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을 찾아서 캘리포니아로

캘리포니아에서 서핑이 아니라 스키를 탄다고?


여행 중독자는 아무리 일이 바쁘지만 이렇게 한해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조금 다른 공기를 한모금 들이마셔야만 한해를 평안하게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신이 안드로메다에 가 있는지 오즈에 가 있는지도 제대로 알아 볼 시간이 없을 만큼 요즘 일더미에 치여 있었지만 나는 모든 걸 뒤로 하고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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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이용한 항공사는 유나이티드 항공.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직항 스케줄로 비행시간 10시간 25분이 걸린다. 긴긴 비행이지만 중간에 자다 깨서 갈아탈 일이 없는 것 만으로도 이미 여행지에 도착한 듯 마음이 편안했다. 특히 밤 비행에서 중간에 일어나 갈아타려고 대기하려면 정말 극기훈련이 따로 없는데, 직항이다보니 그냥 계속 푸욱 자면 미쿡에 딱 떨어진다. 그것도 개운하게 아침에 도착.


두근 두근. 아무리 여행 & 출장을 많이 가도 공항에서 떠나는 순간은 늘 설레임으로 가득찬다. 이번엔 또 뭘 보게 될까?


이번 캘리포니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배낭도 새로 영입했다. 훗. 이게 얼마만에 큰 물품을 지르는 것인가.

워낙 살림살이 늘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지라(떠돌이의 삶이다보니 놓을 곳이 없다) 바지도 티도 몇벌 안되지만 가방 만큼은 좀 튼튼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난 여름 스위스 취재하면서 배낭을 새로 샀었는데, 두달 동안 카메라에 삼각대에 노트북에 각종 무거운 장비와 음식, 옷 등등을 넣고 다녔더니 세달만에 가방이 헤어져서 거적대기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수퍼마켓 브랜드 였지만 나름 스위스 메이드 였는데 넘하네... 비싼 것은 아니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뜯어져서 자꾸사면 결국 좋은 가방 하나 사는 것 보다 더 비싸질 것 같길래 한번 살 때 조금 쓸만한 것을 영입하기로 했다. 마침 여행지가 캘리포니아니까 기왕이면 캘리포니아 브랜드 그레고리로. ^^


그레고리는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고급 등산 배낭으로 알려져 있는데, 캐주얼 배낭부터 아웃도어 의류나 캐주얼 의류까지 다양하게 나오더라. 나는 나의 목숨같은 사진들을 백업하고 편집할 노트북이 든든하게 보호되는 것이 제일 중요했는데, 요 모델은 그 칸이 단단하면서도 등쪽에는 부드러운 쿠션이 있어서 착용감이 좋길래 낙찰. 속 배분이 잘 되어 있어서 렌즈랑 삼각대 등등을 넣을 카메라 가방겸 일반 가방겸으로 쓰기 좋아 보였다. 근데, 이거 이름이 웃기네. 보더백이랜다. 그래서 스노우 보더 가방인줄 알았더니 노트북 홀더가 있는 캐주얼 배낭이라네? 브로셔에는 정장 입은 훈남이 매고 있더라. 근데, 이름은 뭔뜻이지? -_-ㅋ 어쨌든 등산복에도 회사원 세미 정장(나는 정장 입을 일 없지만)에도 캐주얼 복장에도 잘 어울려서 좋다. 메고보니 뿌듯해서 새 가방과 함께 여행 기념사진 한방 남기고, 캘리포니아로 고고!




   유나이티드 항공 787 드림라이너 이모저모



유나이티드 항공의 인천-샌프란시스코 구간은 드림라이너 787이 운행된다. 일단 이름부터 기분이 좋다. 드림 라인이라지 않은가. 편안하겠지. ^^;



여행과 사진이외에 시간이 나면 전부 영화 보는데 할애하는 나는 비행기에 오르면 일단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부터 확인한다. 새로 나온 영화중 놓친게 뭐 있나~ 내게는 여행만큼 설레이는 시간이 기내에서 영화를 보는 시간이다. 주는 밥 & 간식 먹으면서 딩굴 거리는 신선놀음 시간 ^^;

스크린은 터치로만 작동이 되고, 리모컨은 따로 없었던 것 같다. 비행기들 화면이 요즘 점점 커지던데, 이것도 소형 타블렛보다는 조금 더 컸다.



물론 신선 놀음에는 약간의 신체적 편안함도 요구된다. 뭐 이코노미석에서 찜질방 마사지 의자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비행기 기종마다 머리 쿠션이 조금 더 편안한 것이 있고, 좌석 간격이 넓은 것이 있더라. 이 드림라이너 787은 키 166의 평범한 체구인 내가 엉덩이 완전 딱 붙이고 앉지 않아도 무릎 앞에 약간 공간이 남는다. 이정도의 여유는 있어야 중간에 다리도 올리고, 꼬고, 주무르고 해가며 혈액순환을 할 수 있다. 좌석 공간은 이정도면 합격. ^^;


그리고 요즘 꼭 필요한 것이 전기 콘센트인데, 이 비행기에도 좌석과 좌석 사이에 콘센트가 하나씩 있었다. 대신 위치가 다리 아래인데, 잘 보이지 않아서 플러그 꽂기가 조금 힘들더라. 한참 좁은 공간에서 머리 숙이고, 꽂느라고 좀 애먹었지만 뭐 그래도 없는 것 보단 백배 낫긴 하니 용서하는 걸로...


아참, 요즘엔 창문이 셔터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유리창의 색깔 농도를 조절해서 빛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인데, 이 비행기도 그런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밤중에 잘 때는 조종실에서 전원 일괄 창문을 어둡게 내려버리기 때문에 중간에 눈치 없는 누군가가 창문을 열고 빛을 쏴대며 단잠을 방해하는 경우가 없었다. ^^ 대신 가끔 창 밖이 궁금한 사람이 나일 경우 마음대로 볼 수 없다는 단점도 될 수 있다. ^^;; 이 창문 시스템의 장단점은 상대적.


 자랑질 삼매경 ^^;;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비행기들의 가장 쿨~한 점은 기내에서 와이파이가 된다는 것! 유나이티드 항공도 기내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유료)

이미 몇년 전부터 비행기들에서 선보이던 서비스지만 직접 사용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행 가는 날까지 꼭 보내야 할 서류랑 원고가 있었는데, 다 못마치고 와서 비행기안에서 열심히 작성해 보내기 위해서 였다. 뭐...덤으로 카톡으로 가족, 친구들에게 자랑질 좀 하고, 인스타에 사진 몇장 업로드 하며 염장도 좀 질렀지만...^^;;

옆 사람들은 막 블로그도 하던데, 나는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서 블로그는 패스.


 열심히 서류 마무리 해서 전송중. 누가 보면 대형 사업가인줄 알겠어...-_-;



그리고, 이건 유나이티트 항공에서 처음 보는 건데,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개인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타블렛 등으로 연결해 볼 수가 있다. 요즘 비행기 스크린들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본인의 커다란 노트북 화면으로 조금 더 시원하게 보고 싶다면 이용해 보면 좋겠다. 무료 서비스라 더 좋다 ^^



인터넷은 유나이티드 항공 회원가입없이 결제해 이용할 수 있지만 회원 가입을 하면 한번 결제로 이 기계 저기계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조금 쓰다가 나중에 편하게 기대 앉아 스마트 폰으로 인터넷을 계속해서 쓰고 싶다면 결제하기 전에 이미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 한 상태에서 결제를 해야 한다. 로그인 없이 결제를 해버리면 결제를 진행한 기계에서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여보, 밥은 언제 먹어?



안그랬었는데...오이군이 어느 순간부터 밥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식사 때가 되면 자동으로 언제 어디서나 오이군이 떠오른다는 ^^;

나는 반대로 밥에 조금 초연해 졌는데, 왜 나는 살이 안빠지고, 오이군은 살이 안찌는 걸까. 미스터리다. 불공평한 세상. -_-;


어쨌든 기내에서는 오이군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고대하는 순간이 바로 식사 시간이다. 10시간 내내 앉아서 딱히 하는 것 없이 영화나 보고, 데굴거리다 자고, 인터넷 하는데, 왜 꼬박 꼬박 배는 고픈건지.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식사시간이 되었다.



한국에서 출발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모두 한식과 양식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나는 전부 밥이 들어 있는 것을 골랐다. 타고난 밥순이라 빵 같은걸로 식사가 안된다는. ^^;

기내식은 언제나 양이 적어 보이지만 먹고 나면 생각보다 배가 부르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기내식은 맛이 괜찮은 편. 사실 잘 기억이 안나는데, 요즘 가끔 기내식을 남기는 만행을 저지를 만큼 음식에 초연해진 내가, 이번에는 왕복편 전부 싹싹 긁어 먹었으니 맛이 괜찮았더 모양이다. ^^




아참,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커피한잔과 함께 영화 보면서 먹으면 최고! ^^

그 외에도 밤참 & 간식으로 샌드위치랑 칙촉이 나왔고, 아침으로는 빵이나 오믈렛 같은 것이 제공됐다. 요거트도 나오는데, 나는 개인적인 사유로 패스. (화장실 좀 가리는 녀자라 비행이 힘들어 진다. 흠흠. ^^;;)



   웰컴 투 샌프란시스코!



내가 그 노랫속에 나오는 샌 프란시스코를 밟아보는 날이 올 줄이야!

거의 도착할 무렵 샌 프란시스코 만 안에 들어서자 황금빛 태양이 바다인지 간척지인지 논인지 뭔지 모를 공간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었다. 서부 개척시대의 금광이 떠오르는 찬란한 금빛! ^^


 구글맵 보고 추측해 보기로는 돈 에드워즈 샌 프란시스코 만 국립 야생동물 보호지역 Don Edwards San Francisco Bay National Wildlife Refuge 이 아닐까 싶다


근데, 이 쪽 동네 보면 볼 수록 신기하다. 땅위의 색깔이 이렇게 오묘할 수가.

한국에서 보던 논에 흙탕물 같기도 한데, 그 사이사이 이상한 연두빛과 적갈색의 지형이 섞여 있다.


 올록 볼록한 코요테 힐 Coyote Hill과 그 옆에 물줄기는 알라메다 크릭 Alameda Creek


궁금한 것은 못참아! 구글 맵 위성뷰를 보면서 열심히 사진과 매치해 본 결과 이곳은 코요테 힐이라 불리는 지방공원임을 알아냈다. 세상에나, 웬 정성. 지도랑 사진 보면서 지형 맞춰 보느라 눈이 빠질 것 같았지만, 이렇게 해서 그 지역의 이름을 찾아낸 기쁨이란! 월리를 찾아냈을 때 보다 열다섯 배쯤 뿌듯하다. (월리를 찾아라 아시는지? 고개를 끄덕이신 분들의 세대를 대략 추측해 보면서... ^^;)


 왼쪽이 에덴 랜딩 환경 보호지역 Eden Landing Ecological Reserve, 가운데 길 같아 보이는 물줄기가 알라메다 크릭 Alameda Creek, 오른쪽 에 약간 코요테 힐 지역 공원 Coyote Hills Regional Park


게다가 바다인지 뭔지 모를 이 신기한 푸른 색은 또 뭐람? 재밌는 것은 이게 각도에따라 색이 달라 보인다는 것. 이렇게 보면 짙은 푸른색인데, 비행기가 각로를 트니 황토색이나 노란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샌 프란시스코 만은 저 멀리 둥글둥글한 메마른 산과 함께 매우 신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간척지가 많은 인천공항 근처 같기도 하다 ^^; 신기한 색깔과 시야 빼고.



그렇다면 이것은 샌 프란시스코 만을 가로질러 양쪽 땅을 이어주는 샌 마테오 브릿지 San Mateo Bridge겠구먼. 이것도 역시나 인천대교가 떠오르면서...^^;


 하이시에라 지역에서 스키를 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으므로 캐리어도 하이시에라 것으로 맞췄다. 비행기 몇번 타면 바퀴 빠지고, 가방 허리에 금 가있는 것에 지쳐서 이번엔 배낭과 함께 캐리어도 튼튼한 것으로 장만. '하이시에라'는 이름에서 이미 느껴지듯이 캘리포니아 하이시에라 지역에서 탄생한 아웃도어 브랜드이다. 우리는 지금 바로 그곳으로 스키를 타러 가는 중 ^^


이렇게 전혀 뜻밖의 풍경들을 펼쳐 보이며 샌 프란시스코가 두팔벌려 우리를 맞이 환영했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산다는 바로 그 도시, 히피의 도시. 그런데, 비행기에서 본 뜻밖의 풍경들은 서막에 불과했다는 사실. 이번 캘리포니아 여행에서는 상상했던 캘리포니아와는 전혀 다른 풍경들이 끊이지 않았다. 서핑과 바다가 아니라 눈이 펑펑 오는 캘리포니아!

그 멋진 풍경들은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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