반겨준 것은 노트르담 대 성당이었다. 한때는 노트르담이 유일하게 파리에만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노트르 담 Notre Dame은 아워 레이디 Our Lady, 즉 성모 마리아라는 뜻으로 꽤나 흔한 교회 이름이었다. 교회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으나 저녁 6시 30분 이후에는 교회 문을 잠가둔다고 한다. 쬐끔 황당한 것은 낮에도 교회 안에 들어가려면 10달러(약 만원)정도를 입장료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 헐, 무슨 교회에 입장료가...두명이면 이만원이네 -_-; 슬쩍 빈정이 상했지만 ‘무료로 구경하시려면 주일날 미사에 나오세요’ 라고 쓰인 문구를 보고, 사람들을 오게 하려는 방법인가보다 하고 넘어가 주기로 했다.

결국 긴 천주교 미사에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아서 주일에도 가보지 않았는데, 나중에 인터넷에서 보니 사람들이 내부가 매우 아름답다고 감탄들을 해 놓았더라. 흠...갈 껄 그랬나...어쨌거나 이미 버스는 떠나갔고.

 

 

오래된 프랑스 풍의 구 항구의 건물들이다. 사실 이것들은 1600-1800년대에 지은 것들로 유럽에 비해 그리 오래된 시가지는 아니건만 아기자기 한 것이 진짜 파리보다 더 파리스럽게 느껴졌다.

 

 

 

 

로맨틱 코메디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과학센터 Centre de science  

 

초대형 진짜 타이어

 

구 시가는 구 항구와 연결되어 있는데, 몬트리올 내 가장 유명한 관광지답게 여러 유락 시설이 들어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과학센터인데, 우리는 밤 마실 중이었으므로 이미 관람가능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 아쉬워하던 찰라, 우리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떤 센터 내 분리된 공간 안에서 개인 파티인지 회의인지를 하고 있는 것을 보게되었다. 그런데, 가끔 황당하게 당당한 우리 오이군이 이날 또 눈빛을 번쩍이더니 파티의 일원인양 용감하게 과학센터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는게 아닌가! '엄머. 자기야, 왜이랴...' 소근소근 불러보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저만치 가버리는 남푠. 혼자 남겨질 순 없었으므로 엄청 두근거렸지만 나도 소심하게 그러나 당당한척 따라 들어갔다. 건물안에 들어가서는 물론 우리는 파티인지 회의인지에는 관심도 없었고, 관련도 없었기 때문에 곧장 싸이언스 센터로 향했다. 푸핫...이러다 경찰에 잡히는거 아닌가...

 

 

센터의 대부분의 동작하는 것들이 잠겨 있긴 했지만 몇개는 잠금장치가 없고, 신기하게 생긴게 많아서 그것들 보는 것만으로도 저녁시간을 충분히 재미나게 때울 수 있었다. 중간에 경비요원이 우리를 목격하였지만 회의 온 사람들인가 살피는 듯 하더니 웬일인지 쫓아내지 않고 그냥 눈인사를 하고 지나가 버리네? 아싸! 더욱 용기 백배하여 텅 빈 센터를 신나게 활보하기 시작. ^^;

 

바람과 물이라는 주제를 가진 장치였던 듯, 누르면 움직인다

 

센터 내의 전시물 중 하나인데, 버튼을 누르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모든 것이 사방 팔방으로 움직인다. 소리가 텅 빈 홀 전체로 쩌렁 쩌렁 울려 퍼졌지만 우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이춤 감자춤도 추며, 신나게 텅빈 센터를 누비고 다녔다. 한 밤중에 놀이동산에 몰래 들어온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된 기분.

이런 무모한 엉뚱함 때문에 내가 오이군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

 

 

 

 

 

 

구항구에서 바라본 세인트 로렌트 강의 야경
Vieux Port   

 

 

과학 센터 옆의 작은 보트용 항구인데, 아직 계절이 약간 일러서 인지 텅 비어있었다.

 

 

Bonsecours(도움) 시장이다. 시장이라 하기엔 정말 멋지고 화려한 건물이다. 100여 년이 넘게 몬트리올의 주요 시장이었으나 현재는 다용도 건물로 쓰이고 있다.

 

 

생 로렌 (St.Laurent) 강 위에 섬처럼 연결된 작은 공원. 이 분위기 넘치는 건물은 가까이서 보면 그저 그런 나이트 클럽이다. 근데, 역시 텅 비어있다.

 

 

작은 폭포 형 공원. 물이 생 로렌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강가를 주욱 따라 걷다 보면 하얀 시계탑에 다다른다. 시계탑 아래에는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 대립의 역사를 보여주는 대포들이 그대로 설치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주변은 도로 포장을 새로 하고 잔디밭을 조성하고 있는 중이라 말 그대로 공사판이었다. 정신 사나움.

 

 

정박해 있는 보트들 넘어 보이는 아름다운 몬트리올의 야경. 몬트리올은 밤이 훨씬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수많은 쓰레기들이 어둠 속에 살포시 묻혀버리므로...

 

 

야경 찍느라 심취해있다가 옆을 보니 오이군이 춥다며 이러고 쳐다보고 있네. 깜놀. 외계인 나타난 줄...

 

 

외계인 사진이 지못미라 분위기 있게 나온 사진 하나 투척.

영화속 한장면 같이 나와서 마음에 든다.

 

콜라 귀신

 

항구를 산책하다가 쪼르르 놓여 있는 자판기를 보니 이런 느낌의 사진이 찍어 보고 싶더라. 그래서 오이 군에게 주문을 했는데, 삼각대도 없고, 컨셉이 잘 이해가 안간다며 처음엔 시큰둥해 하더니 하다보니 삘이 왔는지 점점 본인이 더 열의를 불태우기 시작한다. 결국 30분을 넘게 자판기 앞에서 오이군과 번갈아 가며 왔다리 갔다리 사진을 찍었다. 누가 콜라 마시고 싶어도 무서워서 감히 다가오지 못했을 것 같다...이날 자판기 우리 때문에 공쳤겠네. 쏴리 ^^;

 

 

 

 

 

피곤하다며 돌계단 위에 걸터앉아 건물의 일부인 듯 돌처럼 않아있는 오이군. 그래도 이곳이 맘에 드는지 표정이 밝다.

 

 

이 주변에 예술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였던 유리가게이다. 조명을 받아 한밤중에 은은히 빛나는 유리들이 신비한 느낌을 발하고 있었다.

 

 

Chapelle Notre-Dame de Bonsecours(도움을 주시는 성모 마리아 성당). 또 다른 노트르 담 교회이다. 예전엔 구 몬트리올을 방문하던 항해사들이 안전한 항해를 빌기 위해 성지 순례하듯 들려갔던 장소였다고 한다.

 

구항구는 그야말로 동화 속의 작은 도시같더라. 프랑스 파리에 가보기 전 꿈꿔보았던 파리가 이랬었다. 돌 벽으로 이루어진 건물에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 울퉁불퉁한 돌 바닥과 은은한 불빛의 가로등. 결국 파리에서는 보지 못했던 기대하던 파리를 이곳에서 만났다. (개인적으로 파리는 실망이 컸던 도시중 하나였다. 낭만적일거라 생각했는데,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구석이 많고, 관광객으로 폭발할 것 같고, 그렇다고 한적한 곳을 가면 음침하고, 부랑자도 많고, 길가는데 돈달라는 사람도 많고, 음식점이나 카페에 가면 사람들이 그닥 친절하지도 않고... -_-;)

 

 

 

 

       

밤마실 좋아하는 여자

여행일자 : 2011.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