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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Seoul, Inchon | 서울, 인천
서울에서 만나는 스위스 베이커리, 쁘띠 통
2021. 4. 9. 15:56

쁘띠 통, 스위스 베이커리

 

 

쁘띠 통은 한국에서 드물게 만날 수 있는 스위스 스타일 빵집이다. 지난번에 소개 했던 스위스 레스토랑 '라 스위스'에서 함께 운영하는 것인데, 음식점과는 위치가 조금 떨어져 있다.

 

우리는 가장 그리운 스위스 빵인 트레스 Tresse를 사려고 쁘띠 통 Petit Tong 에 들렸다. 트레스는 머리를 땋은 것 같이 땋아놓은 빵인데, 스위스 프랑스어권 지역에서는 트레스로, 독어권 지역에서는 조프 Zopf 라고 불린다.

 

 

 

 

쁘띠 통의 통이 어디서 왔을까 했더니 이 동네 이름인 통의동의 통이라고 한다 ^^;

 

이얏, 트레스! 반갑다!

오이군은 불어권 지역 사람이라 트레스라고 부르지만 라 스위스의 쉐프님은 독어권 지역 사람이라 빵집에는 조프라고 써있더라.

아웅~ 이게 얼마만에 먹는거냐. 두근두근 신나서 두개나 집어 왔다. 이틀간 빵으로 배채우게 생겼군.

 

꼭 맛봐야할 스위스 베이커리 두가지. 당근 케이크와 호두 타르트

 

그리고 이 베이커리에서 트레스(조프) 말고도 꼭 먹어봐야 할 것이 바로 당근 케이크호두 타르트 이다.

스위스 당근 케이크는 한국에서 흔히 파는 미국식 당근케이크와 맛이 아주 다른데, 정향 등의 향신료가 들어가서 독특한 향이 난다. 위에 아이싱도 다른데, 크림치즈 아이싱이 아니라 레몬슈가 아이싱이고, 당근 장식은 건조설탕이나 초콜릿이 아닌  마지팬(아몬드를 으깨어 만든 반죽)이 올라간다.

 

이것이 오이군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라서 나는 미리 예약을 해 놓았다. 오이군에게 결혼기념일 선물로 큰 사이즈를 안겨 주었는데, 아주 보물단지처럼 집까지 안고 가더라는 ^^;

자기야 나도 좀 그렇게 소중하게 다뤄주면 안될까?

 

스위스 스타일 당근 케이크는 오이군도 아주 잘 만드는데, 이 베이커리에서 파는 것이 오이군이 해주는 거랑 맛이 똑같아서 놀라왔다.

그러니까 자기 뿐만 아니라 진짜 남들도 이렇게 케이크를 만든단 말이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사실 스위스에 있는 빵집에는 당근케이크를 자주 팔지 않기 때문 (우리동네에만 잘 없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보통 이건 집에서 만들어 먹어서 친적 집에 놀러 갔을 때나 오이군 본인이 먹고 싶어 만들었을 때만 봤는데, 여기 이 머나먼 한국에 있는 스위스 빵집에서 이걸 만나게 될 줄이야.

 

 

 

 

근데, 사실 나는 향신료 향 때문에 이 스타일의 당근케이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그러나 뭐, 입맛은 주관적인 것이니

스위스식 당근케이크가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면 작은 사이즈를 일단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호두 타르트는 루체른이나 생모리츠 쪽에서 비슷한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 파는 피칸파이나 호두파이와는 또 다른 맛이다. 향신료는 안들어가고, 달달한 호두맛 파이이므로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만 할 것 같다.

 

 

사실 내가 이 빵집에서 가장 맛있다고 느낀 메뉴는 사과 타르트이다. 이게 딱히 스위스식이거나 한건 아닌데, 맛이 그냥 훌륭하다. 라 스위스 음식점에서 디저트로 먹고, 홀딱 반해 빵집에서 빅사이즈를 추가로 사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는 ^^

 

파이는 그냥 상온상태로 먹어도 맛있지만 레스토랑에서 서빙된 것 처럼 전자렌지에 30초 돌려 따뜻하게 먹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에 들었다.

 

 

나는 사과보다는 딸기!

라는 분에게는 딸기파이도 추천. 사실 나는 사과파이는 평소에 먹지 않는 메뉴인데, 이곳은 좀 특별하게 맛있어서 구입한 것이고, 일반적으로는 베리류가 듬뿍 담긴 타르트를 선호한다. 따라서 딸기파이도 함께 업어 왔다. 이 메뉴는 딸기가 익어버리면 벨로니까 살짝 차갑게 드시길.

 

 

그 외에도 몇몇 스위스 제품들이 있는데, 뮤즐리가 꽤 맛있었다. 뮤즐리는 아침식사로 먹는 씨리얼류로 우유나 요거트에 타서 먹는다.

 

※ 뮤즐리에 얽힌 재밌는 사실이 있는데, 이 음식은 1900년경 비쉐-베너 Bircher-Benner 라는 스위스 의사가 환자들을 위해 고안해낸 것으로 처음에는 아침식사가 아닌 식전에 먹는 에피타이저였다고 한다. 레시피도 초창기에는 지금과 조금 달랐는데, 눌린 오트를 약간의 물에 12시간쯤 불려서 사과를 껍질째 잘게 썬것과 레몬즙, 연유, 견과류를 섞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엔 에너지와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 있어서 의사 자신도 가끔 알프스에 등산을 갈때 간식으로 싸가지고 다녔다고.

 

 

삶은 감자위에 녹인 치즈를 부어 먹는 스위스 요리, 라클레트용 치즈도 있다. 라클레트에 아무 치즈나 넣으면 되는거 아닌가 하시겠지만 라클레트용 치즈는 다른 치즈들과 풍미가 전혀 다르다. 간혹 피자용 모짜렐라로 집에서 해 드셨다는 사람들이 있던데, 모짜렐라와는 특히 다르다. ^^; 녹인 치즈를 좋아하신다면 한번쯤은 진짜 라클레트 치즈를 삶은 감자위에 부어 드셔보실 것을 추천한다. 이때 치즈를 전자렌지에 돌려 녹이는 것이 아니라 윗면이 살짝 그을리도록 오븐 같은 것에 녹이는 것이 포인트. 물론 라클레트 전용기가 있다면 최고고.

 

라클레트 전용기.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2인용 약 2만 5천원-3만 5천원 선
라클레트의 기본은 삶은 감자와 치즈다. 스위스에서는 미니 오이, 미니 양파, 영콘 등을 피클로 만들어 곁들인다. 한국에서는 고기며 각종 야채를 곁들여 먹기도 하던데, 원래는 삶은 감자가 기본

위에 나열한 것 이외에 다양한 빵과 디저트가 있다. 수제 쿠키도 다양하게 있으니 근처를 지날일이 있거든 한번쯤 가볼만 한 것 같다.

 

 

 

 

 

 

Plus story : 14살 내신랑

 

 

라 스위스 레스토랑과 쁘띠 통에 갔던 이유는 우리의 14번째 결혼 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하아. 아직도 내 삶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이 사람과 벌써 14년을, 연애기간 까지 합쳐 16년을 함께 했다니. 신기하고 믿기지 않네.

 

코로나라 혹시나 저녁에 사람이 많을까 싶어 음식점은 점심무렵에 다녀 왔다.

저녁은 오늘 쁘띠 통 빵집에서 공수해온 트레스(조프)와 당근 케이크. 이게 뭐가 밥이 되냐 하실 수도 있지만 양이 많으면 밥이 된다 ^^;

 

 

트레스는 스위스에 살때 아침 식사로 먹곤 했는데, 보통 버터나 잼을 발라 먹는다. 뭐 햄치즈를 얹어 샌드위치를 만들기도 하고, 누텔라나 크림치즈를 바르기도 하고, 래핑 카우를 얹기도 하고. 뭘 얹거나 바르는건 취향대로. 

 

원래도 버터가 꽤 들어가는 빵이라 빵 자체에서도 버터향이 많이 나는 편인데, 이건 스위스에서 먹던 것 보다 버터향이 조금 약한 것 같았다. 식감도 이스트 발효 빵이라 쫄깃한 편인데, 이건 그 느낌이 좀 적었지만 뭐 그건 제빵사 마다 레시피가 조금씩 다르니 어쩔 수 없지.

어쨌든 한국에 잘 없는 스위스 음식점과 스위스 빵집을 찾은 것만으로도 오이군의 향수병이 조금 위로를 받은 듯 했다.

 

 

이것이 바로 오이군이 이름만 꺼내도 군침을 줄줄 흘리는 당근 케이크. 속이 촉촉하고, 작은 당근 조각도 듬뿍 들어 있다. 스위스에서 먹었던 바로 그맛. 오이군이 가끔 해주는 딱 그맛.

 

트레스 빵을 반반 나눠 먹고 나니 배불러서 나는 케이크는 한조각 밖에 더 못먹겠더라. 근데, 오이군은 싱긋 웃더니 나머지 케이크를 그자리에서 한번에 다 해치워 버렸다. 헐. 이렇게 단걸 좋아하는데, 오이군은 어떻게 살이 안찌는건지. 그리고 나는 단거 벨로 안좋아하는데, 왜 계속 살이 찌는 건지. -_-;

 

어쨌든 살안찌는 남푠아, 아름다운 14년 넘넘 고마워!

 

앞으로 우리의 남은 날들도 이 당근케이크 처럼 촉촉하고, 달콤하기를.

 

 

 

       

2021년  결혼기념일,

코로나 팬더믹일지라도 삶은 이어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