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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ia | 태평양의 섬들/South Australia | 남호주
호주에서 백상어와 함께 다이빙을 Part 2
2014. 3. 18. 15:16

Day 2

 

 

꿩대신 닭? 상어대신 바다사자!
먹는자와 먹히는 자

 

이틑날은 비가 갠 맑은 하늘이 우리를 반겼다. 그저 비가 안오는 것에 감사하며, 선상생활의 낭만을 즐겨보려 노력했으나, 여전히 거센 파도는 나의 마지막 남은 에너지까지 깔끔하게 소진시켜버렸다. 

해가 떴는지, 시간이 가는지, 상어가 참치를 뜯는지, 내가 닭다리를 들고있는지, 닭다리가 나를 먹는지, 배가 사람들을 삼키는지...

쉴새없이 나를 던져올렸다 받아내는 배안에서 오감을 모두 상실한 채 끊임없이 허공을 떠돌았다. 정말이지 육체이탈이라도 하면 이런 느낌일까? 무엇을 들고 있어도 내 손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음식을 먹으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위장덕에 내 주변과 내 속이 빈공간으로 채워졌다. 내 위치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고, 긴지 짧은지도 알 수 없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저 불꺼진 객실에서 침대에 누워, 공간감 없는 천정을 멍하니 바라볼 뿐.

 

그때 갑자기 햇살을 가득 몰고, 누군가가 들어와 내게 외친다.

마누라, 죽었어? 일어나봐. 우리 바다사자랑 스노클링 하러 간대 ^^

나의 배멀미로 얼룩져, 멈춰진 공간속에 이질적으로 들려오는 오이군의 경쾌한 목소리. 

아니, 저사람은 어쩜 저래...?

멀미를 하지 않는다는 건, 신의 축복이다.

 

방향감각도 상실해서 휘청휘청 흐느적 거리며, 가까스로 갑판위에 올라왔다. 

오이군과 바다에 익숙한 스탭들을 제외한 전원이 누렇게 뜬 얼굴로 주섬주섬 잠수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바다사자와 스노클링이 하고싶다기 보다도, 어떻게 해서든 배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차가운 물속에 온몸을 담그면 멀미가 싸악 날아갈 것 같았기 때문에 그 소식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더라. 그래서 남은 힘을 짜내어 열심히 잠수복을 입었다. 

 

 

 

 

 

 

홉킨스 섬 Hopkins island
백상어도 넘볼 수 없는, 바다사자들의 천국

 

파도가 백상어를 관찰할 철장을 띄우기엔 여전히 너무 높아서, 일단 오늘은 백상어들의 먹이인 바다사자들과 함께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다. 백상어들이 포트링컨과 캥거루섬 근처에 많은 이유는 바로 이 바다사자들의 서식지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사자들이 새끼를 낳는 호주의 겨울철(6-8월)에는, 역시 새끼를 낳을 대형 암컷 백상어들이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이곳에 몰려든다고 한다. 오늘 우리는 그 바다사자들의 서식지로 스노클링을 하러 가는 것이다.

.

...

음...?

뭔가 말이 안되는데...

백상어가 이녀석들을 먹기 위해 몰려온다는 곳에서 스노클링을 한다고?!

멀미로 뒤죽박죽인 머릿속에 경고등이 울렸다. 

이...이래도 괜찮은 거예요?

 

잠수복을 입으면 이렇게 누가 바다사자인지 사람인지 구분이 안가는데?

 

때는 호주의 겨울. 아무리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호주일지라도, 포트링컨은 남쪽에 있으므로 기온이 10도 정도로 떨어진다. 수온은 약 13도. 따라서 물에 젖지 않는 드라이 수트를 입거나 젖는 잠수복이라면 머리와 손발을 모두 감싸는 10mm이상의 두꺼운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잠수 모자를 쓰고나면, 이렇게 너나 할 것 없이 물개 같이 변해버리는 것에 있다. 백상어가 좋아하는 먹이로 오인해서 덥썩 물었다 하더라도 상어를 탓할 수 없다. 그러곤, 널 먹으려던건 아니었다며 뱉어내도 때는 이미 늦었으리라. 

 

그렇다면 뭘 믿고, 우리가 상어들이 몰려드는 동네에서 바다사자와 수영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 홉킨스 섬은 수심이 낮고, 지형상 상어들이 사냥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백상어가 출몰하지 않으니 바다사자들이 마음놓고 새끼를 기를 수 있는 곳이되었다. 그야말로 천적이 없는 바다사자들의 낙원. 덕분에 섬 전체가 바다사자 보호구역이 되어, 사람은 섬 위로는 오를 수 없다. 그러나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까지는 작은 보트로 다가가 수영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므로, 이곳의 스노클링이나 다이빙 투어가 유명해진 것이다.

 

 

 

 

 

 

당신은 귀여운 호기심쟁이
내 멀미를 가져간 명의

 

바람부는 겨울 바다로 풍덩 뛰어들었다. 차가운 물이 온몸을 감싸 안으니, 사차원 세계를 떠돌던 나의 영혼이 쑤욱 빨려 들어왔다. 

휴~조금 오싹하지만, 멀미가 떠나가니 살것 같네. 

섬 주변이라 파도도 그리 세지 않은지라, 한숨을 푸욱 쉬며 정신을 추스리고 있는데, 그때 불규칙한 파도가 얼굴로 들이쳐 본의아니게 바닷물을 크게 한사발 꾸울꺽 들이키고 말았다.

사막. 

바다 한가운데 떠있었지만, 물없이 사막을 횡단하는 기분이 들었다. 목마를 때 바닷물을 마시면 더 심한 갈증으로 죽는다던데, 오늘 확실하게 배웠다. 그때부터 어찌나 목이 마르던지 바다사자고, 뭐고, 나를 멀미로 지치게 했던 배로 돌아가, 물을 마시고 싶은 생각만 간절해 졌다. 사람이 참...간사하네...

 

그때였다. 섬 해변에 늘어지게 누워있던 게으른 생명체들이 고개를 쭈욱 빼고, 다가오는 이방인들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덩치큰 숫놈은 영역확보를 하고 싶었던지 꽤에에에~ 하는 괴음을 질러댔고, 호기심 많아 보이는 젊은 바다사자들은 어그적 어그적 기어와 첨벙첨벙 다이빙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우리의 코앞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검은 공 두개. 수면에 동글동글한 바다사자의 머리만 쏙 올라오니 마치 공이 둥둥 떠있는 것 같더라. ^^

이녀석들 진짜 물 밖에서는 한심하기 그지없는데, 물속에서는 그렇게 날렵하고, 귀여울 수가 없다.

 

 

관련 글 : 해변의 바다사자 보기

 

캥거루 아일랜드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 총정리

캥거루 섬의 안주인 소개 사람보다 야생 동물 만나기가 더 쉬운 곳 내가 캥거루섬에 정말 오고 싶었던 이유는 지난 포스팅에서 살짝 언급했듯이 넘쳐난다는 야생동물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

lucki.kr

 

 

파도가 세고, 비가 내린 바람에 시야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가 바다사자를 찾을 필요도 없이, 호기심 가득한 녀석들이 사람들 주변에 먼저 다가오는 덕분에 어렵지 않게 귀욤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휘휘 돌며 우리를 관찰 하고, 바닥에 다소곳이 앉아 수면에 떠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딱히 와서 건드리지는 않는데, 2-3미터 간격을 두고, 끊임없이 사람들 주변을 맴돌며 놀고있는 바다사자들. 귀여움의 결정체다. 특히 검고, 동그란 눈이 한국에서 우리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까비양을 떠올리게 해서 더욱 친근감이 가더라. 물'개'라고 하더니 정말 개 맞는 듯 ^^;

 

 

Video. 1 

호주 바다사자와 함께하는 스노클링

 

 

 

바다사자들의 귀여운 모습을 담기 위해 동영상을 남겨 봤는데, 테크닉적인 면에서 크게 실패를 했다. 양손을 자유롭게 쓰기위해, 액션 카메라를 오이군의 다이빙 마스크앞에 부착했더니, 카메라가 대부분 수면 위에 머물렀던 것 ㅠ_ㅠ 다이빙은 할 때는 괜찮은 방법이었는데, 스노클링에서는 매우 부적합했다. 정말 아쉽더라. 동영상이 숨은 바다사자 찾기가 되어버렸다. 어렵게 건진 짧고, 허름한 영상, 감상해보세요 ^^

 

아~백상어들은 참 귀여운 것들을 먹고 사는 구나. 아니 그런데, 정작 우리가 보고 싶었던 백상어는?

 

백상어 다이빙 이야기 3편에서 계속됩니다

 

 

 

백상어 철장 다이빙 투어 Great White Shark Cage Diving

백상어 투어는 호주, 멕시코, 하와이 등지에서 운영되는 다이빙 투어로, 다이버들이 철장에 들어가서 백상어를 먹이로 유인해 구경하는 것입니다. 감자와 오이가 참여했던 투어 회사는 로드니 폭스Rodney Fox 라는 곳으로, 세계이서 이 투어를 가장 처음 시작한 곳입니다. 호주인인 로드니 폭스는 1963년 상어에게 공격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입니다. 잠수복 덕분에 몸의 형체를 겨우 유지할 수 있었을 만큼 치명적인 공격을 받았고, 462바늘을 꿰매야 했을만큼 상처 부위도 컸다고 합니다. 그의 왼쪽 팔목에는 아직도 꺼내지 못한 상어의 이빨 조각이 있을 만큼 심한 부상이었는데, 그가 회복되고 처음에 시작한 일은 사실 상어에 대한 복수 였습니다. 상어를 조금 더 잘 사냥하기 위해, 그들의 습성을 연구하게되었고, 그때 케이지 다이빙도 개발해 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케이지 다이빙을 통해 그의 상어에대한 시선이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상어의 습성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서, 거대한 포식자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알게 된 것이지요. 지금 그는 상어 보호에 앞장서는 일인으로 60여편이 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죠스 Jaws도 그의 도움으로 철장 다이빙 기법을 이용해 촬영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 때문에 백상아리가 식인상어로 인식되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고, 무분별한 남획과 살상으로 지금은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 취약종으로까지 분류되었는데, 사실 상어가 영화 처럼 그렇게 무작위로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먹이로 선호하지도 않습니다. 대부분 수면에서 패들링을 하는 서퍼 surfer와 물개를 혼동해서 생기는 사고인데, 상어는 지방질이 풍부한 음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살을 빼야하나? -_-;) 따라서 색이 화려한 수영복을 입으면 어느정도 상어예방효과(?)가 있다는 루머도 있습니다. 그러나 물 아래서 수면에 있는 개체를 볼때는 색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거의 소용 없다고도 합니다. 그냥 먹이로 오인되지 않는것이 중요한데, 상어는 파닥거리는 파장에 호기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면에서 힘차게 패들링 하는 서퍼들이 가장 많이 먹이로 오인을 당하고, 간혹 상어가 있는 물에 떨어진 사람이 패닉해서 퍼덕퍼덕 요란하게 움직여서 사고를 당합니다. 재밌는(?)건 대부분 상어 입장에서는 이들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고 호기심이 생겨 다가오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손발이 없는 물고기이다보니 호기심이 생긴 물체를 확인하는 방법은 살짝 물보는 것 뿐이죠. 그런데, 이 살짝 무는 과정이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것입니다. 특히 백상어는 대부분 맛이 괜찮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먹이로 보이지 않는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겠습니다. 지능이 높고, 뛰어난 오감은 물론 제 6의 감각 기관인 로렌스 기관까지 가졌다고는 하나, 그다지 미식가는 아닌가 봅니다.

2022년 현재 호주에는 포트링컨의 2개 회사만 백상어 다이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드벤쳐 베이 차터는 칼립소에 인수되었습니다.) 그중 로드니폭스만 수면에 철장을 띄워 관찰하는 투어와 20미터 아래까지 철장을 늘어뜨려 관찰하는 투어 두가지를 운영합니다. 칼립소는 수면 철장 다이빙만을 운영합니다.

Rodney Fox Shark Expedition
rodneyfox.com.au

Calypso / Adventure bay charters 
sharkcagediving.com.au/

 

 

       

예쁜 것만 먹으면 예뻐 진댔는데, 귀여운 물개를 먹는 상어는 왜...

2013.06.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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