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 Instagram Facebook NAVER 이웃 E-mail 구독

Oceania | 태평양의 섬들/South Australia | 남호주
호주에서 백상어와 함께 다이빙을 Final
2014. 3. 24. 00:30

신의 약속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의 세상과의 언약의 증거니라 - 창세기 9장 13절

 

백상어 투어의 마지막 날.

이틀간 이어진 배멀미의 향연으로 수면에 떠올랐던 백상어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던 바다사자도 꿈속 어디선가 본 듯, 기억이 가물가물 했다. 온몸의 힘이 빠져서, 배에서 내리고 싶다는 생각 조차 이어갈 수 없었던 셋째날, 멍하니 갑판에 올랐는데,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이 나를 사로잡았다.

바다로 이어지는 두개의 무지개.

창세기의 한구절이 떠오르며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던 백상어 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확신이 들었다. 여전히 배는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지만 말이다.

 

 

 

 

 

 

수면 철장 다이빙 Surface cage diving _ 감자편
빨래통 속을 경험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틀을 꼬박 기다렸던 출동 명령이 드디어 떨어졌다. 어서 차가운 물 속으로 뛰어 들고 싶은 생각에 허겁지겁 잠수복을 입었다. 그러나 몸에 딱 붙는 잠수복이 쑥쑥 들어가지 를 않아, 차가운 겨울 바닷 바람에 닭살이 돋고 난리가 났는데, 그때 내게 미친 도움의 손길이 있었으니. 키가 2미터를 훌쩍 넘었던 거인 선장, 션이 갑자기 내 잠수복 양쪽을 잡고, 나를 공중으로 가뿐히 들어 올린 것이다. 한 두어번 공중에서 툭툭 털어내니, 몸이 잠수복 안으로 쑤욱 들어가더라는...별 신기한 경험을 다해보겠네. ^^ 

 

두명의 입양된 한국인 여동생들이 있다는 션은 첫날부터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무지 기뻐하며, 엄청 친절했다. 멀미로 시든 감자가 되어가자 선장실로 초대해서 항법도 가르쳐주고, 이것저것 배와 포트링컨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다. 물론 나는 멀미에 초토화되서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그의 설명 중 별로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말이다. 기념사진 한장 같이 찍을 정신이 없었던게 그저 아쉬울 뿐.

 

철장을 내리기 전, 일단 상어를 유인할 밑밥을 뿌린다. 참치의 내장과 각종 생선 조각이 그것인데, 상어보다 수많은 잡어들이 먼저 몰려 들었다.

 

드디어 철장에 들어가 입수.

백상어 다이빙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철장을 수면에 띄워 옆에 매달아 놓은 참치를 먹는 모습을 보는 것과 철장을 수심 20m 아래로 내려 상어들이 거주하는 공간을 보는 것이 있다. 나는 수심 20m 아래 상어들의 본거지로 들어가는 것이 조금 두려워서 수면에 띄운 철장만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제는 참치를 던진지 1분도 안되서 나타났던 상어들이 오늘은 함흥차사인게 아닌가. 더군다나 아직도 잦아들지 않은 파도에 철장은 앞뒤좌우위아래로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정말 빨래통 속에 들어가 있으면 딱 이런 느낌이리라. 덕분에 물에 들어가면 그칠 줄 알았던 멀미가 물속에서 심해져, 이건 뭐 호흡기를 문 채로 토할 지경. 물론 자격증 딸 때 호흡기 문채로 토하는 법도 배우지만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다. 게다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추를 어깨에 차고 있어서 어깨뼈가 내려 앉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몸은 자꾸 떠오르려 해서 중심잡기도 정말 힘들었다. 그렇다고 팔을 빼서 철장을 끌어 안고 있기도 애매한게, 상어가 나온다지 않는가. 정신차렸을 때 팔 한쪽이 없어져 있을까봐 철장 가운데서 중심잡기 묘기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결국 25분만에 녹초가 되어 철장 밖으로 기어나왔다.

 

 

 

수심 20m 다이빙 20m underwater diving _ 오이편
상어들의 본거지로 들어가다

 

이번에는 수심 20m 아래의 다이빙을 선택한 오이군 차례.

8년을 하고 싶어 안달하던 다이빙을 드디어 하게 되니, 등에 맨 공기통과 허리에 찬 14kg의 추도 깃털처럼 가벼운 듯 했다. 게다가 저 멀미 안한자의 살아있는 표정을 보라.

 

철장 다이빙은 일반 다이빙과 달리, 철장 바닥에 잘 가라앉게 하기 위해 추를 무겁게 맨다.

 

자기야! 살아 돌아와야 해!!!

전쟁터에 남편을 보내는 마음. ㅠ_ㅠ

 

I'll be back.

꺄악! 여보 뭐하는거야, 손가락 집어 넣어. 상어나온다, 상어. >_<

 

초조한 45분이 지나고 철장이 쑤욱 올라왔다.

돌아온 오이군의 얼굴은 10년만에 처음 피어난 난꽃이라해도 이렇게 환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정말이지 너무 행복하고, 신기함에 들뜬 표정. 한번에 4명씩 들어가는데, 다들 입을 모아 하는 말이 20m아래에는 조류도 없어서, 철장안에 있는 것이 힘들지 않았을 뿐더러 상어를 5마리나 봤다는 것이다. 전부 내게 물밑으로 내려가라고 아우성이다. 철장속 고통에 이미 학을 뗀지라 그다지 수긍이 되지 않았는데, 오이군이 찍어온 비디오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결정적으로 오이군이 두번째 다이빙을 내려갔을 때, 나는 다시 멀미로 테이블에 뻗어있었는데, 누군가 다가와 말했다. 

3일 내내 이렇게 멀미로 고생만 하다 가면 그게 웬 돈지X이니. 내려가서 상어라도 보고 와!

 

 

 

 

 

 

백상어와의 조우
신의 얼굴을 보았다

 

아줌마이다보니 돈에 민감하다.

그래 맞네 돈X랄 맞네 맞아. 이게 한두푼 하는 투어도 아니고...

결국 마음을 고쳐먹고, 나도 물밑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다시 푹 젖은 잠수복을 입으려니, 한없이 올라오는 닭살에 곧 깃털도 돋아 날 것 같더라.

 

오이군은 다른 철장으로 이미 내려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한 철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드디어 하강.

같이 철장에 있었던 사라의 귀 압력조절이 잘 안되서 하강 속도가 매우 느렸다. 전원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한명이라도 OK가 안되면 전원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 덕분에 나는 떨리는 마음을 천천히 추스릴 여유를 얻었다.

 

철장안에 싣고 있는 참치의 냄새를 먼저 맡은 것은 요 물고기 들이다. 노란 지느러미의 참치를 포함해 팔뚝만한 고기들이 철장을 에워싸, 물고기 벽이 생겼다. 물 온도는 수면이나 저 아래나 13도 정도로 일정하다고 했는데, 믿을 수 없다. 내려갈 수록 배의 진동운동이 심해졌기 때문. 저 참치들은 어떻게 이미 냉동참치가 아닌걸까...같이 내려갔던 가이드가 정 추워서 못견디겠거나 뭔가 컨디션이 안좋으면 그냥 올라가도 되니 싸인을 보내라고 했었다. 그래서 20분쯤 버티다 너무 추워 죽겠다고 싸인을 보내봤으나,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만 해주는게 아닌가. 뭐...뭐지. 거짓말이었니? 올라갈 생각이 없나보다. ㅠ_ㅠ 감전된 듯 부들 부들 떨며, 서서히 얼어가고 있는데, 바로 그때였다.

 

두둥.

머리 위로 떠오른 거대한 형체.

마치 커다란 우주선이 머리위로 떠오른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주변에 수많은 잡어들과는 비할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

우...우와하....

시간이 정지한 것 같았다.

추위도 잊어버렸다.

 

영화 속의 포악하고, 무서운 모습을 기대했는데, 수심 20m 아래의 그들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행동이 빠르지 않고, 우아하고, 유연했으며, 기품이 넘쳐 스른다. 철장 안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가 궁금한 듯 했지만, 절대 주변의 잡어들처럼 촐싹맞게 달려들지 않았다. 곁눈질로 스윽 쳐다보며 철장 주변을 천천히 맴도는데, 그러다 다른 상어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재빠르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살짝 비켜 지나간다. 아마도 그들만의 위계질서가 있는 듯 했다. 나는 백상어는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주변의 수많은 물고기들 사이를 우아하게 유영할 뿐, 다른 물고기들도 그다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포악하다고만 알려져 왔던 백상어는 사실 인간과 달리 필요 없는 살생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위엄있는 표정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딘지 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 했다. 

 

4-5m 쯤 되는 상어들이 다가왔다 멀어지기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있는데, 철장이 바닥에 닿는 느낌이 났다. 바닥에 닿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뭐지? 뭔가 싶어 바라보니 상어 한마리가 싱긋 웃으며, 바로 내 발밑을 콧등으로 콩콩 찧고 있는것이 아닌가. 흠칫...날카로운 이빨이 20미터 아래서도 햇살에 반짝반짝 빛났다.

어쨌든 결론은 일행 중에 내 발이 제일 맛있게 생겼다는 것. 

 

앙~ 얘들아. 거기서 뭐해. 나와~ 나랑 놀자~

 

 

Video. 1 

백상어, 그들의 터전을 엿보다

 

 

 

감자와 오이가 만난 백상어의 신비로운 모습을 감상해 보시길. 중간중간 가이드는 철장 밖으로 나가 기념 촬영을 해주기도 한다. ^^;

 

사실 나는 이 투어 전에는 상어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상어라는 것은 그저 무서운 존재였을 뿐. 그러나 이 백상어 다이빙을 통해, 세상에 그저 괴물같이 무섭기만한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포악해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도 질서가 있고, 이유가 있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며, 그들이 있으므로 세상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 단지, 우리에게 혹시 모를 위협이 된다고 해서, 이 아름다운 생명체를 무조건 죽여, 멸종시키고 있다 생각하니 급 서글퍼진다. 1차원 적으로 마구 죽여서 예방하기 보다는, 조심해가며,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토종감자 수입오이 백상어 이야기 Fin.

2013.06.21-24

 

 

백상아리 케이지 다이빙 정보

수면위에 띄우는 철장에는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이 없어도 참여 가능합니다. 그러나 수심 20m아래로 내리는 철장에는 오픈워터 다이빙 자격증 소지자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투어에 참여하기 일주일 전에 오픈워터 다이빙 자격증을 땄고, 그래서 백상어 다이빙이 제 첫 펀다이빙이었습니다. 다이빙 경험이 많이 없어서 내려가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사실 해보니 다이빙 강습 받을 때보다 쉽더군요. 왜냐하면 본인이 직접 부력 조절을 해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철장에 들어있기 때문에 BCD같은 것도 입지 않아요. 그냥 공기통과 추를 무겁게 매고 철장 안에 있으면 알아서 엘리베이터 처럼 철장을 물 아래로 내려주는 겁니다. 본인이 할 일은 쉬지 않고 숨을 쉬는 것과 귀 압력 조절 정도 입니다. 일미터 간격으로 두명의 가이드가 전원의 상태를 체크하고, 한명이라도 귀 압력 조절이 안되면 철장 전체가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가장 컨트롤이 잘되는 다이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이빙 투어 업체 정보는 이전 포스팅 맨 아래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 :  lucki.kr/182

 

재밌게 읽으셨다면 아래 하트를 꾹 눌러 응원해 주세요!

떠돌이 커플 감자, 오이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