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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angwon | 강원도
속초 청초호, 숭어가 돌아오는 곳
2014. 5. 1. 00:30

겨우내 바다가 보고 싶었다
봄바다를 본 적 있나요?

 

바다는 보통 시원한 바람을 찾아 무더운 여름에 찾아 간다. 가끔은 쓸쓸한 낭만을 찾아 겨울에도 찾아 간다.

그런데, 봄에는? 

봄바다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기억이 없는 것을 보니, 봄에는 바다에 간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3월의 어느날, 우리는 무작정 속초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내츄럴 귀신의 집
속초 엑스포 월드랜드

 

오래전 부모님과 왔던 속초. 기억속에 물이 맑고, 예쁜 모래사장이 있었던 것 같아, 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되었다. 기왕이면 오이군에게 예쁜 곳을 보여주자는 마음도 있었다. 사실 나도 속초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바다 이외의 주변을 둘러본 적은 더더욱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속초를 천천히 산책해 보기로 했다.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을 사이에 두고, 아랫쪽에는 청초호가 윗쪽에는 영랑호가 있다. 오늘 우리가 산책하기로 한 곳은 청초호. 1999년 엑스포가 열렸던 곳으로, 아직 그 시설물들이 볼거리로 남아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발견한 그 볼거리는 상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속초 엑스포 월드 랜드라 불리는 소규모 놀이 동산이 있었던 자리에 들어서니, 우르르 무너져 있는 자전거가 우리를 반겼다. 그렇게 까지 낡아 보이지는 않는데, 겨우내 방치해 두었던지, 녹이 슬고, 바퀴가 휘어져 있다. 어딘지 세기말, 급작스런 인류의 멸종으로 횡하니 남은 놀이동산을 보는 듯?

 

자전거를 지나 놀이 시설에 다가가자, 잔뜩 녹이 슬어 작동이 될까 의심스러운 소형 놀이기구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알록달록한 페인트 사이로 녹이 삐져 나와 어딘지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 마치 놀이동산 전체가 귀신의 집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뭔가 오싹하다면서도 오이군은 이 기회를 그냥 놓칠 수 없었나 보다. 하나 하나 다 올라타보고, 감자양에게 어서 힘으로 돌려 달라며 성화다. 열심히 기구를 밀어 돌려주다보니 아직 겨울 날씨인데도 땀이 다 난다. 그런데, 이거 보통 반대 아닌가? 우리집은 어째 가끔 남녀가 바뀐것 같다.

 

어랏, 카세트 테잎?

오랜만에 테잎을 보며 추억에 젖어본다.

매표소가 활짝 열려 있고, 마치 누군가가 음악을 바꿔 들을려다가 황급히 어디론가 떠나기라도 한 듯, 카세트가 열린채로 있다. 테이블에 놓인 티켓 박스에는 티켓이 수북히 쌓여 있다. 또 다른 매표소에는 누군가 책을 읽다가 잠시 자리를 뜬 것 처럼, 책장이 펼쳐진 채로 놓여있다. 그저 빛바랜 고지서만 매표소 틈새로 처량하게 팔랑이고 있을 뿐.

 

참 이상한 분위기다. 마치 좀비영화같은 풍경. 모두들 매표소 문 닫을 시간도 없이 급히 어디로 가버린걸까? 마지막으로 잔디밭 한가운데 놓인, 죽은 고양이가 세기말 영화의 마무리를 완벽하게 해 주었다. 더 소란을 피우면 반쯤 썪은 고양이가 벌떡 일어나 걸어 올 것 같아서, 계속 놀고 싶어하는 오이군을 잡아끌고, 청초호수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청초호, 숭어가 돌아오는 곳
어디로 가고 싶었니?

 

겨우내 깊은 바다에서 지내던 숭어가 청초호로 돌아오는 계절이었는지, 투명한 호수위로 숭어들이 잔뜩 보였다. 이들은 당연히 낚시꾼들을 불러 모았는데, 이렇게 가까이 보이는데도 먹이를 잘 물지 않는 모양이다. 결국 줄을 던지거나 그물을 던저 수면에 보이는 녀석들을 끌어 올린다.

 

숭어는 바다에서 태어나지만, 연안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겨울이 되면 깊은 바다로 추위를 피해 떠나간다. 그러다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다시 얕은 연안으로 돌아오는데, 마침 이곳이 그곳이었던 모양이다. 유년기의 추억이 묻어 있을 곳으로 돌아왔는데, 이렇게 잡혀 버린 모습을 보니 어딘가 안쓰럽기 그지 없다.

 

 

 

 

 

 

엑스포 타워
하늘에서 만난 속초

 

엑스포 시설 중 몇가지가 남아 있는데, 그 중에 청초호와 속초 바다의 전망을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는 엑스포 타워가 있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어딘지 구석 구석 따뜻한 봄 햇살이 스며든 청초호를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싶어, 타워에 오르기로 했다.

 

타워로 가는 길가 선착장. 수많은 갈매기들이 평화롭게 봄 햇살을 만끽하며, 분위기를 더한다.

 

이것이 바로 99년 속초 엑스포 타워이다. 약 74m 정도의 아파트 22층 높이로 타워치고는 그리 높지 않지만, 주변에 높은 건물이 전혀 없으므로 전망은 훌륭했다. 강원도의 발전을 상징한다는 외관도 꽤 스타일리쉬했다.

입장료 1500원을 내면 꼭데기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데, 강원도민이라면 50% 할인을 받는다.

 

전망대오 오르자 눈앞에 펼쳐진 푸른 청초호의 풍경. 동쪽으로는 청초호와 저 멀리 청호대교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날씨가 좋을때는 설악산의 울산바위와 대청봉도 보인다는데, 오늘은 옅은 안개가 끼어 있어 보지 못했다. 이 풍경을 보고 있자니, 겨우내 잔뜩 움츠렸던 어깨가 시원하게 펴지는 것 같다. 아직 푸른 싹이 돋이 나지 않은 이른 봄의 청초호지만, 그 시원한 물빛만으도로 충분히 아름다왔다. 이곳을 통해 봄의 싱그러움이 산의 연두빛 뿐만 아니라, 바다의 물빛에서도 온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엑스포 타워 입장료

어른 1500원,  어린이  800원
강원도민 50%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