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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잠시멈춤, 세계여행, 긴 여행의 끝 그리고 그 후엔?
2015.08.08 12:51

시작과 끝이 있는, 그래서 더욱 찬란한 세계여행 이야기

그리고 다시 또 하나, 둘, 셋


오랜만에 내 눈을 사로잡은 여행 책이 있었다.

넘쳐나는 세계 여행 이야기들의 홍수속에 이 이야기가 유독 눈에 띄었던 이유는 바로 잠시멈춤 이라는 단어 때문. 그렇다. 이 책은 영원히, 멈추지 않는, 계속되는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쁘지만, 안정적이라는 강력한 일상의 족쇄를 과감하게 풀고, 잠시 쉼표를 찍은 이들의 이야기이다. 

세계여행을 갔다 왔다는 이들의 이야기는 많지만 우리는 늘 그 뒤가 궁금하다.

그래. 나도 그렇게 전세금 빼들고, 나름 안정적인 생활을 주던 직장을 때려치고, 갈 수는 있는데, 그런데, 그 다음은? 돌아와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데?


.




많은 이들이 선뜻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여행에서 뜻하지 않게 만날 위험에 대한 두려움 보다, 돌아와서 다시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확신이 없기 때문이리라. 나도 그랬었으니까. 직장에 용감하게 사표를 던지만 마냥 시원할 줄만 알았는데, 통쾌함 보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크게 다가 오더라. 

나, 이거 제대로 사고 치는 거 아냐?

그 당시에 내가 생각 할 수 있는 가치있는 미래라는 것은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서, 차도 사고, 집도 사고, 결혼도 하고, 돈 모아서 어쩌구 저쩌구...하는 것 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건 오직 좋은(?) 직장 잡아서 쉬지 않고, 계속 치열하게 일을 해야지만 가능한 미래인 것 처럼 느껴졌다. 아니, 어디선가 그렇게 보고, 듣고, 배웠던 것 같다.


이 책의 서두에 여행 준비를 하는 이야기에 그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어느 순간 나의 꿈이 빨리 해 치워야 하는 업무로 전락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서글펐다고. 더 없이 공감되는 말이다. 나의 꿈 조차도 결과를 내고, 손익을 따져봐야하는 일로 전락시켜 버리는 삶이 과연 내가 배운 그 가치있는 삶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하고 싶으니까, 오로지 재미있으니까 해보는 건 절대 안돼는 걸까? 여기서는 여행이 그 꿈이지만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인생에 하나 쯤은 어떤 결과물을 가져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좋아서 하는 것이 있다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물론 그 뒤가 걱정되는 건 사람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사실 끝이 아닐까 싶었던 그 뒤에도 삶은 어떻게든 계속해서 이어진다. 한비야의 책에 나왔던 구절 중에 이런 게 있다. 밤중에 운전을 하고 가는데, 헤드라이트는 기껏해야 50미터 앞 정도밖에 비춰주질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그 긴긴 밤길을 끝까지 갈 수 있지 않는가. 삶도 마찬가지다. 하던 일을 때려치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지금 이 지점에서 보이는 헤드라이트 불빛의 끝이지만, 사실 그 지점에 도달해 보면 조금 더 먼 길에 대한 힌트가 생겨 있다. 그들이 내려 놓은 안정적인 삶은 영원한 끝이 아니라 잠시멈춤이었다.



이책의 묘미는 그들의 여행 중 에피소드도 있고, 몰랐던 깨알 여행 정보을 얻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여행을 통해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는 과정을 보는 것이었다. 삶을 바라보는 각도가 더 다양해 지고, 그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상황을 대처하게 되고, 바싹 코앞에 대고 봐서는 보이지 않았을 삶의 모습들을 여행의 끝에서는 멀리서 조망하며 넓게 바라 볼 줄 알게 되는, 그런 시선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행여나 나의 무언가를 갈취할까 싶은 마음에 달려드는 삐끼들을 잔뜩 움츠린 고슴도치처럼 톡 쏴서 찔러버리지만, 나중엔 여행을 거듭하며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그들을 가볍게 물리치는 마음의 여유를 얻는다. 어떤 곳에 가서도 이것 저것 다 보고, 다 해야 한다고 마음이 바쁘지만, 남겨둠으로써 또 다른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삶의 지혜도 배운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에 다니며 딱딱 계획에 맞춘 삶을 살았을 그들이 어느 순간 지도를 집어 던지며 여기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며 틀에 박힌 생각을 내려 놓는 모습도 보게 된다. 미리 미리 준비하고 살아왔을 그들이 아프리카에서는 하쿠나마타타를 외치며 무작정 도착비자를 내 놓으라고 땡깡도 쓰는 배짱도 갖게 된다. (그리고 정말 비자가 나왔다. 틀에 박힌 생각으로 시도도 안하는 것 보다 가끔은 재치있는 말로 용기를 내어 시도해 보면 생각치도 않게 고정관념을 깨고 원하는 것을 얻을 때가 있다. 심지어는 비자도?!) 


그리고 중간에 스페인에 어학연수 겸 몇개월 멈췄을 때,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준비해 둔 상자를 한국으로 부터 배달 받다. 그리고 그들은 그 상자를 준비할 당시 미래에 필요하리라고 예상했던 물품과 실제로 그 미래에 필요한 것들이 확연히 다른 점에 스스로 놀란다. 불필요한 것들이 그득히 끼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잘 준비하고 있다 믿고 있는 그 미래에 실제로 필요한 것들이 얼마나 될까? 절반 이상의 불필요 한 것들까지 꽉꽉 채워 넣느라 지금 당장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지? 그 때문에 나는 지금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지쳐버려서 그 준비한 미래가 막상 다가 왔을 때 즐기지 못하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궁금했던 여행의 끝. 그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들은 다시 일을 하고 있다. 저자의 남편은 네덜란드에 있는 회사에 취업을 했고, 저자는 이렇게 책을 낸 여행작가가 되었다. 여행을 시작했을 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결말이었다. 둘다 한국에 있는 회사에 재취업을 해서 열심히 바쁜 일상으로 돌아갈 줄만 알았지, 네덜란드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헤드라이트 불빛 끝에 기다리고 있던 길은 상상하던 것과는 달랐지만 어쨌든 계속해서 길은 이어지고, 그들은 계속해서 삶을 살고 있다.

뭐 바로 바로 직장이 잡히지 않아 답답한 순간도 있을 것이고, 예전만큼 좋은 직장을 못찾는거 아닐까 두렵기도 하며, 나만 혼자 뒤쳐진 것 같아서 속상하기도 하겠지만, 훗날 뒤돌아 봤을 때 꿈을 따랐던 그 순간을 후회하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두려웠던 것과 달리 삶은 그냥 또 그런대로 무난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들을 자연스러운 문체로 편안하게 풀어 놓고 있다. 에세이 집이라고, 있어보이는 단어들로 가득채운, 감정만 듬뿍 담은 책이 아니라, 친구에게 이야기 하듯 편안하게 들려주고 있어서, 금새 빠져들에 휘리릭 읽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여행정보도 가득 담아 놓았다. 몰디브를 럭셔리 신혼여행이 아닌 배낭여행으로 가는 법이라든지, 아프리카 사파리를 투어를 따라가지 않고, 렌트카로 셀프투어하는 방법, 개인여행이 금지된 부탄 여행하는 방법 등 몰랐던 여행정보들을 자세하게 적어 놓아 여행 정보서로도, 에세이로도 손색이 없다. 


더운 주말 오후, 에어콘 앞에 앉아 수박을 쪼개 먹으며 잠시 멈추고, 이 책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실질적인 여행 정보로 가득한 저자의 블로그] 
빛나는 세계여행 bitna.net


[Yes 24 도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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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rosinhav.tistory.com 로지나 Rosinha2015.08.08 16:16 신고

    이런 류의 여행 에세이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이 책은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ㅎㅎ
    감자님, 흐흐 더운 날씨 잘 지내고 계시죠? 오랜만에 블로그 들어온 김에 감자님 블로그에도 댓글을!
    전.. 지금 다시 대구에 왔어요. 7월에 서울 잠깐 올라갔었는데 가자마자 사고가 나는 바람에; 대구와서 다시 치료중이에요. 다사다난...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멀쩡히 컴퓨터 하고 놀(?) 만큼 건강합니다. 8월 말에는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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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나셨대서 깜짝 놀랬어요.
      후딱 낫으셔서 이탈리아에서 러브 러브한 멋진 추억 가득 만들고 돌아오세요.
      서울에서도 보고, 우리 이제 안동과 대구에서도 보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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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desert.tistory.com 소이나는2015.08.08 17:00 신고

    그 후엔?
    그 여행을 추억하며 상상 속의 여행을 떠난다면, 멈추지 않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겠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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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겠지만, 그 일상의 소중함도 깨닫고, 삶에 대한 자세도 많이 바뀔 것 같아요. ^^
      일단 제가 떠나보고 직접 느끼고 싶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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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singenv.tistory.com singenv2015.08.09 15:03 신고

    정말 떠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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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view42.tistory.com viewport2015.08.10 00:36 신고

    그러게요....
    잠시 떠나는것도 좋지만, 다시 제자리에서 또 열심히 뛰는게 일상이나까요
    그래 그 다음은....
    또 다음 떠날 궁리? ^^ 열심히 하던 일 해야죠,,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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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blog.daum.net/con-jesus 짚시인생2015.08.10 08:30

    좋아서 하는거라면 죽음의 문턱까지라도 가야죠.
    그런 용기있는 사람들은 살아가는 가치를 아니까요.
    그런제 짚시는 용기없는 자에 불과해요. 아니 이젠 용기를 살리려 안간힘을 써 보지만 너무 늙었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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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짚시님이야말로 정말 세계를 누비셨잖아요. 용기의 정점에 서 계시달까 ^^;
      저야말로 벌써 움츠러 들어서 큰일이예요. 아직 남은 인생도 많고, 안가본 곳이 수두룩 한데, 나이 먹는다며 쬐끔씩 게으름 부리기 시작하네요. 모든건 생각하기 나름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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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방쌤』2015.08.10 22:10 신고

    여행에 대한 정보들도 물론 궁금하지만,,,
    잠시멈춤,, 이라는 말이 강하게 가슴을 때리네요
    저 역시도 잠시 멈춘다는 그 의미를 남들보다 뒤처진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요즘에는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불가능하겠지만,,,ㅜㅠ
    9월에 조금 한가해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찬찬히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주말마다 잠시잠시 멈춰섰다 다시 출발하는 일상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그 보다는 조금만 더 길게 잠시 멈추었다 다시 걸어보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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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네요. 곧 독서의 계절, 가을에 딱 맞는 책입니다. ^^
      사실 여름에는 더워서 책의 글자도 눈에 잘 안들어 오긴 하죠.
      신기하게 입추 지났다고 정말 아침 저녁으로 가을 바람이 불어요.
      더위도 한풀 꺾어서 에어콘 대신 선풍기로도 지낼만 하구요. ^^
      이제 좀 정신이 그니 슬슬 다시 여행을 떠나보고 싶은 욕구가 스물 스물 고개를 듭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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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yongphotos.com 용작가2015.08.11 12:41 신고

    저도 마음은 간절한데, 항상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현실의 이상이 승리하곤 합니다.
    멋진 책 소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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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해요. 특히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기면 현실이 훨씬 더 우세할 것 같아요. 나 하나야 훌쩍 떠나면 되지만 가족들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도 잘 모르는데, 여행으로 고생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
      그래도 또 가족과 함께 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다른 기쁨이 많이 있겠죠? ^^
      살짝 가을 바람이 부네요. 행복한 여름 마저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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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qubix.tistory.com 큐빅스™2015.08.11 18:46 신고

    용기있는 분들이네요^^
    종종 때려치우고 장기간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현실에 순응하게 되네요 ㅡㅡ
    로또라도 맞아야 할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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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ㅎ 저도 로또 맞으면 암것도 안하고 여행만 한다고 막 그랬는데, 빅라보스키라는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와요.
      백만 달러가 있으면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논다는 친구한테, 아무 것도 안하는데는 백만달러가 필요치 않다고 대답하더라고요. 뜨끔 했네요. 물론 아무것도 안하는건 아니지만, 생각해보니 세계여행이라는 것도 돈보다 다녀와서에 어떻게 살까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선뜻 못간달까요...뭐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용기를 내면 할만하지 않을까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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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www.walkview.co.kr 워크뷰2015.08.12 02:32 신고

    저도 따라 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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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namulog.tistory.com 나무‌‍ 2015.08.16 18:11 신고

    "그 상자를 준비할 당시 미래에 필요하리라고 예상했던 물품과
    실제로 그 미래에 필요한 것들이 확연히 다른 점에 스스로 놀란다."
    읽으려고 찜해 논 책인데 스포일러를 접한 느낌입니다.ㅎㅎㅎ
    지은이와 같은 용기가 부러워서 문자로나마 따라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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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일하러던건 아닌데, 죄송합니다 ㅎㅎ
      저건 0.1퍼센트도 안되는 이야기예요. 책이 워낙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요. ^^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 선선해져서 책읽기 좋은 계절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