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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 일본/Japan | 도호쿠 : 아키타, 아오모리
[아키타] 요코테의 봄 : 요코테성, 요코테 공원
2014. 6. 2. 15:43

올 봄 꽃놀이를 놓치셨나요?
봄이 한발 늦게 오는 곳, 아키타에서 꽃놀이 따라잡기

 

지난 겨울, 드라마 아이리스 속의 로맨틱한 설원에 단번에 반해버려 마음에 두고 있던 아키타의 겨울 온천을 찾았다. 보통 드라마 속 모습이 실제보다 예쁘게 묘사되기 마련이건만, 아키타는 예외라는 것이 우리의 결론. 하얀 설원은 물론, 대자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숲과 호수가 우리의 마음을 홀딱 빼앗아 버린 것이다. 이 곳에 꽃이 피고, 녹음이 내려 앉으면 또 얼마나 멋진 풍경이 펼쳐질까? 한번 발을 들이면, 사계절을 모두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나는 아키타, 이번에는 그곳의 봄을 엿보았다.

 

...음? 

그런데, 봄이라니? 

한국은 5월 말부터 이미 30도를 넘나들며 여름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지금 무슨 봄? 

그렇다. 일본의 북쪽에 위치한 아키타는 우리가 방문했던 5월 말, 아직 봄이 한창이었다. 산위에는 여전히 벚꽃이 피어 있었고, 마을 곳곳에 이름모를 수많은 꽃들이 미모를 뽑내기에 바빴다. 지금 막 싹을 틔운 연두빛 어린 잎들은 온천지를 뒤덮고, 싱그러운 봄을 사방에 뿌려댔다. 올 봄에 꽃놀이를 놓쳐 서운해 하던차에 이게 웬 감사한 일이란 말인가? ^^

 

 

 

 

 

 

반가와요, 아키타
두번째 렌트카 여행

 

하늘에서 내려다 본 아키타엔 쌀이 특산물인 만큼, 논이 정말 많았다. 5월 말, 모내기에 한창인 듯.

논도 어쩜 이렇게 가지런 할까? 시골 구석 구석까지 일본인들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 난다.

 

 

두시간 남짓한 비행을 마치고 아키타 공항에 착륙하는데, 오이군이 비행기가 스위스로 잘못 왔다며 웃는다. 푸르른 들판위를 가득 덮은 유채꽃과 수평선을 가린 녹음이 짙은 산맥이 어딘지 오이군의 고향, 뉴샤텔 Neuchatel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조금은 흐린 날씨였지만, 벌써부터, 스트레스 가득한 도시의 묵은 때를  부드럽게 씻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아, 역시 예상대로 아키타는 봄도 예쁘구나.

 

 

관련글 : 스위스의 유채꽃 만발한 비오던 어느날

 

5, 6월 스위스는 유채꽃 천국! 드라이브 코스 소개

5,6월의 샛노란 스위스로 초대합니다 유채꽃밭으로 뛰어들다 상공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대륙으로 넘어오는 순간 구름이 짙어지고 아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어쩌다 간간히 내려다보이는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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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지난번 처럼 렌트카 여행을 선택했다. 두번째인 만큼, 헤메이지 않고, 단번에 렌트카 데스크를 찾아, 능숙하게 그곳 전화기를 이용해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지난번엔 위에 써 있는 전화번호를 눌러야 했는데, 이제 그냥 수화기만 들면, 바로 연결이 되도록 바뀌어 더 편리해졌다. 물론 일본어로 대답하는 직원의 압박이 있었지만,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영어로 렌트카 리저베이션 Rentcar Reservation을 반복했다. 상대방이 못알아 듣는 것 같아서 식은땀이 한방울 찍 흐르려는 찰라, 누군가가 뒤에서 등을 톡톡 두드린다. 오늘은 직원이 공항에 나와있었던 것. ^^; 그와 함께 공항 옆의 사무실로 이동해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영문 계약서를 꼼꼼한 척, 그러나 사실은 엄청 설렁 설렁 읽으며 사인을 했다. 이곳은 전에도 느낀거지만, 차가 마치 공장에서 바로 나온 듯 새것 같다. 차를 건네주기 전에 같이 흠집 체크를 하는데, 맨눈으로 거의 보이지 않을 법한 미세한 흠집도 다 체크를 하더라. 역시 꼼꼼한 일본인이구나 ^^

 

드디어 폭이 좁아 귀여운 일본차를 타고, 오늘의 목적지 유자와로 고고씽~

GPS 음성을 영어로 선택할 수 있어, 전화번호 검색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간단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단, 조심할 것은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ETC라고 쓰여있는 게이트로 나가면 안된다는 것. 이것은 우리나라 하이패스 같은 것으로 렌트카에는 ETC 카드가 부착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어리버리하게 이리로 들어가는 바람에 부슬부슬 비내리는 날, 직원을 사무실 밖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그러나 삽질은 우리가 했는데, 직원이 마치 본인이 잘못이라도 한 듯 엄청나게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이런 작은 상냥함들이 낯선 곳에서 당황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 결국은 일본 전체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 같다. 

 

 

관련글 : 아키타에서 렌트카 여행하는 법 자세히 보기

 

[아키타] 렌트카로 여행하는 아키타

겨울 온천의 명소 아키타 가는 길 우리만의 야외 온천을 찾아서 겨울. 이 계절의 이름을 듣는 순간 여러가지가 함께 떠오른다. 김이 모락 모락 오르는 따뜻한 오뎅탕, 호호 불어먹는 호빵,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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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의 도시, 요코테
싱그러운 봄에는 요코테 성으로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아키타 현 남쪽, 유자와에 있는 오야스쿄 온천마을. 아키타 공항에서 차로 약 두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다. 그러나 공항에서 바로 유자와에 있는 호텔로가 가면, 어영부영 아무것도 못하고 밤이 될 것 같기에, 내려가는 길목, 요코테라는 작은 도시에 들려 잠시 구경을 하기로 했다. 요코테를 가로지르는 강위, 단아하고, 동양적인 미녀가 우리를 반겼다.

 

 

 

요코테 성

 

요코테성

 

요코테시에는 무사들이 살았던 가옥과 오래된 창고등 여러 전통적인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우리는 그 중에서 요코테 공원안에 위치해 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요코테 성을 둘러보기로 했다. 성이라고는 하지만 무사들의 군사거점으로 사용된 작은 요새에 가깝다. 

 

건물은 매우 작지만 언덕위에 있고,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맨 윗층은 멋진 전망대 역할을 한다. 입장료가 있는데, 이 100엔짜리 티켓으로 요코테 시에 있는 4가지 전시관, 요코테성, 카마쿠라관, 이시자카 요지로 문학기념관, 고산넨노약쿠 가네자와 자료관을 모두 둘러 볼 수 있다.

 

드라마 아이리스에 등장한 요코테 성

 

이 요코테 성 역시 아키타 곳곳에서 촬영되었던 아이리스에 한장면이 담겨있는데, 바로 가마쿠라 축제 시즌의 모습이 그것. 이병헌과 김태희가 이곳으로 밀월여행을 와 데이트를 했다. 

 

가마쿠라는 눈집이란 뜻으로, 일본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온다는 요코테 지역의 옛 사람들이 긴긴 겨울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보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아이리스가 촬영되었던 3월에는 산아래 마을들, 즉 요코테에는 눈이 모두 녹아버렸던 관계로 스탭들이 산에서 눈을 퍼와서 촬영용으로 특별제작을 했다는 뒷이야기. ^^

 

건물안에는 몇첨의 유물들과 수공예품 등이 진열되어 있다.

 

 

 

 

엄머, 이거 왜이렇게 낮아? 눈있는 곳까지 구부리려니 허리 아프다는 오이군 ^^; 높이는 좀 낮지만, 이거 이래뵈도 니콘이다. ^^
미니어쳐 촬영

 

이 탁트인 전망을 보면 왜 이곳이 군사요지로 이용되었는지 알것 같다. 시야가 넓어 요코테시 전체를 멀리까지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에서 내려다본 요코테는 군사기지 자체가 필요없어 보일만큼 평화로와 보였다. 연두빛이 곳곳에 스미고, 강 한줄기가 잔잔히 가로지르는 그림 같은 마을.

 

게다가 가만히 둘러보니성의 위치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배산임수이론은 동양에서만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오이군이 유럽의 성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방어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 자연히  성들이 위치하게 되는 지형 아니냐고. 그러고 보니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스위스의 많은 성들도 뒤에 산을 끼고, 앞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던 것 같다.

 

 

 

요코테 공원

 

요코테성은 넓은 요코테 공원안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벚꽃놀이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갔던 5월 마지막 주에는 벚꽃 시즌이 막 끝나고, 본격적으로 연두빛 어린 잎들이 앞다투어 나오고 있었다. 성에서 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은 울창한 숲으로 어디선가 요정이 살그머니 나와 인사할 것만 같다.

 

공원안에는 작은 호수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물고기가 꽤 있는 모양인지 옆에서 잠시 지켜보는 동안에 한마리가 낚여 올라왔다. 대단히 투명한 물은 아니지만 잔잔한 수면이 커다란 거울이 되어, 마치 숲사이를 날아다니는 물고기들를 낚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곳곳에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고, 벚꽃 잎이 떨어진 자리에선 조그마한 버찌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가서 촉촉히 물기를 머금은 식물들이 어찌나 싱싱한지, 가만히 보고 있자하니 그 자라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오래된 기차

 

공원에는 이제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철도위에 오래된 기차 한대가 놓여 있다.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주변에 설명이 없어서, 왜 이곳에 이 기차가 놓여 있는지 알 길이 없었으나, 오래된 증기기차는 어떤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나는 증기기차가 널리 사용되던 때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기차의 기관실에도 들어가 볼 수 있어서, 복잡한 내부를 처음 구경하게 되었다. 기왕이면 달리는 기차의 기관실 구경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 아무거나 잡았다가 쑥 빠지기라도 할까 조심스러워서, 어설픈 인증샷을 남기고, 5월의 싱그러운 요코테 공원을 빠져나왔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키타현 한국 코디네이터사무소에서 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일부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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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일자 : 201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