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 달아 밝은 달아 내 소원 들어줄래
일단 밥부터! 오이군 대보름 음식문화 체험
사실 나는 어릴 적에 엄마가 오곡찰밥을 해 주셨던 것 말고는 정월대보름을 딱히 챙겨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오이군과 한국에 온 뒤로는 웬지 이날은 이걸 먹고, 저날은 저걸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어서 대보름을 챙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오이군은 매번 대보름에 오곡밥과 나물을 먹었다는 시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_-;) 따라서 올해는 9가지가 넘는 나물을 준비! 이정도면 내년에는 기억하려나?
주태백이 집에 귀밝이술이 빠질 수 없지?
올해도 잘 듣고(서로 잘 들어주고, 이해해 주고), 좋은 소식도 많이 듣자 ^^
원래 아침에 한잔 마시는 거라지만, 아침부터 술이 안넘어 가서 저녁에 한잔.
부럼도 깼다. 처음 깬거는 마당에 던지는거라 했더니 망설임 없이 마룻바닥에 집어던진 오이군. 그...그래. 마당없는 아파트니까 할 수 없지 뭐 ^^;
올해도 건강하게 살자!
나이 숫자대로 깨야한다고 들은 것 같지만...저녁 내 부럼만 깨고 있을 것 같아서 그냥 몇개 물고 말았다.
복쌈을 먹는 곳도 있다기에 우리도 명이나물에 싸 봤다. 보통 김이나 취나물, 배춧잎 등에 싼다고 한다.
요렇게 다양한 나물과 먹으니 밥이 참 맛있다. 왜 평소에는 이렇게 안먹어?
글쎄...? 아마 다양한 나물을 만들기 귀찮아서?
응? 어차피 다 되있는거 사온거잖아. 그냥 자주 이렇게 사오면 안돼?
.....그...그래. -_-;
도심속의 대보름 축제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불꽃놀이, 불놀이 총 출동
대보름이 평일이라 그 주 주말에 안양천에서 대보름 축제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도림역에서 10분쯤 걸어서 갈 수 있는 안양천 수로변 운동장에서 축제가 진행된다고 하는데, 도심 한가운데서 달집태우기까지 한다니 그 모습이 궁금해서 우리도 찾아가 보았다.
01 /축제장 볼거리
축제는 오후 3시부터 시작해서 달짚을 태우는 7시까지 여러가지 공연이 이어졌다. 아슬 아슬 줄타기와 지역 단체의 댄스, 무예, 난타 공연 등이 펼쳐 졌는데, 프로페셔널 하진 않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옛날 학창 시절 축제때가 생각나서 재밌더라는. 안양천은 안양부터 서울 영등포구까지 이어지는 지역 하천으로 이번 행사는 양천구 주최로 펼쳐 졌지만, 위치가 구로구, 영등포구, 양천구가 만나는 곳이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 축제분위기가 제대로 났다.
02 /축제장 먹을 거리
먹거리가 빠지면 축제라 할 수 있겠는가 ^^;
각 동 별로 부스가 마련되서 먹거리 장터가 열렸다. 그 중에는 떡이나 군고구마를 무료로 나눠주는 곳도 있어서 훈훈하니 인정 넘치는 시골 축제같은 느낌이 들더라.
우리도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해물 부침개와 막걸리 한병을 주문했는데(각 2천원), 자리에 앉자 아주머니들이 그냥 이것 저것 음식을 마구 챙겨 주셨다. 감칠맛 나는 겉절이 김치와 뜨끈한 오뎅국, 달달한 시루떡까지. 그리고, 얼큰히 취기가 오른 아저씨들이 막걸리를 들고와서 오이군에게 관심을 표시하신다. 덕분에 우리가 주문한 한병은 다 비우지도 못하고, 장터가 마감되서, 본의아니게 진정한 술꾼처럼 병째로 들고다니며 축제를 즐기게 됐다는 ^^;; 오랜만에 느껴보는 인심에 생각치 않은 곳에서 명절 분위기를 느꼈다.
03 /축제장 즐길거리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나는 놀이판이 벌어졌다. 제기차기 대회에는 부스에서 요리하던 아주머니들까지 참여하셔서 분위기를 살렸고, 투호놀이는 은근 승부욕을 자극하는지 다들 한번 시작하면 떠날 줄을 몰랐다. ^^;
뭐니 뭐니 해도 민속놀이의 꽃은 윷놀이가 아닌가 싶다. 크고 작은 사이즈의 윷이 곳곳에 준비되어 있었는데, 상품도 걸려있어서 인지 어른들이 더 신이 났다.
널뛰기는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들의 독무대. 아이들은 박자를 잘 못맞추고, 남자들도 뭔가 어설픈데, 중년을 훌쩍 넘어선 아주머니들만 올라가면, 쿵덕 쿵덕 박자 맞는 소리가 기분좋게 들린다. 아마 젊었을 때 해 보신 솜씨시리라. 오이군과 나도 시도해 봤지만 하마터면 부부싸움 날뻔했다. ^^;
그리고, 오늘 놀이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쥐불놀이였다. 나는 어릴 적에 엄마가 파인애플 깡통으로 만들어 주셔서 몇번 해 본 기억이 있는데, 오이군은 생전 처음 봤을테지? 위험한(?) 놀이를 좋아하는 오이군이 눈을 번쩍 띄일 것 같아서 가장 기다리고 있었던 순서였는데, 슬픈일이 벌어졌다. 깡통을 어린이들에게만 나눠준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아이들을 대동하고 와서 가족당 한두개의 깡통을 받을 수 있었는데, 정신연령만 어린이인 우리 가족은 한개도 받을 수가 없었다. 외국인 문화 체험을 빌미 삼아 졸라보려고 했는데, 우리 앞에서 이미 물건이 동이나서 조를 기회조차 없었다는...서러워라. 내년부터는 꼭 파인애플 두통씩 먹고 직접 만들어 오겠다며 눈물을 삼켰다.
04 /오늘의 하이라이트 달집태우기
대보름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달집태우기 이다. 짚으로 만든 달집을 태워 정초에 나쁜 기운을 모두 몰아내고, 한해를 채울 복을 부른다고 한다. 각자 소원도 정성스레 적어 달집에 매달아 같이 태웠다.
달집이 타오르는 모습을 불나방처럼 넋이나가 쳐다보고 있는데, 그 뒤를 화려하게 수 놓을 불꽃도 터지기 시작했다.
올해로 16회가 된 양천구 대보름 축제. 바쁜 생활속에 잊혀져가는 우리의 재미있는 전통문화를 도심에서 즐겨 볼 수 있어서 더 매력있는 것 같다.
05 /뒷풀이 불파티
달집이 다 타고, 불꽃놀이가 끝나자 못내 아쉬운 사람들은 옆 광장에서 계속해서 쥐불놀이를 했다. 밤이 되니 사방에서 돌아가는 쥐불이 꽤나 볼만 하더라.
그러나 쥐불 깡통을 못받은 우리는?
나름 준비해온 간이 쥐불로 우리만의 불놀이에 들어갔다 ^^;
글씨 쓰기.
글씨를 거꾸로 써야하고, 동선을 잘 맞춰야 해서 수십번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느라 달밤에 땀이 뻘뻘. ^^;
2015 도심속의 대보름 축제 fin
2015.0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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