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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Seoul, Inchon | 서울, 인천
2013년 서울불꽃축제 나홀로 본 사건 T_T
2013. 10. 12. 00:37

2013년, 조금 특별했던 불꽃놀이
대한사람한강 불꽃 축제

 

우리 커플은 불꽃놀이와 인연이 많다.

예전 호주에서 만났을 때, 시드니 항구 신년 불꽃놀이를 함께 본 것을 시작으로 여행을 할 때마다 신기하게 불꽃축제 기간이 맞물리는 경우가 많아 세계 여러나라에서 불꽃놀이를 볼 기회가 있었다. 매년 스위스 건국 기념일에 모든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거행되는 스위스 불꽃 축제는 물론, 캐나다 몬트리올 불꽃 축제, 벤쿠버 불꽃 축제, 영국 신년 불꽃 축제 등등 매년 다른 나라에서 불꽃축제를 관람하게 되었다. 그리고 제작년 한국에 귀국하니 바로 그 다음주가 또 불꽃축제 기간이라네? 아직 한국과 스위스의 시차도 풀리지 않아 저녁이면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눈을 부릅뜨고 불꽃축제를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 뭐 그렇게까지 꼭 봐야 했냐고 물으시겠지만 감자와 오이는 그냥 불꽃놀이가 좋다. 불나방보고 불이 왜 좋냐고 물으신다면 뭐라 대답할까? 그냥 좋다. 보고 있으면 멍~하게 빨려들어가는 느낌. ^^

 

 

그리고, 감자와 오이가 불꽃놀이를 함께 관람하기 시작한지 어언 8년째. 올해는 조금 특별하게 불꽃을 관람을 기회가 생겼다. 원투고에서 불꽃 축제 좌석권이벤트를 했는데, 거기에 감사하게 당첨이 된것이다! 엄마나 내 평생에 이런일이. 올해는 대낮부터 좋은 자리 맡겠다고, 하루종일 한강변에 오밀 조밀 모여 앉아 치맥할 일이 없어졌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생겼다. 불꽃놀이 기간에 오이군의 가족들이 스위스에서 단체로 서울 나들이를 왔는데, 그 중 오이군의 형이 축제 당일날 하루종일 우리와 관광을 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표는 단 두장. 물론 그것도 너무 감지덕지 감사한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조금 야속한 숫자가 되어버렸다. 모처럼 서울에 온 형을 불꽃놀이시간에 홀로 남겨두기가 매우 애매했던 것.

 

 

살짝 고민하다가 드디어 결론을 냈다. 감자양 혼자내린 독단적인 결론이었다. 나 혼자 두자리를 차지하겠으니, 너희들은 서서 보렴! 우하하하하하.... 라고 마음속에서 외치고 있었지만 어이없게 입밖으로 나온 소리는

 

오이! 형하고 둘이 가서 봐. 모처럼 형 왔는데, 오랜만에 형제끼리 오붓하게 불꽃 관람하라고. 난 신경쓰지마. 난 한국 아줌마잖아. 혼자서도 씩씩하게 잔디밭아서 잘 볼 수 있어!

 

였던 것이다. 아...이런. 왜 좁은 오지랍이 이날따라 넓게 튀어나왔을까. 내가 아예 안간다고 하면 오이군이 차마 못갈까봐 나는 미리 가지도 않고, 좌석권 입장 마감시간인 6시 반쯤 오이군 일행과 함께 가서 잔디 밭에 앉아 잘 볼 수 있다고 큰소리를 뻥뻥친것이다. 대체 낮 12시에 가도 자리 맡기 힘든 잔디밭에 그시간에 가서 뭘 어쩌겠다고 한건지. 어쨌든 호탕한척 하며, 해질무렵 5시 반쯤 불꽃 놀이가 있을 여의도 63빌딩앞으로 향했다. 오이군의 형은 불꽃놀이가 있는 아침 서울에 도착했는데, 당일 저녁에 서울 인구의 절반을 다 보는거냐며 신기해 했다. 나도 오랜만에 스위스에서 한국으로 올 때면 거리의 인파에 새삼 놀라곤 하는데, 불꽃놀이 인파를 봤으니 형의 놀라움이 어땠을지.

 

 

 

 

 

 

불꽃 좌석
불꽃 처럼 화끈한 나의 사랑을 그대에게

 

오이군은 우물쭈물한 동작으로 감자양을 인파속에 홀로 남겨 두었고, 영문을 모르는 오이형은 왜 감자는 우리와 함께 가지 않는 거냐며 깜짝 놀라 했다. 미리 얘기하면 안가겠다고 할까봐 배려 차원에서 오늘 우리의 생이별을 통고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이군과 헤어진 감자양은.

오이군 일행을 떠나 보내고 한동안 인파에 휩쓸려 발도 땅에 닿지 않은 상태로 정처없이 떠밀려 다녔다. 그러다 드디어 발이 땅에 닿는 감촉이 느껴져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내가 서있었던 곳은 원효대교와 파라다이스 건물 사이. 힘좋은 진짜아줌마들에게 어영부영 떠밀리다보니 호언장담한대로 잔디밭 바리케이트 제일 앞쪽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세상에 이게 웬 횡재람? 

 

정황은 이러했다. 처음에는 거의 파도 타기 수준으로 인파를 탔다. 앞으로 가고 싶은 아줌마가 나를 죽어라 밀어댔고, 아줌마의 방패처럼 밀리고 밀리고 밀리다보니 어느새 앞자리에까지 밀리게 됐다. 바리케이트 때문에 (덕분에?) 더이상 밀수가 없자 아줌마는 나조차 밀어 제끼고 앞으로 가려 하셨지만, 이번에는 떠밀리지 않고 바리케이트를 온몸으로 붙잡았다. 안그러면 바로 한강행이었기 때문에 생사를 건 버팀이었다. 그럼에도 머리칼에 붙은 껌 떼어내듯이 나를 바리케이트에서 떼어보고 싶은 아줌마는 팔꿈치로 사정없이 찍으지만 이래뵈도 나도 어설픈 아줌마 6년차다. 온몸으로 버텼더니 아주머니께서 결국 포기하시고 그 자리에 털푸턱 앉아버리셨다. 됐다. 앉으면 끝이다. 엉덩이가 무거운 아주머니들은 그것이 버스든, 지하철이든, 한강 잔디밭이든 한번 앉으면 잘 일어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 그것이 오이군과 헤어지고 10분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감자양과 헤어진 오이군은.

오이군은 감자양보다 자리를 늦게 잡았던 듯 하다. 좌석권이 있어도 인파를 뚫어야 좌석 입구로 갈 수가 있는데, 아무래도 좌석이 중앙쪽에 가깝다보니 최고의 인구밀도를 자랑했던 듯. 7시 30분 불꽃 시작인데, 15분쯤 되어서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는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터져서 죽을뻔 했다는 푸념과 함께. 그때 나는 바리케이트에 한시간 넘게 혼자 기대 서서 온갖 낭만을 곱씹는 중이었다. 오랜만에 강물보며 혼자 서있으니 이것 저것 잡생각이 많이 나더라. 8년만에 불꽃놀이를 혼자 감상한다. 아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불꽃놀이를 혼자 감상한다. 우리의 계획은 중간 중간 전화로 안부를 물어줄 생각이었는데, 아차. 사람많은 곳에서는 스맛폰 신호가 잘 안잡힌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전쟁나면 스마트폰 있어도 이산가족은 면치 못하리라. -_-;

 

 

자, 이것이 바로 많은 이들을 애태우게 했던 그 불꽃 좌석. 불꽃 좌석도 그 안에서 선착순으로 착석하는 것이기에 인파에 눌려 움직일 수 없었던 오이군 일행은 약간 뒷쪽에 앉아 관람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아쉬웠던 것은 사진처럼 잔뜩 남아 있는 빈자리.

시간이 되면 모두 차겠지 했건만 불꽃축제가 끝날 때 까지 빈자리로 남아있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 한번 얻어볼려고 한화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이벤트에 목숨을 걸고, 오이와 감자처럼 생이별을 하기도 하는데, 정작 표를 가진 사람들이 오지를 않은 것이다. 그럴거면 나눠주기라도 하지. 이렇게 많은 빈자리를 보고 오이군은 혼자 잔디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감자양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고 한다.

 

 

 

 

터져랏, 불꽃!
쉿! 이제는 모두가 침묵할 시간

 

 

드디어 늘 그렇듯이 지루한 연설이 끝나고 들뜬이들의 카운트 다운으로 첫번째 불꽃이 팡~터졌다.

팡~

그리곤 정적. 

요번 불꽃 쇼에서 아쉬웠던 점이 바로 이 리듬인데, 카운트 다운을 하고 바로 불꽃 쇼가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뻔 했는데, 그냥 한번 시작 불꽃이 터지고, 첫 팀인 캐나다 불꽃쇼가 시작될 때까지 5분가량 별 일이 없었던 것이다. 사회자나 분위기를 수습해보고자 노력 했으나,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불꽃이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은 단절되는 리듬에 의욕을 잃어갔다.

 

 

 

 

진짜 시작!
양치는 소년?

 

자, 요번엔 진짜 시작.

캐나다를 선두로 일본, 프랑스, 한국순으로 이어졌다.

불꽃에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일단 사진들로 주욱 워밍업 하시고, 맨 아래 비디오로 한국팀 하이라이트를 감상 하시길.

 

 

 

Video. 2013 한강불꽃축제 한국팀 하이라이트 + 일본팀 약간

 

 

 

오늘의 사진 담당 오이군이 찍은 사진과 비디오.

좌석에서 보면 이런 각도로 볼 수 있나보다. 

감자양은 파라다이스 건물에 가려 아래에 키작은 불꽃들은 못봤지만 원효대교에 가까이 있었던 덕분에 다리에서 떨어지는 불꽃 폭포는 정말 제대로 관람할 수 있었다. 오이군이 가져간 카메라를 텔레키네시스로 불러오고 싶을 만큼.

 

오늘은 기대하지 않았던 일본팀의 완성도 높은 불꽃쇼에 모두들 탄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선곡에서부터 리듬, 조화, 예술성까지 어느 하나 찬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최고의 불꽃쇼. 매년 전국에 하나비(여름 불꽃 축제)가 거의 매일 열리다보니 오랜 노하우가 쌓인 것도 있는 듯 하고, 차분하고 절제된 일본인의 성향이 불꽃에서도 잘 드러나더라.

 

그리고 피날레를 장식은 한국팀은 늘 그렇듯이 다른팀보다 4배이상의 발사대를 사용해 규모로 일단 말문을 막아버린다. ^^; 처음부터 마구잡이 폭격(?)으로 기선제압. 작년 오프닝에 연꼬리에 매달린 불꽃이 너무 환상적이어서 올해도 그런 예술적인 쇼를 기대했는데, 아마 올해는 디스코가 컨셉인가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뭐 리듬타고 그런 끼부리는 것(?) 없이 그냥 계속 막 터졌던것 같다. ^^; 음악과 박자는 어느정도 맞긴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과한 용량의 불꽃이 계속 터져 진짜 마지막에 피날레쇼의 감동이 오히려 적었던 느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작년도 공연이 조금더 아름다왔던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올해는 쇼 중간에 무려 4번의 긴 광고가 나와 리듬이 팍팍 깨서 나중에는 모두들 한숨을 쉬게 만들었던 것. 한번쯤은 광고가 효과적일 수도 있겠지만 4번이나 쇼를 뚝뚝 잘라버리니 지루하고 결국 사람들의 야유를 이끌어 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마 광고는 불꽃 시작전에 한번만 나가는게 가장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

 

어쨌든 올해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다른 어느곳에서도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불꽃 쇼를 보여주긴 했다. 이 멋진 것을 무료로 제공해준 우리나라와 한화에게 일단 감사 ^^

 

 

 

 

 

 

여의도 대첩 발발
이것이 바로 레알 전쟁터

 

불꽃 쇼는 시작 전에도 전쟁이지만 끝나고 나서도 전쟁이다.

 

 

이렇게 폭격 떨어지는 전쟁이 아니라...

 

 

이렇게 집에가는 인파와의 전쟁.

사람들을 분산시키기 위서 지하철과 버스를 통제한다지만 분산된 인파로도 충분히 버스와 지하철이 미어터지기 때문이다.

결국은 사람들이 한강공원에서 빠져나가기를 기다리며, 최대한 천천히 걸어서가야하다보니 늘 63빌딩앞에서 영등포까지 걷게 되더라. 사실 영등포역도 전쟁터 같지만 그나마 버스가 사정이 좀 나은 편인데, 올해는 웬일인지 아무생각 없이 지하철에 덜컥 끼어 타게 되었네? 그것도 사람많은 서울행이 처음이신, 한적한 스위스 소도시 출신 오이군의 형님을 대동하고서. 그야말로 상자안에 꼭꼭 눌러담은 솜사탕처럼 완전히 찌그러진 불쌍한 오이군의 형님 표정이 어찌나 웃긴지.

오늘 서울 라이프 체험을 아주 톡톡히 했겠다. ^^;

 

 

 

       

스위스 소도시 남자들의 여의도 대첩 체험

여행일자 : 2013.10.05
 취재지원 : 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