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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Day 2. 다운타운 관광 & 교회의 도시
2013. 8. 24. 00:41

 

           

아침 형 인간

 

예상밖이었다.

어젯밤 우리는 7일간의 딱딱한 바닥 위에서 침낭 생활을 한 후 오랜만에 진짜 침대를 통통 두드리며, 잘 수 있게 되어 엄청나게 길고 긴 달콤한 잠을 기대했었다. 늦게까지 푸욱~ 자려고 오늘은 오이군이 일을해야 하는 날이었지만 알람도 맞추지 않고, 커튼을 어둡게 친 후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 시차라는 것이 피로보다 훨씬 강력한 파워를 가졌더라...

 

새벽 4시에 눈이 번쩍.

밖은 아직 어두웠고, 눈이 떠졌다고 피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때문에 조금 더 자보려고 발버둥을 쳐 보았다. 그러나 끝내는 기대하지 않았던 일출을 관람했고(방이 동향이다),  침대 앞의 시계가 정확하게 매 시간을 가리킨다는 것을 확인하게며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이군은 나보다는 조금 더 길게 버텼지만 역시나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하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는 원하지도 않는 아침 형 인간이 되어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몬트리올의 첫 아침을 맞이했다.

 

 

 

 

           

호기심 많은 야채들

 

오전에 일찍 일을 시작한 덕분에 오이군 업무 일정에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내가 어제 저녁 얼떨결에 산 엄청 비싼 유기농 스테이크 한 덩어리를 점심으로 나눠먹고, 슬슬 다시 이 시끄러운 도시를 탐험하러 나가보기로 했다. 일단은 도시정보와 공짜지도를 좀 얻어 볼 겸 관광안내소로 출발.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엔 종이지도라는 것을 들고 다녔다네. 기억은 나는가?) 물론 우리는 관광 안내소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믿었던 구글지도(노트북은 있었으니까 집에선 지도 확인 가능)엔 관광안내소 표시가 없어서 일단 무작정 그냥 나가보기로 했다. 어제 숙소로 올 때 길에 붙어있던 도시지도에는 분명히 커다란 관광안내소 표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어제 그 지도가 있었던 길이 대체 어디였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는데 있었지만 뭐 알게 뭐냐. 못 찾으면 마는 거지. 

 

아~~~

새 도시의 설레임.

화창한 햇살.

행복한 야채들.

 

 

 

 

           

새로운 문화

 

 

집 근처에서 우리는 한 쌍의 신발을 발견하였다. 꽤나 깨끗하고 상태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걸 보니 몬트리올 사람들은 굉장히 친절한 가보다. 길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깨끗한 신발을 무료제공하는걸 보니... -_-; 아쉽게도 나에겐 너무 커 보였고, 키키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가져오진 않았지만 말이다.

 

신발을 지나 길을 걸으면서 느낀 건 몬트리올 길바닥엔 쓰레기가 참 많다는 것이었다.

신발 뿐만 아니라 부서진 전자렌지 같은 것도 버려져 있더라. 잡다한 종이 쪼가리랑 포장, 일회용 컵 등등은 애교. 예전에는 길에 쓰레기가 있다는 걸 인지하지도 못했는데, 오이군이 워낙 쓰레기에 민감하게 굴어서 나도 이제 어느 곳에 가면 그 도시의 길바닥 쓰레기로 시민의식과 교육수준, 그 도시의 수준을 평가하게 되더라. (세뇌당함)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맞는 면도 있다. 생각해 보면 서울에도 내가 어렸을 적에는 길에 쓰레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바닥에 버려진 신발과 화단에 나뒹굴던 전자렌지가 전부가 아니었다. 이곳은 우리와 엄청나게 다른 자전거 주차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는 모양인데, 주차공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이중 주차를 하더라. 그러니까 이중 주차라 함은 자전거를 다른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 위에 뒤집어 그냥 포개어 놓는 것. 누군가가 내 자전거 위에 자신의 자전거를 엎어 놓아도 충격먹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 두어야겠다. (몬트리올의 다른 동네도 다 이런지는 모름 ㅋㅋ)

 

몬트리올 도심은 아니고, 약간 외곽에 숙소가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거리가어수선한 분위기다.

 

 

 

 

 

 

           

교회의 도시

 

우리는 별 문제 없이 길가에 있는 도시지도를 찾아 내었다. 경찰이 도로변에 서 있는 것을 보았지만 괜히 물어봤다 또 다시 어제처럼 한 시간 가까이 걷고 싶지 않았으므로 조용히 스쳐 지나갔다. 관광안내소는 당연하게도 다운타운 중심에 있어서 겸사겸사 다운타운 관광을 하게 되었다.

 

근데, 여긴 교회가 참 많은 것 같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거의 백 미터에 하나씩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교회들이 모두 꼭꼭 잠겨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이런, 교회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곳 아닌가...근데, 생각해보니 한국도 교회가 다 잠겨 있긴 하구나. 스위스를 비롯해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인접국가들은 교회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고 내부가 아름답다보니 누구나 들어와서 구경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항상 교회를 열어 둔다. 이것에 익숙한 오이군은 교회 문이 잠겨있다는 사실이 너무 차갑고, 삭막하다며 충격을 받았다.

 

St. John the Evangelist 교회

 

빨간색 지붕이 맘에 들어 꼭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교회를 빙 둘러싸고 부랑자들이나 펑크, 히피 청소년들이 술병을 하나씩 물고 데굴거리고 있는 바람에 가까이 가볼 수 가 없었다. 근데, 걷다보니 이런 사람들이 꽤 많아서 교회를 왜 잠가두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St. James United 교회 정면. 외관이 멋져서 안을 꼭 들여다 보고 싶었는데, 정문, 후문, 측문, 쪽문, 창문까지 꼭꼭 잠겨 있었다. 

 

St. James United 교회 측면. 열려라 참깨~! 이 주문이 교회 문에는 안 통하나 보다 -_-;

 

금지하면 할 수록 더 궁금한 것이 사람 심리 아닌가. 주일에도 잘 안가는 교회가 갑자기 너무너무 들어가고 싶어져서 앞뒤좌우대각선 다 살펴봤지만 들어가는 것은 고사하고, 안을 살짝 훔쳐볼 틈 조차도 존재하지 않더라. 그래서 두드렸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 누가복음 11장 9절) 근데, 안 열린다.  나는 뭔가 슬프고, 오기가 생겨서 교회주변을 무작위로 굴러다녔는데, 오~드디어 열렸다! 근데, 이 교회 문이 아니고 바로 아래쪽에 있던 다른 교회의 문이 열렸다. 몇 블록 아래에 있던 몬트리올 크라이스트 처치 성당에서 내부 보수를 하고 있었는데, 인부들이 일하기 편하게 문에 쐐기를 박아둔 것이다. 아싸~ ^^; 이쯤되면 교회에 들어가는 것이 무단침입이 되는 건가 조금 긴장되었지만 교회 정문 앞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이어폰 꽂고 열심히 헤드뱅잉을 하고 있던 어떤 인부의 옆을 슬쩍 지나 잽싸게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나이스~!

 

Cathédrale Christ Church de Montréal 몬트리올 크라이스트 처치 성당

 

이 교회는 문 모양이 특이했다. 첨탑도 교회의 전형적인 사각이나 원형이 아니라 각이 여러 개 져서 마치 영국의 성탑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실내는 천정이 나무로 되어 있어 전반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 교회였다. 뭔가 영화에서 보던 뉴올리언즈에 있는 흑인교회가 이렇지 않을까 싶었는데...

 

세부 묘사가 굉장히 아름다운 부조상

 

찬찬히 보다보니 뉴올리언즈의 소박한 흑인교회가 되기엔 조금 너무 화려한 경향이 있더라. 근데, 뭐 어찌 알겠는가. 가본적도 없는 뉴올리언즈. 실제 그쪽 교회들도 화려할지도 ^^;

 

 

 

 

Cathedral-Basilica of Mary 외관

 

관광안내소 근처에 마지막으로 내 답답함을 막힌 변기 뚫리듯 확 날려준 교회가 있었으니 바로 마리아 성당 Cathedral-Basilica of Mary이 그것이었다. 첫눈에는 사실 엄청난 크기 때문에 국회의사당같이 보여서 교횐지도 몰랐었다. 찬찬히 보다보니 맨 위에 십자가가 있었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 교회는 퀘벡주에서 세 번째로 큰 교회로 그 웅장함이 가히 감동적이었다.  교회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내부에 가이드가 엄청 친절한 얼굴로 질문 있냐고 물어주기 까지 한다. 

 

아름다운 돔과 야채 조각

 

높은 천정과 파스텔 톤의 내부가 자연광으로 밝게 빛나서 독일에서 본 흰색 계통의 여성스럽고 화려한 로코코식 교회가 떠올랐지만 직선형 구도가 많아서 그런지 그보다는 좀더 진지한 느낌이 들었다. 유럽의 많은 교회들이 굉장히 어두워서, 성스러움을 지나쳐 무섭기 까지 한데, 이 교회는 그 밝은 분위기로 들어서는 순간 행복해지는 그런 교회였다. 

 

신부님이 설교하시는 자린가 본데, 예수님이 이런 초화려한 곳에서 설교하신 적이 있던가?

 

한가지 아쉬운 점은 사람들이 너무 신격화 되어 누가 교회의 중심인지 좀 헤깔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회 앞에 건축 기증자의 동상이 떡 하니서 있고, 내부 장식 벽화 옆에 교황의 사진이 척 하니 걸려 있다. 또 교회 안 왼쪽으로 엄청나게 화려한 무덤실이 있는데, 이곳은 15자리로 한정되어 누군지 모르지만 유명한 성직자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특히 그 중심엔 거의 이집트 파라오에 맞먹는 관이 번쩍 번쩍 빛나고 있는데, 이 역시 교회 역사에 관련된 유명한 신부님의 묘인 것이다.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 성직자와 교황, 기증자의 자리를 너무 빛내놓아서 신이 계실 자리가 잘 보이지 않았다.

 

성수가 담긴 대왕조개

 

그나저나, 몬트리올에 교회 진짜 많다. 아래는 구글맵에서 몬트리올 근처 교회로 검색한 결과이다. 거의 서울하고 맞먹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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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니다. 서울에 교회 진짜 많구나..(*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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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

 

아~ 도시다, 도시!

거의 1년만이다. 큰 도시에 가본지가.

오~ 사람이다, 사람!

왜 다들 거리에 나와있는 거지? 사람 진짜 많다.

옛날에 처음 호주에 살 때 주거지역으로 가면 길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이 참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근데, 스위스에서 6년 가까지 보내고 난 지금은 길에 사람이 많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다들 나와서 뭐 하는 걸까? 사실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고 그냥 한국 같은데, 어느 샌가 이런 북적임을 잊어버렸나 보다.

 

전체적인 몬트리올 도시의 느낌은 참 정신 사납다는 것이다. 어딜 가나 쓰레기가 많고, 공사중인 곳들이 보도블록과 섞여서 길인지 공사판인지 잘 구분이 안 간다. 벽엔 낙서가 많은데, 예술적인 그라피티도 많지만 그냥 지저분한 낙서도 엄청나게 많고, 벽 구석으로 가면 소변냄새가 진동을 한다. 도로는 마구 깨져서 자동차 수명이 절반은 줄 것 같고, 홈리스들의 숫자는 여지껏 가본 도시들 중에 최고인 듯 하다. 대부분의 큰 도시들이 정신없긴 하지만, 서울과 비해서 이곳이 훠얼~씬 정신 없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서울을 너무 사랑해서 객관적인 판단이 안 나오는지도 모르겠지만...

아 한가지 서울과 다른 건 도시 중심이라 할 지라도 나무와 꽃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가로수와 시에서 심은 관상용 꽃 말고도 사람들이 가게 앞이나 집 앞에 꽃과 나무를 아주 많이 심어 놓아, 시내 중심도 꽤나 푸르른 느낌이다.

 

La Swiss? 프랑스어, 영어를 막 섞어 놓은 저 어정뜬 이름은 뭔고... / 웜머. 스트립 바가 은근 많다...

 

스위스는 참 여기저기서 사랑 받는 나라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스위스’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뿌듯한 오이. 라 스위스는 시계가겐데, 광고문구가 '우리는 시계를 팔지 않습니다. 당신이 시계 사는 것을 돕습니다' 이다. 뭐냐, 이 사기꾼같은 멘트는.

 

한가지 놀라운 것은 성인용품가게와 스트립 바가 여기저기 널려있다는 것이다. 뒤쪽에 가려있는 것이 아니고, 정말 시내 중심가에 버젓이 문 활짝 열고 버티고 있어서 어른 청소년 아이 할 것 없이 다 안까지 잘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다들 익숙한가 보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데, 나 혼자 앞을 지나며 괜히 쑥스러워하고 있다.

 

 

저녁 6시쯤 우리는 플라스 빌 마리 Place Ville Marie에 도착했다. 다운타운의 최 중심가로 분수대 난간 앞에 서면 멋진 마천루와 도시의 전망을 감상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몸 상태는 이미 밤 12시가 넘은 듯 했으므로 떡잎 접고 자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실제로 스위스에 있었으면 밤 12시였으므로) 그래, 카페인물을 줄 때가 왔구나. 그렇지만 우리 둘 다 그다지 커피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홍차와 모카커피를 택했는데, 이걸로는 카페인양이 부족한 가보다. 결국 대로변 카페에 시들시들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아~그래도 참, 오랜만이다. 도시 한가운데 여유롭게 않아 매연 냄새 섞인 경적소리 들으며 초콜릿음료 마시는 거.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난 향수를 느꼈다. 서울이 고향인 여자는 그럴 수 밖에 없다.

 

EA 사무실. 키키는 유명한 비디오게임 사무실을 진짜로 보는 건 처음이라며 살짝 들떠했으나 같이 사진찍는 것은 강력하게 거부했다. 닌텐도가 아니어서 안된다나...굉장히 충성도가 높은 팬.
이 차,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대부분의 차에 앞 번호판이 없다. 가끔 있는 차도 있는데, 없는 경우가 더 많다(좌) / 애니메이션 카Cars가 개봉했을 때였는데, 이걸 굳이 프랑스어로 번역을 해서...(우)

 

도시를 여기 저기 배회하며 구경하는데, 우리를 빵 터지게 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애니메이션 카 Cars 의 포스터. 제목을 레 바뇰 Les Bagnoles 이라고 해 놓다니... 보자마자 한참 웃었지만 사실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보다시피 에니메이션 카즈 Cars (한국에서는 그냥 '카'로 개봉)포스터인데, 퀘벡주에서는 법으로 모든 광고제목과 간판 등을 프랑스어로 쓰게 되어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영어단어를 모국언지 외국언지 구분도 안 갈정도로 가져다 쓰는 마당인데, 이렇게 영어권 국가 한가운데서 자신들의 언어를 지키려는 태도가 참 보기 좋았다. 근데, 자동차라는 표준에인 Voiture 가 아니라 Bagnoles 은 조금 더 편하게 쓰는, 비속어 까지는 아니지만 그렇게 예의가 바른 단어도 아닌지라 길에 떡하고 쓰여있는 것을 보니 헐~하고 웃음이 났던 것.

 

이렇게 별거 아닌 소소한 것들에 재미를 느끼며, 몸은 피곤했지만 악착같이 9시까지 돌아다닌 후에, 한무더기의 홈리스들 앞을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아...오늘은 일찍 일어난 덕분에 꽤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내일은 아침 늦게 까지 좀 많이 자보도록 해야겠다. 저녁 먹다 국에 코 박고 잠드는 불상사게 생기기 전에...

 

 

 

 

       

몬트리올 Day 2. 극기훈련을 마치며...

여행일자 : 2013.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