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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 평범해서 소중한 일상
감자 오이네집 2014년 추석 풍경, 스위스인이 만든 송편
2014. 9. 8. 14:27

열심히 일하며 맞아하는 추석
우리에겐 그저 전냄새가 진동하는 평범한 하루

 

감자 오이네 설날 풍경 글 쓴지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추석이네요. 푹푹찌는 여름 햇살에 숨막혀 했는데, 지금은 화창한 햇살을 보면 산으로 들로 나가고 싶은 가을 됐어요. 하루 하루가 어찌나 빨리 지나 가는지, 일하는 순간은 지겹지만, 그래도 뒤돌아 보면 지나간 시간들이 아쉽기만 합니다.

 

어제 창문을 열었더니 온동네가 고소한 기름 냄새로 가득 찼더군요. 저희집은 17층인데, 이 위까지도 전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계속해서 기름냄새를 맡았더니, 딱히 추석 상을 차리지 않는 우리집에서 1박 2일 동안 끊임없이 전을 부친 듯한 느낌이 듭니다. ^^;

 

지난 설날 때도 잠깐 소개드렸지만, 스위스 회사에서 일을 하는 오이군은 한국 명절이 휴일이 아니예요. 저야 한지공예를 하고 있으니 주문이 들어오면 언제든 일하는 날이고, 주문이 없므면 대중없이 언제든 휴일이 됩니다. 게다가 친정집은 의류상점을 하고 계신데, 명절은 대목이죠. 절대 쉴 수 없는 날이랍니다. 그래서 매번 명절이 저희집에서는 그냥 평범한 하루처럼 흘러가네요.

 

 

 

 

그래도 가족과 간단한 식사한끼 정도는 빼 놓을 수 없겠죠?

주말에 우리 가족은 미리 해피 추석 파티를 했습니다. 백세까지 건강하게 살자며, 건강주도 한잔 했고요 ^^

 

원래 저는 블로그에 초상권 문제와 원치 않는 사람들의 얼굴이 노출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감자 오이를 제외한 인물 사진을 안올리는데, 이번엔 웬일로 가족멤버 전부 굴욕없는 사진이 나왔어요. ^^; 특히 부모님이 드물게 참 다정해 보이네요. 큰맘먹고, 동의없이 한번 올려봅니다. ㅋㅋ

 

 

 

스위스 사람이 만든 송편은 어떻게 생겼을까?
외국인 한국 문화 체험 ^^;;

 

지난주 친구들을 만났더니 오이군과 한국 구석 구석 돌아다니는 저를 보고 한마디 하더군요. 아들 방학숙제 해주는 엄마처럼 오이군 한국 체험 시켜주러 다니는 것 같다고요. ^^;

 

사실 맞습니다. 저희 커플이 스위스에 살 적에 오이군이 제게 해 줬던 것 처럼, 저도 오이군에게 열심히 한국 문화도 소개해 주고, 구석구석 재미있는 것들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덕분에 저도 사실 생판 안해본 것들을 해보기도 하고, 한국의 몰랐던 여행지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사실 그 나라에 산다고, 내나라의 모든 문화를 체험해 보고, 우리나라의 구석 구석을 다 다녀본 건 아니잖아요. 매번 여행지에 가거나, 체험을 할 때 사실은 오이군보다 제가 더 신기해하고, 신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오늘은 그 문화 체험의 일환으로 송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두식구가 먹을거니 양은 조촐하게 ^^

 

일단 시장에서 소나무 잎을 사왔습니다. 아파트 화단에서 한주먹 따오자는 오이군을 잘 진정시켜가면서요. ^^;

 

송편 속은 참깨+흑설탕, 말린콩+흑설탕, 계피+흑설탕 입니다. 콩도 넣을까 했지만, 둘다 좋아하지 않기에 생략. 계피+흑설탕은 호떡을 좋아하는 오이군을 위한 특별 게스트 ^^;

 

손이 크고, 손가락이 긴 오이군은 대충 움직여도 우아해 보입니다.

 

그러나 결과물의 생김새는 손가락 길이와는 별개의 문제지요. ^^;

 

떡을 찔려고 보니까 베보자기가 없네요. 으하하.

저도 떡 쪄본지가...음. 처음이군요. 어릴적 어머니가 해 주신 것을 줏어 먹기만 해봤습니다.

급한대로 커피 필터를 펴서 잘 깔았습니다. ^^;

 

서로 붙길래 참기름을 살짝 바른다는게 아주 목욕을 시켜버렸어요.

그리고, 작가별로 좌 우 분리해 놓았습니다. 어떤 쪽이 누구 작품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시장의 떡집 떡과 비교해 비주얼은 좀 떨어지지만, 맛은 절대 뒤지지 않았습니다. 너무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저희를 위한 맞춤 떡이기에 입맛에도 딱 맞았고요. ^^

 

그리고, 추석 아침에는 오이군에게 뜻하지 않는 선물도 받았습니다. 제 작업실에 들어가보니, 키보드 위에 분홍색 종이 조가리가 곱게 놓여 있더군요.

오이군이 한국어 학원에서 곱게 접어온 한복입니다. 하핫. 오이군의 남달리 큰 손으로 고물고물 이것을 접고 있었을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엄마 미소가 번집니다. 친구들 말대로 스위스인 아들 키우는 엄마 맞네요. ^^;

 

여러분들도 가족들과 알콩 달콩 따뜻하고,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오늘 저녁 달 보면서 소원 비는 것 잊지 마시고요.

 

Happy 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