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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 아시아/China | 중국
상하이 2. 신천지, 중국에서 맞는 프랑스식 오후
2012. 10. 27. 07:00

패키지의 참맛~
멍때리기 좋은 하루

 

 

토종감자 수입오이~ 게으름이 꽃피는구나아아아...이렇게 편할 수가아아~

 

무슨 소린고 하면, 우리는 철저한 배낭 여행족으로 패키지 여행을 거의 해 본적이 거의 없다. 여행의 참맛은 무조건 직접 정보를 찾아서, 루트를 짜고, 대중 교통을 이용하며 현지인들과 섞이고, 못찾아 헤메고, 걸어다니며, 구석 구석 헤집고 다녀야 한다고 믿어왔는데, 그렇게 하면 하루에 두가지 이상 보기는 사실상 힘들다. 그 이상 볼려면 대단한 정신력과 행동력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감자와 오이는 그리하면 스트레스받아서 전쟁나기 십상이다. 야채전...여행다니면서까지 부침개 부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이동 반경도 짧아서 여행 기간에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짧은 기간동안 포인트가 되는것을을 콕콕 집어 보러다닌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막상 패키지 여행을 따라오니 이것도 나름 꽤 괜찮다는 말씀이다. 배고프면 알아서 식당에 데려다 주고, 모르는 현지음식 이름에 심란해 하지 않아도 맛있는 것만 적절하게 골라주며, 관광지도 어디로 갈 것인지 골치 아플 필요 없이 알아서 유명하고 좋은 곳을 찾아 척척 데려다 준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정거장 놓칠까봐 전전긍긍할 필요 없이 멍때리고 창밖 구경하거나 쫘악 퍼져서 자면 된다. 무엇보다 제일 좋았던 점은 바로 가이드 아저씨의 현지 설명. 가이드 북만으로 절대 알고 지나갈 수 없는 현지 사정과 역사,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들려주시기 때문에 같은 것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가있는 것이다.

거기에 같이 다니는 그룹까지 잘만나면 금상첨화. 여행친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리도 이번여행에서 우리와 라이프 스타일이 매우 비슷한 커플을 만났다. 결혼 십년차가 넘으셨는데, 알콩 달콩 무자식이 상팔자 주의로 (^^;) 여행과 캠핑을 즐기고, 여유로운 리듬과 순간 순간 유머 양념을 중요시 하는 커플이었다.

 

그리고, 패키지의 장점은 아니지만 이번 여행이 더 마음에 들었던 이유 한가지는 바로 버스다. 사이드 미러가 메뚜기 더듬이 같이 달린 소형 마을버스였는데, 창문이 아아아아~주 크고, 좌석간의 간격이 넓어서 롱다리 오이군도 편하게 이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게다가 우리 뒷 좌석엔 아무도 없어서 이동 내내 썬탠 포즈로 기일~게 뻗고 누워서 창밖을 구경하거나 못다한 숙면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새로운 세상으로 놀러오세요!
어딘가 촌스럽지만 절대 촌스럽지 않은 곳?!

 

 

편안하게 버스에 누운 자세로 임시정부의 숙연함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인 신천지로 이동했다. 그런데, 무슨 이름이 이런가. 옛날 신선이 내려오던 산속에 숨은 전설속의 동네라도 되는걸까? 위에 말했듯 이번 여행은 게으르기로 작정하고 왔기때문에 목적지들에 대한 사전 정보도 한번 안들쳐 봐서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저언~혀 알지 못했다. ^^; 뭐 이게 나름 서프라이즈 선물 처럼 도착 할 때마다 오~하고 놀라는 기쁨이 있어서 나쁘지 않더라 ^^; 

 

 

신천지는 바로 이곳. 중국어로는 신티엔디 라고 발음되는 은근히 뭔가 촌스러운 느낌의 지명과는 관계 없이 초럭셔리 카페, 레스토랑이 몰려있는 거리다. 옛날 개항기때 중국이 아편전쟁에서 지면서 억지로 항구 네곳을 열었는데, 그때 프랑스군 자치령이 되었던 곳으로 건물들이 대부분 프랑스식으로 지어졌다. 당시에는 유럽열강들의 휴식처였다는데, 이제는 전부 리노베이션을 거쳐 중국 최대의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상하이 내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땅값비싼 지역라고 하니, 역시 사람팔자 시간문제. 당시에는 중국인들에게 수치스러운 땅이었을 이곳이 지금은 상하이 최고의 부촌으로 자리잡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신천지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커다란 가로수들이 청량하게 늘어서 있다. 여유가 있다면 혼자 조용히 조지윈스턴을 들으며 유유히 산책하고 싶은 길. 또는 오이군과 팔짱을 끼고, 테이크아웃 핫초코를 홀짝이며 걸으면 결혼 5년차로 흐려진 낭만이 휘리릭 되돌아 올 것만 같았다. ^^;

그러나 현실은 2시간이나 연착된 비행기 덕분에 낭만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만 했다. 무슨 티비 광고보듯 그림만 휙휙 봐야했다는... -_-;

 

 

관광 명소인 만큼 이곳을 거니는 사람들은 중국인 반 외국인 반이다. 중국이 아니라 유럽 어딘가를 걷는 기분이 들더라. 게다가 이때가 할로윈 주말인 덕분에 사방에서 호박등이 싱글벙글. 덕분에 파티 좋아하는 야채커플은 마음이 계속 들썩들썩.

 

 

이곳이 신천지의 중심인 만남의 거리 분수대다. 건물들과 분수대는 유럽 스타일인데, 동상이 중국 전통의상을 한 옛사람의 모습이어서 독특한 색을 자아낸다. 주변에 진짜 중국 사람은 별로 없는 듯. 도시 한복판에 오면서도 그들의 교복인 등산복을 제대로 갖춰 입은 한국의 아줌마 아저씨들과 슬슬 쌀쌀해 지는 날씨에도 꿋꿋히 반바지를 입은 유럽사람들만 눈에 띈다. 원래는 일본 사람도 많은데, 요즘 관계가 쌀쌀해서 발길이 뚝 끊겼다고...

 

 

웬지 회색빛 일거라고 상상했던 상하이에는 의외로 나무가 참 많았다. 여기 저기 공원도 많고 가로수 들이 큼직 큼직해서 도시내에서도 의외로 청량한 느낌을 주더라. 신천지에도 커다란 나무들이 여기저기 그림자를 만들어 주어서 햇빛 쨍쨍한 날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한잔 마시기 딱 좋을 듯했다. 그러나 아쉽지만 오늘은 곧 비가 올 예정.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가득했고, 대낮인데도 너무 어두워서 사진 촛점 맞추기도 힘들었다는. -_-;

 

 

파리의 뒷골목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사실 파리보다 훨~씬 깨끗하고 모든것이 새것 같은 느낌이 난다. 중국이 프랑스보다 깨끗하다니 보통 편견으로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여긴 정말 그랬다. 뭐 프랑스 도시들이 낭만적이라고 소문이 나서 그렇지 실제로 가보면 깨끗한 것과는 좀 거리가 있기도 하고. 어쨌든 여기는 뒷골목들도 깨끗깨끗. 근데, 신기한건 중심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한골목 뒤로 왔더니 갑자기 휑~하고 한적해 진다.

 

 

 

 

이곳 저곳 즐비하게 늘어선 노천카페. 토요일이라 앉을자리가 하나도 없다

 

예쁜 노천카페들을 보니 핫초코 한잔이 격하게 땡기는데 자리도 없었을 뿐더러 시간에 쫓겨서 포기해야 했다. 훌쩍. 

 

어느 나라에 들려도 꼭 한번씩 만나게되는 '루나 카페'(or 바 or 레스토랑) 감자양의 영어 이름인지라 멋적게 기념샷 한컷.

 

물론 이곳엔 카페와 음식점 이외에 쇼핑구역도 있다. 백화점이 있는데, 상하이는 서울보다 물가가 비싸다고 하니 별로 관심이 안가더라. 가이드 아저씨말로는 상하이 평균 월급은 서울과 비슷하거나 낮은데, 음식 빼고, 다른 것들은 조금씩 더 비싸서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중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과 고급품을 선호하는 종류가 다르다고 한다. 한국사람들이 고급 옷과 장신구, 잡화 등에 집착하는 반면 중국 사람들은 고급 음식과 담배, 술등에 열의를 쏟아 붓는다고 한다. 그래서 추리하게 입은, 조상 대대로 거지였을 것 같은 누군가가 고급 음식점 창가에 느긋하게 앉아 몇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고급 시가를 한대 피워 물고 세상을 다 가진 양 행복하게 음미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고. 우리나라 사람 중엔 맨밥에 간장을 찍어먹는 한이 있어도 가방은 루이비똥 들어야 살맛이 난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 것과 비슷한듯.

뭐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랴. 그로인해 본인의 삶이 행복하다면야. 다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바둥바둥 사는 건데.

참고로 나는 루이비똥, 비싼 시가 다 필요 없다. 세상 방방 곡곡 하나도 빠짐없이 구경다닐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과거와 현재, 부촌과 빈민가의 조우
중국 제일 비싼 땅위의 빈곤

 

 

그런데, 여기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든다? 아, 몬트리올!

어이없게 상하이에서 몬트리올이 떠올랐는데, 몬트리올과 퀘벡시티에 갔을 때 느꼈던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 이곳에서도 들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어느 곳을 지날 때면 하루에 한끼는 제대로 챙겨 먹고 살까 싶은 빈민가의 분위기가 풍기고, 바로 그 옆에 하루에 다섯번씩 금가루만 한사발씩 먹고 살것 같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것도 비슷했다.

 

 

안그래도 복작복작해보이는 도시가 더 정신없었던 이유는 다름아닌 빨래봉때문이었다. 산이 없는 지형에 바다에서 멀지 않아서 상하이는 습도가 높다고 한다. 따라서 실내 건조를 하면 잘 마르지도 않고, 옷에서 묵은내가 나기 때문에 모든 집 창밖에 저렇게 빨래봉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작은 건물 뿐만아니라 고층 아파트에도 창밖으로 긴 빨래봉이 설치되어 있다 (좌) / 웬 러시아 스타일? 아라비안 나이트? 다양한 건물들의 샐러드인 상하이 (우) 

  

중국 사람들은 이 색색깔의 빨래를 만국기라고 부르는데, 시내 한가운데고 어디고 할것 없이 옷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어서 특이한 도시 경관을 만들어 내더라. 부촌이든 빈민가든, 저층이든 고층이든 상관없이 이 빨래봉이 달려있는데, 궁금한건 빨래가 가끔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 고층아파트 꼭대기에 사는데, 빨래 날아가면 차가 가득한 도로로 줏으러 가는 것도 난감할 것 같고, 지나다가 무거운 솜이불 한판 떨어지면 그날로 감자떡 신세가 아닌가.

어쨌든 창문마다 손흔드는 색색깔의 속옷들이 관광객에게 보내는 중국인들의 애교인사처럼 느껴졌다. ^^;

 

 

러시아 궁전풍의 건물을 조금 지나오니 화려하게 모던 빌딩 숲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서막에 불과 했다. 이 다음에 들린 동방명주가 있는 금융권지역은 중국인들의 화려한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더라. 들어서는 순간 그야말로 눈돌아간다는 ^^;

(동방명주는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취재지원 : 원투고, 온누리투어

여행일자 : 201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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