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피판엔 호러, 스릴러만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피판의 계절이 다가왔다. 피판은 부천 인터내셔널 판타스틱 필름 페스티벌의 줄임말로, 97년부터 부천에서 매년 7월 개최되는 영화제이다. 판타스틱 영화제이기 때문에 판타지, 공포, 스릴러, SF가 주류를 이루기는 하지만, 사실 이런 장르를 벗어나 세계 각국의 쉽게 접할 수 없는 영화들도 많이 상영을 한다. 거의 매일 저녁 자기전 영화 한편을 보는 자칭 소심 영화광 야채 커플. 특히 환타지, 공포, 스릴러는 물론 독특한 영화를 좋아하는 우리가 이 영화제에 열광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올해도 영화제가 열리는 열흘간 매일같이 부천에 들락거리며 꿈과 환상의 세계를 헤매이고 있다.
영화제에서 재미있는 점은 가끔 상영 영화의 감독이나 프로듀서가 와서 직접 영화 설명을 해준다는 것. 세계 여러나라의 감독들이 관객들의 질문도 받고, 영화 뒷이야기도 들려준다. 가끔 영화는 그냥 그렇게 봤는데, 감독의 설명을 듣고 나서 영화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한국 영화에는 배우들도 무대인사를 온다. 가끔 영화보러 왔던 예정에 없던 배우들이 무대로 불려나가(?) 인사를 하는 깨알 재미도 맛볼 수 있다. ^^
올해는 총 20편의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오늘까지 가장 재미있었던 영화는 개막작이었던 독일의 스테레오 Stereo와 뉴질랜드의 하우스바운드 Housebound 였다.
스테레오의 내용은 사실 이미 많은 영화들에서 다뤄졌던 소재로, 양아치가 개과천선하려 하나 맘대로 잘 안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영상을 꽤 멋지게 담았고,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와서 인상적이었다. 물론 영화 홍보차 방문한 감독이 배우보다 훈남이었다는 것은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이유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쿨럭...에흠)
하우스바운드는 어두운 소재의 스릴러를 매우 코믹하게 풀어냈으나 결코 가볍지 않아서 아주 매력있는 영화였다. 뉴질랜드 배우들의 독특한 액센트와 엉뚱한 유머 감각이 압권.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을 해도 꽤 흥행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참고로 스위스에서 열리는 비슷한 영화제인 뇌샤텔 국제 판타스틱 필름 페스티벌에서는 이 하우스바운드가 올해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스위스의 판타스틱 필름 페스티벌이라고? 그렇다. 이 국제 판타스틱 필름 페스티벌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판타스틱 필름 네트워크가 있어서, 여러 나라에서 개최되고 있는 장르영화 축제이다. 스위스에는 마침 오이군의 고향이자, 감자양이 6년 가까이 지지고 볶았던 뇌샤텔 Neuchâtel 에서 영화제가 개최되어, 조용한 스위스 라이프에 매년 깨알 재미를 선사해 해주고는 했었다. 게다가 동네에 사는 몇 안되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감독님들의 수행 통역겸 가이드로 활동하기도 했다.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님 내외분, 류승완 감독님 가족분들과 함께 우리 시댁에서 불고기를 해 먹었던 흔치 않은 추억도 남길 수 있었다. (난생 처음 대 인원을 위한 불고기를 준비 했더니 나도 먹기 싫은 애매한 맛이 났다는 것은 함정.)
니프 Nifff라 불리는 스위스 판타스틱 영화제는 스위스 영화관에서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아시아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라 매우 인기가 있어, 매년 그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이곳에서 감자양을 만나기 전 이미 무사, 아라한, 천년호 등 한국 영화들을 본 오이군이 몇몇 중요한 한국어, 사랑해, 18 등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감정 표현 관련 단어를 만날 때 부터 알고 있더라는.
영화 그 이상의 문화 축제
콘서트, 전시 그리고 파뤼 파뤼~
영화제에서 주구 장창 영화만 보면, 그냥 극장에 매일 가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이곳이 축제라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영화 이외에도 여러가지 이벤트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부천 곳곳에서 작은 콘서트가 열리고, 저녁에는 시청 잔디밭에서 무료로 영화도 상영된다. 여름날 잔디 밭에 데굴 데굴 누워 영화를 보는 맛은 해 본 사람많이 안다. ^^
여러가지 부대 행사로 경품이 걸려있는 게임이 진행되고, 스탬프를 모으면 무료 영화 티켓도 받을 수 있다. 또 행사장 곳곳에서 여러가지 작은 전시회도 열려 영화 사이 사이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제 첫째주 주말에는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밤샘 파티도 열린다.
영화제 스타 오이군
보너스 이야기
영화시간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피판의 역사를 사진으로 풀어 놓은 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엇그제 같은데, 벌써 18회가 되도록 내가 이 영화제에 들락거렸구나. 처음 왔을 때 나는 아직 대학생이었는데...추억에 젖어 사진을 하나 하나 유심히 보고 있는데, 갑자기 오이군이 다급하게 나를 끌고, 최근 사진으로 간다. 왜이래, 난 옛날 사진들이 조금 더 보고 싶다구~
앗, 그런데, 2012년란에 놀라운 것이 뙇!
바로 2012년에 이곳을 찾았던 오이군이 피판의 역사 사진 첫번째 줄에 딱 붙어 있었던 것. 게다가 오늘과 똑같은 셔츠를 입고 말이다. ^^ 2012년에는 피판 홀릭의 밤이라는 호러 파티가 열렸었는데, 이 곳에 참여해 좀비 분장을 하고 있던 오이군이 사진에 찍혔었다.
잠시 초상권은 어찌 되는 건가요! 하고 따져보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축제니까 그냥 두기로 했다. 훗, 감자의 초상권이 마구 남용되던 스위스 라이프에 대한 보복이닷! 무슨 소리인고 하니, 스위스 영화제나 지역 축제 때 마다 쓸데 없이 감자양이 티비나 지역 신문에 자주 출연당했던 것이다. 심지어 스위스에서는 강변에서 월드컵 구경만 했는데, 다음날 보니 신문 첫페이지에 얼굴이 크게 실리려 있더라는. 뭐 외국인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한국이나 스위스나 마찬가지인 듯 하다.
2012년 그날의 실체는 이러 했다.
축제장에서 이렇게 분장을 하고 놀다가 차 끊기기 전에 집에 오겠다며, 지하철과 버스를 탓었다. 다행히 노약자와 임산부, 영유아는 없었던 듯. ^^
무더위를 확 날려준 Pifan.
아직 한번도 가 본적이 없다면, 내일 야채 커플과 함께 참여해 보는 건 어떠신지? ^^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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