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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angwon | 강원도
남이섬의 단풍속으로 날아들어가다
2013. 11. 6. 18:54

두장의 단풍잎이 되어 창공을 날다
짧고 굵은 단풍놀이

 

 

 

가을이 무르익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단풍절정 소식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기껏해야 이삼주 머무르는 단풍을 놓칠까 노심초사. 어디를 가야 한국의 멋진 모습을 오이군에게 제대로 보여줄까. 백양사, 내장산, 주왕산, 설악산 등등 단풍이 예쁘다는 많은 장소가 물망에 올랐으나, 모두 당일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고, 단풍철이라 숙소잡기도 만만치가 않다. 미리 예약 좀 할껄하며, 조금 더 부지런하지 못했던 내자신을 책망하고 있을 때, 오이군이 한마디 던졌다. 

 

"그냥 가까운데 가자. 나 주말에 일해야돼서 하루밖에 못쉬어."

"아하? 넵. ^^;"

 

간단하게 해결됐다. 오이군이 주말내내 일을 해야 하는대신, 주중에 하루를 비울 수 있게 되어, 우리는 가까운 남이섬으로 향했다. 인기 단풍놀이지역이라지만, 주중이니까 사람도 별로 없겠지?

 

나도 가본지 10년이 더 된지라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쁘게 Itx에 올랐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기차안에 입석조차 매진인듯, 사람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남이섬에 도착한 순간, 끝없이 보이는 관광버스의 행렬. 

몰랐었다. 

내가 남이섬에 발길을 끊은지 어언 12년. 그간 남이섬이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관광지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한국 여기저기에서 당일 관광으로 오신 분들도 상당히 많은듯 했다. 복작거리는 분위기를 별로 안좋아하는 남편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뭐...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좋지, 오이군? ^^;;;"

 

 

우리는 눈으로 하는 관광보다 직접 몸으로 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액티비티 커플이라는 별명도 붙었고해서, 그 이름이 무안하지 않게 하기 위해, 단풍놀이도 액티브하게 해주기로 했다. 바로 짚와이어를 이용해서 남이섬에 들어 가는 것. 자라섬까지 짚와이어를 타고 가서, 유람선을 타고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것과 남이섬으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있는데, 우리는 조금 더 길이가 긴 남이섬 코스를 택했다. 비용은 3만 8천원. 살짝 비싸게 느껴지지만, 여기에는 짚와이어 이용료와 남이섬 입장료 1만원, 돌아오는 선박료가 포함어있다. 

 

짚라인은 온라인이나 전화 예약을 받지 않고, 도착하는대로 시간을 정해준다. 보통 한시간 이상씩 오래 기다린다고 해서, 가자마자 일단 번호표를 받고, 점심을 먹으려 했건만, 그래도 주중인지라 대기시간이 40분밖에 되지 않는것이 아닌가. 우리 커플은 식사 속도가 느린지라, 정신없이 눈에띄는 닭갈비집으로 달려가서, 오이군과 허겁지겁 뜨거운 고기를 꿀떡꿀떡 삼키고, 돌아왔다.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고 있는데, 뜬금없이 안전요원이 나에게 "50kg 넘으시죠?"  하고 묻는다. 왜 몸무게를 묻는지보다 당연하게 눈에 보이는 걸 묻는다는 사실이 더 놀라왔다. 알고보니 너무 가벼우면 다 못내려가고 중간에 멈출까봐 최저 체중 제한이 있었던 것. 남이섬 코스는 50kg 이 넘어야 되어야 탑승이 가능하다. 그 말인 즉슨, 웬만한 여자 연예인들은 탑승이 불가하다는 소리. 나야 뭐 가뿐히 탑승 가능....

 

음. 탈 수 있다는데, 기분이 어째 좀 그렇다. 

 

 

 

 

 

순서가 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 80미터의 탑위로 올라가게 된다. 간단한 브리핑 후, 앞사람 가는 모습을 두근두근 바라보다가, 짚와이어 위에 앉았는데, 심장이 내몸이 더이상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나가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 쿵쾅쿵쾅.

 

그런 나의 긴장상태와 상반되는 안전요원의 발랄한 인사. 재미있게 타세요, 라는 소리가 순식간에 멀어지며, 우리는 알록달록 단풍이 물든 산과 푸른 북한강위에서 두장의 낙엽이 되었다. 묵직한 낙엽 -_-;

 

규모가 큰 짚와이어는 이미 팔라우의 에코테마파크에서 경험한 적이 있는지라, 엄청난 속도에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웬걸? 생각보다 속도가 느리다. 의자도 편안해서, 굉장히 여유롭게 주변도 감상하고,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로 사진도 찍어가며, 가을 바람을 즐겼다. 특히 남이섬에 가까와졌을 때, 상공에서 바라보는 단풍숲의 아름다움이란. 순식간이지만 기억에 오래 오래 남아있을, 둘도없는 멋진 가을의 모습이었다.

 

 

 

 

Welcome to 남이공화국
세상에서 제일 작은 나라?

 

 

 

못본사이 남이섬이 남이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세금 안낼려고 나라를 따로 세울려고 그랬다느니 하는 소문도 돌던데, 사실무근이고 뭐 여기 외국인들 많이 오니까 그냥 재밌을려고 그랬다던데...어쨌든 들어올 때 유람선을 타는 선착장은 Immigration 즉, 출입국사무소라고 쓰여 있고, 매표소는 비자 Visa 발급처라고 쓰여 있다. 처음 보고 순진한 우리, 잠시 멈칫 했다. 오이군은 외국인등록증도 잠시 만지작 거렸다는. ^^;

 

남이나라는 가을을 위해 존재하는 곳인 듯, 온통 단풍나무 천지다. 새빨간 단풍 나무 아래 화사한 가을 국화가 생글생글, 방문객을 두팔벌려 환영해 주는 분위기.

 

 

게다가 선착장 앞에서 이렇게 감자의 친구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정겨울수가.

 

 

 

 

 

이곳 저곳에서 들리는 찰칵소리, 즐거워 하는 사람들의 웃음 소리. 웨딩촬영을 하는 중국 커플들도 매우 많았다. 한국까지 와서 한국적인 기와집이 아니라, 단풍숲에서 웨딩촬영을 하는 것이 의아했지만, 어쨌든 오늘 사진은 기가막히게 나오겠구나. 절정에 이른 단풍과 화창한 햇살덕에 사진사가 요청하지 않아도 신부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른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부탁해서 찍어주고 나니, 우리도 찍어주겠다고 한다. 얼떨결에 카메라를 맡기고, 모르는 사람앞이라 정색하며 한장.  뭔가 매우 어색하게 나왔다. ^^

 

 

 

 

각자의 놀이
오래오래 커플이 행복하려면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 줍니다

 

 

이런 예쁜곳에 오면 감자양은 사진찍기에 바빠 잠시 이성을 잃는다. 아니 오이군을 시야에서 잃는다. 그러면, 심심해진 오이군은 예전에는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이제는 현명하게 혼자 놀거리를 찾는다.

 

 

오늘 그가 찾은 놀거리는 바로 이것.

 

태극권...?

 

은 아니고, 바로 부메랑 던지기. 누군가가 부메랑 비슷한 것을 버린건지, 잃은건지, 잔디밭에 놓고갔는데, 오이군이 그걸 주워들고, 호주 원주민내지는 쿵푸마스터 따라잡기에 나섰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렇게 분위기를 잡는다. 사진찍어 달라는건 줄 알고, 찍고보니 얼굴 표정이 조금 이상하다.

 

 

 

 

 

바로 부메랑이 단풍이 곱게든 높은 나무 위에 걸렸기 때문. ^^

이렇게 오늘의 오이군의 장풍연습은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가을 남이섬 이야기

2013.10.30

 

 

 

남이섬 짚와이어


홈페이지  zipwire.co.kr
가격  4만 4천원 / 경기도민 3천원 할인
높이  80m
총 길이  남이섬 940m / 자라섬 710m

※ 기상상태에따라 탑승 조건이 변경됩니다.
※ 사진 촬영은 목걸이, 또는 손목걸이가 있어야 허락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