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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Seoul, Inchon | 서울, 인천
코스모스 한들 한들 서울 성곽길 산책 : 창의문 - 숙정문 코스
2014. 10. 7. 20:20

북악산 서울도성에서 바라보는 서울풍경
등산에 신분증이 필수?!

 

 

북악산. 

그러고 보니 북악산을 못가봤네?

어느날 지도를 쳐다보다 문득 든 생각이다. 왜 산으로 들로 멋진 곳을 찾아 멀리 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사는 내 도시도 못가본 곳이 지천인데. 우리는 가끔...아니 자주 가까이에 있는 훌륭한 것들을 놓치고 산다.

 

서울도성은 남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에 걸쳐 18.2km로 이어지는 조선시대의 산성이다. 그 중 북악산 구간은 청와대 뒷쪽에 위치해서 보안상이 이유로 출입이 통제되어 왔는데, 2006년 부분개방을 시작으로 2007년 부터는 전체를 개방하였다. 따라서 이제는 신분증만 제시하면 누구나 북악산의 아름다움과 서울 시내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신분증은 주민등록증, 여권, 외국인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이 인정된다.

 

 

 

서울도성따라 시간여행
시간여행이 끝없는 돌계단임을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는 성곽길 산책 후 삼청동, 가회동 등을 거닐 생각으로 창의문에서 숙정문으로 향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창의문 근처에 다다랐을 때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적한 숲길이 우리를 맞이해서 대체 여기가 서울인가 싶더라.

 

따뜻한 가을 햇살이 비스듬히 비추이는 창의문

 

태조는 한양도성을 짓기위해 1396년 전국에서 약 12만명의 인원을 동원하여 도성을 거의 완공하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약 30년 후 세종이 또다시 전국에서 32만명을 모집해서 보수공사를 했다고 하니, 6백 여년전의 전국 방방 곡곡 사람들의 손길이 이곳에 묻어있는 샘이다.  

 

 

 

 

북악산에 누구나 갈 수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이곳은 경비가 삼엄한 지역으로 등산로 입구에서 출입증을 작성하고, 신분증을 확인해야한다. 그러면 임시 표찰을 발급해 주는데, 그것을 목에 걸고 등산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하나였을 자연이 이렇게 살벌한 철조망으로 두동강 나있는 모습이 어딘지 우리나라를 보는 듯 해서 서글펐다. 언젠가 나도 북녁땅을 배낭여행 해 볼 수 있을까?

 

어쨌든 코스모스 길을 따라 살랑 살랑 가벼운 마음으로 입구에 들어섰는데, 아뿔싸...

내가 북악산을 얕봤구나. 아니 사실 한양도성 이라는 이름이 웬지 그냥 언덕배기의 오솔길 일 것 같은 느낌을 줘서, 북악산이 진짜 산이라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도 길이 성벽을 따라 나 있는지라 그냥 오르막도 아닌 끊임없는 계단의 행렬. 내가 아무리 등산을 좋아한다지만,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 등산에는 역시나 식은땀이 삐질 났다.

 

 

01  /돌고래 쉼터 

 

올라가는 내내 저편의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성벽과 아름다운 서울 산동네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입구를 들어서면, 보안상의 이유로 사진촬영이 금지된다. 사진 촬영이 허용된 곳은 숙정문, 촛대바위, 1.21사태 소나무, 백악마루, 백악쉼터, 돌고래 쉼터 이렇게 6 군데 이다. 그것도 방향에 따라 찍으면 안되는 곳이 있다. 매우 복잡하니 사진을 찍기전, 안돼는 방향이 있는지 다시한번 확인하시길. 군인들이 순찰을 돌고 있어서, 촬영허가구역에서도 사진찍을 때 마다 뭔가 죄짓는 기분. 블로거로써 아주 힘든 기분이 아닐 수 없다. -_-;

 

뜨아아. 그냥 등산이 쉽지, 끊임없는 계단은 정말 내타입이 아닌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반대로 오는 코스를 택했더라면 대부분의 계단을 올라가는게 아니라 내려오는 것이었을 텐데. 으흠.

어쨌건 나는 숨이 턱에 차서 중간 중간 호흡을 골라야 했는데, 오이군은 안쉬고 가야 힘이 덜 든다며, 마누라를 버리고 혼자 올라가 버렸다. 덕분에 뜻하지 않게 오랜만에 혼자 하는 등산이 되었다. 롱다리 오이군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내 마음대로 걸으니 안쉬어도 안힘들고 좋네 뭐.

 

 

02  /백악쉼터

 

날아가는 꿀벌 (똥파리 아님)
가끔은 이렇게 쉬어줘야 일에 능률이 오르는 법

 

혼자 조용히 쉼터에 앉아 쉬고 있는데, 주말에도 누군가 매우 분주히 일을 한다. 바로 꿀벌들. 겨우내 먹을 꿀을 저장하는 걸까? 사방에 벌들이 윙윙거리며 올해 마지막 꿀 수확에 여념이 없었다.

 

 

 

 

 

03  /1.21사태 소나무 

 

한참 쌕쌕대며 오르다 보니 몸통에 과녁 표시가 된 소나무가 한그루 있다. 바로 이것이 1.21사태 소나무. 1968년에 청와대를 습격했던 북한의 김신조 등과의 총격전에서 입은 상처라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이전의 상처들. 여전히 완전히 아물지 않은 남북한의 상처가 소나무 한그루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에고...니가 무슨 죄니. ㅠ_ㅠ

 

 

04  /사양은 안한다니까요? No는 정말 No 입니다. 왜 안믿어...ㅠ_ㅠ 

 

 

한참 오르다 보니 사람들이 군데 군데 앉아 쉬면서, 간식도 먹고, 바위에 올라 앉아 기념샷도 찍고 있는 곳이 나왔다. 그런데, 대체 오이군은 어디까지 가버린걸까? 

그때 저쪽에서 아니에요오라고 하는 오이군의 당황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한국말도 하네~라며 꺄르르 웃는 아주머니들의 화답. 뭔가 화기애애하네. 그냥 모른채 지나가야하나?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보니 단체 등산객 아주머니들에 둘러 싸여, 포도를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 오이군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포도 한송이를 오이군 손에 쥐어 주고, 빨리 먹으라며 아우성인 아주머니들. 포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오이군은 당연히 거절 했겠지만, 그 거절이 어디 쉽게 받아들여 지나. 일단 주기로 했으면 꼭 주고야 마는게 한국의 정아닌가. 특히 그게 음식일 경우에는 더더욱이나. 그런 오이군을 피식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데, 나를 보자 엄청 반갑게 손에 들고 있던 포도를 내 입속에 쏙 집어 넣어버렸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 아...이런. 주변 아주머니들의 죽쒀서 개 줬네 하는 실망어린 눈빛. 이러면 안돼 오이군~ 그래서 한국에서는 억지로라도 먹어주는게 예의라고 속삭였더니, 어쩔 수 없이 찌그러진 표정으로 포도를 두어개 따먹는다. 그제야 만면에 함박 웃음을 띄우시는 아주머니들. ^^; 

가끔 이럴 때면 동물원에서 동물 먹이주고, 받아먹으면 기뻐하는 아이들이 떠오른다. -_-;

 

사양이라는 문화가 없는 외국인들이 아니라고 말하면 정말 아닌거다. 특히 싫어하는 음식은 강요하지 않는게 예의 이므로, 밥상에서 당근이나 콩을 골라내도 딱히 흉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같으면 다 큰게 편식한다고 잔소리 듣겠지만 말이다. 오이군은 질긴 (우리에겐 쫄깃 이지만) 포도를 입에 물고, 가끔 외국인이라고 잘해주는 건지 괴롭히는건지 헤깔린다고 한다. 

흠. 가끔은 내가 봐도 짓궂은 분들도 있지만, 이정도는 우리가 정을 나누는 방식이니, 오이군이 그냥 이해해 줘. ^^;

 

 

05  /촛대바위 

 

일제시대에 민족정기말살정책으로 쇠말뚝을 밖았던 촛대바위

 

오이군이 슬그머니 내게 넘긴 포도 한송이를 다먹었더니, 나는 포도당 섭취가 됐는지 힘이 나더라. 포도는 나에게 넘겨놓고, 자기는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초컬릿 꺼내 먹더라는. 그래. 스위스 사람은 역시 초컬릿 먹어야 힘이 나나보다. ^^;

이번엔 둘이서 박자 맞춰 씩씩하게 걸어 촛대바위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촛대바위는 아래서 보면 초가 녹은 모양인데, 일제시대에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으려고 쇠말뚝을 박았었던 자리라고 한다. 지금 쇠말뚝은 제거됐지만, 그 위치를 작은 비석으로 표시해 놓았다. 그 주변은 넓은 전망대인데, 멋진 서울의 풍경과 경복궁을 위쪽에서 볼 수 있었다. 

 

 

06  /숙정문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숙정문에 다다랐다. 문 위에 올라갈 수도 있는데, 새로 칠한 단청이 곱게 빛나고 있더라. 마침 컬러미라드 마라톤이 끝난지 얼마 안됐을 때여서, 예쁘게 단장한 오이군의 손톱이랑 단청이 아주 잘 어울리더라는 ^^;

 

그곳에서 바라보는 성북동 일대의 풍경도 끝내준다. 삼청각을 중심으로 미니어쳐 느낌으로 찍어보았더니 정말 그림처럼 예쁘더라.

 

 

07  /말바위 안내소, 이제 난 자유야! 

 

숙정문을 지나 말바위 안내소에 도착하면 표찰을 반납하게 되고, 이제 더이상 보안구역이 아니므로 마음껏 사진찍고, 즐기면 된다. 도성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잠시 내려가나 싶더니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마안~ 이번주 운동은 이거면 충분해!

 

꿈틀 꿈틀. 힘들지 얘야? 나도 힘들어. 니마음 백번 이해해. 나는 오늘 그냥 우아한 산책을 하고 싶었다구.

 

산에 있다고 다 산동네 달동네가 아니다. 자연속에 폭 파묻힌 좀 사는 동네의 포스를 보시라.

 

 

 

 

이제 산을 내려가려고, 성벽을 이탈해서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드디어 나타난 진짜 흙길. 나는 먼지 폴폴 나는 정겨운 흙길이 좋다. 결국은 흙길이든, 돌바닥이든, 아스팔트든 전부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길일텐데도, 흙길은 뭔가 진짜 자연속에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뭐 아스팔트도 다 땅속에서 나왔고, 설사 금속으로 길을 만들었다 한들 자연에서 얻지 않은게 어디있단 말인가.

 

이 길 끝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근육빠진 울버린?

 

산을 마저 내려오면 도심으로 진입하는 길에 이렇게 신발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공기호스가 있다. 뭐...얼굴을 털지 말라고는 쓰여있지 않으니까.

 

 

 

서울 성곽길 지도

 

여행날짜 | 201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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