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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sang | 경상도
경주의 숨은 보석, 동남산 산책길 Part 1
2014. 11. 6. 08:00

차없이 떠나는 경주 주말여행
수학여행때 갔던 그 경주가 이 경주 맞아?

 

 

경주. 

웬만한 한국인이라면 한번쯤은 다녀왔을 곳이다. 대부분 수학여행으로 발도장을 찍었을 테고, 나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경주에 대한 이렇다할 기억이 없다. 그때는 사실 친구들과 수다떠느라 바빠서 경주를 가건, 공주를 가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을 나이니까. 실제론 나는 얼마전까지 내가 수학여행으로 공주를 다녀 온 줄 알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들춰본 사진첩에 에밀레종이 떡 버티고 있는게 아닌가? 헉...그럼 그 고분이 무령왕릉이 아니라 천마총이었던 개벼? 생각해 보니 그때 천마도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사진밖에 남는게 없는데, 고분 내에서는 사진을 못찍으니 이런 불상사가. ^^;;

사실 요즘 기억의 왜곡이 무섭게 일어난다. 애 낳으면 그런다고 친구들이 우기는데, 출산과는 전혀 관계 없음을 입증하는 산증인이 바로 여기 있다. -_-;

 

당일, 1박 2일, 2박 3일, 7일 여행코스를 100% 대중교통만으로 여행 할 수 있게 소개했다

 

어쨌든 그 경주를 근 20년만에(헉...) 다시 들르게 되었다. 

뚜벅이 커플 감자와 오이를 솔깃하게 했던 책, 차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을 구입했는데, 출간 이벤트로 그 책을 집필한 작가들과 함께 경주 남산을 여행할 기회가 생겼던 것이다. 경주남산연구소 소장님의 해설도 들을 수 있어서 더 매력적이었던 경주여행. 수학여행을 지금 이 나이때 갔더라면, 20배로 감동하며 다녔을텐데. ^^

 

 

 

경주가는 길
KTX로 2시간 반이면 도착, 세상 좋아졌어야...

 

할머니 같지만, 한마디 해야겠다.

세상 참말로 좋아졌다. 경주를 서울서 2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재잘 재잘 일행과 수다를 떨며 가는 수학여행스러운 기차여행을 상상했으나, 현실은 꼭두새벽에 일어난 아줌마. 평소의 생활리듬보다 두세시간 일찍 일어났더니 정신을 못차리겠다. 결국 세상모르고 잠들어서 2시간 반을 10분처럼 순간이동했다는. ^^;

 

도착역은 경부선 경주역이 아닌, KTX 신경주역. 

경주역보다 도심에서 멀지만, 버스가 자주 있어서 별 불편함을 못 느끼고, 볼거리가 모여있는 경주시내 근처로 갈 수 있었다. 버스로 약 30분 이동.

 

 

 

 

 

 

경주의 재발견
그때 나는 몰랐었네

 

내가 기억하는 경주의 볼거리는 석굴암과 불국사 그리고 천마총. 

저것만 하루 휙 둘러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지도를 찬찬히 훑어 보니, 경주에는 일주일을 열심히 돌아다녀도 다 못볼,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있었다. 이집트 왕가의 계곡을 방불케하는 수많은 왕릉들과 이제는 흔적만 남았지만 여전히 예전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사찰터들이 있고,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경주 남산에만도 왕릉이 13개, 탑 96개, 불상도 118개나 있다. 여전히 태풍이 몰아치면 남산기슭으로 발견되지 않았던 작은 불상 조각이 떠내려 온다고 하니, 남산은 경주의 숨은 보석같은 존재다. 오늘 코스북팀과 함께 여행할 곳도 바로 이곳, 경주 남산이다. 남산은 크게 동남산과 서남산으로 나눌 수 있는데, 특히 동남산 길은 산책하는 기분으로 갈 수 있는 평지이고, 중간 중간 유적지가 많아 하루 도보여행으로 안성맞춤이다.

 

 

 

 

Day 1

경주 동남산 반나절 산책 코스

 

──

 

월정교
춘양교지
해맞이마을
남산불곡마애여래좌상
남산탑곡마애불상군
헌강왕릉정강왕릉
서출지남산동동삼층석탑통일전앞아서10번버스타고경주시내로귀환

 

 

 

 

지도의 오른쪽이 북쪽이다. 오른쪽 끝 월정교부터 노란 선을 따라 남산동 동서삼층석탑까지 약 7.2km거리를 걸을 예정

 

 

 

00  /Meeting point : 봉황대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우리의 시선을 사로 잡은 것은 엄청난 크기의 왕릉들이었다. 하나만 있어도 우와~할 것들이 사방에 가득. 

그런데, 이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엄청난 것들이 이곳에선 평범한 일상인가보다. 사람들은 그 주변에서 유유자적 피크닉을 하고, 잔디에 앉아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실제로 경주 시민들은 어릴적 눈이 오면 이곳에서 미끄럼을 타고 놀았다 한다. 처음엔 불경스럽다 느껴졌는데,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그것이 진정한 왕의 모습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뭔가 너무 높은 곳에 있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왕이 아니라, 백성들을 따뜻하게 두팔로 품어주고 있는 그런 왕 말이다.

경주는 수백년의 세월을 지나서도 여전히 신라의 왕들이 따뜻하게 품고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까? 도착하는 순간부터 온화한 기운이 푸근하게 감싸는 느낌이다.

 

오늘 일행들과의 접선 장소는 봉황대.

신라 고분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독특하게 봉분위에 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경주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주 등장한다. 신라 마립간 시대의 왕릉으로 추청되나 아직 발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위에서 보는 풍경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왕릉을 밟고 올라가는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멋모르는 어린 아이들이야 귀엽게 봐줄 수 있겠지만, 안에 뭐가 들었는지 뻔히 알면서 터벅 터벅 올라가는게 탐탁치 않아서 꾹 눌러 참았다. 그런데, 올라가는 모습이 영화 경주에도 등장하는 바람에, 이미 사람들이 많이 올라갔는지 뚜렷하게 길까지 나있다. 뭐 각자 믿는 바에 따라 사는 거니까. ^^

 

이곳에서 주최측에서 준비해 주신 따뜻한 커피 한잔과 보드랍고 쫄깃한 찰보리떡으로 아직 잠이 덜깬 몸을 살짝 흔들어 주었다. 왕릉들이 신기했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비몽 사몽.

 

오늘 여행을 주관하신 작가님 세분과 출판사분 그리고, 이틀간의 일행이 되어줄 다른 블로거들과 인사를 나눴다. 아, 자기소개는 한살 한살 먹을 수록 더 쑥스러운 것 같다. 난 뭐하는 사람일까. 난 누구일까. 난 어떤 사람일까. 나조차도 잘 모르겠는 것을 몇 문장으로 요약해서 소개하려니 영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버벅 버벅 몇마디 던지고 털썩 자리에 앉았다.

 

 

 

01  /월정교

 

동남산 코스의 시작은 월정교다. 

신라의 수도 서라벌에는 월정교와 일정교 두개의 큰 다리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오랜 세월에 걸쳐 둘다 나무 부분은 사라지고, 다리를 받치던 석축만 남게 되었다. 서기 760년에 지어졌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으니, 1200년이 넘는 세월을 목조 건물이 버텨내기는 힘들었을 터. 그러던 것을 2007년부터 복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주변에서 기와가 발굴되어 지붕이 있었다는 것은 맞지만, 사실상 그 정확한 형태가 남아있는 것이 아니어서 많은 부분을 고증을 거친 상상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또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원효대사는 어느날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내게 빌려 주겠는가? 내가 하늘 떠받칠 기둥을 깎으리 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그 뜻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태종 무열왕은 센스 있게 그 뜻을 알아 차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 스님은 필경 귀부인을 얻어서 귀한 아들을 낳고자 하는구나. 나라에 큰 현인이 있으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그때는 스님도 결혼을 했던가 보네?) 그때 마침 무열왕의 딸 요석공주가 결혼한지 며칠만에 남편이 백제와의 전쟁에서 전사하여 과부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무열왕은 신하를 불러 원효대사를 찾게 한다. 마침 이때 월정교를 지나고 있던 원효대사는 왕의 신하를 알아보고, 일부러 물에 빠져 옷을 적신다. (엄머!) 당연히 신하는 원효대사를 요석공주가 살고 있던 요석궁으로 모셨고, 원효대사는 거기서 옷을 말렸는데...요석공주가 쨘, 임신을 한다. (^^;) 그렇게 태어난 아들이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학자, 설총이다.

 

근데, 신라시대의 월정교가 저렇게 높았으면, 물에 빠질때 아팠겠는데...그땐 물이 더 깊었나?

 

 

 

 

 

02  /춘양교 = 일정교 = 효불효 = 칠성교

 

춘양교지 찾아 가는 길.

탐스럽게 열린 산수유가 따뜻한 가을 햇살에 투명하게 빛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손이가서, 날름 한알 따 먹어 봤는데, 엄청 시다. 쿨럭. 어차피 남자에게 좋은 거라니 뭐...

 

월정교에서부터 남천을 따라 걷다가, 계룡암이 나타나면 그 오른쪽으로 간다. 바로 그곳이 효불효교라 불리는 춘양교가 있었던 곳이다.

 

일렬로 쪼르르. 어쩌다 보니 멤버가 한명 빼고 전원 여자다. 여중, 여고, 여대를 나온 나는 매번 학교 소풍 때 풍경이 딱 이랬다. ^^;

 

지금은 월정교와 마찬가지로 터만 남아 있다.

지어질 당시에는 춘양교라 불렸던 것이 고려시대에는 월정교와 세트로 일정교라 불렸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는 다른 별칭이 있었으니, 바로 효불효교다. 무슨 이름이 이러하냐? 

 

신라시대에 아들 일곱을 둔 과부가 있었다. 외로왔던 그녀는 애인과 만나기 위해 매일 밤 몰래 시내를 건넜는데, 이걸 눈치챈 아들들이 어머니가 추운데 밤중에 발을 적시게 해서 쓰겠냐 싶어 돌다리를 놓아드렸다. 이에 민망했던 어머니는 행실을 고쳤다 라고 하는데...뭐 어차피 과분데, 꼭 고칠 것 까지 있나. 공주도 스님과 재혼하는 마당에. ^^;

어쨌든 그 아들들의 행실이 어머니께는 효도고, 돌아가신 아버지께는 불효여서 효불효교라 불렸고, 일곱 아들이 놓아준 돌다리라 칠성교라 불리기도 한다.

 

 

03  /해맞이마을

 

논에는 통통한 낟알들이 보기좋게 익어있고, 절반쯤은 이미 추수를 끝내서 화창한 가을 햇살에 기분좋게 말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걸 길가 인도 위에서 말린다. 동네 마당도 아니고, 차 다니는 도로 옆에서 말리는 바람에 가끔 행인과 자전거는 길을 빼앗기고 도로위로 지나가야 한다. 그래도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위험하지 않으니 뭐 이런게 또 시골의 매력이라면 매력. ^^;

 

요녀석 비겁하게 숨어 고개만 빼쭉 내밀고 우리를 쳐다보더니, 정신없이 짖어댄다. 낯선 얼굴들이 단체로 지나가니 무서웠던 모양. 지집에 들어가서 숨었다, 빼쭉 내밀고 짖기를 반복. 

고놈, 집은 잘 지키겠구만. 제 밥값은 제대로 하는 모양.

 

길을 따라 걷다보면 해맞이마을이라는 곳을 지나게 된다. 이 석판을 세운 최햇빛 할아버지는 한글을 너무 사랑하시는 분이었다. 원래 위아래로 나뉘어 양지마을, 음지마을이라 불리던 곳을 침침하다 하여 해맞이마을로 바꾸자 했는데, 동네 사람도 모두 마음에 들어 해서 지금의 해맞이마을이 되었다. 본인의 이름도 순 한글 이름인 햇빛으로 개명했고, 아내의 이름도 마음이 포근하라는 뜻으로 김포근으로 개명 했다고 한다. 포근, 포근 너무 기분 좋은 이름인 듯 ^^

뿐만 아니라 동네에 많은 상점과 가족, 주변인의 이름도 무료료 한글작명해 주셨다고 한다. 이 비석 근처에는 그를 추모하는 제자들이 세운 다른 글귀도 적혀 있는데, 참 뭉클한 문장이다.

 

밤길도 오래 걷다보면, 새벽을 맞이한다.

 

일제시대를 거쳐, 한글을 억압하는 상황속에서도 꿋꿋하게 한글 사랑을 지켜온 그 분이 살아 생전 하신 말씀이다. 2000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실때까지 구멍가게로 생계를 이어가셧지만, 이곳 저곳에서 한글 사랑 강의를 하셨다고 한다.

 

 

 

 

 

04  /남산불곡마애여래좌상

 

협찬모델 : 이웃블로거 그린데이님 ^^;

 

이제 산속에 있는 남산불곡마애여래좌상을 보기 위해서 동네길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간다. 10월 마지막 주인데도 아직 단풍이 깊이 들지 않아서 모두의 아쉬움을 자아 냈다. 경주는 남쪽이라 단풍이 늦게 찾아오는 모양이다.

 

길은 별로 경사가 없어 산이라기 보다는 낮은 언덕에 가까왔다. 숲속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다보니 작은 늪이 하나 나타났다. 주변에 얼기 설기 얽힌 나뭇가지들과 어우러져 뭔가 신비로운 풍경. 사이 사이로 반짝이는 요정들이 날아 다니는 환영이 보이는 것 같다. 

음...날파린가?

 

대나무 숲 사이로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남산불곡마애여래좌상.

높이 1.7m, 폭 1.2m, 깊이 60cm의 감실을 파 그 안에 편안한 모습으로 앉아계신 여래좌상을 부조로 새져 놓았다.

1.4m의 단아한 불상은 경주 남산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이라, 보물 198호로 지정되었다.

 

작은 감실임에도 편안해 보이는 얼굴. 살짝 부은 눈이 조용히 감겨 있고, 머리에는 목까지 내려오는 두건을 두르고 있다. 이 어딘지 여성스럽고, 온화한 모습의 여래좌상은 신라의 선덕여왕을 모델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여신의 모습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유난히 크게 표현된 발에는 버섯이 신겨져 있다. 

여성스러우면서도 듬직한 체구의 이 여래좌상은 보면 볼 수록 포근하고, 묘한 매력이 있어 계속 넋을 읽고 보게 한다. 특히 밤에와서 달빛에 비친 모습을 보면 진짜 여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달밝은 여름밤에 일행과 함께 차분한 명상의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모기기피제를 잔뜩 뿌리고서 말이다.

 

 

 

       

동남산 산책길 Part2로 이어집니다.

여행날짜 | 2014.10.25

 

 

 

경주의 숨은 보석, 동남산 산책길 Part 2 이어보기

 

경주의 숨은 보석, 동남산 산책길 Part 2

차없이 한들 한들 경주 산책 중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는 그 맛에 걷지 남산불곡마애여래좌상을 구경하고, 산길을 따라 내려와 다시 마을로 들어섰다. 탑골이라는 마을 뒷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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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경주 남산
경주남산연구소(주간, 야간 무료 가이드 투어 운영)
www.kjnamsan.org

차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
정보저자 : 김남경, 김수진, 박은하
출판사 : 길벗
구입 : www.yes24.com

취재지원 : 이 여행은 경주남산연구소와 차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 출판사 길벗에서 여행경비 전액을 지원하여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