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같은 일상

코스모스 길따라 수다 한바탕

골목 골목 지나 안양천으로 간다.

누군가 배추를 말리는구나.

자리나 신문지를 깔지도 않고, 그냥 수도관 뚜껑위에 널어 놨네.

그것도 골목길 한복판에.

그 옆엔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고,

돌틈에선 민들레가 자라나고.

다 마르면, 

대충 먼지만 탈탈 털어 시레기 국을 끓이겠지?

분명 어느 집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그 시레기 국은 

엄청나게 구수하니 맛있을거야.

(그러나 나는...안먹으련다.)


까치가 반긴다.

까치가 운다.

까치가 노래한다.

까치가 웃는다.

까치가...

사실 우리는 알수 없잖아.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냥 내 감정을 살짝 집어 넣어 짐작해 볼 뿐.


푸른 하늘,

오늘은 까치가 웃었을 것 같다.



엄청나게 패셔너블한 우리 가족.

신나게 쫄쫄쫄 안양천으로.

하늘은 높고,

공기는 쾌적한데,

날씨는 여전히 덥구나. 

가을이 온 줄 알았더니, 

여름이 안간다고 바둥바둥.

까비는 나간다고 바둥바둥.


.



코스모스가 하늘 하늘 

가을이 오고 있다 속삭이는데,


여름내 피어 있던 배롱나무 꽃

여전히 떠날 생각을 안한다.

한번 나오면 들어갈 줄 모르는게 

울집 시커먼 녀석, 까비양이랑 똑같구나.


이리도 하늘은 높고 푸르른데, 햇살은 화창하고, 실바람까지 솔솔 부니

내 어찌 노래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아아아아~~~~~

신나는 도다.


보들 보들 강아지풀과 손뼉 맞추며 

바람 따라 한들 한들 걷고 싶어라.


한달 후면 빠알간 색, 노오란 색 옷으로

화려하게 차려 입을 단풍나무 길.

아직은 싱그러움 가득한 여름의 정취를 

아쉽지 않게 가슴 가득 즐겨줘야지.


겹꽃 흰무궁화의 청순한 아름다움에 취해버려서,


내 머리 머릿속이 빙빙 도는가보다.

왜 오이군과 까비양이 똑같아 보이나.

더벅한 앞머리, 핑크빛 혀, 나만 보면 밥달라는 것 까지.

부부가 오래 함께 살면 닮아가듯

개와 사람도 오래 같이 사니 닮아지나 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해바라기.

커다란 밝은 웃음에 흠뻑 반한 호박벌 한마리가 열심히 입을 맞춘다.

늬들 뭐하냐 공공장소에서.

열심히 호박벌과 해바라기의 사랑을 지켜보느라 한눈 팔았더니,

오이군과 까비양이 사라져 버렸다.

야들아, 어딨노~?


여깄다, 내남편!


이렇게 민망하게 생긴 

빨간 줄무의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는데, 

혼자 두면 우짜노~

둘이 있어야 용기도 생기는 법.


내는 당신꺼, 당신은 내꺼.

확실하게 인증샷 하나 박읍시데이~


와 늬들끼리만 찍는데?

내랑도 박아도~


웬일로 카메라를 똑바로 보고 기분 좋아 보이는 까비.

절대동안 미모라지만 가만보니 너도 많이 늙었구나.

어릴 적엔 얼굴에 흰털이 하나도 없었는데,

어느새 검은 머리 파뿌리 되가고 있네.

오래 오래 우리랑 건강하고, 재밌게 살자, 

15살 귀염둥이 할망구야.


내안에 너 있다


기분 좋은 어느 가을 날

안양천 산책.

fin.


PS.

날 버리고 간 당신. 

기다리고 있어요. 

하염없이 가을 바람 맞으며

기다리고 있어요.


누군가 차에 올라타며 신발을 벗은 모양이다.

가끔 나도 여행지에 가서 저런다.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우리집 안방에라도 들어가듯

습관적으로 신발을 벗을 때가 있다.

처량한 도로위의 슬리퍼.

그래도 둘이니 외롭지는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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