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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 일본/Japan | 오키나와, 이시가키
[이리오모테] 유부 섬에서 3개월 빨리 맞는 봄
2013. 4. 24. 17:33

열대 식물원 유부섬으로 가는 길
지난 번 물소차 타기 포스팅에서 그 물길을 건너 감자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바로 이 낭만이 흐르는 물소차를 타고 우리는 유부섬으로 갔었다. 유부섬은 이리오모테 섬 동쪽에 위치한 둘레가 2km밖에 안되는 작은 섬으로, 섬 전체가 열대 식물원이다. 물론 걸어서 갈 수도 있지만 썰물때를 잘 맞춰가야 한다. 밀물때 건너가면 일단은 신발이 젖고, 둘째로는 물소표 초콜렛을 밟는 횡재를 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가시면 지난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   →  물소가 물길에 남긴 초컬릿이란?

 

위의 비디오 저어 쪽에 보이는 것이 바로 유부섬으로 건물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평평한 곳. 물소와 함께 살아가는 소수의 주민만이 거주하는 한적한 섬이다.

 

 

바로 이것이 섬 전체의 모습이다. 작은 건물 몇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열대 정원이다. 그럼 이곳이 원래 이렇게 자연만이 무성했을까? 그렇지 않다. 한때는 초등학교가 있었을만큼 사람이 많이 살았지만, 태풍의 피해로 인해 모두 떠나가고 단 세가족만 이곳에 남아 야자수를 심고, 꽃을 가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이 물소와 함께 자급자족의 생활을 했던것이 지금이 이르게 되어 이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유명지가 되었다.

 

식물원에 꽃이나 좀 있겠지. 하고 갔던게 사실인데, 이곳 생각보다 매력이 있다. 동남아에 가면 이보다 더 크고 화려한 식물원이 있겠지만, 이곳은 일본 답게 매~우 깨끗하고, 아기자기 하기 때문이다. 동남아의 열대 밀림과 일본의 깨끗함이 제대로 만났다고나 할까?

 

 

 

 

 

입구를 따라 걸으니 마치 원령공주같은 곳에서 나올 법한 커다란 나무가 우리를 맞아 준다. 웬지 정령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신비로움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드문 드문 보이는 물소 동상과 물소를 기념하는 비석. 꽃으로 꾸며진 정성들여 만든 비석에서 섬 사람들의 물소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다.

 

 

이시가키에 도착한 뒤로 벌써 여러번 보는 이 열매는 '아당'이라고 하는데, 멀리서 보면 파인애플과 흡사하지만 먹을 수는 없는 열매라고 한다.

 

아당에 관하여...

이곳에 오기 전 이시가키를 살짝 검색해봤는데, 누가 이 것이 과일이라고 하는 바람에 나는 새로운 과일을 맛볼 생각에 흥분해서, 도착하자마자 두리번 거리며 이 과일을 찾았다. 생각보다 쉽게 눈에 띄어서, 발견하자마자 기쁜 마음으로 가이드 아저씨에게 먹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런데, 나는 사실 식용이 가능한 것인지를 물은 것 아니고, '언제' 먹느냐는 것이었는데, 아저씨가 단칼에 잘라 못먹는 열매라고 하시는 것이다. 아니, 무슨 그런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게다가 같이 간 샘쟁이양에게 먹는 거라고 큰소리 뻥뻥쳤는데, 못먹는다니. 두배로 실망이다. 여행하는 내내 이 열매가 눈에 띌 때마다 대체 이 맛깔스럽게 생긴 것을 못 먹는다니 믿기지를 않아서, 혼자 몰래 하나 따서 먹을 볼 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괜히 타지에서 경범죄로 붙잡힐까봐 참았다. 일본어도 안통하는데, 가이드 아저씨가 못먹는 다고 했지만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한단말인가.
나중에 알고 보니 오키나와가 미군정에서 일본으로 다시 반환됐을 때, 이곳을 사탕수수 재배지역으로 정하는 바람에 다른 농업이 밀려나고 식량난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때 먹을 것이 없었던 농민들이 이 아무맛도 안나는 아당으로 끼니를 떼웠는데, 독이 있어서 며칠간 물에 불려 독을 제거 해야한다고 하니 그냥 안먹기를 잘한것 같다. -_-;

 

 

 

식물원이니 꽃이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만서도 이곳에는 꽃이 정~~말 많다.

오키나와는 남쪽에 있다보니 일본에서 봄이 가장 빨리 찾아 오는 곳이다. 사실 겨울에도 영상 10도 이하로는 안떨어진다고 하니 딱히 봄이랄 것도 없지겠지만 어쨌든 오키나와에서 봄이라 불리는 시기는 1월정도라고 한다. 1월에는 오키나와 벚꽃을 비롯해 수많은 꽃들이 섬을 뒤덮기 시작한다고 하니 한국에서 더디오는 봄을 기다리기 힘드신 분들은 미리 이곳에서 봄기운을 느끼고 와도 좋을 것 같다. 우리가 갔을 때는 3월이었는데, 사방이 이름모를 열대 꽃들로 뒤덮여있었다. 

 

 

밝은 기운이 넘치는 숲길. 

어쩌다 보니 일행과 모두 헤어지게 되었다. 잠시 숲속에 혼자 남겨졌는데, 조용한 숲속에 혼자 가만히 서 있다보니 길쪽으로 뻗은 나무들이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사각사각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그 사이로 찬란히 빛나는 햇살, 점점히 박힌 붉은 꽃들의 미소. 조용히 흙길에 앉아 있으니 까마귀도 살금살금 내려와 앉아 발 가까이서 뛰어 다닌다.

 

 

꽃이 있는 곳엔 당연히 나비가 따르기 마련. 커다란 나비들의 현란한 춤사위, 카메라 든 사람을 속터지게 한다. 너무나 아름다운데, 촛점 맞추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공원 중간에 있는 펌프를 가많히 바라보더니 펌프질을 시작하는 꼬마. 작은 아이가 조리 슬리퍼를 신은 모습이 너무 귀엽더라. 신나게 펌프질을 하다 나와 눈이 마주치니 눈이 휘둥그래져서 저어 멀리 가고있는 엄마를 따라 쪼르르 달려간다.

 

고급 식재료인 코코넛 크랩도 살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사람이 많이 살던 시절 초등학교로 사용되었던 건물은 이제 작은 해양 생물 전시관이 되었다. 위에 커다란 게가 열대 섬에서 서식하는 야자게로 오키나와에도 이 게가 살고 있다. 야자게(코코넛 크랩)는 게라지만 성체가 되면 산란기때를 제외하고 절대 물근처로 돌아가지도 않고, 수영도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해변가에서 동굴을 파고 야자등의 과일을 먹으며 사는데, 가장 큰 것은 다리를 쭈욱 펴면 1미터가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그 맛도 좋다고 해서 매우 궁금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기회가 없었다.

 

 

섬 안쪽 해변으로 가면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카페라기보다는 시골 구멍가게 같은 분위기인데, 마당의 의자에 맞은 편 섬을 보며 앉아 얼음이 그득 담긴 시원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간혹 고래상어도 지나간다고
만타는 상주

 

그리고 그 앞엔 이 근처의 명물 만타가오리와 고래상어 동상이 서 있다. 

열대 바다에서 볼 수 있는 고래상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상어로 최대 13미터 까지 자라는데, 큰 등치에 맞지 않게 플랑크톤을 먹고 살기 때문에 온순해서 스노클링이나 다이빙으로 함께 수영할 수가 있다. 그런데, 오키나와에서는 조금 안타깝게도 야생 고래상어를 그물망에 가둬두고 다이버들에게 유료로 개방한다. 일정기간동안 머물다가 자연으로 돌려보내진다지만 그 커다란 고래상어가 해중 활어망에 의해 지정된 공간에 갇혀있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호주나 일부 국가에서는 고래상어가 받을 스트레스를 고려해서 다이빙조차 금지되어 있다. 고래상어가 사람들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면 언제든 물 아래로 도망갈 수 있도록 오직 스노클링으로만 가까이 갈 수 있고, 거리를 3미터 정도 띄도록 되어있는데, 선진국인 일본에서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이시가키 섬 북서쪽은 만타 가오리가 지나가는 길로 유명하다. 아름다운 자연과 등치큰 해양생물들이 많이 찾는 이곳이 축복받은 땅임은 분명하다.

 

뿌리가 참 신기하게 생겼다

 

뿌리가 신기하게 아래로 쭉쭉 뻗어 자라는 나무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다 보니 나비정원이 있다. 

 

 

정원 안에는 반으로 자르면 별모양이되는 스타프룻과 나비정원의 얼굴마담 종이연 나비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이 종이연 나비가 신기한것이 사람을 그다지 무서워 하지 않아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도망가지 않을 뿐더러 가끔 카메라 렌즈로 달려들기도 해서 오히려 사진찍던 내가 놀라곤 한다. 가끔 팔을 뻗고 가만히 서 있으면 팔랑거리던 나비가 살포시 손끝에 앉기까지 하는데, 이곳의 종이연 나비들도 마찬가지로 차분하게 훌륭한 모델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요것이 바로 종이연 나비의 번데긴데, 실제로 보면 투명한 금빛이어서 반대쪽이 비춰보인다.(토코페롤 알약같이 생겼음) 이 투명한 고치에서 어떻게 하얀 나비가 나오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

 

 

 

 

 

평화로왔던 꽃놀이를 마치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이렇게 오늘 비번인 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이정도 대우면 농사짓는 소들에 비해 삶이 꽤 여유로운 것 같다.

 

이곳은 섬 전체가 식물원이라고는 하나 그 규모가 작아서 웅장한 무언가를 기대하고 오면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오키나와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아닌가 싶다. 물소차의 느릿함과 유부섬의 조용한 여유. 그곳이 장수마을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 여유로운 삶의 자세에 있는 것 같다.

 

 

 

유부섬

주소   야에야마군 타케토미쵸 후루미 689 (八重山郡竹富町古見)
가는법   이리오모테 섬의 오오하라항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 이동해야 합니다. 대중교통이 없는 곳이므로 렌트카를 이용하시거나 사전에 투어 회사등에 연락하셔서 미리 이동 수단을 예약하셔야 합니다.
전화   +81-980-85-5470
운영시간   9:00 - 17:00 

※ 유부섬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물소차는 16:15입니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겟어바웃 트래블 웹진, 하나투어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3.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