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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America | 북미/East Canada | 캐나다 동부
몬트리올 Day 18. 캐나다에서 가장 큰 성당, 성 요셉 대성당
2021. 7. 12. 08:07

 

           

안보면 섭하지! 성 요셉 대성당

L'Oratoire Saint-Joseph du Mont-Royal

 

대성당을 찾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몬트리올에서 손꼽히게 높은 건물이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려 성당 방향으로 걷다보면 산너머로 거대한 돔이 보인다

 

관광안내소 아저씨가 소개해 준 '몬트리올에서 꼭 봐야할 곳' 리스트의 대미를 장식한 곳은 성 요셉 대성당이었다. 아저씨 말로는 원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 하는 법이라며, 엄청 멋진 성당이기 때문에 여기를 갔다가 다른 곳을 가면 다 시시해 보여 실망할 수 있다나 뭐래나. 장 탈롱 시장 규모도 그렇고 조금 오버하는 타입이신 것 같았지만(시장이 엄청나게 크다고 했는데, 뭐 그렇게 크지 않았음. 영등포 시장보다 작던데...), 어쨌든 조언을 따라서 몬트리올에서의 4주 일정이 끝나갈 무렵 이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언덕위에 있는 석조 건물로 위풍당당하게 생겼다

 

성 요셉 성당은 1904년 퀘벡주의 저명한 앙드레 베세트  André Bessette 신부에 의해 건축된 것으로 캐나다에서 가장 큰 성당이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넓이의 거대한 돔을 가지고 있다. 근데, 이 '가장 큰'이라는 것이 뭘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다른데, 이 성당은 넓이가 가장 넓은 것이라고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 듯 성 요셉에게 헌정된 카톨릭 성당. 성 요셉은 예수님을 낳은 성모 마리아의 남편으로 예수님의 법적인 아버지이다. 카톨릭이나 동방정교회, 성공회 등등에서 성자로 불리며 마리아와 같이 존경받고 있다

 

이 성당은 건물 높이 제한이 있는 몬트리올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높은 건물이기도 하다. 심지어 몬트리올을 상징하는 산, 몽 로얄보다도 30m가 더 위로 올라 온다고 한다. 근데, 이렇게 이야기 하면 엄청난 높이 같지만 사실 몽 로얄이 233m밖에 안되는 언덕 수준의 산일 뿐더러 실제로 성당 높이는 129m이지만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산보다 위로 올라 오는 것이었다. 건물 자체가 산보다 더 높은 것은 아니더라는.

하여간 어느나라나 어떻게 해서든 '~에서 가장 높은', '~보다 더 높은' 같은 수식어를 붙이고 싶어해서 그들의 자랑이 거짓말은 아닌데, 나중에 잘 알고 보면 어딘지 속았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러나 크기야 어쨌던간에 성당을 보는 순간 압도적인 느낌이 드는 것만은 확실했다.

건물 자체의 위풍당당한 풍채, 외부를 장식한 정교한 조각들과 손으로 그린듯 섬세한 가든 아트까지. 이날의 침침했던 날씨가 한몫 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진지한 느낌이 드는 남성적인 성당이었다. 세계의 많은 성당들이 성모 마리아(노트르 담)에게 헌정된 경우가 많은데, 여긴 예수님의 법적인 아버지였던 성 요셉에게 헌정된 성당이라 조금 더 남성스러운 느낌인걸까? 이건 뭐 개인적인 추측. 

 

저 수많은 계단을 무릎으로 오르는 사람들

 

그런데, 성당안을 구경하려고 가까이 가다가 나는 헉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주차장부터 성당 입구까지 계단이 잔뜩 있는데, 그 중간이 '무릎으로 오르는 사람들 전용'이었기 때문. 흠...그러니까 고행을 하면서 예수님의 고난을 느끼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그런 취지라고 하는데, 나는 아무리봐도 이런 고행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어디는 막 채찍으로 자신의 등을 치기도 하던데...나도 하나님을 믿지만 솔직히 이런건 참 이상해 보인다. 이런 것을 신이 인간에게 요구했을리는 없고, 그냥 인간들이 자신의 죄를 스스로 용서하고 합리화하기 만들어낸 왜곡된 행동이라는 생각밖에는...죄를 뉘우치고 싶다면 더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말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끼는 만큼 선행을 많이 하면서 속죄를 하는 것이 신의 가르침에 더 가깝지 않을까? 뭐 어쨌든 각자의 믿는 바에 따라 사는거니 남의 신념에 이러쿵 저러쿵 논평할 생각은 없고, 그냥 내눈엔 엄청 이상해 보였다는 이야기.

 

 

본당

2층 본당으로 가려면 1층 정문으로 들어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도 되고, 외부의 계단을 이용해도 된다.

 

성당은 크게 1, 2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2층이 본당으로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가 있다. 헐. 성당안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것은 또 처음 보네.

 

세계에서 손까락에 꼽히게 크다는 돔 안쪽이 온통 기하학적인 직선으로 심플하게 꾸며져 있다

 

그리고 유명세에 비해 내부 장식이 엄청 심플했다. 몬트리올 구항구 근처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이 하도 화려해서 으레 여기도 삐까뻔쩍한 장식들로 뒤덮혀 있을 줄 알았는데,  무늬없는 수직 기둥과 직선이 더 많이 들어간 아치가 이 성당의 성격을 잘 대변해 주고 있었다. 외관에서 느꼈던 진지함과 무릎으로 고행하며 오르던 이들과 내부 스타일이 뭔가 일맥상통하는 느낌.

 

직선을 많이 이용하고 형태가 단순화된 조각들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모더니즘이 반영된 스테인드글래스에서 이 교회가 지어진 시기가 잘 드러난다

 

 

 

 

 

성당 테라스

 

2층 정문으로 나오면 성당의 정원과 주변 도시 풍경이 시원하게 보인다...고 하는데, 우리는 성당내부를 구경하는 동안 날씨가 점점 더 흐려져서 도시 풍경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시커먼 먹구름이 저~편에서부터 비를 뿌리며 다가오는 중

 

먹구름낀 모습도 웅장하고 멋졌지만 그래도 역시 이 테라스는 화창한날 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어 시야가 탁 트여있고 도심이지만 가로수와 나무가 많다보니 푸르름이 넘쳐나서 햇살아래 보면 더욱 아름다울 곳이기 때문. 

 

 

 

크립트 예배당 Crypt

 

1층 크립트(석실) 예배당에는 성당의 헌정 대상인 성 요셉이 예수님을 안고 있는 조각상이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그런데, 천정이 낮고 어두운 편이라 뭔가 포근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 곳이었다. (날씨가 안좋아서 더 어둡게 느껴졌던 것 같지만) 교회나 성당은 들어가서 아늑하게 보호 받고, 뭔가 위로 받는 느낌이 들어 좋은건데, 여기는 전반적으로 뭔가 내 취향은 아닌 듯.

 

그러나 이 성당에서 나를 가장 놀래켰던 것은 바로 4층 박물관에 있었으니...

이 성당의 메인 볼거리도 바로 이거지 싶다. 

 

에스컬레이터는 물론 엘리베이터도 있는 성당. 근데, 엘리베이터 내부 전광판 스크린이 뒤집어져 있었다. 이걸보자 프로그래머의 직업병이 도진 오이군은 제어실에 가서 버그 수정하고 싶다며 불편해서 안절부절. ^^;; / 5층 박물관에는 성당 설립자인 앙드레 신부님(사람들에게 앙드레 형제님이라고 불린다)의 방을 보존해 두었다

 

성당 구조는 전체를 보면 1층 크립트 예배당과 2층 본당으로 볼 수 있으나 한 층의 높이가 높아서 복도쪽은 다시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에서 보면 전망이 멋진 본당 테라스는 엘리베이터 3층이고, 4층과 5층은 박물관이다. 그 중에서 4층에 꼭 가봐야 하는데, 이유는 이곳에 바로...

 

두둥! 내 심장을 놀래킨 앙드레 형제님의 심장

 

앙드레 신부님의 심장이 보존되어 있기 때문!

그렇다. 모형이나 조각이 아니라 진짜 신부님의 심장 말이다. 

헉...이집트 미라도 아니고 왜 심장을...뭔가 기괴한 느낌. 이상해 보이지만 중세시대에는 종종 있었던 일로 존경하는 대상이 죽으면 그의 심장을 보관해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큰 사랑을 받았던 앙드레 형제님이 돌아가시자 대주교가 신부님의 심장을 보관하자고 제안했다는데, 신부님은 중세시대가 아닌 1931년에 돌아가셨다는 사실. 그러니까 우리가 한참 일본에 대항해 싸우고 있을 때고, 피카소가 인체를 분해 재구성한 현대미술을 그리고 있을 때 말이다. 그때까지 이런 이상한 풍습이 이어지고 있었다니...거 참...

 

오래전 죽은 누군가의 심장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기분이 오묘했다. 내 기준으로는 시신에서 심장을 꺼낸 것도 이상하고 놀라운데, 더 놀라운건 이 심장을 누군가가 훔쳐가기까지 했다는 것. 신부님의 인기가 대단하긴 했나보다. -_-; 다행히 잃어버린지 약 2년 후, 누군가의 제보로 훔쳐간 이들의 지하실에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뒤로 신부님의 심장은 성당의 철창 뒤에 엄중하게 갇혀보관되어 지금까지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

 

 

심장보고 놀란 심장을 쓸어내리며 계단을 내려왔더니 기념품 샵이 나온다. 아...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어떤 교회에 들어가셨다가 장사꾼들이 교회안에 자리잡고 앉아 물건을 팔고 있는 모습을 보시고 신성하지 못하다며 화를 내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성당안에 이런거 안 넣으면 안되나...전반적으로 그로테스크하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신상심이 깊은 성당인가 싶었는데, 이걸보니 역시 관광지구나 싶다.

 

 

성당 뒷뜰

 

성당의 규모만큼이나 뒷뜰도 컸는데, 이 성당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성당 실내 장식이 그랬듯이 화려한 꽃보다는 수수한 느낌의 푸른 식물들만 가득한 곳이었는데, 분위기가 참 평화롭고, 포근했다.

 

곳곳에 예수님의 고행을 주제로 한 석상들이 세워져 있었다
마리아의 눈물. 이것은 일부러 그려 넣은 것이 아니고 세월이 지나며 빗물 흐른 자국이 남은 것인데, 그래서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아무리 자신이 성령으로 잉태를 했고, 예수님이 신이라는 것을 믿는다 할지라도 한켠으로는 그냥 인간으로 낳아 기른 아들이었을 텐데, 그가 그렇게 고통받고 떠나는 걸 보았을 때 마리아의 심정이 어땠을지. 정말 이렇게 온 얼굴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을 것 같다

 

인파로 북적이는 성당내부의 번잡함을 떠나 뒷뜰에 앉아 조용히 쉬고 있는데, 어라. 저 토실토실 귀여운 엉덩이는 뭐지? ^^

 

 

캐나다에는 청설모와 다람쥐가 참 많다. 도심 공원에서도 정말 참새처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워낙 많다보니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들이 코 앞으로 쪼르르 달려 지나가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리는 캐나다에 온지 이미 한달이나 되었지만 요녀석들이 눈에 띄면 여전히 엇! 하고 소리치며 사진기를 들이대느라 분주해진다.

 

 

 

 

고것들 참 요리봐도 조리봐도 귀엽단 말이지~

 

그리고 이들도 사람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별로 두려워하지 않고, 굉장히 가까이 다가오는데, 어느 정도냐 하면 오이군이 바나나를 먹고 껍질을 발 옆에 뒀더니 어느새 쪼르르 와서 그걸 물고 갈 정도?

앗, 근데, 너 그거 먹어도 되는거냐? 이리 도로 내놔~

 

야, 바나나 껍질 먹지마. 도로 내놔~

 

결국은 성당 내부보다 정원에서 다람쥐들과 노닥거리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금빛 어린양 옆구리에서 물이 나오는 분수대. 언뜻 이상해 보였는데, 생각해보니 십자가에 죽임을 당하시고 옆구리를 창에 찔린 예수님을 상징하는 듯

 

캐나다에서 가장 커서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는 성 요셉 성당은 크고 멋진 건물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뭔가 어두운 느낌이라 내 취향에는 살짝 어긋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몬트리올까지 가서 이걸 보고 오지 않았다면 그것 또한 섭섭했을테지.

 

 

 

 

       

유명한 것과 개취는 별개의 문제

2011. 06. 25

 

 

 

성 요셉 대성당 Saint Joseph's Orator


홈페이지
www.saint-joseph.org/en

주소

3800 Chemin Queen Mary, Montreal, QC H3V 1H6 캐나다

방문가능시간

08:0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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