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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sang | 경상도
추천 겨울여행, 따뜻하고 로맨틱한 청도 와인터널
2015. 12. 6. 09:00

크리스마스 추천 여행지
달콤한 감 와인 한잔 어떠세요?

 

12월, 대부분의 지역에 흰눈이 펑펑 내리면서 바야흐로 진정한 겨울에 들어선 모양이다. 우리가 현재 머물고 있는 안동에는 서울에 흰눈이 펑펑 내리던 날, 오히려 햇살이 쨍쨍내리며 요 근래 보기 드문 화창한 날씨를 보여줬지만 어쨌든 날카로운 바람만은 겨울임을 부인할 수 없게 했다. 그리고 바람 속에 섞여있는 겨울 냄새를 맡으니 크리스마스가 코앞에 다가왔다는게 실감이 났다. 크리스마스에는 무엇을 할까? 어디를 갈까?

 

청도가는 길 이중 빛내림. 마치 우리 앞의 세상이 지금 창조 중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나는 추운 날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겨울이 그리 달갑지 않다. 펑펑 내리는 하얀 눈도 집에서 볼 때는 예쁘지만, 직접 그 사이를 걸어 다니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데, 우리는 지금 전국일주 중 아닌가! 여전히 일과 여행을 병행하고 있어서 주말 여행자라지만 어쨌든 여행한답시고 집도, 살림도 전부 처분하고 길위로 나섰는데, 이렇게 겨울잠 자는 곰 모드로 지낼 수는 없다.

 

청도는 소싸움으로 유명하다. 와인터널로 가는 길목에 상설 소싸움 경기장이 있다

 

그래서 어느 햇살이 화창한 날 아침, 자꾸만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내 몸뚱이를 간신히 일으켜 세우고 두주먹을 불끈 쥐었다.

 

감자  여보, 우리 미리 산타 빌리지 구경갑시다!

오이  산타는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나오는거 아냐?

감자  요즘엔 차막혀서 미리 다니나봐. 가보자, 일어나~ ^^

 

겨울이 좋다는 스위스 산 오이군도 겨울이 오니 잠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지, 요즘 기상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청도는 소싸움 뿐만 아니라 감으로도 유명하다. 버스 정류장이 귀여운 감 모양. 청송은 사과 모양이고, 영양은 고추 모양이라 경북에서는 버스 정류장으로 지역 특산물을 알 수 있다

 

산타빌리지는 경북에 두군데가 있는데, 하나는 분천역의 산타마을이고, 다른 하나는 알록 달록 불빛으로 유명한 청도 프로방스의 산타 빌리지다. 그 중 분천역은 지난 10월에 다녀온 적이 있으므로 청도의 프로방스 산타 빌리지가 오늘의 여행지로 낙찰 되었다. 

 

청도는 가로수도 전부 감나무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과수원에도 탐스럽게 열린 감들이 마치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햇살에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사실 같은 경북이라지만 안동에서 청도는 거리가 꽤 된다. 그래도 서울에 살때는 늘 와보고 싶었지만, 거리의 압박을 극복하지 못했던 곳이라 이게 어디냐며 감사한 마음으로 신이나게 달려왔다. 기왕 멀리 온거 프로방스 하나 보고 가기는 아쉬워서 근처 와인터널도 들르기로 하였다. 대부분 청도 여행 중에 와인터널과 함께 유명한 소싸움장을 여행코스로 넣지만, 우리는 나름 동물 애호가인지라 진짜든 가짜든간에 동물을 데리고 하는 서커스나 경기 등은 보고 있자면 마음이 영 불편하다. 따라서 소싸움장은 패스. 예전에는 동물원도 참 좋아라 했는데, 요즘에는 동물원의 동물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가 눈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해서 그것도 그만 두게 되었다.

 

 

와인터널의 입구로 가니 주변이 온통 감 과수원이고, 청도의 명물, 반시 말린 것을 주욱 늘어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반시는 떫은 감의 한 종류인데, 모양이 납작해서 반시라 불린다. 게다가 전국의 유일하게 씨가 없는 품종. 당연히 곶감을 만들면 씨가 없어서 먹기가 아주 편하다.

 

시식으로 놓인 것이 색깔이 워낙 예뻐서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하나 집어먹으니 야들야들한 것이 이성을 잃고, 접시를 다 비울 것 같기에 민망하게 사고치기 전에 작은 것 한팩을 구입했다. 제일 작은 팩은 5천원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사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말린 과일에도 별로 손이 가지 않는 편인데, 이것은 보통 먹는 곶감보다 살짝 덜 말라서 향기도 짙고, 보들 보들한게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이것이 바로 청도 와인터널. 주차장에서 백미터 조금 못되게 걸으니 터널 입구에 도착한다. 

이 터널은 대한제국 말기인 1898년에 완공된 것으로, 오르막이라 옛날의 증기 기관차로는 힘에 부치는 길이었던 모양이다. 따라서 1937년 다른 노선을 개통하며 버려져 최근까지 별다른 용도 없이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터널 입구에 들어서자 훅~하며 따뜻하고 습한 바람이 밀려 나왔다. 코끝과 손끝이 얼얼하던 참이었는데, 15도 정도로 온도가 유지되는 이곳은 추운 겨울에도 겉옷을 벗게 만든다

 

그러던 어느날 청도에서 감 와인을 개발해내 숙성시킬 장소를 물색하던 중 이곳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터널 내부는 연중 15도 전후로 온도가 유지되고, 습도가 늘 70-80%로 일정하므로 와인 숙석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내부를 재정비 하여 2006년부터 이곳을 감와인을 숙성장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슬픈 역사의 한 장소가 새로운 의미로 탈바꿈 한 좋은 케이스. 건설당시 일본의 계획으로 만들어 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곳에서 정작 고생하며 피땀흘려 만든사람들은 전부 우리민족 아니던가. 기왕이면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잘 사용되면 좋겠다.

 

 

터널 내부는 거의 120년이 다되가는 곳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도록 견고해 보였다. 게다가 와인병과 멋진 조명들로 장식이 되어 있어 은근 로맨틱한 분위기도 풍긴다. 

 

 

와인바도 있다. 이곳에서 감으로 만든 독특한 와인을 마실 수도 있고, 감 초콜렛이나 감 과자 등 여러가지 감 가공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추운 곳에 있다가 들어오니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에 이곳에 하염없이 앉아 와인이나 홀짝이며 수다를 떨고 싶었지만 일단 더 안쪽도 궁금해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와인바를 지나면 조명이 설치된 공간이 나오는데, 여기서 부터는 몇몇 예술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기 때문에 유료로 운영이 된다. 인당 2천원. 별로 비싼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게 대단히 볼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료로 운영되는게 더 좋은 이미지를 주지 않을까 싶은 아쉬움을 남겼다.

 

감 와인 숙성 통들은 안쪽 유료공간에 있다
내부에 야광으로 빛나는 어린이들의 솜씨 자랑, 거기서 이빨만 희번득 거리며 웃고 있는 감자
가장 안쪽 끝에는 레이져 쇼가 펼쳐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유료 공간은 불이 꺼져 있는 설치 물이 있는 등, 관리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만든 도기 작품들인 듯 하다. 꽤나 멋진 작품들도 있었는데, 이 다도세트는 하나 구입해 집에서 써도 좋을 것 같다
 숙성된 와인을 병에 담아 상품화 한 것들이 보관되고 있다. 그 사이에 조명을 설치해 나름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유료 공간을 모두 구경하고 다시 와인바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이곳이 이 터널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같다. 시간에 쫓긴다면 터널 끝까지 들어가지않고 이곳에 앉아 감 와인이나 한두잔 맛보고 가도 괜찮을 듯 하다.

 

 

 

 

 

우리도 와인 두잔을 주문했다. 처음 와인터널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그냥 일반 와인인줄 알았는데, 재료가 감이라는 사실에 맛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와인은 한잔에 3천원, 스페셜 와인은 4천원, 치즈 안주 접시는 5천원.

 

치즈 플래터. 여러 치즈와 달달한 말린감, 감 초컬릿이 함께 나온다
품평 중. 손에 술잔이 들어오니 신나나보다...

 

우리는 레귤러와 스페셸을 주문했는데, 레귤러 와인에서 감 향이 조금 더 짙게 나고 맛도 달다. 스페셸 와인은 감 특유의 향이 덜나고, 달기도 덜해서 진짜 와인과 살짝 더 가까운 느낌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드라이 한 것은 아니고 여기에도 단 맛이 남아있다. 레귤러는 디저트 와인처럼 당도가 높아서 여름철에는 유럽에서 맛볼 수 있는 무스카트 (단 맛의 화이트 와인) 아이스크림처럼 얼려서 먹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한정판으로 나오는 아트와인과 감을 겨울 서리가 내릴 때 까지 놔뒀다 만들어 당도가 훨씬 높은 아이스 와인은 맛보지 않았지만, 감와인은 전반적으로 단맛이 나는 술이다. 따라서 달달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솔깃한 옵션이 아닐까 싶다. (감자와 오이에게는 역시 술은 소주가...)

 

 

와인 터널은 늘 15도 정도로 온화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겨울에는 온기를 찾아서, 여름에는 피서지를 찾아서 연중 훌륭한 여행지가 되어 주는 것 같다.

올 크리스마스 감 와인과 함께 달달한 시간을 보내보시는 건 어떨런지?

 

청도 와인터널

홈페이지    www.gamwine.com
주소   정보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송금길 100
연락처   054-371-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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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날짜 | 2015.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