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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angwon | 강원도
겨울 데이트 코스 : 분천역 산타 마을, V 트레인, 하이원 스키장
2015. 12. 29. 15:24

프롤로그 : 12월엔 크리스마스 달력을
초컬릿 빛 달짝지근한 12월

 

데이트 코스 소개 전에 일단 우리집 크리스마스 풍경을 살짝 보여드리고.

오이군이 몰래 만든 크리스마스 달력

 

겨울이 시작된지도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크리스마스도 지나버렸다. 12월 기념으로 오이군이 만들어 놓은 크리스마스 달력을 보고 기대에 찼던게 어제 같은데 벌써 다 먹어 치웠네...

 

11월 말쯤이었다. 오이군이 하루종일 일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하며 침묵하더니, 저녁에 갑자기 차 열쇠를 집어드는게 아닌가. 기분이 안좋으면 그냥 말을 안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대체 뭐 때문에 저러나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가출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배낭에 있던 물건을 전부 마룻바닥에 쏟아붓고 빈배낭을 들고 나갔기 때문. 오이군은 쇼핑갈 때 비닐이나 쇼핑백 사용을 줄이고자 늘 빈 배낭을 준비해 간다. 근데, 저녁 9시에 안동에서 딱히 갈만한 곳은 대형마트밖에 없으니 장보러 가는게 분명한데...남자도 기분이 안좋으면 장보며 기분전환하나? ^^;

어쨌든 가끔은 혼자 보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아서 궁금하지만 꾹 참고 손흔들어 웃는 얼굴로 내보냈다. 황금같은 불금 저녁에, 나홀로 집에 남겨져, 컴퓨터나 두드리며...서울에 있었더라면 이럴 때 친구라도 만나지. 궁시렁...

어쨌든 마트도 가까운데 두시간이나 있다가 돌아온 오이군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정말 남자도 쇼핑으로 기분이 풀리는구나 ^^; 오이군이 장봐온 물건을 보여주지 않고 방에다 숨기는 걸 느꼈지만 뭐 남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을 수도 있는거니까 궁금함을 꾹 참고 모르는 척 해주었다.

 

 

 

 

매일 아침 잠옷 바람으로 달려가서 하나씩 뜯는 맛이 쏠쏠하다

 

그런데 장보기의 정체는 바로 다음날 밝혀쳤다.

보통 우리는 주말엔 모든 걸 함께하는 편인데, 내가 찜질방을 가쟀더니 웬일로 혼자 댕겨오라는게 아닌가. 자기는 주중에 다 못끝낸 일이 있어서 일을 좀 해야한다고. 아~ 불쌍한 남편. 일이 많아서 어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었구나. 오는 길에 좋아하는 스위스 초컬릿이나 좀 사다줘야지...

 

어쨌든 덕분에 나도 간만에 혼자 인근 찜질방에 가서 때를 밀며 여유롭게 스트레스를 풀었다. 보통 오이군이 훨씬 빨리 씻고 나오기 때문에 같이 가면 마음이 초조한데, 오늘은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 세월아, 네월아, 밀고 밀고 또 밀고...^^; 찜질방에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걸 보니 이제 어쩔 수 없는 중년 아지매의 세계로 들어섰나보다. -_-; 

 

오래 불리고 밀었더니 1kg은 넉근히 빠졌는지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어찌나 오래 있었던지 어느덧 저녁 시간이길래 초컬릿은 집어치우고, 한우를 사주기로 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먹어라! 집에서 구워줄까 하다가 생각하니 아지매처럼 장보면서 스트레스 푸는 남편인데, 음식점에서 밥사주면 더 좋아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했더니 저녁거리 걱정하던 마누라마냥 신나게 달려 나온다. 뭔가 아지매만 둘인 기분이 들었지만 어쨌든 집근처 고깃집에 앉아 생마늘이 듬뿍 붙은 안동한우를 오손도손 구웠다. 밥잘먹고 나니 오이군 기분이 상당히 좋아보인다. 역시 스트레스에는 밥이 최고지~

 

 

오잉? 그런데, 집에 돌아와보니 창문에 요런 것들이 쪼르르 붙어 있는게 아닌가. 아하핫. 어제 장봐온게 크리스마스 달력이었구나! 주중에 못끝낸 일거리는 달력만들기였던가보다. ^^;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달력이라고 해서, 집 모양 달력에 숫자가 25개 써 있는데, 12월 1일 부터 매일 집 창문을 하나씩 열면 25일째에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 있다. 스위스에 갔던 첫해에는 그게 뭔가 몰라서 하루에 창문 25개를 다 열었다가 무드 없다며 오이군에게 무지하게 구박을 받았었다.

그와 비슷한 개념으로 벽에 양말 25개를 줄줄이 걸고, 그 안에 사탕 같은 것을 넣어 놓는다. 1일 부터 하나씩 열어서 먹고, 25일날 양말 속에는 제일 큰 선물이 들어 있는 것. 아마 영화에서 가끔 보셨으리라. 오이군은 어젯밤 몰래 장을 보고, 차안에서 이걸 만들었다고 한다. 양말을 사긴 뭐하니 봉투로 대체했다. ^^; 그래서 10분도 안걸리는 홈플러스에를 2시간 걸려 다녀왔구나. 그래놓고 깜짝 놀래켜줄 생각에 집에 돌아오며 싱글벙글 했던 모양이다. 

 

매일 아침 봉투에 뭐가 들었을까 궁금해하며 창가로 달려갔다. 내용물은 마누라를 통통하게 살찌워서 겨울에 식량으로 쓰려는 건지 대부분 초컬릿이었는데, 22일째 봉투는 추워서 보일러를 좀 올려놨더니 생초컬릿이 폭삭 녹아 봉투밖으로 흐르는 사고가 생겼다. 12일부터 16일까지는 중국 야불리에 댕겨와서 17일날 한번에 뜯었고, 23일에는 참치캔을 받았는데, 이건 뭐지. 밥해달라는 건가...

 

어쨌든 간단하면서도 재밌는 크리스마스 이벤트. 연인은 물론 아이들에게 해주면 아주 좋아할 것 같다.

 

 

 

 

커플 사이즈 칠면조 구이
크리스마스엔 간단하면서도 분위기 팍팍 사는 통닭구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오이군을 위한 깜짝 여행이 준비되어 있었으므로 23일 저녁 미리 크리스마스 식사를 하기로 했다. 메뉴는 칠면조 통구이...를 하고 싶었지만 칠면조를 통째로 구할 수도 없고, 그 큰걸 둘이 다 먹을 수도 없으니까 통닭으로 대체했다. 닭의 배에는 밥과 강판에 간 그뤼에르 치즈를 버물려 넣고, 몸통에는 녹인 버터에 소금과 다진 마을을 섞어 치덕치덕 발랐다. 그냥 참기름 발라 구울래다가 즉흥적으로 만들어 본 양념인데, 굽고 보니 너무 맛있어서 뿌듯 했다는. ^^;

 

 

당근, 감자, 토마토, 버섯 등등도 함께 구워 얹어서 간단하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저녁 완성. 오늘도 일이 많았던지라 저녁 늦게까지 일하다 거의 야식으로 먹었더니 더 꿀맛이었다. 분위기상 와인을 한잔 곁들어야 폼이 나겠지만 둘다 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위스키로 대체했다. 식사중에 위스키라니. 알콜중독 스러운 면이 없지 않으나 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 

매년 디저트로 케이크도 만들고, 쿠키도 굽는데, 올해는 한달내내 매일 초컬릿을 먹었으니 몸매를 생각해서 달달한 것들은 생략하기로 했...

 

 

었는데, 집주인인 하늘양이 잠시 들러 케익을 주고 갔다. ^^;

그래. 연말에 다이어트는 무신. 다이어트는 언제나 그렇듯 연초 계획 아닌가! 연말까지는 신나게 먹고, 새해부터 잘 해보자 ^^;

 

 


 

 

겨울여행 추천코스

꿈 속에 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현실에 보는 브라운 크리스마스

 

 

분천역 산타마을. 산타 마을 이벤트는 내년 2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산타와 함께 사진도 찍고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진하고 구수한 대추차와 마시멜로우가 동동 뜬 핫초컬릿을 마실 수 있다 (1잔에 3천원)

 

 

 

분천역 산타마을 어게인

Buncheon station Santa village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크리스마스날 이브가 되었다.

이번 여행은 알프스 남좌 오이군을 위해 화이트 크리스마스 컨셉으로 준비해 보았다. 기차를 타고, 분천역 산타마을을 거쳐, 백두대간의 설경을 감상하고, 하이원 스키장으로 고고! 그런데, 여행을 계획했던 11월 말에는 당연히 크리스마스 즈음 산 위에는 눈이 좀 쌓여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현실은 이러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얼마전에 갔던 중국은 물론, 저 멀리 스위스까지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12월이 너무 따뜻한거다. 특히 24일은 어찌나 따뜻하고, 햇살도 좋은지 바닥에 쬐끔 쌓여있던 눈이 녹아 도랑을 만들며 봄을 노래했다. -_-;

 

추위에 빨개진 코로 산타 옆에서 내가 진짜 루톨프라며 우겨야하는데, 이건 뭐 꾸여 꾸역 껴입고 온 옷을 전부 벗어서 가방에 넣고 싶을 정도였으니...

 

새하얀 눈위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기대했건만 분천역의 풍경이 지난 가을에 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겨울 축제중이라 여기 저기 크리스마스 장식이 꽤나 이쁘게 얹어지고, 간이 음식점들이 들어섰지만 주변이 온통 갈색이라 크리스마스보다는 늦가을의 풍경 같았달까.

아쉬운대로 실내로 들어왔더니 산타복이 준비되어 있어 변신한 산타 커플. (음...?)

 

오이  마누라 수염길러도 이쁘네. 수염 길러봐.

감자  엉...? (이게 칭찬인가 욕인가. 이쁘댔는데, 왜 기분이 좀 그렇지. -_-;)

 

 

 

 

분천역의 깨알재미, 역무원 복장. 바지는 귀찮아서 생략 ^^;

 

오이군이 제복 모자와 무척 잘 어울려서 오랜만에 신랑보며 설레였는데, 카메라 재난이 발생하는 바람에 사진이 모두 날라가 버려 증거가 없다! 고프로 안가져 갔더라면 흐린 기억속의 크리스마스가 될 뻔...덩달아 간이 음식점에서 먹었던 흑돼지 구이 사진도 날아가서 없고. ㅠ_ㅠ

간이 음식점들에서는 산채비빔밥, 곤드레밥, 소머리국밥, 흑돼지 구이 등을 판매한다. 가격은 7천원-1만원 선.

이외에도 눈썰매장과 얼음썰매장이 마련되어있는데, 얼음이 전혀 얼지 않아서 축제장을 개장 했음에도 썰매장은 임시 휴업중이었다. 흠. 뭐 개인적으로 추운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추울 땐 추워야 다가오는 봄도 기쁜 것이거늘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백두대간 협곡열차, V 트레인

V train

 

 

눈도 없는 산타마을에서 오전을 보내고, V트레인을 탔다. 열차에도 지난번과 달리 내부에는 예쁘게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었다. 열차는 세칸으로 나뉘어 있는데, 2호차에만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으니 예약할 때 잘 선택하시길. 원래의 계획은 철암역까지 가는 1시간 동안 창밖의 눈풍경에 오이군을 감동하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창밖에는 소나무가 푸르렀고, 따뜻한 햇살이 찬란하게 빛나며 거의 봄이 오고 있다해도 믿을 것 같았다.

 

눈도 없는데, 창밖은 됐고, 셀카나...

 

 

 

철암역, 탄광마을의 흔적

Cheolam mine village

 

 

V트레인의 종점, 철암역의 풍경

 

오래된 탄광 마을의 흔적이 어딘지 아련한 느낌을 준다. 낡은 건물들은 박물관 또는 작품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다음 기차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건물이 무너질까 무서워서 어디 들어가 보겠나...

 

 

 

강원랜드 호텔 크리스마스 파뤼

Gangwon land hotel

 

 

철암역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기차타고, 리조트 셔틀을 타고 무사히 하이원에 입성했다. 눈 구경하려고, 무진장 갈아타면서도 산속 기찻길로 예약해 놨건만 이렇게 눈이 없을 줄 알았다면, 그냥 차가지고 오는건데. -_-; 차를 하도 갈아탔더니 아직 크리스마스가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다행히 강원랜드 리조트에서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불꽃놀이가 펼쳐졌고, 무료로 브로드웨이 스타일 뮤지컬까지 볼 수 있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되돌아 왔다. 무료 공연임에도 배우들이 노래를 잘해서 꽤나 볼만 했다는. 날이 또 날이니만큼 사람도 많아서 북적 북적 축제분위기도 난다. 복도에서는 라이브가수와 연주자들이 분위기를 더했고, 고급진 저녁 식사까지 하고 났더니 더이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쬐끔 피곤했지만 멋지게 마무리 한답시고 호텔 꼭대기층 라운지에 가서 칵테일도 한잔 했는데, 이건 오바였던 모양이다. 둘다 피곤해서 이야기하다 꼬투리잡고 티격태격. -_-;

 

 

조금 서로 빈정이 상한 상태로 객실로 돌아왔지만 어쨌든 준비해 온 선물을 줘야 하겠기에 오이군이 욕실에 들어간 사이 선물을 매달아 두었다. 수퍼 마리오 팬이시라면 단번에 알아 보셨을 마리오 코인 박스가 오늘의 선물. 저렇게 아래서 빵빵 치면 금색 코인이나 빨간색, 녹색 버섯이 떨어져야 하겠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초컬릿 한뭉치와 USB 메모리가 떨어졌다. ^^;; (가방에 접어 넣은 박스 구겨질까봐 하루종일 용썼더니 더 피곤한 듯.-_-;) 우리는 전국일주 중이라 살림을 늘릴 수 없었기에 메모리에 Wii U 게임을 다운로드 버전으로 구입해 몇개 담아 주었다. (오이군은 전국일주 하면서 Wii U 게임 콘솔을 갖고 다니는 진정한 닌텐도 덕후의 면모도 가지고 있다 ^^;)

나는 전부터 한번 지르고 싶었던 50미리 F1.8 값을 가진 인물렌즈를 받았다. 단렌즈를 써본적이 없어서 이것만 장착하면 복창이 터지지만 나름 삘있는 결과물에 만족해 하는 중. 조금 더 연습해서 곧 블로그에도 결과물을 공개할 예정 ^^

 

 

선물을 주고 받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잠이 들었더니 아침이 매우 상쾌하다. 게다가 건물 모퉁이 객실을 받아서 창문이 벽 두개를 차지하고 있는지라 시원한 전망이 일품. 계획대로라면 이 창밖으로 눈부신 설경이 펼쳐져야하는데, 아쉽게도 하이원도 글로벌 워밍 현상을 피해갈 순 없었는지 온통 초콜릿 빛이다. 12월 1일 부터 매일 초콜릿을 먹었더니 쵸코 저주에라도 걸린걸까. 어딜가나 창밖이 초콜릿색. 오이군, 내년엔 밀가루로 부탁해 -_-;

 

 

 

하이원 스키장, 초콜릿 크리스마스

High 1 Ski resort

 

 

오이군이 한국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스키장은 하이원이다. 슬로프 선택이 나름 다양해서 마음에 든다고.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 여행에도 스키 좋아하는 오이군을 위해 하이원 스키장을 야심차게 집어 넣었다. 

 

슬로프 위에 서면 뭔가 그럴 듯 해 보였으나...
현실은 이러했다. 슬로프 위에만 뿌려진 100% 인공 눈.
입자가 모래알 같은 인공눈 스키. 이러면 초보는 컨트롤 하기가 조금 더 어렵다
리프트 뒷쪽으로 보이는 녹색 배리어가 쳐 진 곳도 원래는 슬로프다. 아직 인공눈이 뿌려지지 않아 황량한 모습

 

그러나 오늘은 오이군이 사랑하는 하이원이 그 매력을 제대로 발산하질 못했는데, 일단 눈이 없어서 슬로프를 절반만 개장했고(그런데, 왜 리프트 값은 다 받는거야 ㅠ_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야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이다. 뭐 이건 어느정도 예상했고, 나름 축제 분위기가 나서 좋았는데, 문제는 리프트를 다 가동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열린 곳에만 사람이 밀집되다보니 대기 시간은 기본 30분씩. -_-; 바람처럼 날아다니는 오이군은 제일 긴 슬로프도 2~3분이면 끝나는데, 대기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서 스키의 자유로움을 만끽하지 못했다고 아쉬워 했다. 나에게는 더욱 힘든 시간이 되었는데, 오늘따라 컨트롤 잘 못하는 보더가 왜 이렇게 많은건지. 원래도 스키탈 때 보더가 옆을 쓸고 지나가면 일단 굉음이 무섭고, 둘째로 지나간 자리에 눈을 다 긁고 가서 빙판을 만들거나 눈더미를 만들어 그닥 반갑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초보들이 듬뿍 몰려나와 다들 컨트롤을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미친듯이 앞뒤로 돌격까지 하는거다. 그들도 으아악, 나도 으아악. 진정한 공포 스키를 경험했다.

 

 

 

 

스키장 컨디션이 안좋아도 Don't forget to smile ^^

 

크리스마스의 마지막은 셔틀버스를 놓치는 것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_-;

곤돌라 대기 시간이 예상보다 훠~얼씬 길어져서 마지막 라이딩을 마치고 바람같이 장비를 반납했건만, 셔틀버스가 엉덩이를 흔들며 저만치 가버렸던 것이다. 그 버스를 타야 이날의 마지막 기차를 탈 수 있는데...ㅠ_ㅠ 차선책으로 기차표를 잽싸게 환불하고, 스키장 밖으로 달려나가 태백의 구석구석을 두루 돌아다니는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며 겨우 겨우 철암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안동행 기차에 몸을 실었더니 몸도 마음도 기진 맥진. 안동역에 도착할 때 까지 떡실신 상태로 잠이 들었다. 그래도 동대구까지 안가고 어떻게 안동에서 내렸네. 인간의 놀라운 귀소 본능이란...

그때는 조금 힘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뭐 덕분에 버스안에서 눈꽃축제 준비가 한창인 태백시내의 조명을 감상할 수 있어서 크리스마스의 마무리로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의 아름다운 브라운 빛 크리스마스, the end

2015.12.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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