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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angwon | 강원도
크리스마스 정동진 해맞이
2014. 1. 10. 23:27

 


우리 어디가? 콘서트 가는 줄 알았는데~

자~우린 기차를 탈꺼야. 한밤의 밀월 여행을 떠나는거야. 므흣.
밀월을 왜해. 우리 결혼했는데. ㅋ 진짜로 어디가?
정동진. 크리스마스 아침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러~
지 진짜? 미...미쳤어? (휴일은 늦잠자라고 있는건데...) 근데, 정동진이 어디야?

 

 

 

 

Surprise, Surprise~
크리스마스 선물받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짜잔. 전편에 예고한 오이를 위한 감자의 깜짝 선물은 바로 로맨틱 정동진 무박 1일 여행.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위한 나름 야심찬 계획이었는데, 이미 서울에 눈이 많이 와서 감동은 반감됐다.

 

오이와 감자의 만남 이후에 최고로 일찍 일어난 날, 2011년 크리스마스 아침이다

 

크리스마스 해맞이 특별 운행편 기차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사실 너무 일찍 정동진역에 떨어졌다. 젊은시절 서기의 누드 사진이 여기저기 심드렁하게 붙어 있는 황태 북어국 집에서 아침을 떼우고 이런 모습으로 밍기적 밍기적 상큼한 아침을 맞이하다가...음식점 주인한테 쫓겨났다. 사람은 많고, 앉을 자리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 패키지로 온 여행이었는데, 가이드 아저씨가 해 뜰때까지 들어가 있으라며 추천해 준 곳이건만 너무나 불친절하게 나가달라고 하는 바람에 이 집 가지 말라고 인터넷에 악플을 퍼부어 줄까 하다가, 그래. 이 사람들도 장사 한때일텐데, 그냥 먹고 살게 두자, 하며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

 

ㄷㄷㄷ 너무 추워~

 

그런데, 왜 일출을 새해 첫날이 아닌 크리스마스날 보는거냐고? 여기엔 나름 감자만의 해석이 있다. 서기 1년을 예수님이 태어나신 기준으로 잡았다면 왜 새해 첫날은 크리스마스가 아닌것인가? 라는 의문에서다. 어쨌거나...

 

해도 안뜬 바닷가에서 바위 붙은 굴처럼 서로 딱 붙어 어슬렁 거리면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완벽히 맑은 하늘은 아니지만 대략 볼만 할것 같다.

 

그때 오옷, 푸른 바다가 어슴프레 보이기 시작한다. 저어~ 멀리 해가 조금씩 다가 오고 있나 보다. 드디어 빛이 좀 생겨서 기념사진 한컷.

 

 

해가 오늘 내로 뜨기는 하는거야? 아, 추워. 졸려. 이 올망졸망한 애들은 다 뭐야...궁시렁 궁시렁 @#%#$#

일출에 전혀 관심이 없는 오이군은 강추위에 담요까지 뒤집어 쓰고 나와 해맞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가는 눈치다. 오늘도 나만 신난 여행.

 

 

드디어, 하늘에 붉은 빛이 돌기 시작했다. 추위에 움츠리고 있다가 갑자기 눈을 번득이며 셔터공격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카메라들을 재정비 하는 소리로 주변이 분주해 진다.

 

오이  감자, 하늘에 오렌지 색으로 빛나는 저 둥근게 뭐야? 무서워. >_<

감자  응, 우리 오타쿠 어린이는 뜨는 해를 본 적이 없지? 저게 저녁에 지기만 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뜰 때도 있는거야.

 

직업상 또는 성격상 밤낮이 자주 뒤바뀌는 오이군은 뜨는 해와 그다지 친하지 않다.

 

 

 

 

드디어 일출
노 코멘트. 그냥 감상하시라

 

 

Video. 정동진의 일출

 

 

동영상은 해 뜨는 모습을 2배속으로 돌린 것이다. 실로, 지구의 자전을 실감하는 순간. 평소에는 지구가 정말 돌고있는 것인지 느껴지지도 않고 시간은 그저 느릿느릿 흐르는 것만 같은데, 뜨는 해는 말 그대로 '순식간'에 불쑥 떠올라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춘다.

 

 

세상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 이 빛이 없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할지라도 색을 잃고, 사랑하는 연인의 사랑스런 눈길과 사랑을 속삭이는 붉은 입술도 지금의 그것과 같지 않으리니. ^^

 

갑자기 어둠 속에서 깨어나 반짝이며 제 색을 드러내는 주변을 보니 이 세상을 조금 더 흥미롭게 만들어준 빛이라는 것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옥상에 널린 가오리마저 주황빛 햇살에 연홍색으로 빛나서 예쁘다고 느껴질 정도 였다. 물론 해산물과 별로 친하지 않은 오이군은 옥상에 외계인이 널려있다며 눈이 커다래졌지만.

 

 

조금전까지 움츠려있던 사람들도 멋진 일출과 푸른 바다, 새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덕에 추위를 잊은듯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진도 찍고, 야호도 외치며 행복을 만끽하는 중이다. 메아리가 없는 바다에서 야호를 외치는 사람들의 의도는 미스테리지만.

 

 

 

 

정동진은 정 동쪽
그런데, 무얼 기준으로?

 

 

정동진이 정 동쪽 이라는 말인줄은 알았는데, 그게 경복궁 기준인 줄은 몰랐네...

한때 폐광으로 인해 인구가 2000명도 안되는 작은 어촌 마을로 쇠퇴하였으나 드라마 '모래시계'로 인해 유명세를 타며 동해안 최고의 로맨틱한 장소로 변모한 정동진. 인기와 함께 개발이 이루어지며 사람 손이 닿다 보니, 이제는 완연한 관광지 모습이다. 어릴 적 아버지 따라 낚시를 오곤 했던 풍경은 찾아볼 수 없지만 여전히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마력을 갖고 있는 곳이다.

 

 

부서지는 파도가 한겨울에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달려가 처벅처벅 밟아주고 싶었지만, 여름을 기약하며 이성을 붙들어 맸다.

 

 

춥다고, 꿍시렁 대더니 해가 뜨니 정신이 조금 드는 모양이다. 아무리 추워도 오이. 정동진에 가다포즈는 잡아줘야 한댄다. 그러나 감자를 찍어주려 장갑을 벗는 고행은 겸손히 거절했기 때문에, 나는 에스키모 셀카모드.

 

2011년 야채 커플의 크리스마스 아침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