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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sang | 경상도
주왕계곡 트레킹 : 대전사, 연화굴, 자하교, 용추폭포, 용연폭포
2015. 11. 27. 20:44

드디어 주왕산의 웅장한 모습을 마주하다
명불허전, 주왕산의 가을 풍경

 

 

상쾌한 아침 햇살이 창문을 두드린다. 창문을 열어보니 청량한 가을바람이 쑤욱 밀려들어오며 코끝을 간질인다. 살짝 코끝이 시려서 이불을 끌어당겼다가 얼핏 눈에 들어왔던 파란 하늘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살며시 이불을 걷어 본다.

 

 

둘째 날은 더없이 푸르른 가을하늘에 감동하며 주왕계곡 트레킹에 나섰다. 주왕산 입구가 아직 보이기도 전 부터 여러 도인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 것 같이 신기하게 생긴 주왕산의 기암들이 눈에 들어온다.

 

 

 

 

 

탐방안내소에서부터 계곡 입구까지 약 1km 구간에는 여러 음식점과 기념품가게가 주욱 이어지는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과 동동주였다. 

 

 

항아리에 푸짐하게 담긴 동동주에 사과와 도라지, 대추 등의 약재가 이름처럼 동동 떠있는 모습을 보니,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목을 축이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다. 아니지, 이랬다가 한 잔이 두 잔되고, 두 잔이 한 동이 되서 산행은 뒷전이 될 지도 모르니 아쉽지만 내려오는 길을 기약하자. ^^;

나는 마시고 싶은 욕구를 애써 누르며 참았건만, 오이군은 뭐야 저게? 먹다 남은 음식을 전부 한군데 부은 것 같잖아. 라며 분위기를 깨버린다. ^^; 같은 것을 보고도 느끼는 바가 전혀 다른 모양이다. 근데, 오이군이 그렇다니 또 그런 것 같기도...쿨럭.

 

 

이것이 오늘 우리가 걸을 코스. 대전사에서 시작해 노란길, 연두색 길을 거쳐 용연폭포까지 본 후, 왔던길을 되돌아 온다. 대신 올때는 절구폭포를 보고, 연두색 길이 둘로 나뉘는 갈림길에서 윗쪽 자연탐방로를 따라 주왕암을 보고 내려올 계획이다. 사실은 칼등고개를 지나 주왕산 정상에 올라볼 계획을 가지고 주왕산에 왔건만 아침에 살짝 늦게 출발한 것 도 있고, 주왕산 정상에 서면 사방이 막혀 전망이 하나도 안보인다는 이야기에 급 의욕감퇴하여 주왕계곡이나 위 아래로 자세히 구경하기로 했다.

 

 

01  /대전사

 

 

이곳이 바로 트래킹이 시작되는 대전사다. 신라의 의상대사가 창건했고, 이 산에서 죽은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하는데, 사실 창건이후 정확한 연혁은 밝혀져 있지 않다. 사찰 뒤로 주왕산의 상징, 기암괴석이 마치 부처님의 쫘악 펼친 손바닥 같이 든든하게 굽어보고 있다. 울긋 불긋 단풍과 어우러진 대전사의 풍경은 어딘지 보는이를 압도하는 느낌이 든다.

 

 

대전사는 주왕산을 찾은 이들의 단체 사진 포인트 이기도 하다. 곳곳에 열맞춰 앉아 추억을 남기는 이들로 가득했다. 우리도 오늘 산행을 온 전체 인원을 소집해서 단체 사진을 남겼다 ^^;

 

 

주왕계곡은 절골계곡과는 다른 웅장함이 있었다. 똑같이 양쪽에 수직으로 절벽이 서 있는 계곡 길을 걷는 건데, 훨씬 더 규모가 크고, 바위가 높다. 계곡폭도 넓어서 통행로도 넓게 나 있다. 

 

사람이 많은데도 길이 워낙 넓어서 별로 부대끼지 않는다

 

주왕계곡은 길이 너무 잘 나있는 나머지, 절골계곡보다 야생미는 덜하지만 아이가 있는 가족단위 여행객이나 가벼운 트레킹을 원하시는 분께 적절한 곳이다.

 

 

02  /연화굴

 

 

주왕산은 화산재가 쌓여 생성된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인데, 뜨거운 응회암이 수축하면서 수직으로 절리가 생기는 특성 때문에 폭포와 작은 굴이 많이 생성되어 있다. 그중에 연화굴은 탐방로를 따라 걷다 표지판이 있는 왼쪽으로 올라가면 구경할 수 있다. 평평한 주왕계곡 길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경사가 생기니 숨이 턱에 찬다. 

이걸 내가 꼭 봐야하나...헉헉

어쩐지 이리로 가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더라니 길이 꽤나 오르막이다. 그래도 돌계단과 붙잡고 오를 난간들 잘 만들어놔서 사실은 갈만한 길이니 궁금하시면 가보셔도 좋겠다. 다만 요즘 감자의 체력이 최저질로 분류 되서 그럴 뿐. -_-;

 

 

잠시 호흡을 고르며 투덜거리다가 은은하게 물든 단풍잎과 파아란 하늘의 조화에 그새 또 신이나서 열심히 올라간다.

 

 

약 200m정도 오르다보면 드디어 연화굴이 나타난다. 굴이라고 해서 길게 통로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았더니 바위 틈에 물이 흐르다 무너져 내린 문 같은 굴이었다. 규모가 작아 잠시 실망했다가 시선이 동굴 위쪽을 따라가니 그 신기한 모양에 그새 감동하게 된다. 동굴 위쪽 틈을 따라 커다란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암벽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의 조각과 그 안에 드리운 단풍이 오묘하게 빛나며 어딘지 성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인지 이곳에서 주왕의 딸 백련공주가 성불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주왕산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중국의 주도라는 사람이 스스로를 주왕이라 칭하며 사람을 거느리고 당나라를 치려했다가 오히려 패하고, 이곳에 숨어들었다는 것이다. 그가 이 산에 깃발을 꽂고, 언젠가 다시 일어나기를 다지고 있었으나 결국 신라 장수의 화살에 맞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주왕의 딸이 바로 이곳에서 성불한 백련공주라고 한다.

 

 

 

 

 

동굴 벽은 화산암인지라 온통 주상절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아래 떨어진 돌 조각들은 나무 깎는 도구로 사용해도 될 만큼 날카롭다. 돌조각을 구경하라고 손에 쥐어 줬더니 오이군은 원시인 빙의되서 하루종일 저 돌조각으로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연필모양이 될 때까지 깎았다는...(대체 왜?!)

 

 

03  /자하교 쉼터

 

저 다리에 홀로 서서 사진을 찍었더라면 운치 있을 뻔 했는데, 사람이 무지 많아서 절대 그런 분위기를 낼 수는 없었다

 

다시 계곡 길로 내려와 걷다 자하교 쉼터에 도착했다. 쉼터에는 화장실과 숲속도서관이 있고, 자연관찰로로 길이 나뉘는데, 그 풍경이 뭐라 형용할 수 없이 웅장하고 아름다워서 많은 이들이 멈춰 감탄을 하느라 주변이 북적 북적 하다. 보통 사람 많은 곳은 휙 지나가게 되는데, 이곳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 정말 대단한 절경이었다.

 

 

이 부근에는 눈부신 색감을 자랑하는 단풍나무들이 몰려있고, 사람의 옆모습을 닮은 커다란 바위가 우뚝 솟아 있어 설화 속에 나오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와 있는 느낌 든다. 중국에만 있는 줄 알았던 높게 솟은 기둥같은 산들이 한국에도 있었다니.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우리나라의 구석 구석도 아직 모르는데, 해외로만 못가서 안달이었던 듯 하다.

 

 

앗, 그런데 숲속 도서관에서 오이군이 매우 좋아할만한 것을 발견했다. 바로 국립공원의 그린포인트 제도인데, 쓰레기를 모아오면 그 무게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제도이다. 국립공원탐방안내소 등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쓰레기봉투에 본인의 쓰레기는 물론, 원한다면 공원 내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담고, 공원을 벗어날 때 무게를 잰다. 그러면 그 무게의 두배에 해당하는 숫자만큼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데, 이걸 모아 국립공원 주차료나 캠핑장 이용 시에 사용할 수 있다. 또는 등산용품 등의 사은품으로 교환할 수도 있고, 트렉스타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내 쓰레기 가져가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게 잘 시행이 안되니 이렇게라도 사람들을 독려하는 것 같다. 어딘지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어쨌든 있는 제도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오늘은 마침 길에서 주운 쓰레기를 담을만한 봉투가 없어서 오이군이 본인 가방을 희생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차에 제대로 된 쓰레기봉투를 받게 되서 무지 신이 나하며 봉투를 낼름 챙겼다. 오이군에게는 이제 쓰레기 줍기가 거의 등산의 목적이 되어가고 있는 듯^^;

 

 

04  /용추협곡

 

 

자하교를 지나 걷다보면, 갑자기 계곡 폭이 좁아지는 곳이 나타난다. 바로 이곳이 주왕계곡의 하이라이트 용추폭포이다. 우와~하며 넋을 놓고 보고 있는 남편 앞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멋진 자연이 있다는 사실로 마음이 절로 뿌듯해지는 곳이었다. 10년 넘게 알고 지냈어도 남편에게는 웬지 우리나라의 좋은 것만을 보여 주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용추폭포는 총 3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좁은 바위틈으로 물이 휘돌아 치며 커다란 구멍을 만든 두 번째 폭포가 무지 인상적이었다. 아쉽게도 가뭄으로 수량이 많이 줄어들어 힘차게 휘도는 물줄기는 볼 수 없었지만, 그 모양으로 짐작컨대 평상시의 물살이 얼마나 셀지 상상해 볼 수 있었다.

 

 

그 물은 다시 아래로 떨어져 이렇게 청순하고 아름다운 소를 만들어 낸다. 싸늘한 가을임에도 마다하지 않고 첨벙 뛰어들고 싶을 만큼 물이 맑고, 너무 너무 예쁜 곳이었다. 신비로운 분위기가 선녀들이 내려와 앉아있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을 것 같네. 그러나 아쉽게도 출입 및 수영은 금지되어 있어 통행로에서 구경만 할 수 있다. 저 이쁜 물에 발을 담글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출입이 허용되었더라면 이런 청순한 모습은 일주일도 안돼서 자취를 감추겠지.

그나저나 이 예쁜 물위에도 생수병이 떠다닌다. ㅠ_ㅠ

 

 

05  /점심도시락

 

나하나는 괜찮겠지? 괜찮지 않습니다...-_-;

 

이번엔 더 안쪽에 있는 용연폭포로 이동해 간다. 가는 길에 보니 곳곳에 탐방로 이외에는 출입금지라는 표지가 붙어있다. 그래도 살다보면 멋진 곳에 앉아 밥 먹고 싶다는 욕구가 준법정신을 억누르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 욕구가 이성을 이긴 몇몇 사람들은 들어가지 말라고 쓰여 있는 곳에 당당히 앉아 점심을 먹는다. 그 마음 백번 이해하지만, 다들 그렇게 어기면 내년에는 아마 이 예쁜 주왕계곡이 더 이상 지금의 모습이 아니지 않을까? 

거기 앉아계신 분들, 저희 옆으로 나오셔서 같이 먹어요! 

 

 

 

 

 

용연폭포로 가다보면 길옆에 몇 개의 테이블이 놓여있는 공간이 있다. 사람이 많아서 자리 맡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그냥 통행로 주변에 대충 걸터앉아서 간단히 도시락을 먹으며 자연을 지켜 준다. 우리도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용연폭포를 만나러 간다.

 

오이군은 늘 감자가 밥먹는 사진 찍어 놓고 자연스러운 순간이라며 좋아한다 ㅠ_ㅠ

 

 

06  /용연폭포

 

 

용연폭포로 가기 전에 칼등고개와 주왕산 정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였다. 만약 정상을 가고 싶다면 용연폭포를 보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저 길로 올라가면 된다. 그러나 경사가 높아지는 것을 보니 주왕계곡 주변에 머무르고자 하는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다 ^^;

 

 

용연폭포는 이중으로 흐르는 온화한 느낌의 폭포였다. 용추폭포가 웅장하고 힘찬 느낌이었다면 용연폭포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온화한 느낌도 좋지만, 위쪽 폭포에 이렇게 용의 콧구멍같이 생긴 세 개의 굴이 형성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물은 역시 이곳도 당장 뛰어들고 싶게 맑고 깨끗하다.

 

다시한번 풍덩 뛰어들고 싶은 욕구를 셀카로 승화 ^^;
위쪽에서 내려온 폭포의 물이 다시 파아란 하늘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첫 번째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은 다시 이렇게 아래로 떨어져 웅덩이를 이룬다. 높이가 꽤 되는데, 사진으로는 그 느낌이 살지 않아 아쉽다. 작은 호수 같은 소 주변을 따라 산책로가 나 있어서 따라 구경을 하고 이제 마지막 폭포를 보러 왔던 길을 되돌아 오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여기가 바로 신선이 놀던 곳?!

여행날짜 | 201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