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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angwon | 강원도
홍천 캠핑 : 홍천강가의 낭만 넘치는 글램핑장 휴토피아
2014. 10. 21. 07:00

그냥 몸만 오세요
귀차니즘의 포로인 당신을 위해

 

지난 팔봉산 등산 후에 우리는 오랜만에 캠핑을 하기로 했다. 미니멀 라이프 신봉자 인지라 캠핑도 정말 조그마한 텐트 하나 달랑갖고 다니는데,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조금 거창한 캠핑을 하게 되었다. 이름하야 글램핑. 글래머러스 캠핑은 말이 캠핑이지 펜션과 다름없이 텐트안에 침대와 소파는 물론 각종 편의 시설이 모두 들어있고, 부엌도 집에서 옮겨온 듯 테이블이며 각종 주방용품이 구비되어 있다. 사실 요즘들어 간소화가(귀차니즘이?) 극에 달아 그나마 작은 텐트조차 갖고다니기 싫었다는게 이 캠핑장을 선택한 솔찍한 이유겠다. ^^; 실제로 저녁과 아침식사까지 제공되는 패키지였으니 말이다.

 

팔봉산 등산 내내 가지런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던, 휴토피아 글램핑장. 7월에 오픈한 곳이어서 모든 것이 깨끗하고, 팔봉산 등산로 입구에서 도보로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있어서 뚜벅이인 우리에게 안성맞춤이었다. 15분 조차도 걷기 싫다면, 캠핑장에 전화 하면 픽업서비스도 제공한다.

 

 

 

 

 

 

팔봉산에서 휴토피아 캠핑장까지
친절한 픽업, 드랍오프 서비스는 기본

 

4시간넘게 등산도 했는데, 겨우 15분을 더 못 걷겠는가

 

우리는 등산을 마치고, 한적한 차도를 따라 캠핑장으로 향했다. 

조용한 시골길이라 사람도 없고, 차도 거의 없다. 한들 한들 길가의 이름 모를 꽃들만 조용히 바람따라 속삭일 뿐.

 

내마음을 사로잡은 이름 모를 연보라빛 꽃

 

사실 아침에 비발디파크 셔틀버스를 타고 홍천에 왔는데, 가까스로 팔봉산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놓쳐버렸다. 다음 버스까지 무려 3시간이란 간격이 있었기 때문에, 택시를 타자며 콜택시를 불렀더니 모든 택시가 홍천 시내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왕복 이용료로 3만 5천원을 내야 한다고 한다. 캑. -_-; 겨우 7km를 가자고 3만 5천원을 내야 하다니. 차라리 걷자. 궁시렁 거리며 지도를 검색했는데, 아무리해도 비발디 파크에서 팔봉산까지는 최단거리가 7km가 넘는다. 엄청 씩씩하게 걸어도 두세시간은 걸릴텐데, 그러고 나서 또 등산을 한단 말인가. 무리다, 무리. 

 

예쁜 얼굴과 달리 이름은 엉겅퀴다. 지혈작용이 있어서 (피를 엉기게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는 조금 염치가 없지만 숙소인 글램핑장으로 전화를 했다. 글램핑장에서 비발디파크까지는 픽업을 해 준다고 했기 때문인데, 문제는 그때가 오전 10시 30분이라는 것. 3시 입실시간까지는 어~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조심스레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별말없이 지금 모시러 갈께요. 라는게 아닌가. 아, 참 친절하기도 하셔라. 지금 입실을 하겠다는 건 아니고, 캠핑장 주변에서 놀겠다고 했더니, 놀고싶은 곳를 말하면, 거기에 내려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오늘 아침 우리는 팔봉산에 도착했었다. 다 놀고 또 데릴러 올테니 입실할 때 다시 전화하라는데, 어찌 그런 황송한 부탁을 하겠는가. 하루에 픽업은 한번이면 됐다. 1km쯤은 가볍게 걸어줄 수 있다. 우리는 뚜벅 뚜벅, 뚜벅이니까 ^^;

 

 

 

글램핑장 휴토피아 구석 구석 살펴보기
객실은 선착순 배정이예요

 

잠시 꽃구경하며 걷다보니 요런 간판이 보인다. 아직 때도 안탄 깨끗한 나무건물이 반갑게 맞이한다. 드론 카메라로 캠핑장 주변을 고공 촬영 중이시던 직원분이 픽업부르지 왜 걸어왔냐며, 오늘 우리의 텐트로 안내를 해 주셨다. 요즘 저 드론을 지르고 싶어 안그래도 손가락이 까딱 까딱한데, 여기서 기습을 당할 줄이야. 저것만 있으면 셀카봉과는 차원이 다른 여행 사진과 비됴를 찍어주는 건데. 꿀꺽.

 

객실은 선착순으로 고를 수가 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땐 빈자리가 꽤 있어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가운데 텐트를 선택했다. 총 17개의 텐트 중 2동이 강 전망이 아니기 때문에 행여나 만실일까 마음이 조마 조마 했다. ^^;

15개의 텐트들은 정말 바로 홍천강과 팔봉산을 마주하고 있어, 너무나 상쾌한 전망을 자랑한다.

 

텐트안엔 더블 침대와 역시 침대로 쓸 수 있는 소파, 작은 테이블, 화장대, TV 그리고 작은 냉장고가 있었다. 무엇보다 방바닥에 난방이 되기때문에 겨울에도 캠핑을 할 수 있다는 사실. 

 

특히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샤워실이 각 텐트 안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름이외의 계절에 캠핑장이 번거로운 이유는, 공용 사워장을 이용하고나서 쌀쌀한 바깥바람을 맞으며 텐트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인데, 이곳은 샤워를 텐트안에서 할 수 있는게 아닌가. ^^

단, 데워지는 물의 양에 한계가 있어서 두사람 정도는 저녁에 샤워하고 머리감을 수 있지만, 4인 가족이 온다면, 두명은 저녁에, 두명은 아침에 나눠하던지, 초고속 샤워로 뜨거운 물을 나눠써야 한다. 그리고 수건과 샴푸, 샤워젤, 치약, 칫솔은 개인 지참 해야한다. 환경을 생각해서 이건 좋은 방법인 것 같지만, 그래도 헤어드라이어쯤은 구비해 놓았더라면 좋을 뻔 했다. 아무리 텐트 안에 난방이 된다 할지라도, 공기는 차가와서 머리를 감고나니 엄청 춥더라. 

 

텐트 앞, 간이 주방에는 가스렌지와 샐러드 통이 구비되어 있고, 그릇, 냄비, 프라이팬 들은 모두 캠핑용품으로 구비해 놓아 캠핑의 맛을 쏠솔하게 느낄 수 있다. 사용 후엔 공용 개수대에서 깨끗이 씻어 놓아야 하는데, 텐트안의 샤워실에서는 씻을 수 없다. 깨끗하게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니 따라주는 센스를 발휘하자 ^^

 

홍천강에서 물놀이를 해도 되지만, 난 텐트에서 멀리 나가기 싫다 하시는 분은 수영장을 이용할 수도 있다. 아예 물을 건드리기도 싫지만, 물주변에 있고 싶다 싶으면, 수영장 옆에 선탠용 비치 의자와 럭셔리 해먹이 구비되어 있으니, 물놀이 하는 일행을 지긋이 바라봐도 된다. ^^

 

이 해먹 엄청 편하네. 누워도 되고, 둘이 다정히 기대 앉아도 되고, 햇볕도 가려지고, 선탠하고 싶으면, 파라솔 걷으면 되고. 

나중에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가면, 널 1번으로 구입해 주겠어 >_<

 

난 물은 싫다, 잔디 밭이 좋다 싶으면, 뒷뜰에 드문 드문 놓여있는 그늘막 그네에 앉아 쉴 수도 있다. 모기장이 완벽히 쳐지므로, 여름엔 저녁에 나와 누워있어도 좋겠다. 

 

요즘 주변에 따뜻한 커피 없인 못살아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따라서 글램핑장에 카페는 기본. 여러가지 커피와 빙수, 스무디, 핫초코 등등을 판매하고, 가격은 3-8천원대.

 

그리고, 이 캠핑장의 최고의 명소는 바로 옥상 카페가 아닌가 싶다. 주변에 건물이 전혀 없으므로 느긋하게 앉아 향긋한 차한잔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팔봉산 유원지도와 떨어져 있고, 주변이 고요해서 그냥 앉아만 있어도 마냥 좋은 그런 곳.

 

그리고, 캠핑장 경비를 맡고 있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바로 밍 이라는 이름의 차우차우다. 털을 좀 웃기게 밀어놔서 친근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아무나 따르지 않는다. 다정하게 다가갔더니 달려들지는 않지만,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주인이 오자 그 육중한 몸매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귀엽네. ^^

묶여있는 럭셔리 해먹이 이녀석의 침대인줄 알고, 부러웠는데, 밍은 점프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해먹은 그냥 묶어 놓는 용도일 뿐, 밍이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무...무슨 개가 점프를 못하니. ^^; 

 

 

 

 

설거지 시켜놓고, 사진만 찍는다고 삐진 오이군

 

화장실과 공용 개수대는 새건물답게 매우 깨끗하다. 단지 아쉬운건 물가라서 날벌레가 많은데, 아침에 가보니 밤새 흰 불빛에 홀려 날아든 녀석들이 세면대와 개수대에 잔뜩 죽어 있었다. 낮에는 청소를 해서 눈에 안띄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갔다가 사방에 죽어있는 팅커벨 때문에 조금 식겁한게 사실이다. 밤에는 창문과 문을 닫아두고, 주변에 모기향이라도 피워서 방충을 좀 하면 좋겠다. 딱히 위협적이지는 않아도 어쨌든 팅커벨을 닮은 하루살이들은 진짜 팅커벨만큼 예쁘지는 않으니 말이다.

 

 

 

글래머러스한 오후
바베큐, 바베큐! 바베큐 패키지

 

등산을 마치고 왔더니 몸이 조금 피곤했다. 일단 의자에 앉아 슬슬 낮아지는 해와 멋드러진 팔봉산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홍천강물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신선이 따로 없고만. ^^ 작년에 갔던 안동 농암종택의 강각이 떠올랐다. 

 

 

관련글 : 진짜 양반같은 하루,  농암종택 강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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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lucki.kr

 

 

그러나 휴식은 별로 오래가지 못했다. 배꼽시계가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5시부터 제공되는 저녁식사 배급을 땡치자마자 받으러 가야했기 때문이다. 저녁은 5시부터 9시까지 원하는 시간에 먹을 수 있다.

 

바베큐 툴은 테이블위에 올릴 수도 있고, 테이블 옆에 놓을 수도 있다. 메뉴는 조금씩 바뀌는 모양인데, 우리가 갔을 때는 저녁으로 목살 400g, 소세지 4개, 고구마 2개, 김치, 쌈장, 양파, 고추, 버섯 약간, 상추, 깻잎 그리고 햅반 2개가 주어졌다. 아침으로는 설렁탕과 떡국떡. 사실 받을 때는 엄청 배가 고파서 모자를까 걱정했는데, 먹고나니 아주 충분한 양이었다. 혹시라도 모자르면, 카페옆 매점에서 고기와 햅반, 김치, 쌈장, 술, 음료수, 스낵 등을 판매하니 추가 조달하면 된다. ^^

 

난 사실 밥은 됐고, 술만 있으면...^^;

 

오늘의 요리사. 마누라 손끝에 물한방울 안묻게 해준다고 열심

 

무..물은 안묻혔는데, 숯을 먹게 됐네...-_-;

 

 

부른 배를 기분좋게 두드리며, 막걸리를 겉옷 삼아 밤바람을 즐겼다. 나름 등산을 했다고 은근히 피곤해서, 일찌감치 샤워까지 마쳤더니 노곤 노곤 잠이 온다. 밤에는 따땃한 방바닥에 앉아 오손 도손 영화나 한편 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침대에 폭 파묻혀 있네...? ^^;

 

그런데, 내가 한밤중에 깨어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옆 텐트에서 흘러나온 음악소리 때문이었다. 아니 아무리 놀러 왔다지만 늦은 시간까지 이게 웬 민폐? 게다가 캠핑장 지침에는 11시 이휴에는 고성방가 금지라지 않는가. 잠시 망설이다 도저히 안돼겠어서 소리 좀 줄여 달래려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혹시나 초저녁에 내가 할망구같이 구는가 싶어 시간도 확인했는데, 12시도 넘어 있다. 여기는 클럽이 아니니까 나 음악 좀 줄여달래도 되는거 맞지? 그러면서 주섬 주섬 밖으로 나왔는데, 웃긴건 텐트 밖에서는 소리가 딱히 크게 들리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_-; 음악도 바로 옆 텐트가 아닌, 하나 건너 자리에서 들려온다. 음...어...어쩌지. 가서 말해, 말어. 잠시 고민하는데, 다행히 음악이 뚝 끊기고 그 텐트에 불이 꺼졌다. 휴우~

 

결론은 이곳에선 옆텐트 이야기 소리가 크게 들린다는 점이 단점이 있다는 것. 뭐 우리도 이야기 하고, 떠들면 안들리는데, 조용한 밤에는 꽤나 잘 들리니, 11시 이후에는 되도록이면 이야기도 조용 조용하자. 옆사람에게 방해가 됨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대화들을 딱히 남에게 들려주고 싶지도 않지 않는가.

 

 

 

홍천강가에서 맞이하는 아침
산수화가 내 눈앞에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든 덕분에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히야~ 이렇게 할머니가 되어가는 거다. 밤중에 음악이 거슬리질 않나, 아침에 새벽같이 눈이 떠지질 않나...그런데, 남편이 옆에 없다?

영감, 뭐하슈?

부스덕거리는 소리에 텐트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쳐다봤더니, 오이군이 아침으로 주어진 설렁탕을 데우고 있다.

 

우힛.

남편은 밥할 때가 가장 멋지다. ^^;

그나저나 오늘은 날이 흐리려나? 산과 강에 잔뜩 구름이 끼어 우중충하네...

 

맛난 떡국을 마주앉아 찹찹찹 열심히 먹고 있는데, 텐트 아래로 감시의 눈길이 느껴졌다. 

 

떡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떡 줘도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을 하고서는 고양이 한마리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

 

고양이와 노닥거리다 설거지를 하고 왔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이 걷히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나타났다. 

헤헷. 그럼 그렇지. ^^

 

 

 

 

아침 일광욕 중. 찍고 보니 옆에 쓰레기 봉투가...-_-;

 

일광욕은 우리만 좋아하는게 아니다. 아까 떡국 못얻어 먹고, 심통난 고양이가 옆 텐트앞에서 데굴거리며, 원망스러운 눈길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미안...니가 다 먹고 나타났잖아. ^^;

 

잠시 후 어디선가 친구가 나타나자 우릴 감시하는 걸 그만 두고, 고양이 세수에 몰입한다. 

휴토피아의 사람도 동물도 여유로운 아침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휴토피아에서의 하룻밤 fin.

여행날짜 | 2014.09.21

 

 

 

휴토피아 글램핑장


주소
강원도 홍천군 서면 어유포리 282-8

전화
010-2665-7968 


홈페이지
www.huttop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