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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ia | 태평양의 섬들/West Australia | 서호주
샤크베이 해멀린 풀에서 생명의 기원을 만나다
2015. 3. 18. 18:38

세계 자연 유산 샤크 베이Shark bay 가는 길
해멀린 풀 Hamelin Pool 을 찾아서

 

차안에서 가볍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남자 / 나는 내 손가락만 쳐다봐도 멀미하는 여자

 

이른 아침부터 칼바리 국립공원 계곡 등산에 앱자일링(현수하강, 래펠링, 암벽하강)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조금 더 북쪽에 있는 샤크베이로 향했다. 조금이라고 했지만 칼바리 국립공원에서 약 240km나 떨어져 있는 곳. 뻥뻥 뚫린 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하더라도 무려 2시간 반이나 걸리는 거리다. 호주 기준으로 조금이란 뜻이지, 오이군 기준으로는 하루 최대 운전량에 달한다. (오이군은 장거리 운전하는 것 무지 싫어함.)

 

 

 

 

 

비포장 도로가 많은 서호주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힘좋은 4륜 구동차가 필수이다. 단체 투어를 다니더라도 관광버스를 탄다면 갈 수 있는 지역이 무지 한정되어 버리기 때문에 어떤 차량을 이용하는지 꼭 확인하시길. 그래서 대부분 장기 캠핑 투어들이 사용하는 차가 바로 트럭 버스다. 퍼워풀한 대형 트럭인데, 뒤에 짐싣는 부분이 버스로 되어 있다. 이렇게 운전사겸 가이드 좌석과는 창문으로 연결되어있는 특이한 구조.

 

선인장이 웅장하게 자라는 모습이 어딘지 텍사스를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사실 서호주에선 선인장을 야생으로 거의 만나 볼 수 없다는

 

드디어 두시간 남짓한 짧은(?) 드라이빙을 마치고 샤크베이 입구에 도착했다. 샤크베이는 서호주 중간쯤에 있는 곳으로 퍼스에서 약 730km 떨어져 있다. 야생 돌고래가 해변가로 놀러와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몽키마이어도 바로 이 샤크 베이에 있다는 사실. 그러나 오늘은 돌고래보다 조금 더 신기하고 원시적인 것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

 

으하하핫, 나 차도 한복판에 팔벌리고 섰다~

 

서호주의 건기라 나름 성수기이지만 길에는 차한대 지나가질 않고. 

오이군과 차도위를 팔짝팔짝 뛰어다녔는데, 그새 옷에 붉은 흙이 점점히 박혔다.

 

세계 자연 유산 샤크 베이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외계인의 알인가? 스트로마톨라이트 Stromatolite
네가 있기에 내가 있고

 

 

두둥.

바로 이것이다.

오늘의 주인공, 스트로마톨라이트.

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다.

 

 

썰물때라 수면 밖으로 나와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영락없는 외계인 알 같은 모습이다.

이름은 왜 이렇게 어렵고, 대체 이 바위덩어리가 있어 우리가 있다니,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란 말인가? 우리는 모두 외계인의 자손?

 

 

 

 

스트로마톨라이트 주변에 작은 고기들이 모여있다

 

사실 이것들은 바위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의 군집이다. 남세균 또는 남조류라 불리는 미생물들이 주변의 퇴적물을 쌓으면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숨쉬는 바위이다. 그런데, 이것과 생명체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아까부터 자꾸 이야기 하는가? 바로 이 요상하게 생긴 녀석들이 대기중으로 산소를 대량 배출하기 때문이다. 약 35억년전에 지구상에 대량 번식했던 이들이 공기중으로 열심히 산소를 배출한 결과 대기에 산소 농도가 20%까지 올라가게 되었고, 산소를 필요로 하는 많은 생명체들이 진화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전부 물에 잠겨 있는 밀물 때 방문했더라면, 물에서 공기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나의 중요성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아줘!

 

그러나 많은 생명체들이 번식하기 시작하며 이들의 터전을 위협하게 되었다. 약 30cm가 쌓이는데, 무려 1000년이나 걸린다는데, 워낙 약하기 때문에 밟거나 손가락으로 푹 누르면 쉽게 부서져 버린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역에선 오래전 수명을 다해 화석으로밖에 찾아 볼 수 없는데, 일반 생물이 살 수 없는 고염도의 호수나 바닷가 등 극한의 지역에는 아직도 이 고대 생물이 살아 남아 있는 것이다.

 

샤크베이의 해멀린 풀이 세계에 남아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군집지역 중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이유 역시 이곳이 불모지이기 때문이다. 옛 사람들이 처음 이곳을 찾고는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삭막한 사막에는 풀한포기 나지 않고, 물이 얕고 증발량이 많이 염도도 다른 곳의 두배나 이르르는 곳에 헤괴한 바위들만 빽빽히 들어차 있는 생명이 살 수 없는 곳. 그러나 그때 그들은 이들로 인해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들은 이게 생명체라는 사실도 몰랐다. 그냥 바위라고 생각했겠지. 나같아도 누가 얘네가 살아 있다고 말 안해줬으면 위에서 점프하고 놀다 그냥 갔을 듯)

 

 

이 붉은 모자를 쓴 스트로마톨라이트들은 (이름이 왜 이렇게 기냐. 타이핑 하기도 귀찮다) 약 500-1000년 전에 성장이 멈춘 녀석들인데, 위가 붉게 물든 이유는 며느리도 모른다고 한다. 물에 섞여 있던 철 성분이 산화 된 걸 수도 있고, 다른 박테리아의 영향일 수도 있다지만 진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내 생각엔 그냥 바로 옆에 붉은 흙들이 바람에 날라와 붙은 것 같구만...황사 봐라 황사. 봄만되면 창문이 노래진다 ㅠ_ㅠ 서호주에 온뒤로 우리 옷도 이미 붉은 색) 우리는 현재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주변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 투성이다. 참 놀라운 자연의 신비. 그래서 신비라 하겠지? 이유를 다 알면 덜 신비로와서 여행의 재미가 반감될 것 같기도 하다.

 

 

 

       

최첨단을 사는 인간의 무지함. 여행이 신비로운 이유 fin

201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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