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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rica | 아프리카/Seychelles | 세이셸
[마헤] 끝없는 흰모래의 유혹, 세이셸 보발롱해변
2014. 5. 3. 01:11

그날 우리는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었다
레알 Duty Free

 

세이셸 여행의 첫번째 목적지는 보발롱 Beau Vallon 해변으로 선택했다. 보발롱은 세이셸의 가장 큰 섬, 마헤Mahe의 가장 긴 해변으로, 곱고 하얀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고급 리조트는 물론 크고 작은 호텔들과 비교적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들이 밀집해 있다. 덕분에 마헤섬의 다른 지역보다 물가가 살짝 비싼편이기는 하나, 편리한 점도 있어서 우리도 숙소를 이곳으로 정하게 되었다.

 

공항에서 보발롱까지는 수도를 가로 지르면,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우리는 느긋하게 북쪽으로 비잉 돌아 나 있는 해변 도로를 선택했다. 빨리 가야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해야할 일들'이 없다는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해변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싶었지만, 수도를 지나치는 순간부터는 도로 사정상 운전에 조금 집중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세이셸에서 운전을 하려면, 적당한 거리감과 (도로가 엄청 좁다) 순발력 (상상하지 못한 순간에 마구 중앙선을 침범한다), 현지 운전법을 이해하는 센스 (도로 중간에서 앞차가 아무때나 서서 경치를 구경하거나, 전화를 받거나, 주차를 해버린다) 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다 (앞차가 서있는데, 추월할 수 없는 경우 또는 도로 변에 간이 상점이 생겨서 사람들이 도로에 우왕 좌왕 서있는 경우). 그러나 그것도 잠시. 흐렸던 하늘에 구름이 걷히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물빛이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렇다. 바로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는 세이셸이다. 

 

 

세이셸이라는 나라가 낯설다면, 지난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내셔널지오그라피 선정 세계 최고의 해변 1위, 세이셸

세계 최고의 해변은 어디? 문득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은 어디인지가 궁금해졌다. 멋진 풍경에 호들갑스러워지는 나는 여행 중에 흰모래와 터키색의 바다만 봐도 호흡곤란을 일으켜가며

www.lucki.kr

 

 

 

보발롱 해변 동쪽 끝
프라이빗한 시간을 꿈꾸는 당신에게

 

구글 지도에서는 빙 돌아가도 22분이면 도착할거라던 보발롱에 45분이 걸려 도착했다. 구글은 모든 길을 고속도로로 생각하나보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나머지 허겁지겁 숙소에 가방을 던져놓고, 바다로 달려들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다이버즈 로지 Diver's Lodge는 보발롱 동쪽 끝에 있는데, 유명한 긴 해변이 시작 되기 전, 특유의 화강암이 군데 군데 박혀 있는 순백의 해변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보발롱의 좋은 점은 그 어떤 구역도 리조트나 호텔의 프라이빗 비치로 귀속되어 있지 않고,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점이다. 

아직 진짜 보발롱 해변까지 가지도 않았는데, 숙소 앞 해변의 곱고 고운 하얀 모래와 푸른 바다가 너무나 예뻐서, 자리를 뜨고 싶지가 않았다. 맨발로 밟는 모래의 느낌은 생크림 케익 위를 걷는 것 같았고, 발끝에 닫는 옥색의 물은 수온이 따뜻해서 미지근한 수프로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마헤섬에 머무르는 3일동안 나는 매일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서, 이 해변을 거닐었다. 내가 딱히 아침형 인간인 것은 전혀 아니고, 한국과 5시간의 시차가 있어서, 자동으로 일어나 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스위스에서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날아온 오이군은 3시간의 역시차 덕분에 내가 해변을 산책하는 동안, 꿈나라를 산책했다. (오이군이 연례 가족 방문 중이었기 때문에 각각 스위스, 한국에서 출발해서 세이셸에서 만났다. 연인을 만나는 듯 신선한 느낌!)

 

새벽에 일어나면 해변위에 눈에 띄는 것이라고는 새하예서 모래와 구분하기 힘든 작고, 빠른 게들과 물새, 야자나무 아래 커다란 구멍을 파고 사는 손바닥 만한 검은 게들 그리고 이름 모를 열대 꽃이 전부였다.

 

 

 

 

새벽에는 이 작고 예쁜 해변이 모두 내 것인 양 하염없이 앉아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사실 보발롱 동쪽 끝의 작은 해변들은 대낮에도 사람이 없다. 해변이 길지는 않지만, 수영하고, 피크닉 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다. 게다가 나무와 화강암들로 자연스레 구역처럼 나뉘어 있어, 우리 일행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안성맞춤인 곳. 세이셸 주민들도 가족 단위로 작은 해변을 차지하고 앉아, 피크닉을 즐기는 것을 종종 을 볼 수 있었다. 

 

 

보발롱 베이
활기찬 휴양지를 꿈꾸는 당신에게

 

이제 진짜 보발롱 해변으로 가보자. 

해변가까이 다가가자 사람들이 많아지고, 경쾌한 음악이 들려온다. 야자수와 활엽수가 작지만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레스토랑들이 중간 중간 자리잡고 있다. 보발롱 동쪽 끝의 작은 해변들이 프라이빗 비치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정통 휴양지의 분위기가 난다.

 

그렇다고, 사람이 가득한 그런 해변을 상상하면 안된다. 세이셸의 좋은 점은 그 어느 곳에도 인파가 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섬이 여러개인데, 모든 섬 곳곳에 흰모래로 덮힌 아름다운 해변들이 잔뜩 있어서, 인파가 한곳에 몰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중 온화한 기후 덕분에 딱히 성수기라는 개념도 없다. 사시사철 골고루 관광객이 분산되므로, 언제나 한적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으로 뒤덮힌 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는 보발롱 해변은 긴 해변과 아름다운 물빛, 스노클링과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하늘이 구름에 덮여 있어서, 특유의 짙은 코발트 빛의 바다를 보지는 못했다. 투명하리라 믿었던 물도 센 바람과 슬쩍 지나간 소나기 덕분에 모래가 떠 올라 탁해져 있었다. 물이 맑을 땐, 조금 깊은 곳으로 수영해 나가면,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산호초도 있댔는데, 오늘은 그날이 아닌가보다. 뭐 그래도 한적하게 물놀이를 즐기기엔 손색이 없었다. 수온도 약 30도 정도로 따뜻해서, 장시간 물놀이에도 추위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이군과 오랜만에 첨벙 첨벙 물에서 뛰고, 구르고, 요란하게 물놀이를 즐겼다. 신혼여행 컨셉이었다는 것은 완전히 망각한채 거의 격투기 수준으로...나중에 보니 정갱이에 멍이 다 들었더라는. ^^;

 

주변엔 관광객 보다 물놀이를 즐기는 현지인들이 더 많았고, 특히 동네 아이들인 듯 한 아프리칸 아이들이 파도가 치는 바다에 겁도 없이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느라 바빴다. 우리 어머니는 지금도 나만 보면 물조심 하라고 성화신데, 여기는 애들끼리 풀어 놓는다. 

 

세이셸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어떤 유명 관광지를 가도, 돌아다니며 관광 상품을 팔며, 휴식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명 관광지에 삐끼가 전혀 없었다! 세상에. 이게 가능해?

 

 

 

 

그리고, 밤이 되면 수많은 별들로 뒤덮힌 하늘에서 남반구의 별자리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 항상 바람이 부는 편이라 삼각대를 세워도 흔들려서 별사진 찍기는 수월하지 않다. ^^;

 

그런데, 여기가 그 세계에서 가장 예쁘다는 해변이냐고? 예쁘긴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보셨다고?

사실 그것의 우리들이 느낀 보발롱이었다. 너무 예쁘긴 하지만, 꼭 세이셸까지 오지 않아도 볼 수 있는 풍경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에는 엄청 이르다. 앞으로 올라가야 할 천국의 계단들이 잔뜩 남아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다. ^^

 

오이군한테 타블렛 선물 받은 기념으로 한장 ㅋㅋ

 

 

보발롱 해변 위치

 


이 지도는 세이셸에 도착해서, 관광센터에가면 받을 수 있는 마헤섬 지도 입니다. 유명 관광지와 도로가 비교적 자세하게 나와있으니 꼭 받으시길 바랍니다. 공항은 동쪽 중간에 위치하고 있고, 보발롱 해변은 지도의 북동쪽으로 보이는 움푹 파인 곳입니다. H 표시가 많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보시면 Beau Vallon 이라고 쓰여있는 것이 보입니다. 빅토리아Victoria 서쪽으로 가로질러 가는 방법과 북쪽으로 난 해안도로로 빙 돌아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진짜 보발롱이라 불리는 곳은 사람 많은 곳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한적한 구간이라 적어 놓은 곳이 더 좋았습니다. 모래도 더 곱고, 희고, 군데 군데 박힌 화강암이 운치를 더하더군요. 작은 비치를 통째로 혼자 쓰시는 느낌입니다. 대신 주변에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물놀이 할 때 유의하셔야 합니다.

※ 여행일자 : 2014.03.29-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