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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rica | 아프리카/Seychelles | 세이셸
[마헤] 세이셸의 수도 빅토리아의 유일한 시장에서 장보기
2014. 9. 27. 06:30

서 셀윈-클라크 마켓 Sir Selwyn-Clarke Market
세이셸 수도에 딱 하나밖에 없는 시장, 이곳에서는 무엇을 팔까?

 

도시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한가지는 어딘가에는 꼭 하나 있는 슈퍼마켓이나 재래시장을 찾아가는 일이다. 그곳이야말로 그 나라의 현지인들의 일상생활을 조금 더 밀접하게 접해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음식에 대해 무한한 열정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절대적인 필수 코스. ^^ 세이셸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 빅토리아 여행지 리스트를 뽑아보면서, 재래시장 위치를 제일 먼저 찾아봤는데, 정말 조그만 수도에 걸맞게 재래시장도 단 하나 있었다. 그러나 이래뵈도 1840년대에 처음 만들어져 지금까지 존재하는 오랜 역사를 가졌다.

 

 

 

 

시장의 이름은 셀윈 클라크 경 시장. 무슨 시장 이름이 이렇담?

 

셀윈 클라크 경은 1, 2차 대전 때 군의관으로 일했던 영국인인데, 전쟁때 부터 끝난 후에도 의료발전과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홍콩에서 전쟁 종식을 위해 영국 스파이의 수장으로도 활동 했다는데, 이 때문에 1943년에는 일본군에게 붙잡혀 19개월 동안 감금, 고문당하기도 했다고. 원래는 일본군에게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실행되지 못하고, 전쟁이 종결되었다. 그 후 영국 식민지였던 세이셸에서 4년간 일하다, 런던으로 돌아가 1976년 세상을 뜰 때까지 의료관련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좋은 사람이다. 왜 병원이 아닌 시장에다 그 사람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싱싱한 음식을 먹어야 건강한 법이니까 관련이 있는 걸로. ^^;

 

시장 입구에서 우리를 맞아 준 것은 다름아닌 왜가리들. 우리나라에도 사는 왜가리와 비슷한 류의 새들이 시장 입구를 점령하고, 지붕위를 우아하게 걸어다니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논근처에 가야 볼 수 있는 새들이 왜 시장에 진을 치고 있을까 ^^

 

 

 

내 눈을 바라봐~싱싱한 열대 생선

 

이 시장에서는 싱싱한 생선, 과일, 야채, 향신료를 어느 곳 보다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마헤섬에서 호텔이 아니라 직접 요리가 가능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무른다면, 장을 보기에 딱 좋은 곳이다. 입구에는 생선가게가 주욱 늘어서 있었는데, 생선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이렇게 형형 색색 이쁜 생선을 먹는 단 말인가? 어릴때 색이 현란한 건 대부분 독이 있다고 배워서 저런 생선은 못 먹는 줄 알았건만, 아닌가 보다. 스쿠버 다이빙할 때 포토제닉일 법한 녀석들이 음식으로 가판대에 올라와 있으니, 기분이 오묘하네. 뭐..사실 저 파란 생선의 맛이 궁금하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다. ^^;

 

여기서 판매되는 모든 생선들은 섬 주변에서 오늘 바로 잡아 온거라고 한다. 전혀 의심이 가지 않았던게, 저 반짝 반짝한 눈을 보시라. 당장 물에 넣어 놓으면 헤염쳐 다닐 것만 같다. 눈이 너무 또랑 또랑 마주보는 것 같아서 먹기 미안하기도 하고, 싱싱해서 맛있을 것 같아 당장 한마리 구워 보고 싶기도 하고.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처음 보는 아프리카의 과일들

 

웬만한 열대 과일들은 동남아에서 다 본 줄 알았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열대과일은 그것들과는 또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기후가 다르니 당연한데, 왜 몰랐을까.

 

아보카도도 녹색, 몽키 바나나도 녹색, 자몽도 녹색.

가운데, 뿔난 과일은 사워솝 soursop 이라는 과일로 이름만 들어도 맛이 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보카도는 녹색의 일반 사이즈가 있는가 하면, 솥뚜껑같은 오이군의 손바닥만한 대형 사이즈도 있었다. 아보카도를 사랑하는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욕심 사납게 이 큰걸 각자 하나씩 먹겠다고, 2개를 사서 가방에 담았다. 옆에 라임도 사서 칵테일 한잔 만들어 먹고 싶었으나, 다음날 다른 섬으로 이동할 계획이 있어서 아쉽지만 패스.

 

이것은 구아바의 일종이다. 우리가 흔히 동남아서 먹는 것과는 달리 사이즈가 매우 작고, 이렇게 노란색인 것과 빨간색인 것이 있다. 맛은 새콤 달콤. 새콤이 조금더 우세한 편이다.

 

지난번 몬블랑 트래킹 중 산에서 봤던 잭플룻. 이렇게 껍질을 다 까서 상자에 고이 담아 판다. 먹기 편해보여서 우리도 한팩 구입.가격은 25루피로 한화 약 2천원 정도에 해당한다. 

참, 특이하게도 세이셸은 화폐 단위로 인도처럼 루피를 쓴다. 예전 노동자로 인도인이 많이 유입되었다고 하던데, 그 영향일까?

잭플룻은 과일치고, 즙이 별로 없다. 맛은 달달한데, 그 냄새가 아주 살짝 두리안 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한 1/100쯤으로 약하니, 집에 냄새 밸 걱정은 안해도 될듯 ^^

 

관련글  잭플룻이 주렁주렁 열린 세이셸의 정글, 몬 블랑 트레킹 이야기

 

이것은 지역마다 이름이 다른데, 세이셸에서는 골든애플 Golden Apple이라 불리는 과일로 사과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완전히 익으면 노란 빛을 띄어 골든 애플이라 불리는데, 웬일로 대부분의 가게에서 녹색인 것을 판다. 1kg에 10루피 정도로 매우 저렴하고, 가장 많이 팔고 있는 과일이었다. 맛이 궁금했지만, 적은 양을 팔지 않아서, 무게가 부담스러워 구입을 못했는데, 다행히 나중에 다른 섬 호텔조식으로 나와 주었다. 그 궁금했던 맛은 매우 신 망고+파인애플쯤? 촉감이 서걱 서걱하고, 신맛이 강해 솔직하게 딱히 맛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마 과일 파이같은 것으로 익히면 좀 나을지도?

 

 

 

 

 

내 향기에 취해봐~ 향신료, 허브차

 

지난번 트래킹 입구 산위의 티팩토리가 일요일이라고 문을 닫아서 차를 못 구입한게 한이 맺혔었는데, 다행히 이곳에서 차를 판매하고 있었다. 날름 바닐라향이 가미된 홍차를 하나 구입하고, 가만히 보니 다양한 향신료를 판매하길래, 묶음 팩도 하나 샀다. 그 안에는 강황가루, 큐민씨앗, 샤프란가루, 샐러리 씨앗, 엄청 매운 고추가루, 겨자씨, 월계수 잎, 말린 고추 두개, 계피 조각이 엄청많이 들어 있었다. 엄마도 한묶음 사다 드렸는데, 이례 없던 관심을 보이시더라는. ^^;

나는 뭘 해먹을까 고민하다 크레올 커리도 만들어 먹고, 생선, 고기 구이위에도 뿌려 먹고, 치킨 꾸스꾸스할 때도 사용하니 집안에서 북아프리카의 향기가 느껴지더라. ^^

 

관련글  귀여운 티 공장, 세이셸 티 팩토리

 

이건 티잔 허브티에 붙어있던 설명인데, 크레올어로 쓰여 있다. 머그에 찻숫깔로 하나 넣고, 끓는 물을 부어 4분정도 우려먹으라는 소린데, 얼핏 봐서는 전혀 모르는 말 같지만, 차분히 소리나는대로 읽어보면, 불어와 거의 같다. 여기 저기 써 있는 크레올어를 천천히 읽어보니, 마치 매직아이를 가만히 들여다 보다 그림을 찾아냈을 때와 같은 재미와 기쁨이 느껴지더라는. 생각해 보면, 오이군이 한국말을 죄다 들리는대로 적어 놓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식민지 시절 들어온 불어를 아프리카 사람들이 들리는 대로 적고, 자기네 단어와 섞어 쓰면서 정착된게 크레올어니 말이다. 오이군이 나중에 무인도에 가서 나라를 세우고, 한글을 쓴다면, 엄마는 옴마로, 사과는 사구아로 정착되겠지. ^^;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습니다. 그외의 잡다한 것들

 

이동네도 뻥튀기 비슷한 것을 판다. 한국 뻥튀기 보다 딱딱하고, 빽빽하게 들어 차 있는 느낌. 사카린을 전혀 넣지 않아서 단 맛도 없다.

 

시장은 1, 2층으로 되어 있는데, 2층 올라가는 계단에 이런 녀석들이 스무마리쯤 붙어있었다. 크긴 큰데, 한국 시골에도 이정도 되는 녀석들은 있으니 그닥 놀랍지는 않다. 이미 호주에서 초대형 거미들에게 익숙해 져 있는 이유도 있고. ㅋ 그래도 나무가 있는 곳에서는 머리 위 거미줄 조심.

 

이층에서 내려다본 모습은 이렇다. 빈 가겟자리도 많고, 생각보다 시장인데도 정신없게 북적이지 않았다. 1999년에 리노베이션을 했다는데, 그래서 인지, 아프리카의 재래시장에서 기대했던 지저분함은 찾아 볼 수 없다.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으며, 지난번 슈퍼마켓처럼 물건이 좀 비어보이는 듯 하다. 생각해보면, 인구도 얼마 없는 이 섬에서 신선한 물건을 많이 쌓아놔도 그게 더 문제겠다. 싱싱할 때 모두 팔 대상이 없기 때문.

 

전반적으로 시장이 아프리카스럽게 알록달록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옷가게에서 절정을 이뤘다. 그런데, 오이군 저기 서 있으니 마치 보호색처럼 잘 구분이 안가네. ^^;

 

 

 

 

옷가게 가디언 - 안살거면 저리 돌아가라옹~

이곳에도 꽃집이 있다. 그런데, 판매하는 꽃이 우리가 흔히 보던 꽃 모양과는 전혀 다르다. 어떤 여자가 꽃다발을 하나 주문해 들고 가는데, 본적 없는 아주 독특한 모양새가 나오더라 ^^ 꽃모양은 다 달라도, 세계 어디를 가나 꽃을 판매하고, 꽃다발을 만들어 선물한다는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소라 껍질, 성게 골격 등 각종 조개껍질. 예쁘게 닦고 문질러, 장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가게도 있다.

 

이것은 나무 또는 돌을 깎아 만든 코코 드 메르Coco de mer, 일명 엉덩이 야자 Coco fesse이다. 대형 야자나무에서 5-6년 걸려 자라나는 이 커다란 야자열매가 세이셸의 상징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기념품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코코 드 메르는 보호종으로 실제 열매는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나무와 돌로 만든 코코 드 메르 모형이 기념품으로 인기가 있었다. 그 외에 일반 야자로 만든 그릇과 재떨이, 장식품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게 큰 시장이 아니라서 한바퀴 휘이 둘러 보는데, 얼마 걸리지 않으니 세이셸로 여행을 떠나시거든 꼭 한번 들려보시길. 다양한 이국적인 물건들이 소소하게 여행에 맛을 더해 줄 것이다.

 

 

 

       

여행엔 역시 시장 구경!

2014. 0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