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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ia | 태평양의 섬들/South Australia | 남호주
호주에서 백상어와 함께 다이빙을 Part 1
2014. 3. 12. 03:55

백상어야, 우리가 간다!
2년 지난 생일 선물

 

드디어 오늘이다. 

우리가 요란하게 생일 파티를 하며 모금 운동을 했고, 2년 동안 여행 하나를 위해 적금을 들어야 했으며, 그리운 시드니를 건너뛰어 가며 애들레이드로 날아온 이유.

 

바로 이번 호주 여행의 주 목적인 백상어와 다이빙을 하러 떠나는 날이다.

 

오이군은 아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말도 조금 빨라지고, 조금 더 개구져져서 마누라를 괴롭혔다. 20센티는 더 큰 남편이 매달리고, 으스러져라 끌어 안고, 이리 당기고, 저리 밀치니 뼈마디가 쑤셔왔지만, 8년 전부터 마음에 담아 두었던 그 소원이 오늘 이루어진다니, 그 설레임이 어떠하랴. 백번 이해한다.

 

아침에 재래시장에 들러 한국에서는 비싸서 자주 먹지 못하는 아보카도(2013년 기준 애들레이드 시장에서 개당 6-700원 정도 였음)를 잔뜩 사들고, 애들레이드 공항으로 향했다. 백상어 투어가 애들레이드 근처라고는 하지만, 땅덩이 넓은 호주에서는 그 '근처'라는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확한 장소명은 포트링컨 Port Lincoln으로 호주에서 유일하게 백상어 철장 다이빙이 허락되어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애들레이드에서 버스로 약 10시간, 비행기로는 45분이 걸린다. 바로 옆이랬는데, 둘다 반도의 끝인지라 한참을 돌아가야 해서, 육로는 무려 640km나 된다. 서울에서 부산 1.5배 거리. -_-; 비행기로 가는 직선 거리도 서울에서 대전 가는 것보다 멀다.

 

공항에 나란히 앉아 아보카도로 브런치를 해결하고 있는데, 친절한 공항직원이 다가온다.

얘들아, 여기서 바쁘게 다 먹을 필요 없어. 같은 주 내의 국내선은 음식물 들고 가도 되는 것 알고 있니?

음...우리가 조금 게걸스럽게 먹었나? 어쨌든 호주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그래서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초록색 아보카도가 잔뜩 묻은 입으로...

응, 알지만 배고파서 먹는거야. ^^

 

 

 

 

 

 

포트링컨 Port Lincoln
해산물의 수도

 

오늘 우리가 탈 비행기는 경비행기라 해도 믿을만한 미니비행기. 기내에 가지고 타는 짐 마저도 실을 공간이 없어, 승무원들이 따로 걷어 비행기 뒷쪽에 싣는다. 마치 나의 전용기를 타는 것처럼 우아하게 올랐으나 사실 나는 작은 비행기가 싫다. 조금만 기류가 있어도 진동이 엄청나고, 엔진소리도 매우 시끄럽기 때문. 제발 얌전히 도착해야 할 텐데...

 

네모반듯 정리정돈 잘 된 애들레이드를 뒤로하고, 40분쯤 날았더니 역시 호주 스럽게 정리정돈이 잘 된 밭이 끝없이 펼쳐진 에어 반도 Eyre Peninsula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저곳에 포트링컨이 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미니사이즈 공항에 도착했다. 시골 고속버스 터미널같이 생긴 공항에는 짐도 직원이 직접 수레에 실어 끌고 나온다. ^^;

 

웰컴 투 에어 반도.

공항에서부터 비가 계속해서 추적추적 내리는 포트링컨. 이곳은 호주 해산물의 수도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새우, 랍스터, 굴 등의 해산물이 유명하고, 세계 최초로 참치 농장에 성공한 곳이어서 매년 1월경 참치 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나는 벌써 입에 침이 줄줄 흐르는데, 해산물과 친하지 않은 알프스 산사람, 오이군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오이 : 마누라, 나 굶어죽는거야? ㅠ_ㅠ

감자 : 걱정마, 내 팔이라도 떼어줄께~

 

해산물 말고도 먹을게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설국열차 꼬리칸 판 날뻔 했다.

 

공항에서 포트링컨까지가는 대중교통도 없을 뿐더러 택시도 없기때문에 미리 예약하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우리도 애들레이드에서 미리 전화해서 예약을 해 두었다. 원래는 약 40달러쯤 나오는 거리인데, 택시를 예약해 놓지 않은 여자가 종종걸음을 치고 있기에 합승을해서 20달러에 오는 횡재를 했다. ^^ 택시 운전사 아저씨는 여느 호주 사람들처럼 무척 쾌활하고, 친절해서,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에도 택시안은 파티분위기가 났다. 또 가이드처럼 길목에 있는 포인트들도 열심히 설명을 해준다.

 

 

 

마리나 호텔 Marian hotel
접선 장소

 

이번 상어투어는 총 4박 3일 여행으로 도착하는 날 밤 배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우리가 자고 있는 동안 다이빙을 할 먼바다로 출항 한다. 그래서 미팅 시간은 저녁 7시, 마리나 호텔 펍 앞. 그말인 즉슨 투어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 자연스럽게 마리나호텔에서 저녁을 먹게 된다는 말씀. 투어회사와 모종의 계약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어쨌든 음식 값은 별로 비싸지 않았고, 양은 대식가인 내가 경악할 만큼 많았으므로 그다지 불만은 없었다. 게다가 저녁이 되서 사람이 많아지니 테이블당 피자 한판씩이 서비스로 나온다. 웨지즈 감자튀김도 역시 서비스. 메인 메뉴로 치킨 스니츨을 주문했는데, 사이즈가 대왕돈까스 크기라 결국 절반밖에 못먹고, 다 남기고 말았다. 헐...대식가인 내가 음식을 남길정도면, 양이 정말 많은 것이므로 일반 위 사이즈를 가진 여자 둘이 이곳에 온다면 꼭 둘이서 하나씩 주문하기를 권장.

 

식사를 마치고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겨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랬더니 지역주민같지 않고, 군데군데 우리같이  뻘쭘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네? 분명 저들이 이번 상어 다이빙 투어 멤버들이리라. 이럴땐 넉살좋게 먼거 다가가 이야기를 걸면 4박 3일의 여행이 즐거워진다. 그러나 이런 투어가 오랜만인지라 낯선 이들에게 먼저 말걸 용기가 영 나질 않는다. 손가락으로 테이블만 파고 있다가, 결국 이번 상어 투어의 주인공(우리끼리만) 오이군이 그들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상어 투어 가시죠? 비 참 많이 오네요. ^^;

 

 

 

 

 

 

프린세스 II (Princess II)
바다위의 호텔...모텔

 

이곳이 우리가 4일밤을 자게 될 보금자리이다. 나는 오래전 호주 동부 섬 투어에서처럼 기숙사식 침대가 주어질 줄 알았는데, 이곳은 럭셔리하게 2인실이 주어졌다. 배가 그리 커 보이지 않았는데, 객실이 6개나 있는게 아닌가? 오~객실안에는 작은 샤워실도 있고, 수건, 물, 샴푸, 샤워젤 등이 주어진다. 배안에 있는 객실치고, 이정도면 매우 훌륭하다 ^^

설레이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비가 갠 맑은 하늘이 활짝 웃어주길 기대하면서...

 

 

 

Day 1

 

 

상어와 함께 춤을, 첫째날
너무 기다린 소풍날엔 비가 내린다

 

아침에 배가 흔들리는 소리에 잠이깼는데, 시계를 보니 7시 30분이다.

이상하네, 4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한것 같은데...

 

선상으로 올라왔더니 굳이 묻지 않아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창밖은 이러했고, 배는 좌우로 미친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제의 폭풍우가 그치지 않은 것이었다...

 

다이빙 스팟에 도착했지만 폭풍우 때문에 배가 너무 흔들려서 다이빙용 철장을 띄울 수 없는 관계로 다이빙은 무한 연기 되었다. ㅠ_ㅠ 오이군은 이럴바엔 차라리 12시까지 잠을 자겠다고 선언 했는데, 그 선언을 차암 잘 지키더라. 잠이 별로 없는 나는 선상으로 올라와 사람들과 통성명에 들어갔다. 총 4명의 스탭과 우리를 포함한 12명의 승객이 3일간 함께할 멤버가 되었다. 승객으로는 미국인이 6명으로 우세했고, 호주인 4명 그리고 우리였다. 스탭들이 모두 호주 사람이었으니 비 영어권 국가 사람은 오이군과 나, 단 두명. 예상하지 못한 조합이다. 이러면 사교 생활에 약간의 지장이 온다. 자기들끼리 신나서 빠른 속도로 마구 떠들어 대면, 오이군과 나는 아무래도 불리하기 때문. 쩝...

 

이런게 진정한 블루아이구나 하고, (혼자 속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짙은 새파란 눈의 미국인 게이 커플 (게이들은 왜 이렇게 잘 입고, 잘 생긴걸까...), 호주에 주둔해 있는 미군과 그의 사진 중독 와이프 (나와 성향이 잘 맞았다 ^^;), 벌써 이번이 상어 다이빙 투어에 4번째 참가하는 거라는 (엄청 비싼 투언데, 사진 잘 파나보다) 전문 사진작가 커플이 미국인 팀이다. 

호주인 팀은 소꼽친구와 멋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온 엄청난 뚱뚱한 여자 두명 (맞는 다이빙 수트를 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나중에 보니 자기것을 가져왔더라는..^^;), 피어싱이 많아서 깡패 같아 보였는데, 둘다 변호사래서 깜짝 놀래켰던 대머리 남자 두명이 왔고, 나머지가 스위스 오이, 한국 감자다.

 

 

 

멀미엔 장사 없다. 그러나 오이군은 있다
내인생 최악의 뱃놀이

 

수평선을 맞춰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배가 45도 각도로 계속 흔들려서 불가능 했다

 

2미터씩 올라오는 파도 덕분에 스물스물 멀미가 나기 시작해서 밖으로 나왔다. 

배 뒤에 매달려 있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백상어와 다이빙하는 동안 생명을 연장해줄 철장. 물론 상어가 들어갈 곳이 아니라 우리가 들어갈 곳이다. ^^ 모든 상어류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백상어는 첫번째로 꼽히는 공격적인 상어이기 때문에 그냥 맨몸으로 다이빙하기는 위험하다. 멕시코에서는 철장없이 백상어와 다이빙을 하기도 하던데, 우리가 아무리 동물을 좋아한다지만 그건 살짝 무모해 보인다. ^^;

 

근데, 이거 파도가 잦아들기는 커녕, 배가 뒤집힐 것 같네...

그러나 배는 생각보다 견고했고, 그보다 내 속이 먼저 뒤집어졌다. 예전에 크루즈 여행을 갔을 때, 마지막날 우아한 갈라디너 도중 파도가 너무 세서, 새로산 하얀 칵테일 드레스 위에 그날 먹은 음식물 자랑을 한 적이 있다. 그 커다란 크루즈 배에서도 힘겨웠던 내가 이 객실 여섯개 밖에 안되는 작은 배에서 살아남을리가 만무하지. 갑판에 앉아있으려니 그날의 악몽이 떠올랐는데, 다행히 오늘은 드레스는 입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Video 1.

상어 만나러 가는 험난한 여정

 

 

 

조금 파도가 잦아 들어 카메라를 바닷에 던져버리지 않겠다 싶을 무렵 촬영한 동영상인데도, 오이군이 의자에 잘 붙어있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튼튼하게 생겼던 미군 아저씨도 창백한 얼굴로 점심을 걸렀다. 호주 남쪽의 태즈마니아에서 와서 추위따윈 별거 아니라며 호탕하게 굴었던 대머리 변호사들도 배멀비는 예상하지 못했나보다. 테이블에 앉아 스파게티 면발을 세고 있더라. 브리즈번에서 온 통통한 여자 두명은 번갈아 가면서 화장실을 들락거린 후, 양치질을 다섯번 쯤 한것 같다. 나머지들은 침실에 뻗어 있는지 하루종일 보지 못했다.

 

스탭들은 그 와중에도 호텔급의 훌륭한 점심메뉴를 준비했더라. 

나는 키미테를 붙이고, 복용용 멀미약까지 먹어서(그러면 효과가 더 있는지, 그러면 안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럭 저럭 점심은 먹었다. 그러나 몇시간째 45도 이상으로 흔들리는 배위에서 결국 KO. 창백한 얼굴로 부들부들 떨며 침실로 내려가서, 지난주 못잔 잠을 전부 따라잡았다. 그런데, 배가 너무 흔들려서 침대위에도 딱 붙어 있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침대위로 던져지고 받아지기를 수백번, 아니 수천번. 나는 오늘 공중 부양을 경험했다. 

 

그런데, 오이군은?

정말 신기한게 멀미를 전혀 안한다. 차가 뒤로가도, 스위스 고속 기차가 카빙을 해도, 배가 45도로 흔들려도 말똥말똥 책을 볼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 나에게는 거의 초능력으로 보이는 부러운 능력이다.

 

 

 

상어 간보기
이고생을 하는데, 상어가 있기는 정말 있는거야?

 

초최한 모습으로 올라오는데, 웃으라 해서 간신히 웃고 있는 중...

 

모두들 정신을 잃어가고 있을 무렵. 스탭들이 힘을내라며 철장을 띄울 수는 없으나 수면에서 상어 구경이라도 시켜 주겠다고 해서, 누렇게 뜬 감자양도 풀린 눈을 치켜 뜨며 갑판으로 올라왔다.

 

상어를 유인할 먹이는 근처 참치 양식장에서 자연사한 참치들을 받아와 사용한다고 한다. 지금 보니 저 참치가 맛있어 보이는데, 저때는 비린내가 멀미에 한몫 하는 바람에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 같았다. 커다란 참치를 넣으면 상어는 한입에 뚝딱 해치우기 때문에 아까와서 잘라 한토막씩 사용한다. 그런데, 평소 1분이면 쓱싹 자르는 참치를 배가 흔들려서 오늘은 5분이 넘게 걸렸다며, 가이드 마이크가 투덜투덜 밧줄에 묶었다.

 

근데, 참치 토막을 넣는다고 정말 상어가 올까? 

빨리 안오면 멀미 때문에 바다 위로 떨어질 것 같은데...

그런데, 그 순간!

 

두둥.

물 아래 보이는 커다란 검은 형체.

 

그리고, 특유의 등 지느러미가 수면위로 스윽 올라왔다.

빠~밤 빠~밤 영화 죠스의 주제곡이 귓가에서 들리는 듯 했고, 누군가가 참 영화스럽게 소리쳤다.

꺄악~ 상어다!

아까 멀미로 바다 위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정말 감사했다. 이렇게 순식간에 나타날 줄이야...

 

이 거대한 물고기는 마이크가 5분 걸려 자른 참치 조각을 1초도 안걸려서 낚아채서 사라졌다. 스탭들은 상어의 등 지느러미와 등에 난 흉터를 보더니 그들이 키위라 이름 붙여준 3.5 미터 정도의 암컷이라고 했다.  암컷은 최대 5미터 정도까지 자라기 때문에 이녀석은 비교적 작은 편에 속한다고.

 

우와, 우와, 우와~진짜 있구나아!!!

 

백상어 다이빙이야기 2편에서 이어집니다.

 

 

포트링컨 가는 법(2022년 기준 편도, 호주달러)

| 애들레이드에서 버스 이용

  예약  stateliner.com.au  (최소 48시간 이전까지 예약 완료 해야함)
  소요시간 10시간
  요금  100$~150$ 


| 애들레이드에서 비행기 이용

  예약  www.rex.com.au 또는 www.qantas.com.au
  소요시간  45분
  요금  비수기인 겨울, 6-8월에는 버스요금과 비슷. 그 외에 시즌은 125$-240$정도.


| 자동차

  소요시간  약 7시간 30분 (약 645km)


| 포트링컨 공항 택시

  전화  131-008
  요금  포트링컨 시내까지 약 40-50$

 

 

       

오픈워터 자격증 따고 나의 첫 펀다이빙

2013.06.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