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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ia | 태평양의 섬들/S. New Zealand | 뉴질랜드 남섬
뉴질랜드에서 기억하는 단 한가지
2014. 7. 14. 08:25

오래전 기억의 단편
기억이 없기에 더욱 아름다웠다

 

내일 아침 여행을 떠난다.

카메라 가방 잘 꾸린 것 맞나?

배터리는 충전이 됐나?

여분의 메모리는 있나?

충전기 챙겼나?

아침에 비몽 사몽 카메라 놓고 가면 낭패, 문가에 잘 둬야지.

 

여행 가기 전 내 마음은 온통 카메라에 집중되어 있다. 

내가 디카를 사용하기 시작한 지 10년 남짓, 어느새 카메라는 삶의 일부가 되어, 집을 나서며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단 한번,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은 여행이 있었으니, 바로 발로 찍어도 예술사진이 나온다는 뉴질랜드였다. 그때 나는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었다. 풍경을 화면이 아닌 마음에 담고 싶었다. 사람들의 웃음을 2차원 평면이 아닌, 공감각적인 음성으로 기억하고 싶었다.

 

 

 

 

그리고, 뉴질랜드 여행은 내가 원했던대로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었다. 가장 낭만적이었으며, 모든 것이 아름답고, 완벽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사진으로 남길 수 없었기에 더 열심히 보고, 마음속에 기억하려 애썼다. 그러나 결국 숨 막히게 아름다왔던 풍경들의 구체적인 이미지는 시간과 함께 퇴색되어 버렸지만... 아마도 그래서 그 황홀했던 느낌들은 여전히 충만하게 살아있는 것이리라. 구체적인 이미지가 현실이 되어 눈앞에 남아있지 않기에.

 

그런데, 사실 이곳에서의 사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뭔 이야기가 이렇게 왔다갔다 하냐고?

나는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았지만, 일행들이 카메라를 가지고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여행 후 사진을 받을 생각이 없었는데, 그냥 해외에서 스쳐가는 친구들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던 어떤 이가 지금 그냥 친구도 아닌, 남편이 되어있다는 게 함정. 그렇다. 그 여행에 오이군이 있었다. 사실 우연히도 그때 그의 카메라는 그때 고장이나 있었는데, 멋진 풍경들을 계속 스쳐 보내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일회용 카메라를 하나 구입했었다. 그리고, 결혼하면서 합쳐진 살림 속에 그의 사진들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 달간의 여행을 24방짜리 일회용 카메라로 다 담을 수 없는 건 당연한 일. 따라서 뉴질랜드는 여전히 안개에 싸인 도시처럼 내 기억에 많은 이미지들이 남아 있진 않다. 굉장히 강렬했던 몇몇 장면을 빼고는 그저 느낌으로 남아있을 뿐.

 

그렇게 무작위로 선별된 몇곳의 사진들은 일회용 카메라의 엄한 화이트 밸런스와 열악한 감도로 우리 인생 최고의 감성사진으로 남게 되었다.

 

준비됐나요?

폭스 빙하 스카이 다이빙

Fox Glacier Sky Diving

 

 

No refund

폭스 빙하 스카이 다이빙

Fox Glacier Sky Diving

 

 

스카이다이빙 센터에서 예약할 때 무서워서 못 뛰면 환불은 안된다고 먼저 못을 박더라. ㅋ

내 피 같은 알바비가 아까워서 망설임 없이 툭~뛰어내렸다.

 

 

준비됐어요!

폭스 빙하 스카이 다이빙

Fox Glacier Sky Diving

 

 

Into the world

폭스 빙하 스카이 다이빙

Fox Glacier Sky Diving

 

 

스카이다이빙 강사가 뒤에서 머리를 톡톡 치면 속도를 줄일 수 있게 팔을 쫙~펼치라고 했는데, 오이군은 넘넘 신나서 머리를 톡톡 치는 것도 못 느꼈다고 한다. 결국 강사가 톡톡이 아니라 쾅쾅하고 오이군 뒤통수를 때려서 겨우 팔을 벌리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

 

 

 

 

Out of memory

(여기가 어딘지 기억이 전혀...)

 

 

Breathtaking

밀포드 사운드

Milford Sound

 

 

제일 멋졌던 곳 중 하나.

누군가 뉴질랜드 남섬에 간다고 하면 강추하는 곳이다.

 

 

Where my eyes belong to

나의 눈이 머무는 곳

 

 

A dog, A man and the lake 

개, 남자 그리고 호수

 

 

My foggy Memories

흐린 기억 속의 그대

 

 

Where do you wanna go?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Where the clouds rest

구름도 내려와 구경하고 가는 곳

 

 

No fear!

두려움 없는 여행

 

 

꼭 멀리 볼 수 있어야 길을 가는 건 아니잖아.

저만치 나아가면, 또 다음 길이 보이겠지.

 

 

Multi function

 

 

차가 양방향으로 지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차도 지나가는 곳.

기차는 올 때 저쪽에서 땡땡 소리가 나는데, 맞은편에서 차가 오는 건 신호등이 없었다. 그냥 알아서 눈치껏 지나가야 함. 뭐 오늘 하루 종일 운전했는데, 차를 한대도 못 보긴 했지만...

 

 

 

 

Horror or Romance? It's up to you!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

 

 

Land of sheep

이 땅의 진정한 주인

 

 

Way to Mordor

모르도르 가는 길

 

 

처음으로 여러 가지 치즈를 빵 위에 얹어 먹으며 점심을 때워 보았다.

처음으로 바람을 맞으며 벌판에 앉아 차를 마셔 보았다.

너와 함께여서 그냥 다 좋았던 '처음이었던 모든 것' 

 

 

The only thing I remember

내가 기억하는 한 가지

 

 

이 여행에서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동물도 있었지만

유일하게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 한 가지는

야채 한 조각

 

 

You can touch the coulds in New Zealand

구름 잡는 여자

 

 

이곳에서라면 모든 것이 가능해 보였다.

폴짝 뛰어 구름에 손을 넣어 볼 수 있는 곳이니까.

 

 

동물원 밖에도 물개가 살고 있었다

카이코우라

Kaikoura

 

 

내가 처음 만난 고래

카이코우라

Kaikoura

 

 

You are the main!

고래투어의 진짜 주인공

 

 

우리 같이 놀아요

뜀을 뛰며 공을 차며 놀아요

우리 같이 불러요

예쁜 노래 고운 노래 불러요

이마엔 땀방울

마음엔 꽃방울

나무에 오를래

하늘에 오를래

개구장이

 

 

 

       

내 인생 최고의 갬성 여행

2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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