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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angwon | 강원도
놀이동산 저리가라, 강원도 홍천 팔봉산!
2014. 10. 2. 06:30

 

밋밋하게 걸어 올라가는 등산이 시시하다면 팔봉산으로
매달리고, 올라타고, 기어가고...작지만 흥미진진한 홍천의 명산

 

지난 주말 붉은 빛 가을이 남한을 완전히 점령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놀이를 하자며 오이군과 오션월드로 향했다. 주말이라 1박 2일 여행을 계획했는데, 하루는 오션윌드를, 하루는 인근에 있는 팔봉산을 가기로 결정했다. 

서울은 아직 반바지와 반팔이 이상해 보이지 않는 기온이어서 룰루랄라 무료셔틀버스를 타고 홍천에 딱 도착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홍천은 도시의 열기가 미치지 않는 자연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했던 것이다. 살짝 추운데, 내일 오션월드 괜찮을까...

 

어쨌든 오늘은 팔봉산을 가는 날. 내일 일은 내일 걱정 하자.

팔봉산은 봉우리가 여덟개여서 이름이 팔봉산이다. ^^

 

 

Tip. 팔봉산 무료로 가는 법

 

2014년 기준, 4월 26일 - 10월 5일까지는 서울에서 오션월드까지 셔틀버스가 무료로 운행되기 때문에 우리같은 뚜벅이라면, 이 셔틀을 타고 그 주변을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오션월드님이 고객이 다른곳을 샛다는 것을 알면 슬퍼하실테니, 1박 2일 여행 중 하루정도는 오션월드를 이용해주는 것이 예의겠다. ^^

(오션월드 홈페이지 참고)

 

오션월드부터 팔봉산까지는 홍천 시내버스로 이동하면 되는데, 하루 세번만 운행되므로 시간에 유의해야 한다. 첫차는 오전 10시로 거의 셔틀이 오션월드에 도착하는 시간이니, 한눈팔지 말고, 주차장에 셔틀이 닿는 순간 눈을 크게 뜨고, 남춘천행 시내 버스를 찾으시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치 못하게 버스를 놓쳤다면, 이런 방법도 있다. 그날 숙소를 팔봉산 근처로 잡아놓는 것이다. 팔봉산 근처의 대부분의 펜션이나 글램핑장에서 오션월드 픽업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조금 일찍 픽업을 부탁해서 숙소에 간다. 그리고, 대부분의 입실 시간인 3시까지 주변에서 놀다 오겠다며, 팔봉산을 오르거나 홍천강에서 하루를 보낸다. 물론, 하루에 두번 픽업을 부탁하는 염치 없는 짓을 할 수는 없으니, 다 놀고 난 후 숙소까지는 걸어간다. ^^;

택시를 부르겠다는 느긋한 꿈은 꾸지 않는 것이 좋다. 오션월드와 팔봉산은 홍천시내에서 엄청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택시가 왔다 갔다 하는 비용으로 대략 3만 5천원을 청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한 의미가 없어지지 않는가.

 

 

 

 

사실 팔봉산은 1박 2일 홍천여행을 하려고 주변검색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산이라 나는 이곳이 유명한지 몰랐었다. 그러나 입구에 백명이 넘어가는 단체 등산객이 몰려있는 것 을 보고 아뿔사 싶더라. 백미터 전방에서도 귀가 피곤할 정도로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기 때문.

 

엄청난 무리의 단체 등산객 사이에서 어렵게 잡은 단독샷

 

처음 1봉으로 올라가는 봉우리까지는 끝없는 계단이 이어지고, 약간의 흙길을 오르게 된다.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라 20분이면 1봉으로 가는 입구에 도착하게 되는데, 산이 가파르기 때문에 등산로가 넓지는 않다. 따라서 이렇게 단체 등산객이 오면 매우 북적여서 한적한 자연속 힐링여행은 물 건너가게 된다. -_-; 게다가 저 팀처럼 시작부터 서로 고래고래 이름 불러대고, 술냄새 풍기면서 올라가는 팀이 있으면 그날은 꽝. 아...등산은 좀 개별적으로 다니면 안되나...

 

 

 

1봉 가는 길
미니 암벽등반으로 워밍업을

 

 

한 20분 오르면 1봉과 최고봉인 2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데, 우리는 정석대로 1봉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곧 나타난 암벽등반 코스. 이렇게 보니 엄청 하드코어 등산 같지만, 사실 절벽이 그리 높지 않고, 발 딛을 곳도 많아서 올라가기가 수월했다. 바로 뒤따라 오던 어린이들도 문제 없이 올라가더라는. 뭐 사실 몸이 가벼운 어릴 적에 어디든 더 잘 기어올랐던 것도 같다.

 

 

그리고는 다시 끊임없는 계단. 

여덟개의 봉우리가 워낙 수직으로 솟은 돌산이라 사실 계단이 아니면 바위타기가 대부분이다. 등산이라기 보다는 대형 어드벤쳐 파크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1봉. ^^

작은 신사같은 것이 하나 있고, 군데 군데 소원을 비는 돌탑이 쌓여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아직 딱히 훌륭한 전망이 펼쳐지는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2봉을 가려면, 1봉을 내려가야한다. 보기에는 수직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지만, 발딛을 곳을 만들어 놓고, 양쪽에 가드레일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내려갈 수 있다.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오이군은 지금 엄청 신이 나 있다. 이런거 엄청 좋아한다는.

그리고 나는 오이군보다 조금 더 바쁘다. 양손을 다 못쓰고, 한손으로는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하기 때문에 ^^;

 

 

 

 

2봉 가는 길
최고봉의 위엄, 눈부신 풍경

 

 

내려오자마자 또 다시 시작되는 암벽 등반. ^^

오늘 다리근육은 물론 팔근육도 확실하게 만들고 가겠구나.

 

 

2봉도 가볍게 주파했다. 

2봉은 팔봉산의 최고봉 답게 훌륭한 풍경으로 등산객의 마음을 보람차게 해 주었고, 평범하게 걸어 올라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벽을 타거나 내려와야 해서 은근히 흥미진진했다. 사진 잔뜩 찍어가며 엄청 천천히 와도 등산로 입구에서 부터 대략 한시간쯤 밖에 안걸린다.

 

 

하산길은 2, 5, 7, 8봉 다음에 있는데, 사실 우리의 계획은 2봉까지만 가볍게 트레킹 하고 내려가는 것이었다. 홍천에 등산을 하고자 온것이 아니라 산에서도 좀 놀고, 홍천강에서도 좀 놀고, 주변 산책도 하고 뭐 그런거 였는데, 이런. 2봉에서 바라보는 3봉은 왜 이렇게 멋져 보이는 것인가. 사람이 쪼끔 바글 바글 하긴 했지만, 나도 저 끝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더라.

 

 

 

 

씩씩하게 3봉을 향해... ^^;

 

 

 

3봉 가는 길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나

 

 

2봉에서 3봉은 정말 눈깜짝 할 사이에 다다를 수 있다. 내려가는 길이 1봉에 비해 훨씬 쉽고 짧았으며, 3봉은 이런 계단을 조금 오르면 금새 도착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오이군 먼저 보내고, 반대편에서 절벽끝의 오이군 사진찍는건데 아쉽네...

 

3봉도 2봉 못지 않은 절경을 자랑한다.

사람이 조금 뜸한 틈을 타 커플샷도 찍고, 잠시 깨알 휴식을 취하며 바람도 느껴봤다. 그러나 그새 뒷쪽에 또다른 단체 등산객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서 급히 자리를 떴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산에 올라와서 귀가 다 멍멍하기는 처음. -_-; 3봉에서 2봉 꼭대기에 있는 사람에게 소리질러 대화를 나누질 않나, 산 아래 있는 사람에게도 고래고래 수다를 떤다. 이런 곳에 단체로 오면 아무래도 공간적으로 개별 여행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기 마련인데, 대화라도 조금 조용히 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진정한 산악인의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좋을 뻔 했다.

 

 

3봉에서 계속가면 4봉과 5봉을 모두 지나야 하산길이 있기 때문에 잠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내려갈까 망설였다. 그러나 그때 눈에 들어온 4봉의 바위 모습. 저게 왜 또 저렇게 휘에 있을까? 신기하고 멋지네. 그 위에 올라서 있는 당사자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보고 싶다. 

 

 

 

4봉 가는 길
팔봉산의 하이라이트 해산굴

 

 

4봉을 오르기로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르는 길이 더 다채로와 졌기 때문이다. 암벽타기, 수직 계단에 이어 구름다리가 등장했다. 구름다리가 엄청난 높이와 길이는 아니지만 나름 스릴 있더라는?

 

그나저나 사진 처럼 그날 우리는 둘다 스포츠 샌들을 신고 있었다. 이게 바닥은 운동화처럼 파여 있어 잘 미끄러지지 않고, 재질이 유연해서 돌위를 움켜쥐듯 걸을 수 있어 속도를 내기도 좋다. 또 물에 담갔다 꺼내도 금새 마르고, 발이 땀이 차지 않아서 정말 편리한데, 등산복과 등산화를 꼭 잘 차려입고, 산을 올라야 하는 이들 눈에는 많이 불안해 보였던 모양이다. 정말이지 우리 옆을 지나는 이 치고, 이 신발에대해 한마디씩 하지 않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으니까. 

처음에는 생각해주는 거 같아서 고마왔는데, 수십명이 신발갖고 한마디씩 하니까 슬슬 귀찮아지더라. 게중에는 양말을 한켤레 주겠다는 고마운 마음씨도 있었지만, 어쨌든 같은 대답 반복하는건 지겨운 일. 등산을 마무리 할 무렵에 또 중년의 커플이 신발에 한마디 얹으셨다. 

 

오지랍 넓은 아저씨  아니 이 사람들 저거 신발 어쩔거야.

오지랍 넓은 아줌마  세상에. 그러게요. 저걸로 어떻게 걸어. 웬만하면 다음 하산로에서 내려가요. 그걸로 7, 8봉은 못가.

감자  (아, 귀찮아 죽겠으.) 네네. 괜찮아요. 

오지랍 넓은 아줌마  진짜 큰일나. 그런 신발로 이 엄청나게 험한 산을.

감자  네에. ^^; (알프스도, 레위니옹의 50미터 암벽 하강도, 호주의 카리지니 계곡 트래킹도 모두 이걸로 했는걸요...)

오지랍 넓은 아저씨  하긴. 20대때는 다리힘이 좋으니까 신발 따위야 뭐. 

감자  네에, 네에...에? 네에? 이...이.십.대.요???!!!

오지랍 넓은 마음씨가 천사같은 아저씨  우리도 뭐 저때는 넘어져도 아프지도 않았잖아.

오지랍 넓은 마음씨가 천사같은 아줌마  그래도, 걱정되네. 그래. 젊음이 좋긴 하다.

감자  두분 살펴가세요~ ^^ ( 힘드시면 업어드릴까요오~? 므흐흐 )

 

예전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 어려보인다고 하면, 차아암 좋다. ㅋ

 

해산굴을 지나면 장수한다고 한다

 

이곳이 바로 팔봉산의 하이라이트 해산굴이다. 옛날 누가 와서 아이를 낳은 동굴이 있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비좁은 통로를 지나 산을 오르는 것이 아이를 낳는 고통과 같다하여 붙은 이름이랜다. 4봉 정상 근처에 길이 두갈래로 나뉘며 하나는 4봉, 다른 하나는 해산굴이라 쓰여 있는데, 어차피 정상에서 만나게 되어 있다. 일반 등산로를 선택하면 계단을 올라 정상으로 가고, 해산굴을 선택하면 바로 이런 좁은 통로를 기어 올라오게 된다. 

 

드디어 절반왔으니 한박자 쉬고 가자. 집에서 준비해온 피칸파이를 하나씩 들고, 실바람을 즐기며 경치 감상.

 

 

제발 좀 그만 만나고 싶은 여행지 진상들

 

파이를 먹기 위해 자리를 고르는데, 엄청나게 시끄러운 또 다른 단체 등산객이 뒤를 쫓는다. 이번엔 여지껏과는 차원이 다른 고성방가를 보여주기에 지치고, 피곤해서 그들과 떨어지려고 위험하니 올라가지 말라고 써 있는 쪽 절벽뒤로 도망을 쳤다. 아니 그런데 이들이 귀신같이 우리를 보고, 우루루 쫓아 올라오는게 아닌가. -_-; 

어쨌든 바위 절벽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번에는 그 시끄러운 아저씨들이 여기는 사진 포인트라며 우리더라 비키라고 한다. 아니 출입금지 구역이 포토존이라는 건 또 무슨 어거지. -_-; 길게 대답하기 귀찮아서, 오이군과 저쪽으로 옮길까하고 있는데, 성질 급한 아저씨가 한마디 한다. 

'뭐야, 얘네. 한국말 못하나? (오이군에게 자리를 옮겨야 하는 이유로 불어로 설명중이었다.) 그냥 확 밀어 떨어뜨려 버려. 왜 여기와서 밥ㅊ ㅕ먹고 지x이야.'

'헐. 꿈틀. 지렁이를 밟으셨네, 이 아저씨가. 이제 등 떠민다해도 절대로 비켜 줄 수 없다.'

욕은 신기하게도 언어를 몰라도 눈치채기 마련, 오이군도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갑자기 자리 옮기는 얘기하다말고, 경치 묘사를 시작한다. 하늘은 푸르고, 산도 푸르고 중얼 중얼...

아저씨, 아줌마들은 뒤에서 연신 상소리를 해대더니, 사진 몇방찍고, 그새 내려가 버렸다. 

 

대체 산에는 동해번쩍 서해번쩍 사진만 찍고, 수다떨러 오셨나. 조금만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부탁했으면 안비켜 줄게 뭐란 말인가. 가방에 XXX산악회라고 리본도 붙이신 분들이 진정한 산악인다운 매너부터 배우셨으면 좋겠다. 자연에서 자연분해 되지도 않는 인조섬유리본 잔뜩 매달고 가는 것도 거슬려 죽겠는데, 인성이 저 모양이니 자연보호가 눈에 들어오기나 할까. 아니나 다를까 저쪽에서 사탕을 하나 까서 사탕 봉지를 바람에 휙~날려버리며 내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쯧. 대신 주워줄래도 절벽아래로 날아가서 주울수도 없네...

그나저나 요즘 계속 오이군에게 한국인들의 어두운 면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좀 속 상하다. ㅠ_ㅠ

 

 

 

 

5봉 가는 길
여기까지 온김에 끝장을 보지 뭐...

 

 

5봉에 가는 길에 저쪽에 풍선같은 것이 보였다. 저게 뭐지? 뭔가 풍선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것 처럼 보이는데...?

 

나중에 7봉을 지나 풍선이 있던 위치에 가보니 이런 선전문이 잔뜩 떨어져 있었다. 

흐익? 삐라? 어릴적 가끔 동네 뒷산에 뿌려져 있는 걸 본적이 있는데, 요즘에도 이런게 있다닛. 이거 신고하면 사탕주나? ^^ 그런데, 가만히 읽어보니 남한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삐라더라. 바람을 잘못 탔나보다. 우리도 이런거 보내는지 몰랐네...

 

 

 

 

 

산에서 홍천강변의 글램핑장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오늘 저녁 우리가 머물게 될 장소다. 므흣, 전망이 끝내주겠는걸~ ^^

 

 

5봉도 무난히 성공.

이제 내려갈까 아니면 이대로 계속 갈까?

선택은 다음 포스팅으로...^^

 

 

다음 포스팅 입니다 ㅋㅋ

 

홍천 팔봉산, 그 험하다던 8봉에 우뚝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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