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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America | 북미/East Canada | 캐나다 동부
퀘벡주 자끄-카르띠에 Jacques-Cartier 국립공원
2013. 10. 21. 03:07

안녕, 께벡!

 

오이군이 Québec 발음 하는걸 들으면 거의 께벡으로 들린다. 불어는 어딘지 욕같이 들리는 발음이 많다.

 

오늘은 일요일, 주말 여행의 끝. 퀘벡시티를 떠나야 하는 날이다.

몬트리올로 돌아가는 길에 가까운 자끄-까르띠에 Jacques-Cartier 국립공원에 들렸다 가기로 했는데, 이런 이런. 날이 흐리고 비가 부슬 부슬 오네. 원래는 어제 가기로 했었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오늘 모든 국립공원이 공짜라는 소식을 접하고 냅따 날짜를 바꿨더니 이런 불상사가 생겼다. 그래. 세상에 진짜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너무 좋아하면 대머리도 된다고 하지 않는가... 다 그런거지, 뭐.

 

현관 공간이나 복도 뭐 그런게 없고, 그냥 이 문을 열면 집 거실이 뙇 펼쳐진다. 옛날 한국 집들도 이랬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보니 뭔가 이상하다

 

거실 문으로 나오면 바로 길로 이어지는 신기한 친구의 친구의 친구 집 뒷문을 한번 더 사용해 주고, 작고 깔끔한 아파트와 이별을 했다. 싼값에 적절한 숙소를 제공해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한복모양 금박 책깔피를 하나 남겨 두었는데, 그집 화장대 거울에 발신 연도가 78년으로 찍힌 한복입은 아낙네 사진 엽서가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정말 오래전)에 그들은 한국의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은 걸까. 그 엽서 옆에 비슷한 모양의 한복 책깔피를 나란히 꽂아두었으니 나중에 보면 신기해 하겠지? 히죽 히죽.

작든 크든, 선물은 받을 때도 신나지만 줄 때 더 근질근질한 것이 설레이고 기분이 좋아지는것 같다.

 

 

안녕, 나의 동화속 도시야.

어느 장소와 작별을 할 땐, 호주에서처럼 언젠간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아서 별로 슬프지 않은 곳이 있는가 하면, 여기 퀘벡처럼, 너무 이쁘지만 다시는 돌아올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떠나는 순간 애잔한 느낌이 들어버리는 그런 곳이 있다.

 

 

 

 

 

피아트Piat를 타고, 고속도로를 신이나게 달려보자~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푸짐한 크로와상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고 출바알!

 

퀘벡시티를 뒤로 하고 신나게 출발을 했는데, 올 때도 느꼈지만 가면서 다시보니 캐나다는 도로 컨디션이 영 벨로다. 검소한 건지 무심한 건지 건물도 모서리들이 다 부서져가는데, 보수공사를 하지 않는 느낌이 들더니, 대부분의 도로에 횡단보도는 물론 중앙선 마저도 모두 지워져 있었다. 아니면 도로가 엄청 갈라졌는데, 땜빵을 안해놔서 차가 끝도 없이 덜컹거린다던가. 특히 이때 스위스에서 6년을 보내고 막바로 온거라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나보다. 오이군이 맨날 스위스는 도로가 진짜 잘 되어 있다고 자랑자랑 해서 늘 시큰둥하게 들었는데, 다른 나라 여행할 때마다 살펴보니 맞는 말이기는 하더라. 스위스는 도로가 아직 멀쩡한데도 걷어내고 새로 깔기를 좋아해서 세금의 절반을 도로공사에 퍼붓는다는 소문이 돌 정도니...(애들이 왜 이렇게 극과 극인지, 어째 중간이 없어...)

 

오른쪽 아래 시계 아래 오이군 다리 끝이 보이시는지? 이것이 오늘 우리의 삶과 죽음의 거리

 

어쨌든 군데군데 울퉁불퉁한 도로 일지라도 차가 별로 없어서 뻥뻥 뚫려 있다. 달려라 달려, 신나게 달려 달려~

근데, 달리는 와중에 나는 오이군의 긴 정강이 끝에 달린 무릎이 핸들 양 옆까지 올라와 시동열쇠를 위협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숨죽여 움찔거려야 했다. 그저께처럼 '시속 130에서 무릎으로 열쇠를 쳐 떨어뜨려 시동끄기' 같은 재밌는 포스팅 거리는 이제 만들어 주지 않아도 되는데...(아무리 생각해도 허술함. 어떻게 차 열쇠가 달리는 도중에 그냥 빠질 수가 있냔 말이다!) 피아트Piat와 함께 하는 동안 삶과 죽음의 거리는 그렇게 짧았다. 2센티미터도 채 안되더라.

 

 

 

Welcome to Canada

 

 

웰컴 투 캐나다! 라고 말하는것 같았다. 이 표지판을 보는 순간...

저것은 그 말로만 듣던 무스의 그림이 아닌가! 저 동물이 도로로 뛰어들면 511번으로 전화하라는 표지다. 그 말인 즉슨, 정말로 무스가 막 출몰한다는 얘기가 아닌가?

'꺄울~~얼렁 나타나렴, 보고 싶구나, 얘야.'

라고 몰래 생각했지만 사실 이 짐승이 꽤나 큰 녀석이라 스물 스물 고속도로로 기어 들어오면 대형 사고가 난다고 한다.

'그럼 옆 언덕위에라도 있어줘~'

라고 생각하는 순간, 오이군이 소리쳤다.

엇?!
왜왜? 뭔대, 뭔대?
음...나 무스를 본거 같아. 방금 옆에 시커먼것.
진짜야? 그럼 엇! 하지 말고 무스다! 해야 내가 보지 !!!
그게 움직이질 않아서 잠깐 확신이 안섰었어. 뭐가 어마어마하게 크더라고. 짐승인 것 같았는데...근데, 이게 무스 맞나? 진짜 어마 어마하게 큰데?
머야. 무스래는거야, 아니야?
생각해 보니 진짜 무슨거 같애. 거기다 모형을 세워놓진 않았을거 같거든. 근데, 진짜 엄청나게 큰데?
차 돌려! 당자앙!!!

 

고속도로에선, 무스를 놓친 감자가 더 위험할 수 있다. 내가 운전중이었다면 이성을 잃고 유턴했을텐데...

신중한 성격의 스위스 오이가 이럴땐 쪼오끔 덜 신중해서 무스닷! 하고 소리쳐 줬으면 좋겠다. 왜 그 짧은 순간에 진짜 무스일까? 아닐까? 무스 모형일 수도 있겠다. 아니지, 왜 고속도로 옆에 그런걸 세워 두겠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진짜 무스로구나. 등등을 생각하는 걸까. 성격급한 감자로선 죽을 때 까지 이해 못할 미스테리다.

 

 

 

 

 

공포영화는 이렇게 시작하더라

 

그나저나 왜 이 국립공원 입구는 안나오는 걸까? 우리의 비싸고(하루 30CAD) 쓸모 없는 GPS에 따르면 입구가 벌써 한두개 쯤 지나고도 남았는데, 도무지 입구를 찾을 수가 없어서 대략 공사판 같은데로 난 샛길을 따라 산쪽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비도 부슬 부슬 오고, 비포장도로가 좁게 나 있는 전혀 멋지지 않은 산길을 주욱 따라들어가다보니 이거 영...해가 질것 같다. -_-; 에이. 모르겠다. 인적도 없는 산에서 길잃으면 난감하니 그냥 집에 가자 하면서 차를 돌리는데, 그때였다.

산악용 바퀴로 차체를 잔뜩 높여 위협적인 모습의 소형 트럭이 거칠게 달려와 우리 옆을 스쳐 지나다가 갑자기 부르르릉 후진을 한다. 그 기세가 하도 등등해서 약간 움찔하며 조심스럽게 달리고 있는데, 순식간에 후진으로 우리를 따라잡는 것이 아닌가. 어, 뭐 할말 있나? 너무 당당하게 후진으로 우리 옆을 달리길래 어정쩡하게 차를 멈추고, 길을 물어야할지를 망설이고 있는데, 그쪽 운전자가 먼저 문을 열고 털썩 뛰어 내린다. 헉...근데...

흰머리가 무성하지만 등치가 엄청나게 좋고, 등이 굽은 아저씨가 험악한 인상으로 저벅 저벅 다가오는 것이었다. 옷은 또 왜 하필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검은 우비를 입고 있는 건지...아무리 비가 오더라도 꼭 저런 검은 우비를 입어야 하는 건가. 순간 나도 모르게 그의 손에 삽이나 도끼, 샷건 같은것이 들려 있는지를 확인했다. -_-; 일단은 손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근데, 아저씨 등치가 워낙 커서 그냥 한방 치면 뼈도 못추릴 것 같더라.

아저씨가 가까워지는데, 도무지 내손가락이 창문 버튼을 누를 생각을 안한다. 그 아저씨는 마치 내가 지난 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알것만 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침을 꿀꺽 삼키며 창문을 내리는 대신 주먹을 꽉 쥐고 바라보고 있는데, 아저씨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그 순간 흐어어억.하는 낮은 비명과 함께 나도 모르게 순종적으로 창문을 내렸다. -_-; 마..망했다. 어쩌지?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엄청나게 부자연 스런 미소를 오버해서 지으며 아...안녕하세요? 라고 했다.

어디 찾아요? 거의 얼굴 근육을 움직이지 않고, 미소나 인사 따위는 생략한 아저씨가 묻는다.

아 네, 자끄-까르티에 국립공원 입구요. 필사적으로 미소지으며 지나치게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목소리가 하도 어색해서 내가 소름이 다 돋는다.

너무 많이 왔어요. 뒤돌아 나가서 왼쪽으로 돌아가요. 한 1km쯤 돌아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입구가 보일거예요. 다시 무표정한, 아니 험악한 표정의 아저씨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목소리까지 완벽한 험상궂음.

아~네에.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어디로 가라는지는 사실 관심이 없었고, 그냥 대화가 끝난것 만으로 감사해서 잽싸게 창문을 닫아버렸다. 닫는 중간에 아저씨가 창문을 손으로 턱 잡을까봐 어찌나 식은땀이 나던지. 창문 닫는 속도는 또 왜 이렇게 느려. 근데, 아무말 없이 아저씨는 뒤를 돌아 트럭으로 돌아가더라.

 

그래도 창문을 필사적으로 닫으면서 휴우, 나쁜사람은 아닌가 보네. 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오이군이 거의 급발진 수준으로 엑셀레이터를 밟으며 중얼거린다.

어휴, 완전 쪼그라들었었네. 거기서 봉변당해도 아무도 모르게 생겼던데, 아저씨 왜 저렇게 무시무시하게 생겼냐...

ㅋㅋ 에고오, 듬직한 우리 신랑. 내려서 맞써 싸우는 객기가 아니라 현명하게 줄행랑을 쳐 줘서 마음에 든다. ^^;

 

근데, 그 아저씨 생각해보니 좁은 숲길도 마다 않고, 차를 후진해서 길잃은 관광객을 구해준 친절한 아저씬데, 우리가 너무 외모로 사람을 판단했구나. 좀 미안하지만, 정말이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에 나온 갈고리손 어부같은 느낌이었단 말야. 결론은 몬트리올에서도 느꼈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길 잃은 관광객에게 참 친절하다. ^^;

 

 

무서워서 건성건성 듣긴 했지만 아저씨 덕분에 입구를 찾았는데, 입구 표지가 커브를 한 50미터 남겨두고 써있는것 같다. 대단한 결단력이 아니면 고속도로에서 확 틀어 들어가기가 애매한 거리. -_-;

 

 

그래도 베스트 드라이버 오이군이 제때 잘 틀어서 공원 입구로 갈 수 있었는데...

입구가 이렇게 생겼다. 지긋지긋한 공사판 징크스. 또 따라왔네. 

오이군과 데이트하던 시절 부터 어떤 여행지를 가면 꼭 공사중이거나 오늘만 휴일 이라고 써있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신혼여행을 갔더니만 거기도 뒷쪽에 새로 리조트를 짓느라고 온통 공사판이었다는. 오늘도 예외는 아닌가보다. -_-;

 

 

 

자끄-까르띠에 Jacques-Cartier 국립공원

  

 

공사판을 지나 한 1km쯤 산속으로 들어가니 드디어 진짜 국립공원 입구가 나온다. 이렇게 꼭꼭 숨어 있으니 찾을 수가 있나. 어쨌든 오늘은 입구에 사람이 없다. 공지한대로 입장료가 무료인 날이기 때문이다. ^^

 

그런데, 매표소에 저울이 달려 있다. 국립공원에서는 사냥허가가 있으면 정해진 기간에 사냥을 할 수 있는데, 잡은 것은 저 저울에 달아서 돈을 내고 사야 한다는 것 같다. 한국인인 나로선 내가 잡은 야생동물에 돈을 내야 하는 것이 이상했지만 스위스도 그렇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다 잡아가서 동물의 씨가 마를까봐 만든 동물보호의 조치라고.

 

그리고 조금 더 들어가니 벽에 '공사중이라도 공원은 열려 있습니다.' 라고 쓰여있다. 그 고생을 하며 왔는데, 오늘만 휴일이 아닌 것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관광안내소 근처도 온통 공사판이었지만 휴일이 아닌 것만으로 그냥 다 감사해요!

 

매표소에서 한 10km쯤 더 들어가니 이번엔 진짜 관광안내소와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세상에. 땅덩이 큰 캐나다 실감되네. 우리나라는 입구에서 이만큼 왔으면 이미 국립공원 끝났겠네. -_-;  모르는 사람은 거지같은 GPS로는 절대 찾아오지 못할 길이다. 갈 사람은 제대로된 도로 지도를 마련해서 가시길. 

 

그곳에 주차를 하고, 새로 지은 (사실 짓고, 있어서 사방 팔방이 다 공사판인) 안내소에서 무료지도를 받아, 왕복 2시간 코스를 가볍게 등산해 주기로 했다. 좀 더 긴 코스를 가고 싶었지만 찾느라고 시간을 다 허비해 버려서 해지기 전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흙. ㅜ_ㅜ

 

 

안내소부터 20-30m들어가자 갑자기 시야가 쫙 펼쳐지면서 강이 나타난다. 오! 찾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한방에 날아 가는 풍경. 날이 흐렸음에도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여긴 가을에 단풍이 들면 더 환상적일 것 같다.

 

 

어렵게 찾은 만큼 최대한 다 즐겨줘야 한다는 심정인지, 화장실조차 열심히 구경하는 오이군(좌). 그리고 화장실 옆에 있던 공원 안내 지도인데(우)...이것 역시 도로의 중앙선처럼 한번 그렸으면 끝인가보다. 깨끗하게 지워지도록 교체를 하지 않는다. 반드시 관광안내소에서 무료지도를 받아 들고 산행을 하도록 하자.

 

 

6월의 싱그러움을 하나가득 머금은 숲과 녹조가 짙어 암녹색을 띄는 물 덕분에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빠른 물살에 색이 하도 검어서 은근히 무섭더라. 맑은 날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분위기를 낼 것도 같은데, 오늘은 흐려서 물색이 공포영화의 한장면. 이 검은 물은 숲의 부유물들이 부식되어 녹조가 많이 생겨서 그런것인데, 물이 더러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뭐 별로 수영을 하고 싶은 욕구는 안생기는 비주얼.

 

숲으로 이어지는 나무다리 위에서 행복한 오이와 감자. 공원을 어렵게 찾아서 더 좋았는지도...
바로 이 비오는 날에도 사라지지 않는 싱그러움 때문에 나는 6월의 숲이 좋다
하도 도망을 가서 어렵게 건진 한 컷

 

이 숲속에도 도심과 마찬가지로 다람쥐들이 많았는데, 요녀석들은 도심의 사람에게 길든 다람쥐가 아니라 진짜 야생성이 가득한 다람쥐다. 사진 좀 찍자고 아무리 불러도 다가올 생각을 안한다. 도심 공원에 돌아다니는 애들은 안불러도 먹을 것 들고 있으면 알아서 오는데...

 

 

 

 

 

녹색 시내.

이름모를 꽃들이 숲속에서 시내를 이루고 있다. 밤중엔 영화 '아바타'에 나온 외계 숲처럼 불이 켜지지 않을까?

 

 

나선형 버섯 계단. 나는 이상하게 버섯이 좋더라. 뭔가 신비롭고 요정들이 살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건 층층이 이어진 것이 성으로 쓸것만 같다. 근데, 잘 들여다 보니 개미와 거미들이 성으로 쓰고 있다. (오싹...)

 

 

봄비에 떨어진 꽃잎이 나뭇잎에 살포시 붙었다. 꽃잎위에 방울 방울 맻힌 이슬이 반짝 반짝. 비오는 날만의 매력이다.

 

 

님은 먼 곳에.

여행 중엔 사진찍느라 바쁜 나는 항상 성큼성큼 걸어다니는 오이의 뒷모습밖에 볼 수가 없다. 로맨틱한 님과의 산책은 우리에겐 머나먼 이야기. 오이는 일정한 스피드로 계속 걷지 않으면 피곤해진다고 하고, 나는 사진을 2미터 간격으로 찍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려서 기운이 빠진다.

 

 

그러나 내 손에서 카메라를 빼앗기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먹을 때.

금강산은 언제나 식후경 아니던가. 근데, 이 때를 놓칠새라 오이군은 나의 추하게 먹는 사진들을 가득 담아놓고 좋아라 한다. 내부의 적. -_-;

 

작은 계곡에서 휴식을 취하며 길가의 구멍가게에서 산 쿠기하나 입에 물었으나 맛은 그냥 그랬다. 오이군은 틈틈히 군것질을 하는 나를 늘 신기해 한다. 난 밥 때 말구고는 뭘 잘 안먹는 오이군이 더 신기하다구!

 

오솔길 중간에 흐르는 계곡을 건너며 기분이 좋아져서 헤벌레 ^^

 

자기야, 나 사진 좀 찍어줘~

오이군은 마누라의 사진 열정에 질려서인지 먹을때 굴욕 사진을 제외하면 도통 사진을 안찍어준다. 그래서 어떤 여행지를 다녀오면 풍경과 오이군 사진은 가득인데, 나는 그곳에 있었다는 흔적이 없을 때가 많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늘 내가 카메라를 점령하고, 쉴틈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있어서 오이군은 카메라에 손 댈 기회조차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 ^^;

 

여자치고 큰 손인데, 내 손바닥만한 무스 발자국

 

오오옷~! 이게모야 이게모야 이게모야~!

무스를 못 본 아쉬움에서 헤어나올 무렵 이런 것을 발견했다. 바로 무스 발자국. 내 손만한 크기인데, 정말 여기 이런 녀석이 산다는 얘기잖아! 흑. 나도 보고 싶다구.

배고픈 곰처럼 두리번 거리며 열심히 찾아다녔는데, 결국 집에 올 때까지는 나는 무스를 보지 못했다.

 

왜 하필 이날 위 아래로 흰 옷을 입었는지...비오는 날 숲속을 헤메는 처녀귀신같네...

 

숲이 매우 울창하긴 했는데, 나무들이 빽빽하지 않고, 가늘어서 빛이 많이 들어온다. 무언가 긍정적인 에너지가 샘 솟는 듯한 느낌? 

 

 

 

 

 

 

가자, 우리의 야채 사육장으로

 

 

즐거운 산책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여기 저기 다람쥐들이 뽈뽈뽈 돌아다닌다. 길을 건너려고 두리번 거리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씽씽달리던 차가 조그만 저녀석을 못볼까봐 조마조마해서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람쥐를 위해 마음속으로 저런 눈에 잘 띄는 횡단 보도를 하나 그려줬는데, 다른 운전자들 에게도 보였으면 좋겠다. 담엔 진짜 밤에 몰래 페인트 들고 가서 그리고 올까봐...(^^;)

 

 

TIP 캐나다의 국립 공원에 방문할 예정인 사람은 국립공원 홈페이지를 체크 하세요. 가끔 입장료가 무료이거나, 무료 주말 가이드 하이킹, 야간 하이킹, 수달 서식지 찾아 다니기 등의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www.pc.gc.ca/en/)

 

 

돌아오는 길엔 빗발이 점점 굵어져서 차창에 구멍 뚫리는 줄 알았다. 내가 운전할까 라고 말할뻔 했는데, 빗발을 보니 안하길 잘 했다. 한치 앞도 안보이게 비가 오더라. 이런 날은 베스트 드라이버에게 운전대를. ^^;

 

 

몬트리올 가까이 보니 비오는데 헤매고 다닌 보상처럼 환상적인 햇살이 웅장하게 펼쳐 졌다. 천지창조 뭐 이런게 생각나는 오렌지 빛 노을.

 

 

드디어 저~어 멀리 보이는 몽 로와이얄 Mont. Royal 산. 몬트리얼 Montreal 이란 이름은 원래 몬 레알리스 Mons realis 에서 온건데, 이는 라틴어로 왕의 산이란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산의 이름은 현대 불어로 몽 로와이얄 Mont. Royal 이 되었고, 도시 이름은 라틴어에서 살짝 변형된 프랑스어로 몽 레알 Mont. Réal이 되었는데, 이것을 영어식 발음으로 몬트리얼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난 몬 레알 Mont. Réal 이래서 진짜 산이란 뜻인 줄 알고, 납작하고 작은 산더러 진짜 산이래서 속으로 쪼끔 비웃었었다. 사람은 역시 알아야 쓸데없는 오해를 줄일 수 있다. ㅋ

 

즐거운 주말 여행은 끝, 우리는 다시 냄새 나는 사육장으로 고고 씽.

귀여운 Fiat 도 안녕, 우리는 다시 검소한 배낭여행자의 신분으로 컴 백.

 

 

 

 

       

비오는 날도 예쁜 캐나다의 대자연

여행일자 : 201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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