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의 새로운 기억, 바다 그리고 은은한 홍차 향기

감자 오이 11주년 결혼기념 여행+


"시간은 째깍째깍 잘도 흘러 가고~"

결혼 11주년 기념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는 알림을 보고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듀스의 고고고 노랫말이었다. 작년에 10주년이라며 평소와 달리 여행가방을 꽉꽉 채워 소품을 담아 셀프스냅한다고 로타랑 티니안으로 날아갔던게 불과 몇달 전 같은데, 벌써 또 일년이...


올해는 내가 일에 조금 치여있는 상태라 긴 여행은 힘들어서 가볍게 국내에서 콧바람을 조금 넣기로 했다. 어디가 좋을까나. 그래, 코에 넣을 바람으로는 역시 바닷바람이 최고지. 마침 요즘 홍차와 밀크티가 뜨는 추세라는데, 울진에 스리랑카의 고급 홍차 맥우드Mackwoods를 판매하는 카페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접수되었다. 하루에 물대신 차만 10-20잔씩 마시는 감자와 오이는 이 소식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닷바람과 홍차의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 (불쌍한 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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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 깡패 홍차 카페, 몰디브데이



우리가 찾아 간 곳은 스타일리쉬한 풀빌라로 유명한 펜션, 프렌치 페이퍼와 함께 있는 몰디브데이라는 카페였다. 향 좋기로 유명한 스라랑카의 맥우드 홍차와 그로 만든 밀크티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무슨 차한잔 마시겠다고 그 먼여행을 감행하느냐고 물으실 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여행일 수록 기억에 남는 법이다. 무모하도록 즉흥적인 여행. 계획을 짜느라 몇날 며칠 진이 빠진 여행보다 훨씬 더 속이 시원하고(?) 재미있게 기억에 남는다.

이번 여행이 그랬다. 일이 많아서 일거리를 가방에 바리바리 챙겨 넣으며 불쑥 떠났다. 펜션에서 멋진 바다 보며 일하면 능률도 더 오를거라며 오이군과 서로를 다독였다. ^^;


새로 생긴 영덕 고속도로가 하도 깨끗하고, 이뻐서 어이없게 고속도로 사진으로 메모리를 채워가며 도착한 울진 후포리.

홍차 마실 생각에 두근두근 카페 문을 열었는데...



허걱. 전망 보소.

바다위에 떠 있는 듯 푸른 물결이 카페 유리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마침 창가에 여행가방도 놓여 있어 그대로 들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더라. 여행 중에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하는 곳.


복층 구조로 천정이 매우 높은데, 두 면이 통유리 창으로 되어 있어 환상적인 전망을 자랑한다 


아예 테라스로 나가면 철썩철썩 파도 소리와 함께 정말 물위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두 층의 분위기가 다르다


2층은 북카페 같은 느낌으로 느긋하게 책이나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손님들은 대부분 1층에 앉기 때문에 2층이 더 한적하다는.



그리고 그 2층에서 내려다 본 우리. ^^

만난지는 어느덧 13년, 결혼한지는 11년이 되어가는 꽃중년 부부다. ㅎㅎ

이런 사진들을 보며 여전히 로맨틱 하게 산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누구라도 이런 풍경에 앉아 향긋한 홍차 마시면서 달콤한 티라미수를 우물거리다 보면 안드로메다로 사라졌던 오래된 로맨스도 슬그머니 돌아오지 않을까? ^^



  스리랑카 홍차의 향기에 빠져들다



이 카페에서 취급하는 홍차는 크게 두 종류로 스리랑카의 최고급 티 브랜드인 맥우드 Mackwoods와 임프라 Impra가 있다.

그 중 예전에 친구가 여행갔다오며 사다 줘서 한번 마셔보고 반해버린 맥우드가 우리를 이 먼곳까지 불러들인 장본인이었다.



맥우드가 유명한 이유는 이곳에서 사용하는 티 종자 자체에 떪은 맛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홍차는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라도 몇몇 다원의 차를 블랜딩하기 마련인데, 맥우드만큼은 맥우드의 다원에서 기른 것만을 사용하는 싱글 에스테이트를 고집한다. 홍차가 떫어서 싫어요 했던 분들께 추천.


우리는 물대신 차를 마셔서 종일 앉아 일하며 마시다 보면 하루에 20잔쯤 마실 때도 있는데, 이때는 그냥 귀찮아서 찻잎을 큰 티팟에 넣어 놓는다. 그런데, 이러면 적당히 빨리 마셔 주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차들은 나중에 혀끝이 살짝 마비될 만큼 떫어져 버린다. 다행히 우리같이 게으른 자들에게 구세주 같은 홍차, 맥우드가 있었으니 ^^; 요건 하루종일 잊어버리고 넣어 둬도 마실만 하더라. 맛이 진해질 뿐 떪지는 않아서 말이다.



홍차는 크게 얼마나 어린 잎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세가지로 나뉜다. 가장 작은 새 순을 사용한 것이 플라워리 오렌지 페코, 두번째 잎까지 사용한 것이 오렌지 페코 그리고 세번째 잎까지 사용한 것이 그냥 페코. 녹차로 따지면 우전, 세작, 중작 같은 개념이지 오렌지 맛이 난다는 것이 아니라는. ^^; 이렇게 샘플 차를 모아 놓고 보면 잎 크기가 달라서 한번에 알 수 있다...라고 쓰고 싶은데, 사진을 어둡게 뺐더니 안보이네. ^^;;

그외에 플라워리 오렌지 페코가 부서진 것과 아닌 것이 있고, 가는 줄기까지 들어간 것도 있다. 보통 떫지 않은 맥우드의 진가을 알고 싶으면 플라워리 오렌지 페코를 추천한다.



그리고 맥우드는 여왕 즉위 50주년 기념 홍차를 만드는 몇 안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름하야 더 퀸즈 골든 주빌리 블랜. 이름만 골든이 아니라 진짜 금빛이 도는 잎이 섞여 있다. 차를 발효하는 과정에서 드물게 이렇게 금빛을 띠는 애들이 나오는데, 그런 것을 하나 하나 모아 블랜드 한 것이라고 한다.

몰디브데이에서는 여왕 즉위식에 초대 받지 못한 사람도 이 고급차를 마셔볼 수 있다.

음...이론 상으로 그렇긴 한데, 한잔 값이 무려 4만 5천원이라 사실상 마실 수 없는 차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

저 한통은 69만원 이라고 한다. 예쁜 통을 만져보고, 티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할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하기로 ^^;;


 오젠 : 맥우드 티 + 수제 티라미수 + 샘플티 두종류(아이스 밀크티, 가향티) = 8,000원


그러나 슬퍼하지 마시라. 우리에게는 골든 주빌리 티 가격표에 놀란 가슴을 위로해주는 흐믓한 티 메뉴가 있다. 그냥 티 단품을 주문할 경우 7천원인데, 1천원을 더 내면 작은 수제 티라미수와 샘플티 두종류를 곁들여 푸짐하게 구성해 준다. 샘플티는 이 카페의 야심작인 아이스 밀크티와 달달한 향이 들어있는 가향홍차. 가향티는 맛을 고를 수는 없고, 서프라이즈로 나오는데, 이게 또 나름 뭐가 나올까 기대되서 재미있더라는 ^^; 근데, 말이 샘플이지 각각 한잔 가득 담겨 나와서 거의 차 세종류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

맥우드 티를 기본 티로 하는 구성은 오젠이라 부르고, 아래 소개드릴 임프라 티를 기본으로 하는 구성은 오블루라 한다.



두번째 브랜드는 임프라 Impra.

우리는 잘 모르는 브랜드였는데, 나중에 지인들에게 이야기 하니 오히려 이 브랜드를 알고 계신 분들이 더 많았다.



임프라는 몰디브데이에서 한국 독점 수입을 하면서 한국만을 위한 패키지와 가향티 라인을 새로 개발했다고 한다.



강렬한 빨간 통이 인상적인 매리지 위드 러버 시리즈는 달달한 이름과 잘 어울리는 토피넛과 커피향이 들어간 두종류가 있다. 싸장님께서 여자친구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신 거라고. 므흣.

그리고 파스텔 계열의 통들은 스윗 이스케이프 시리즈. 딱 이름에서 멀써 몰디브가 느껴진다. ^^;; 맛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얼그레이, 바닐라 홍차, 바닐라 루이보스차.


이 메리지 위드 러버 시리즈에는 싸장님 여친분이 음악하시는 분이라 이렇게 바이올린 마크가 로고가 박혀 있다고 한다


- 세상에. 오이군 들었니? 나도 홍차 좋아하는데,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 로고 박아서 티 캔 만들어 줘~

너는 카메라 들고 다니는데, 저기에 카메라가 뙇 있으면 얼마나 안어울리겠니. 아쉽지만 안되겠다. 통이 안예쁠 것 같아.

- 훌쩍. 나 직업 바꿔야 하는거야...? T_T

+ 소주 병에다가는 괜찮을 것도 같아! 어때?

- ......



그나저나 스리랑카 홍차를 전문으로 하는데, 왜 이름이 스리랑카데이가 아니라 몰디브데이일까?

이유는 사장님이 몰디브데이라는 몰디브 여행사를 운영하시는데, 몰디브 가는 길에 스리랑카를 종종 거쳐 가다보니 홍차까지 수입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티 메뉴 이름도 몰디브의 유명 리조트인 오젠과 오블루 인거라고. 그 덕분에 예전에는 스리랑카 놀러가는 친구에게 부탁해 마셔야 했던 맥우드와 임프라를 편안하게 집에 앉아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주문도 가능 : blackt.co.kr)


홍차향기에 취해 창밖으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정말 메뉴 이름처럼 몰디브 리조트에 앉아 있는 상상을 해 본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 지는 내모습. 

그러고 보니 이 카페는 프렌치 페이퍼라는 펜션에 있는 거라서 대한민국의 울진에 가면 이제 몰디브의 매력과 스리랑카의 향기 그리고 프랑스의 낭만까지 4개국을 넘나드는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겁나 국제적인 울진. ^^;;;



그런데, 사실 이 카페에서 우리의 패이버릿은 따로 있었다. ^^;

바로 몰디브데이의 야심작, 밀크티!


밀크티도 참 좋아라 하는데, 내가 직접 집에서 만들지 않는 한 시중에서 파는 것들은 목을 옥죄어 오는 과한 단맛이 있다. 대부분의 카페에서 직접 만들었다 하더라도 홍차맛, 우유맛 다 덮어 버리는 심한 단 맛이 있는데, 이곳의 밀크티는 가볍게 달아서 홍차 향이 아주 진하게 느껴졌다. 

냉수침출로 미리 준비해둔 홍차에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우유를 섞어 줘서 맛도 신선하고, 크게 달지 않아 마시고 나도 입이 텁텁한 느낌이 없다. 정말이지 인생 밀크티. 우유 배달처럼 매일 아침 집으로 배달해 주면 좋겠다 ^^;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왜 야심작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쏙 되더라.


맛은 맥우드 오리지널 홍차와 임프라 얼그레이, 토피넛+커피, 딸기+바닐라 이렇게 네가지가 있다.



그리하야 이제 우리의 울진 여행에 새로운 공식이 하나 추가 되었다.

 

울진 여행 = 푸짐한 대게요리 + 후포항의 싱싱한 생선회 + 생각보다 볼게 많은 스쿠버다이빙 + 드넓은 고래불해변에서 뛰어다니다가 고래 동상과 사진찍기 + 가을이 특히 예뻤던 칠보산 트레킹 + 백암온천에서 노곤하게 몸풀기 +몰디브데이에서 밀크티 마시며 신선놀음


사계절 매력 터지는 바다, 그중에 제일은 겨울바다라는 것 알고 있나요? ^^


수영도 잘하고, 날기도 잘하고. 요녀석들 가끔 부럽다


겨울 여행의 또다른 좋은 점은 어딜가도 한적하다는 것! 여름이면 자리 맡느라 눈치작전 엄청해야 했을 요런 수영장 비치의자가 다 내꺼다. 으하핫~


일하겠다며 갔으니 일을 해야지. 그런데, 이런 풍경을 보면서 일하면 일도 일같이 느껴지지 않는...건아니고 훨씬 덜 지루하다 ^^;


일하다 지겨우면 잠시 홍차 브레이크 타임 ^^ 홍차는 통 단위로 카페에서 살 수 있다



사실 이곳에 가면 기본 홍차 이외에도 여러 과일맛과 생강, 너츠 등등의 다양한 가향티가 준비되어 있어서 주문할 때 딱 하나를 고르는 것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래서 뽑아본 감자 오이의 추천 메뉴.

맥우드 플러리 오렌지 페코, 맥우드 애플 홍차, 임프라 얼그레이, 맥우드 밀크티, 임프라 얼그레이 밀크티.

뭘 마셔야할 지 모르겠다면 일단 요것 중 하나부터 맛보시길. ^^


저녁에 잠들기 전에도 오손도손 팩 붙이고, 다시한번 향긋한 차한잔


아침에 일어나서 일출 구경(펜션 발코니에서) 하면서도 따뜻한 맥우드 차한잔...아...이때는 나혼자


아침잠 많은 오이군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이렇게 자고 있었기 때믄에...


우리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곳들이 많은데, 잊고서는 해외로만 나가려고 발버둥 치는 구나 싶을 때가 있다.

부담없이 훌쩍 떠나는 울진 주말여행 이야기 fin.


| 몰디브데이 카페 (곧 '앳모스피어'로 변경 예정)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면 동해대로 336
054-787-7219

| 여행날짜 |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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