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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 아시아/Maldives | 몰디브
몰디브, 마지막 파라다이스 - 세계여행 잠정 중단
2020. 4. 10. 15:39

몰디브를 마지막으로 토종감자 수입오이 세계여행 잠정 중단합니다.

아시다시피 이제 갈 수 있는 곳이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국경을 막고, 자국내 통행 및 도시간 이동이 금지되고, 비행기 노선도 거의 사라지도, 외국인을 두려워 하고...
무엇보다 이 상황에 처한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들 집에 콕 박혀있는 거라고 하니 동참하지 않을 수 없더라구요. 수퍼파워 없이도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데, 한번쯤 그런 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세계여행을 시작하고, 언제까지 그렇게 떠돌며 살거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농담삼아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는한 멈추지 않을 것 같은데? 라고 대답했는데, 이렇게 3차대전 맞먹는 엄청난 상황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바이러스 침공이라니...과학기술의 발전이 하늘을 찌른다고 자부하는 인간인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 하나에 전세계가 흔들리는 것을 보니 인간이 참 미미하기 그지없습니다.

 

간드아, 몰디브!!!


몰디브를 가는 것도 사실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 비행기 한번만 타면 슁~갈수 있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하루하루 비행기 스케줄이 바뀌고, 나라마다 입국 및 경유 조건이 계속 바뀌어서 몰디브와 스리랑카 입출국 관련 비행기표 2인 합, 총 6장을 날리고, (8장이었는데, 2장은 추후 환불받음), 4건의 변경 수수료를 지불한 후 다녀올 수 있었답니다. 한국발 비행기가 다 막히기 시작했을 때 저희는 한국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에 있었는데도 그렇게 가기가 복잡하더라고요.

 

내가 꼭 가고야 말겠어, 자전거를 타고서라도! -_-;

 

아니 왜 그렇게까지 강행을 했느냐 하고 물으신다면... 

몰디브는 사실 저 혼자 취재로 여러번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오래전에 오이군이 한번쯤 가보고 싶다고 한 곳이라 첫 몰디브행은 꼭 오이군이랑 함께하고 싶었어요. 내 반쪽이 가고 싶다고 한 곳인데, 아무리 일일 지언정 다른 여행작가나 블로거들과 희희낙락 저혼자 먼저 가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딱히 가고 싶어하는 곳이 없는 오이군이 드물게 콕 찍은 곳이니까 여기는 내가 돈 많이 벌어서 꼭 울신랑 데려가야지 했던 곳이거든요. ^^; 근데, 마침 오이군과 함께 할 수 있는 취재가 들어온 겁니다. 게다가 취재요청측이 세계일주중인 저희 스케줄까지 맞춰주셔서 여행 동선 틀어지지 않게 일정도 한참 늦춰주고, 취재지만 진짜 여행처럼 제대로 느끼고 잘 담아 오라시며 현지 체류기간을 넉넉하게 잡아주시기 까지...사실 보통 취재로 리조트나 호텔에 가면 구석구석 빠짐없이 앵글잡아 사진찍고, 시설 및 주변관광지 등 기사거리 찾느라고 2-3일이 휙 가버려서 정작 그 숙소자체를 제대로 즐길 여유는 없거든요. 여행작가들은 무료로 여행다니니 좋지 않냐 하시겠지만 사실 일정이 그렇지가 않아요. 가끔은 내가 해외에서 노가다 뛰다 왔구나 싶을때도 많답니다. 현지 일정이 빡빡한 것 이외에도 다녀와서 사진정리며 기사작정이며 이후의 일도 만만치 않죠. 세상에 진정한 공짜는 없다는 -_-; ^^; 그런데, 이번엔 취재 이외에 여유시간까지 배려를 해주신거예요. 게다가 3월은 비가 안온다는 건기! 뭐 일년 내내 날씨가 좋은 몰디브지만 건기에는 비올 확률이 거의 없어서 사진촬영하기 좋거든요. 그러나 그 일정을 정했던 작년 8월에는 코로나 사태 따위, 상상도 못했었죠 ㅠ_ㅠ

이렇게 저희 일정 배려를 많이 해준 요청측에 고마워서 가능하면 꼭 약속을 지키고 싶었고, 마침 계절까지 완벽한 꿈의 여행지 였기 때문에 밀어 부쳤던 겁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비행기표 여러장 날아가고 계획을 자꾸 수정하다보니 오기도 생기더라고요. 일단 몰디브에 들어가기만 하면 천국이 펼쳐지리라!

 

 

이주 자가격리 해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 집 ^^;
사회적 거리도 이정도면 충분한 것 같고, 나가면 손은 자동으로 씻어지고 ^^;
집밖에 안나가도 발 아래 작은 상어나 가오리 또는 오이(?)가 지나가서 보는 재미도 있고
세상의 걱정 근심 날려버리는 일몰은 덤!


리조트에 도착하니 진짜 파라다이스가 펼쳐지기는 했어요~ 혼란 스러운 세상과는 단절된 그 여유로움이라니...
그러나 사실 투숙 후에 확진자가 나오면 전체 투숙객을 포함해서 리조트가 14일간 격리되기 때문에 리조트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터라 입도할 때, 그리고 매일 아침 전 투숙객의 체온을 잽니다. 진짜 확진자가 나오면 14일간 손님을 못받고, 격리된 기존투숙객까지 보살펴야 하니 리조트의 타격은 엄청나겠죠. 
단, 14일간 리조트가 격리되면 일정이 넘어가는 격리 투숙객의 숙박비는 받지 않는다고 해요. 숙박객의 잘못도 아니지만 리조트의 잘못도 아닌데 요즘 같은 때 자기네 리조트를 믿고 와준 투숙객들에게 대한 감사의 표시라며...그래서 잠시나마 우리 방갈로에서 엄청나게 멀리 투숙하고 있는 누군가의 무증상 확진으로 14일간 5성급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 살아보는(격리되는) 꿈을 꿔보기도 했습니다. ㅋㅋㅋ 그러나 사실은 아무도 아프지 않은 것이 가장 좋죠 ^^;;

 

꿈에 그리던 야생 돌고래떼와의 수영!!!
버킷리스트 이룬 녀자, 므흣~


다행히 저희가 갔던 오젠 리조트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상상하던 천국을 맘껏 누렸습니다. 돌고래가 엄청 많이 오는 리조트였는데, 바이러스따위 관계 없이 대자연을 마음껏 누리는 돌고래가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여기서 제 평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야생 돌고래와 수영하기'도 이루었습니다. 돌고래 수천마리와 함께 망망대해를 유영하던 기억은 절대 잊을 수 없을거예요. 물속에서 듣던 돌고래들 귀여운 노래소리도요.

 

 

Lost in Paradise, 낙원에 갇히다!

 

그런데, 오젠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두번째 리조트로 가기 하루 전날 문제가 발생했어요. 며칠 전 다른 섬의 어떤 리조트에 다녀갔던 투숙객이 자국으로 돌아간 뒤에 확진이 됐고, 그 리조트 직원 두명이 감염이 되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같은 체인의 리조트들은 직원들이 순환하며 일을하기 때문에 다른 섬에 있는 같은체인 리조트로 간 직원이 2차감염을 일으킨거죠. 그러자 이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섬간을 이동을 전면 제한하는 공문을 보내 버린겁니다. 그날 부터 리조트 직원들은 섬을 아예 벗어날 수 없고, 관광객은 리조트 한곳과 공항, 딱 두곳만 갈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만약 어떤 리조트 투숙객이 발병을 해도 그 리조트가 있는 섬만 격리하면 되니 나라 전체로 바이러스가 퍼질일은 없는거죠. 몰디브에는 현지인이 사는 섬을 제외하고는 보통 섬 하나에 리조트 한개씩 밖에 없거든요. 계속 섬에서 못나가는 직원들은 스트레스 받겠지만 그래도 본인들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이 또 그것 밖에 없잖아요. 다른 리조트 직원이 와서 옮겨주면 안되니까...오직 관광수입으로만 먹고 사는 나라에서 섯불리 리조트를 전부 닫을 수는 없는 일일거구요.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4월 현재는 몰디브도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거의 막차타고 다녀온 몰디브였네요.

 

매일 아침 세상 모든 걱정을 사라지게 하는 물빛. 기다려라, 내가 다시 돌아 온닷!


어째든 그래서 저희는 각기 다른 섬에 있는 앳모스피어 계열사 리조트 총 3곳에서 각 4박씩 총 12일을 머무는 일정이었는데, 앳모스피어 리조트들에는 확진자가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두곳의 리조트는 갈 수가 없게 되어버렸어요. 흑...공문이 하루만 늦게 왔더라면 두번째 리조트까지는 갈 수 있는건데...ㅠ_ㅠ 남은 두 리조트도 너무나 궁금했지만 결국 저희는 오젠에서 일정을 연장해서 며칠 더 놀다가 몰디브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갔는데,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해서 슬프냐고 물으신다면...음...사진을 보시면 대답이 될까요? ^^;
오젠 리조트가 올 인클루시브라 하염없이 먹고 마시다보니 살이 겁나 찐거 말고는 흠잡을데가 없었어요. 5성 답게 시설이 엄청 좋았고, 명불허전 몰디브 바다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답니다. 무엇보다 저는 돌고래 수천마리랑 수영한게 너무 좋아서 아직도 눈감으면 돌고래가 노래하고, 꺅꺅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게다가 리조트 한곳에서 일정이 길어진 바람에 섬 구석구석 다니며 좋아하는 사진도 다양한 컨셉으로 질릴때까지 찍었고요 ^^;;

 

빨래 말리기 좋은 날 - 우리집 베란다
자기야 오늘 저녁 식사는 어떤녀석으로 할까? 저기 까맣고 통통한 애? - 해저 6m 수중 레스토랑
꼭 갖고 싶었던 전망좋은 욕실. 다 이루었노라!
내가 잘 먹는건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서야, 여보. / 어어~ 믿어 믿어. 먹어 먹어.


어쨌든 이렇게 바이러스 침공이라는 어이없는 이유로 토종감자 수입오이의 세계여행 제 1장이 막을 내리게 되었네요. 지금은 인천공항 근처의 아주 한적하고 사람 없는 동네에 작은 숙소를 얻어서 살천지 확찐자 군단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해외입국자 의무 자가격리 시행 바로 전에 들어왔고, 유럽이나 미주쪽 입국자도 아니라 자가격리가 의무는 아닌데요, 그냥 혹시 모르니 집콕하고 있는 중이예요. 신나게 놀고 와서 민폐끼치면 안돼잖아요.

 

근데, 이동네는 신도시로 새로 짓는 중인가본데, 마치 코로나 사태를 대비해 지은 것 곳 처럼 집이 엄청 뜨문뜨문 있어요. 상점도 거의 없고, 사람도 거의 안살고, 공원을 만드는 중이라 뭔가 포텐셜이 느껴지는데, 아직은 공사장 같기도 하고...흠흠. 사회적 거리하나는 확실하네요 ^^;

 

 

사실 평소에도 저희 이동 반경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숙소가 맨날 바뀔 뿐이지 숙소 근처에서 멀리 안돌아 다닌다는? ^^;; 집앞에서 물구경 중

 

근데, 며칠 집에 있으면서 느낀점은 자가격리 생활이 그냥 저희 평소 일상이랑 다를바가 전혀 없다는 거예요 ^^;; 저희는 이미 10년 넘게 재택근무하는 중이고, 원래도 삼시세끼 다 집에서 먹으며, 예전에는 점심이나 저녁시간에 잠깐 산책을 했었는데 근래 들어 오이군이 잘 안나가려고 해서 주중에는 도통 밖에 나가지를 않거든요. 주말에는 그래도 동네 구경을 좀 해야하니까 강제로 끌고 다녔었는데, 뭐 2주 동안 주말에 못나가는 거 말고는 저희 평소 일상이랑 다를바가 없더라고요. 늘 해외 낯선 도시에 있으니 친구도 없어서 친구 만나러 나갈일도 없거든요. 그냥 일상이 자가격리였나봅니다 ^^;

오이군은 마누라가 나가자고 바가지 안긁고, 당당하게 게임하면서 데굴거릴 수 있어서 오히려 요즘 컨디션이 최고로 좋아보여요. ^^;

 

전세계가 밤같은 요즘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누다 보면 곧 해가 뜨는 날이 오겠죠?


어쨌든 토종감자 수입오이의 세계여행은 잠시멈춥니다. (애정하는 여행작가 오빛나양의 책 제목이 생각나네요. 그건 일상을 잠시 멈추고 세계여행가자는 거였는데, 저희는 반대...여행 잠시 멈추고, 집콕합시다, 여러분! ㅋㅋ)

사실 '잠시' 멈춘다고 했는데, 다른 나라들은 이제 코로나가 시작되는 곳도 있고, 유럽과 미주지역은 확진자 수도 상상을 초월해서 언제 세상이 정리되고 여행자들이 다시 걱정없이 길 위에 오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답답하지만 혼자 앉아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니까 안돼는 걸로 속상해하지 말고, 이참에 맛난 한식 잔뜩 먹으면서 창밖의 미세먼지 없는 봄하늘을 마음껏 즐겨야 겠어요. 중국 공장들이 멈춘 덕분에 인천 하늘이 매일 엄청 파랗거든요! 신기할 정도~
우리 몇주만 더 집콕하고, 코로나 없는 여름휴가를 기대해 보아요.

여러분,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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