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건 좋은거잖아!
잘 알려진 여행지지만 그래도 갈때마다 좋더라...
남이섬.
서울 사람들에겐 오래전부터 낭만 여행지 1위로 손꼽히던 곳이다. 지금이야 근교에 다양한 여행지가 개발되어 그 위치가 조금 내려갔다지만, 오래전엔 당일 기차 여행으로 남이섬만큼 낭만적인 곳이 또 없었다.
나도 젊은 날의 낭만을 이 남이섬에서 불사르곤 했었지.
가족, 친구, 연인...
오랜만에 추억을 되새기며, 나의 가족이자, 친구이자, 연인인 오이군과 함께 새로운 추억도 만들겸 남이섬으로 여행을 떠났다.
코스모스가 너무 예뻐서 였을까?
닭갈비가 너무 맛있어서 였을까?
그날 우리의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늘을 날으는 기분.
오래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바로 그 기분.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던, 저 물빛처럼 짙은 카키색의 눈동자.
아찔한 짚라인이 전혀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아마 물색이 그의 눈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인가보다.
남이섬이 참 많이 변했네.
10년전의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우리도 많이 변했네.
8년전의 풋풋한 모습은 익숙함 속에 자연스래 퇴색되어 버렸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참 좋다.
남이섬이 확 달라졌어도 여전히 아름답듯이.
이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겠지.
그럼 산에 들에 동물들은 추위를 피해서 어디로 떠날까?
내 인생에도 언젠가는 겨울이 오겠지.
머리칼에 하얀 눈 내린 그런 날이 말이야.
그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살아 갈 수 있는 이유는
그 겨울을 그와 함께 걸어가리라 믿고 있기 때문일 거야.
뛰어가기 없기.
뒤쳐지기 없기.
손붙잡고 끝까지 한걸음씩 같이 가기.
나른한 바람.
따뜻한 가을 햇살.
엄마의 품같은 그런 가을 오후.
곳곳에 벤치가 있는데, 그곳에 앉아 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로 가득찬 남이섬의 아이러니하게 텅빈 벤치들.
주말에 쉬러 와서도 우리는 쉴틈없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가끔은 한박자 쉬는 것이 더 멀리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건만,
우리는 지쳐 쓰러져 더이상 나아갈 수 없을 때까지 전진하려고만 한다.
가끔은 쉬어야
더 가득채울 수 있는 인생.
내맘대로 갈 수 없다고 2인용 자전거를 싫어했는데, 막상 타보니 그리 나쁘지 않다. 울퉁불퉁한 길도 둘이 같이 밟으니 수월하게 지날 수 있고, 한사람씩 번갈아 가면서 쉴 수도 있다. 한참 달리다가 어느 순간 나 혼자 임에 깜짝 놀라 외로울 일도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찬란하게 빛나며
정열적으로 살다 가는 단풍잎.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끝까지,
열심히.
안녕, 남이섬.
우리는 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음번에 또 많이 달라진 모습에
서로를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늘 즐거운 기억만 남겨줘서
참 고맙다.
작은 섬아.
스위스 오이
남이섬에 다녀오다.
남이섬 가을 동화 fin.
2013.10.30
가는 법과 짚라인에 관한 정보는 아래에 지난 포스팅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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