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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angwon | 강원도
투명한 동해 바다, 물치해변 산책
2013. 6. 19. 00:00

변함 없는 당신, 안녕?
늘 푸른 동해바다

 

 

푸른 동해 바다.

오랜만이다. 

어느 누구와 와도, 주변에 어떤 건물들이 세워졌다 사라져도, 내얼굴에 주름살이 하나씩 늘어가도, 늘 변함없이 푸른얼굴로 반겨주는 동해바다, 니가 보고싶었다.

 

네시간의 버스 여행이 생각보다 길었다. 우등고속이라 의자는 편안했지만, 멀미를 심하게 하는 나는 차안에서 책을 볼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차로 하는 이동시간은 온전하게 멀뚱멀뚱 보내는 시간. 영화를 보려고 했지만 그 역시 여의치가 않다. 잠도 자보고, 사진도 찍어보았지만 시계는 아직도 그자리인 듯.  앞으로 양양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뚫리면 2시간이면 도착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가기 편해지는 대신 이곳에도 사람이 북적북적 해지겠지?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버스를 갈아타며 도착한 물치해변이다. 다른 유명 해변들과 달리 한적한 편. 넓은 모래 사장이 있는데도, 고속버스나 기차에서 내려 또 버스를 타야하는 번거로움 덕분에 한적함을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여유로운 휴식같은 여행을 기대했던 우리에겐 더할 나위없이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얕은 안개가 껴서, 선명하게는 보이지 않지만, 해변 뒤로 설악산이 웅장하게 뻗어있다. 이 물치 해변에서는 맑은날, 푸른 동해 바다와 설악산을 함께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 물치해변 주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인 것이다.

  

 

앙증맞은 버섯등대와 투명한 물빛 그리고 갈매기의 노래.

바다에는 갈매기가 있어야 제맛이다.

몇달전 갔던 이시가키의 맑은 바다에는 이상하게 갈매기가 한마리도 없었다. 열대 바다엔 갈매기가 없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었으나 두달전 다녀온 필리핀의 보홀에는 많기만 하더라. 아무리 예쁜 바다도 갈매기의 끼룩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어딘가가 비어있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적이 드문 이 물치해변은 가득 차 있었다. 

 

푸른 바다와 넓은 모래사장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안에 가득 찼고, 정겨운 갈매기 소리와 시원한 바람 소리가 귓가에 가득 찼고. 비릿하지만 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바다 냄새가 코안에 가득 찼고, 아직은 차가운 바닷물과 보드라운 모래가 손안에 가득 찼으며, 이제 곧 감칠맛나는 이곳의 먹거리가 입안에 가득찰 예정이다. ^^

 

그나저나 나는 대체 왜 스노클링마스크는 가져올 생각을 안한걸까.

맑은 물을 보니 첨벙 뛰어들고 싶은 욕구도 가득 찼다. 그러나 발끝에 닫는 차가운 바닷물이 아직 해수욕하기에는 이르다고 속삭인다. 

 

 

 

물치항 회센터
동해 바다의 싱싱한 회의 유혹

 

 

이곳은 동해바다. 단연 먹거리의 선두주자는 동해바다에서난 싱싱한 회와 해산물로, 해변에서 백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커다란 규모의 회센타가 자리잡고 있다. 커다란 간판이 긴 팔을 뻗어 감자양을 부르는 듯 했으나 우리들의 오늘의 메뉴는 그것이 아니었다. 천천히 앉아 오랜시간 음미해야하고, 소주가 딸려오는 - 우리에게는 꼭 그래야 하는 - 회보다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요기를 떼우고, 오랜시간 모래사장에 누워 데굴거리고 싶었던 것이다. 

 

 

 

 

 

 

순한 맛 부탁해요!
외국인을 피카츄로 만드는 매콤 달콤 막국수

 

그리하여 내린 우리의 선택은 바로 막국수. 지역 특산물은 아니지만 같은 강원도니 얼추 맞아 떨어진다 치고, 이곳을 오늘 우리의 점심만찬 장소로 결정했다.

 

 

음식점을 결정하자, 나보다 먼저 탄성을 지른 것은 배꼽시계.

 

무언가 상큼한 것이 먹고 싶었기에 버스에 지친 내 뱃속이 막국수를 대 환영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오이군은 막국수가 무언지 모르고, 대충 골랐다고 한다. 맵다고 이야기 했건만, 괜찮다 하더니 한입 베어물고 그새 피카츄처럼 볼 한가운데만 발그레해진다. 한입 두입 베어물수록 볼이 점점 빨게져, 곧 레이져라도 쏘아져 나올것 같았기에 만두와 메밀전을 시켰다. 

 

고놈들, 참 고소하기도 하지. 

메밀전은 물론 만두피까지 모두 메밀로 만들어져서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직접 이곳에서 만든 듯한 맛의 풍성한 수제만두가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오이군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막국수도 쫄깃한 면발에 상큼한 양념과 동치미국물의 절묘한 조화로 감자양에게는 물치해변의 상큼한 기억으로 남았다.

 

양양은 조금 멀어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던 여행지였지만 결국 '오기를 잘했다'는 문장을 끌어낸 매력넘치는 곳이었다. 웬지 동해는 너무 먼것같이 느껴져 여름 휴가가 아니면 선뜻 가지지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사실 주말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거리 먼 만큼 보상도 큰 곳이 아닌가 싶다. 

 

 

물치해변 가는 법

1. 서울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양양행 또는 광명역에서 속초행 버스를 탄다. 
2. 속초행을 타는 경우 물치를 지나가게되는데, 고속버스 아저씨에 말씀을 드리면 간혹 세워주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는 세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3. 속초나 양양에서 버스 9번이나 9-1번을 타면, 속초에서는 15분, 양양에서는 30분정도 후에 물치에 도착한다.


샘막국수

주소 :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물치리 213-24
전화 : 033-673-8255
가격 : 막국수 6천원 / 메밀만두 6천원 / 메밀전 6천원 / 편육 1만 2천원

맛도 좋고, 음식점도 매우 깨끗한데, 주인이 무뚝뚝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나쁘게 대하시는건 아니고요, 그냥 무뚝뚝해서 별로 말씀이 없으세요. 저는 뭐 음식이 맛있고, 특별히 불친절하지 않으면 그다지 상관없는데요, 혹시나 매우 친절하지 않으면 기분 상해하시는 분들, 가만하시고 방문하세요 ^^;

※ 여행일자 : 201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